[그럼 받아준 거야?]엄가온에게서 답장이 왔다.[뭘 받아줘요?][내 여자친구 하겠다는 거.]하종호가 숨을 깊이 들이켜고 전송을 눌렀다.1분, 2분, 3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하종호는 바로 엄가온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 너머로 엄가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온아.”하종호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살짝 잠겼다.“나...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귈래?”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이어진 엄가온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고 냉정했다.“지금 새벽 두 시 다 됐어요. 술 마셨어요? 또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에요?”그 말에 하종호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지난번 그 밤, 자신이 그녀를 심유빈으로 착각했던 일이 떠올랐다.그는 다급하고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가온아. 잘못 건 전화 아니야. 직접 말하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진지하게 내 여자친구 해줬으면 좋겠어.”전화 너머에서 엄가온의 웃음소리가 났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새벽에 고백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하실 말씀 있으면 내일 해요.”“가온아.”하종호가 이번엔 진짜 다급해졌다.전화 너머 엄가온은 끊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저는 좀 더 제대로 된 고백이 좋아요. 잘 자요.”“알겠어. 기다려. 제대로 준비해서 정식으로 고백할게. 잘 자.”전화 너머에서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전화는 이미 끊겼지만 그 말은 분명히 그녀에게 닿은 것처럼 느껴졌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비서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대표님, 타세요.”하종호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밤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싶었다.이른 아침, 소예지가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막 연구소로 향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하니 김경환이었다.“여보세요, 김 비서님.”“소 박사님, 지금 집에 계세요? 대표님한테 전화를 드렸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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