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271 - Bab 280

334 Bab

제271화

소예지의 눈빛이 반짝였다.군의대와의 교류라니, 이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네. 준비할게요.][3일 정도 걸릴 텐데 아이는 맡길 사람이 있어?]소예지는 잠시 멈춰 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아이의 아버지, 고이한뿐이었다.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화면을 확인하자, 뜻밖에도 고이한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다음 주 월요일, 군의대에 출장 간다면서. 하슬은 어머니 댁에 맡겨.]고이한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알았어.]소예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주말 동안 그녀는 딸과 함께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고 일요일 저녁, 약속한 시간에 고이한이 고하슬을 데리러 왔다.그날 밤, 소예지는 곧장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군의대는 경주에 있었고 그녀는 이성열과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수하물을 맡긴 소예지는 VIP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마주쳤다.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기고 있던 남자, 고이한이었다.크고 단정한 체격, 날카롭고도 절제된 턱선, 무심하게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까지도 여전히 익숙한 모습이었다.소예지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그와 가장 먼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하지만 고이한은 이미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듯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쳤다.“왔어.”바로 그때, 이성열이 핸드폰을 들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왔다.“오셨어요.”소예지는 반가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앉게. 비행기 연착이래. 아직 30분이나 남았어.”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이성열은 자연스럽게 고이한 옆에 앉았고 두 사람은 곧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소예지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조용히 펼쳤지만 이 공간에서 그를 의식하지 않기란 여전히 쉽지 않았다.그녀의 일등석 좌석은 고이한과 나란했다. 이성열의 조수가 예약한 것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하필이면 그와 옆자리였고 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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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공항 픽업 게이트 앞, 반듯한 정장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인사했다.“이 교수님, 고 대표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일행은 곧바로 차에 올라 군의대의 접대 숙소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단정한 차림의 여성 조수가 들어섰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회의 자료와 일정표입니다.”“감사합니다.”소예지는 미소로 화답하며 자료를 받았다. 그녀는 곧장 오전 회의가 열리는 강당으로 향했지만 길이 익숙지 않아 도착했을 땐 이미 좌석이 대부분 차 있었다. 몸을 살짝 숙여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그때, 여성 조수가 다가와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소예지입니다.”“아, 소예지 선생님! 자리, 맨 앞줄에 있습니다.”소예지는 순간 당황했다.‘첫 줄? 그 자리는 보통 고위 인사나 원로 교수님들 자리 아닌가?’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 안내를 따라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녀의 이름 옆으로 고이한, 그리고 이 교수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자리에 앉은 소예지는 조심스레 회의 책자를 펼쳐 들었다. ‘특별 초청 전문가’ 항목에 자신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 놀랍게도 국내 유수의 교수들보다도 앞자리에 배치되어 있었다.학계의 서열이 엄격한 이 세계에서 이는 그녀의 성과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한과 이성열이 회의장에 들어섰고 소예지는 고개를 숙인 채 자료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이윽고 회의장의 문이 다시 열리며 백발이 성성하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운 노신사가 들어섰다.그는 군의대 총장이자 국내 신경과학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단상에 올라 지난 몇 년간의 성과와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연설을 펼쳤다.소예지는 진지하게 경청했고 옆자리에서 조용히 떨어지는 시선 하나가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연설이 끝난 뒤, 이성열이 소예지에게 말했다.“같이 가서 주 총장님께 드리자.”소예지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건물 복도 옆 테라스 쪽, 주경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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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묘하군!”유 교수는 손바닥을 ‘탁’치며 감탄했다.“이 발상, 정말 탁월하네.”곁에 있던 주 총장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보탰다.“유 교수님, 이제야 인정하시죠? 제가 이 청년, 보통 사람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보통이 아니고 말고요!”그 말에 한 여교수가 맞장구쳤다.그 순간, 소예지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국내 신경 재생 분야의 권위자, 바로 정혜전 교수였다.“소 선생, 이 설계 이론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어요. 앞으로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겠네요. 혹시 며칠 우리 연구실에 와서 같이 논의 생각 없나요?”그 제안에 여기저기서 놀라움 섞인 속삭임이 이어졌다.정 교수의 연구실은 젊은 학자들이 가장 꿈꾸는 학문적 성지로 그녀의 직접적인 초청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소예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이성열을 바라봤고 이성열은 잔잔한 미소로 대신 답했다.“좋지요. 제가 일정 조율해 보겠습니다.”