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야.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날 끌어당기는 것 같아. 보지 않을 수가 없어. 매일 몰래 블로그를 찾아보고 또 헬스장에서 마주치려고 노력해. 그 사람이 양복을 입은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아? 나 그 사람 진짜 좋아해. 하지만 차마 고백할 용기가 없어. 어쩌면 좋아?”고수경은 완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가슴을 움켜쥔 채 말했다.“윤하준은 정말 매력이 있는 사람이야. 수경아, 걱정하지 마. 윤하준도 너를 좋아할 거야.”심유빈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정말? 정말 나를 좋아할까?”평소엔 자존심이 강한 고수경이었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이 없었다.오빠의 친한 친구를 좋아하게 되다니,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심유빈이 고수경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네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 어떤 남자가 널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어쩌면 윤하준도 이미 네 마음을 알아챘을지도 몰라.”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고수경은 심유빈의 팔을 잡고 말했다.“그럼 언니는 언제 오빠에게 고백할 거야?”심유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난 네 오빠와 평생 친구로밖에 지낼 수 없을 거야.”고수경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걱정 마, 오빠도 언니를 좋아해.”그러고는 분한 듯 한마디 덧붙였다.“예전에 오빠가 그 여자에게 간호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병문안 기록까지 꺼내며 동정을 사려고 했어. 약점을 이용한 거지. 그때는 오빠가 너무 어려서 그 속임수에 넘어간 거야. 그 여자는 본인이 오빠와 어울리기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심유빈이 미소를 지었다.“그런 말들 다 소용없어. 난 이미 운명을 받아들였어.”“유빈 언니, 운명이라니! 정말 오빠를 좋아한다면 힘내서 오빠를 되찾아 와.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 언니가 소예지보다 백 배는 나아.”심유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정말?”“물론이지. 예전에 엄마도 소예지가 오빠와 결혼하는 걸 반대했어. 지금은 오빠도 소예지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심유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Read more

제22화

소예지가 가방을 들고 거실로 들어가자 차 소리를 들은 고하슬이 기쁜 마음으로 뛰어나왔다.“엄마, 엄마...”달려오는 딸을 본 소예지는 몸을 굽혀 웃으며 안아 올린 뒤 녀석의 볼에 뽀뽀를 했다.거실 안에서 가정부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던 진가영은 소예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어머니, 안녕하세요.”“왔니.”소예지가 진가영에게 인사하자 진가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최현숙은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었다. 소예지는 넓은 거실에서 딸과 함께 앉아 있었다. 장난감에 푹 빠진 고하슬은 놀면서 역할극도 했다.“얘야, 얼른 밥 먹어야지! 다 먹고 엄마랑 같이 자자. 아빠도 같이 한 침대에서.”고하슬은 작은 인형 세 개를 침대에 눕힌 뒤 휴지로 이불을 만들어 덮었다.그러다 또 다른 작은 인형을 들고 말했다.“나 이모야, 문 열어. 같이 자도 돼?”“물론이죠! 어서 와요!”고하슬이 작은 인형도 침대에 눕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소예지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슬아, 이모는 손님이야. 손님은 손님 방에서 자야지.”고하슬은 그제야 작은 인형을 꺼내 침대에 놓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이모는 여기에서 자요. 우리랑 같이 잘 수 없어요. 이모는 손님이에요.”소예지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만 천천히 가르쳐야 했다.그때 패셔너블한 차림의 한 사람이 2층에서 내려왔다. 고수경이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은 소예지를 한 번 보고는 부엌 쪽을 향해 소리쳤다.“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저녁 준비하고 있는데 어디 가니?”진가영이 물었다.“친구랑 약속이 있어요.”고수경은 말을 마친 뒤 소예지를 쳐다보았지만 인사 없이 떠났다.고수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예지는 그녀가 자신 때문에 집에서 식사하기 싫어서 나간 것임을 알 수 있었다.소예지는 최현숙이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을 알고 있었다. 최현숙을 제외하면 이 집에서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소예지는 표정이 약간 굳
Read more

