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문득 윤하준을 떠올렸다.조금 전까지 실험 준비로 분주했던 소예지는 문득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 고성능 현미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 없이 윤하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참 뒤에나 답이 올 줄 알았지만 그는 거의 실시간으로 모델명과 상세 사양을 보내왔다.[언제든지 와서 사용해도 돼요.][좋아요. 두 시에 샘플 들고 갈게요.점심 무렵, 소예지는 구내식당에서 강준석을 우연히 마주쳤다.요즘 MD에서 상주하며 일하고 있는 그는 예전보다 소예지와 마주칠 기회가 줄었기에 강준석은 자연스럽게 그녀와 자리를 함께했다.두 사람은 최근 연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예지도 그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묻기 시작했다.강준석과의 대화는 언제나 편안했다. 상대방을 전혀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핵심을 짚는 그의 조언은 늘 그녀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줬고 소예지의 직관적인 통찰은 때때로 강준석에게도 색다른 영감을 안겨주곤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은, 그야말로 친구이자 동료, 때로는 스승과 제자 같은 존재였다.다만, 강준석의 눈길이 소예지에게 머물 때면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럽고 깊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툰 사람이었고 지금처럼 그녀와 쌓아온 관계가 무너지게 되는 걸 두려워했다.그래서인지, 고백 같은 건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었다.그때, 강준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네, 1시 반 회의는 제시간에 참석할게요.”전화를 끊은 강준석은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미소 지었다.“요즘은 회의가 끊이질 않네. 먼저 가볼게.”“선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해.”소예지의 말에 강준석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어 보였다.“너도.”강준석은 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했다.사실 그는 연구소에 볼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그저, 소예지와 점심을 먹고 잠깐 이야기하고 싶어서 일부러 이곳까지 달려온 것뿐이었다.물론, 이 사실을 소예지가 알 리는 없었다.오후 1시 30분, 소예지는 차를 몰고 윤하준이 인수한 지유선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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