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외국인 전문가와 대화하던 고이한 역시 그쪽을 힐끗 바라봤다.선배 학자들 앞이라 여전히 긴장이 되긴 했지만 소예지는 최대한 담담하게 이어갔다.“저로서는 무척 영광입니다, 다만 지금 제가 맡은 프로젝트가 중요한 단계에 있어서요...”“괜찮아요.”정혜진이 온화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시간 되실 때 편히 연락 주시면 돼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오후에는 학술 토론이 이어졌고 소예지도 그 논의에 활발히 참여했다. 중간중간 조수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고 그렇게 긴 하루가 흘러갔다.저녁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땐, 소예지는 목덜미를 주무르며 굳은 근육을 풀었다. 하루 종일 웃고 이야기하느라 뺨마저 얼얼할 정도였다.하지만 그만큼 오늘의 학술 교류는 그녀에게 값진 자극과 영감을 안겨줬다.샤워를 마친 후, 수완은 오늘의 회의 자료를 꺼내 보려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문득 손에 든 자료를 보며 그녀는 멈칫했다.이건,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원래 그녀의 자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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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전시관의 조명이 부드럽게 모든 전시물에 드리워져 있었다. 소예지는 최대한 고이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쪽으로 몸을 피했다.오전 내내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낸 후, 오후에는 정 교수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학술 교류는 충실하고도 알찼고 많은 것을 얻은 하루였다.내일 오후 세 시 비행기로 A 시로 돌아가야 했기에 소예지는 잠시 짬을 내 딸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밖으로 나섰다.택시를 타고 시내 쪽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임현욱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지금 군의대에 있어요?]소예지는 놀라서 되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뉴스에서 봤어요.]며칠간 진행된 이 교류회가 뉴스에 나왔을 테니 그가 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언제 돌아가요?][내일 오후 세 시 비행기요.][그럼 지금 내가 가면 내일 점심은 같이 먹을 수 있겠네요?]소예지는 깜짝 놀랐다.[여기로 온다고요?][기지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면 되고 거기서 소예지 씨가 있는 곳까지는 한 시간도 안 걸려요.]그가 진짜로 올 생각이란 걸 느끼자 소예지는 순간 당황했고 혹시 자신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준 건가 싶어 마음이 괜히 불편해졌다.[우리 다음에 봐도 되잖아요.][아니, 내일 군의대에서 봬요.]소예지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이미 오겠다는 결정을 내린 사람을 말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시내의 대형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딸이 좋아할 만한 오르골을 고르고 택배로 보냈고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밤 9시가 되어 있었다.택시를 타고 다시 군의대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운전기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아가씨, 도착했어요.”소예지는 요금을 계산하고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휙 불어오자 그녀는 외투 앞섶을 여미며 고개를 들어 군의대 정문 쪽을 바라보았다.가로등 불빛 아래, 익숙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 고이한은 경비 초소 옆 가로등 아래서 통화 중이었고 어둠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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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소예지가 다가가자, 임현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소예지 씨, 또 뵙네요.”소예지도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또 뵙네요.”임현욱은 신사답게 차 문을 열어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보호하듯 감쌌다.“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요. 요리로 아주 유명한 곳이에요.”소예지가 차에 타려는 순간,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다.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녀는 행정동 삼 층 창가에서 시선을 던지고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역광 속에서 선 고이한의 실루엣이 보였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 묵직한 기운이 거리 너머로도 선명하게 다가왔고 마치 그 존재감이 눈으로 그녀를 누르고 있는 듯해, 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왜 그래요?”임현욱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아니에요.”소예지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조수석에 올라탔다.차는 군의대를 벗어나 부드럽게 도로 위로 나아갔다. 임현욱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뒷좌석에서 정성스레 포장된 작은 종이 가방을 꺼내 건넸다.“배고플까 봐 준비했어요.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티라미수입니다.”소예지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감사해요.”웃으며 받은 그녀는 포장을 열어 한입 베어 물었다.“정말 맛있네요.”임현욱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미묘한 시선으로 관찰했다.“지난번보다 살짝 더 야위신 것 같아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요?”“그런 편이죠. 요즘 프로젝트가 중요한 단계거든요, 종종 밥도 거르고 일하느라 그래요.”소예지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안 되죠. 건강이 우선입니다. 소예지 씨처럼 뛰어난 연구자일수록 몸을 잘 챙겨야 해요.”그의 말에 소예지는 웃음이 터졌다.“그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아요.”임현욱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제가 자주 식사 대접해야겠네요. 살 좀 붙이게요.”차창 밖 풍경은 아름다웠고 그 덕에 소예지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레스토랑에 도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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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소예지는 공항에서 고이한을 마주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와는 같은 비행편이 아니었다.A 시에 도착하자마자 소예지는 급히 딸을 데리러 갔다. 