제23화

“침대에서 자.”고이한이 담담하게 말했다.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한 소예지는 이제 막 새벽이 지난 것을 확인하고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그래서 외투를 집어 몸에 걸치고 휴대폰을 들며 말했다.“괜찮아 집에 가서 잘게.”양복을 옷걸이에 걸던 고이한은 손을 멈추더니 양복을 다시 몸에 걸치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내가 나갈게.”말을 마친 뒤 침대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소예지는 멍하니 있었다. 공기 중에 고이한의 차가운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했지만 눈을 감고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그날 밤, 고이한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잤는지 소예지는 관심이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딸의 맑은 목소리가 바로 울려 퍼졌다.아침 식사 후, 소예지가 딸을 데려가려고 하자 진가영이 단호히 거절했다.“하슬이를 여기서 며칠 더 있게 하렴. 우리가 평소에 돌보지 못하잖아. 할머니도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시고.”소예지는 어쩔 수 없이 데려가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결혼 후, 그녀는 항상 머리를 숙이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딸의 양육권을 다툴 것을 대비해 당분간 시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었다.고씨 가문 본가를 나온 소예지는 차를 몰고 시내를 한 바퀴 돌다 집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양희순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돌아오셨군요.”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상태였기에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좀 쉴 테니까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사모님, 대표님께서 집에 계세요.”양희순의 말에 신경이 곤두선 소예지는 한마디 물었다.“언제 돌아온 거죠?”“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어났을 때 대표님의 신발과 양복이 보였어요.”고개를 끄덕인 후 방으로 간 소예지는 문을 닫은 뒤 안쪽으로 문을 잠갔다.양희순이든 고이한이든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10시쯤, 고이한이 개운한 모습으로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양희순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대표
Read more

제24화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더 이상 그 어떤 마음도 없었지만 이 광경에 또 한 번 마음이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생에 다시는 그들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하늘은 소예지에게 새로운 사랑을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 앞에 놓인 것은 실패한 결혼과 다가올 이혼이라는 폭풍이었다.죽을 들고 강준석의 병상 앞으로 가자 강준석이 시간을 확인한 후 소예지에게 말했다.“딸이랑 시간 보내러 가, 이런 때는 남편도 같이 있어야지.”“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소예지는 딸과 함께 있고 싶었다. 다만 남편은... 이미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병실을 나온 뒤 외래 주사실 쪽으로 가지 않고 한 바퀴 돌아 차량으로 갔다. 시간은 8시 반, 딸을 데려와 며칠 집에서 지내고 싶었다.소예지가 고씨 가문 본가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이미 저녁을 다 먹은 상태였다. 최현숙이 식사했는지 묻자 소예지는 어쩔 수 없이 이미 먹었다고 했다. 소예지가 고하슬에게 집에 갈 건지 묻자 고하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엄마와 젤리와 함께 집에 가고 싶었다.그때 고수경이 위층에서 내려오며 소예지에게 말했다.“새언니, 요즘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빠요?”“별로 바쁜 건 없어요.”소예지가 미소를 지었다.“하슬이 학교 간 다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지루하겠어요!”한 마디 묻는 고수경은 눈빛에 경멸이 묻어있었다.소예지는 고수경이 딸 앞에서 그녀의 흉을 본 것이 떠올랐다. 고수경은 줄곧 소예지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지루하지는 않아요. 평소에 책도 보고 공부도 하니까요.”소예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새언니는 평소에 어떤 책 좋아하세요? 설마 로맨스 막장 드라마 같은 소설은 아니죠?”비웃음이 역력한 고수경의 말에 소예지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의학 관련 서적을 좋아해요.”고수경은 믿지 않았다. 남자 때문에 책도 읽지 않던 여자가 결혼 후에 진취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원래 소예지와 할 말이 없었던 고수경은 지루함에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Read more