진가영은 예전엔 종종 소예지에게 와서 함께 식사하자며 초대했지만 이제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도 소예지는 오지 않을 거라는 걸.“하슬아, 할머니한테 인사드리자.”“할머니, 안녕히 계세요!”며칠 동안 신나게 놀았던 고하슬도 이젠 엄마가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저녁이 되자 양희순이 정성껏 차린 저녁상이 식탁 위에 놓였고 소예지가 여행 중 준비한 선물도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다.고하슬은 선물을 품에 안고 기뻐하며 집 안을 몇 바퀴나 빙빙 돌며 소리쳤다.“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제일 좋아!”입술을 쭉 내밀며 뽀뽀를 조르는 딸아이의 모습에 소예지는 몸을 낮춰 얼굴을 들이밀었고 고하슬은 기분 좋게 엄마의 뺨에 뽀뽀를 해주었다.사실 소예지는 아이가 고이한에 대해 물어볼까 살짝 걱정했지만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그제야 그녀는 깊이 안도했다.며칠 뒤, 12월 1일은 소예지의 생일이었고 마침 또한 수요일이었다.그녀는 올해 생일은 지인들과 소박하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다음 날,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소예지는 실험실로 향했다. 이번 학술 교류의 성과를 정리해 보고하기 위해서였고 중요한 자리였기에 강준석과 안채린 역시 함께했다.소예지가 발표를 이어가는 동안, 안채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 이런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지만 그녀가 소식을 들었을 땐 이미 소예지는 이성열과 함께 떠난 후였다.회의가 끝난 뒤, 강준석이 소예지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다음 주 생일이던데 어떻게 보낼 거야?”소예지는 순간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네 생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강준석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간단하게 보낼 생각이야. 선배도 시간 되면 올래?”“물론이지. 시간 비워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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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시간 돼요.”윤하준의 목소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들려왔다.“네. 그때 뵐게요.”소예지는 그런 윤하준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다정히 말했다.“이안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엄마는 잠깐 일 좀 하고 올게.”“네! 엄마!”고하슬은 신나게 이안에게 자신의 오르골을 자랑하는 데 바빴다.그 후, 소예지는 연구와 실험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주말에는 딸과 함께 연구소에 나가 야근을 하기도 했다.고하슬은 처음으로 엄마가 일하는 현장을 직접 보게 되었고 흰 가운을 입고 진지하게 실험에 몰두하는 엄마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엄마 과학자였어요?”소예지를 바라보는 고하슬의 눈에는 진심 어린 감탄과 존경이 담겨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예지는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지금의 소예지는 이미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딸 앞에서는 자신의 직업을 거의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그날은 강준석이 쉬는 날이었기에 소예지는 그에게 딸과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같이 실험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던 안채린은 강준석의 손을 잡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 선배, 이 아이는 누구야?”“소예지 딸이야.”안채인은 순간 눈이 동그래지며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하슬의 얼굴은 소예지와 고이한의 외모가 오롯이 섞여 있었고 또렷하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이미 어린 나이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하지만 고하슬은 안채린의 시선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던지 강준석의 손을 살짝 끌며 속삭이듯 말했다.“우리 다른 데 가요!”강준석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잔디밭에 가서 놀자.”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채린은 눈에 띄게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감히 강 선배에게 애를 맡기다니, 설마 정말 예비 남편으로 여기고 있는 거 아니야?”저녁이 되어 소예지는 강준석에게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했고 식사가 끝나자 강준석은 두 사람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그들이 집 앞에 이르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위압감 있게 서 있었다.“아빠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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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밤 아홉 시, 고이한은 고씨 저택의 대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섰다. 최근 들어 최현숙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그는 자주 시간을 내어 안부를 살피곤 했다.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최현숙은 며칠 전 뉴스에서 소예지와 손자가 함께 있는 장면을 우연히 본 이후로 마음 한켠에 지울 수 없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할머니, 이 밤중에 왜 아직 안 주무세요?”고수경이 다가가며 물었다.“네 오빠 기다리는 중이야.”최현숙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왜요? 어디 불편하세요?”고수경이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야, 그냥 그 애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침 거실로 들어오는 고이한이 눈에 띄었다.최현숙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이한아, 이리 와서 앉아봐.”고이한은 외투를 벗어 가정부에게 건네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고 고수경은 둘 사이의 분위기를 살짝 살피며 이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려는 건지 궁금해 눈을 깜빡였다.“12월 1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니?”최현숙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고이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옆에서 듣고 있던 고수경은 무심히 중얼거렸다.“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에요.”최현숙은 고수경을 힐끗 쳐다보며 혀를 차고 다시 손자를 향해 말했다.“그럼 넌 어떻게 할 생각이니?”고이한은 조용히 웃으며 답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최현숙은 혀를 차 내며 말했다.“선물도, 꽃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알겠지?”고수경은 점점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머리를 갸웃거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할머니의 소매를 붙잡았다.“할머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오빠랑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최현숙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12월 1일은 소예지 생일이야. 네 오빠한테 뭐라도 해주라고 말해두는 거지.”고수경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눈빛 속에 잠깐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그 여자의 생일인데 오빠가 뭘 해요? 이혼까지 했는데.”“그래도 한때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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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그럼 너, 소예지 생일 꼭 챙겨주겠다고 할머니랑 약속해.”말을 이어가던 최현숙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기침을 해댔다.“아이고, 이 가슴이 왜 이리 답답한지...”고이한은 급히 할머니를 부축하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연기 그만하세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삼 층 방 안, 고수경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심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유빈 언니, 언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 12월 1일이 소예지 생일인데 우리 할머니가 우리 오빠한테 꽃이랑 선물 챙겨서 보내라고 강요하셔. 아마 직접 생일까지 챙기라고 할지도 몰라. 우리 할머니, 재결합하길 바라는 것 같아.”“그래?”심유빈의 목소리에도 다소 긴장감이 섞였다.“언니, 그날 언니가 꼭 우리 오빠 못 가게 막아야 돼. 절대, 절대로 소예지 생일 챙기러 못 가게 해줘.”“알았어. 최대한 못 가게 해볼게.”“정말 속 터져 죽겠어. 우리 할머니는 나보다 소예지 그 여자를 더 예뻐하신다니까.”“속상해하지 마. 소예지가 어떻게 너랑 비교가 되겠어?”고수경은 그 말에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소예지가 이제 더 이상 고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위안처럼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고이한이 딸을 데리러 왔다. 딸이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고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소예지는 더 이상 이 남자와 엮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령 그로 인해 딸이 실망하더라도 감정의 선을 확실히 긋기로 한 것이다.고이한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안고 차에 올랐다.소예지는 박시온과 영상 통화를 하며 올해 생일은 자신 소유의 호텔 프라이빗룸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아, 깜빡했네. 너 지금 재벌녀지?”박시온이 웃음을 터뜨렸다.오후에는 임재석이 다음 주 업무 계획표를 보내왔다. 월요일, 소예지는 벨모아 호텔에서 열리는 조찬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비록 그녀가 소유한 여덟 개 회사는 소예지의 경영진으로 교체되었지만 운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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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앞으로 이런 정기 회의에는 굳이 직접 참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소예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끝에 분명한 선을 그은 냉기가 스며 있었다.호텔 매니저가 급히 해명했다.“소 대표님, 고 대표님께서 다음 분기 협력안에 대해 논의하러 오신 겁니다. 마침 저희 주간 회의 시간이랑 겹쳐서...”고이한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혹시 제가 환영받지 못하는 자리인가요?”소예지는 대표석에 앉으며 손짓으로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회의 시작하시죠.”곧 회의가 시작되었고 각 부서 책임자들이 차례대로 보고를 이어갔다. 소예지는 진지하게 보고 내용을 들으며 간혹 노트에 요점을 메모했고 고이한은 별다른 발언 없이 조용히 참관자의 역할을 했다.“다음 분기 마케팅 예산과 관련해서는...”마케팅부장이 설명을 이어가던 중, 고이한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신규 미디어 채널, 특히 숏폼 영상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제안합니다. 효과가 훨씬 클 겁니다.”“고 대표님의 제안은 저희도 검토 중입니다.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유의미한 방향이고요.”부장이 말하며 고이한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조심스럽게 소예지의 반응을 살폈다. 그들은 이혼한 사이지만 여전히 함께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미묘한 분위기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소예지는 그런 그의 눈빛을 간파하고 단호히 말했다.“이건 임 상무와 상의하면 됩니다.”임재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보고서와 데이터 분석 자료 곧 전달해 드리겠습니다.”회의가 끝나자, 소예지는 임재석과 함께 회의실을 나서며 후속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순간, 뒤에서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 대표님, 잠깐 얘기 좀 하죠.”소예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임재석에게 말했다.“먼저 가보세요.”임재석은 고이한에게 정중히 인사했다.“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곧 소예지의 얼굴에는 냉담한 기색이 어렸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당신 생일날...”“사적인 일에 외부인은 초대하지 않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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