제25화

두 번째 사진에서는 심유빈이 고이한의 양복을 덮은 채 그의 팔에 기대어 주사를 맞고 있었다.세 번째 사진에서는 고이한이 우산을 들고 양복을 걸친 심유빈을 살짝 끌어안은 채 비 오는 길을 걷고 있었다.“소예지 씨, 이 사진들로 보아 남편은 분명 외도 경향이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계속 추적해서 촬영하겠습니다.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죠.”“알겠습니다.”대답을 마친 뒤 이혼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진들을 컴퓨터의 비밀 폴더에 저장해 두었다.날씨가 추워지며 어느덧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진가영이 아침 9시에 전화해 소예지더러 고하슬을 데리고 일찍 오라고 재촉했다.캐주얼한 정장을 입고 2층에서 내려온 고이한은 차 키를 집어 들더니 딸을 안고 문을 나섰다.길 곳곳에는 새해의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등불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도로 양쪽으로 행인들이 흥겨운 미소를 지으며 오갔다.고씨 가문 본가의 금박을 입힌 대문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글자가 붙어 있었고 담장 양쪽에도 장식한 것들이 붙어 있었다. 거실에는 새해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는 장식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사모님, 오셨어요?”가정부 화영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가방을 들고 따라 들어간 소예지는 진가영이 기쁜 마음으로 고하슬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담담히 인사했다.“어머니, 저희 왔어요.”손녀를 안고 있는 진가영은 소예지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소예지가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에는 적어도 태도가 상냥하고 시어머니의 비위도 잘 맞추고 했는데 지금은 만날 때마다 소예지의 차가운 태도가 느껴져 점점 더 며느리 같지 않았다.소예지는 가방을 들고 소파에 앉았고 함께 앉은 고이한은 휴대폰을 보았다.썰렁한 분위기 속에 있는 그들은 부부라기보다는 오히려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꽃꽂이를 할 꽃과 화병을 들고 들어와 소파에 앉은 손자 부부를 바라본 최현숙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예지야, 이리 와서 할머니랑 같
Read more

제26화

고이한은 돌아서서 약상자를 가져가려고 했다.소예지는 휴지로 피를 닦고 있었고 고이한은 약상자를 들고 와서 쪼그려 앉아 지혈 솜으로 그녀의 피를 멈추려 했다.고이한이 큰 손으로 소예지의 손목을 잡으려 하자 소예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말했다.“나 혼자 하면 돼.”“이한이 하게 해라.”최현숙이 강하게 말하자 소예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할머니, 상처 좀 씻고 올게요.”“이한이 같이 가!”최현숙이 말했다.“애도 아니잖아요.”고이한은 담담한 얼굴로 반박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에 화가 난 최현숙은 주변의 꽃다발을 들어 고이한을 때리려 했다.“애가 아니라 네 아내야, 못된 녀석아. 좀 걱정하고 아껴 주면 안 되겠니?”고이한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문 앞에서 중얼거렸다.“다쳐도 싸죠 뭐.”귀가 어두운 어르신은 잘 듣지 못했다.“뭐라고 했니?”“할머니, 괜찮아요. 작은 상처예요.”소예지가 웃으며 말했다. 옆의 세면대에서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후 솜으로 피를 멈췄다.약상자를 정리하여 가정부에게 넘긴 뒤 소파로 돌아온 소예지는 고이한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야 편안히 앉을 수 있었다.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하나 걸려온 기록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차 소리가 났고 이내 통유리창을 통해 고수경이 쇼핑백을 몇 개 들고 기분 좋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고수경이 앉아 있는 소예지를 흘끗 보자 소예지가 먼저 인사했다.“아가씨, 안녕하세요.”고수경은 듣지 못한 듯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점심시간, 고하슬은 엄마의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발견하고 마음 아파하며 물었다.“엄마, 손가락 왜 그래요? 다쳤어요?”“살짝 긁혔어. 괜찮아.”다가온 고하슬은 자세히 살펴본 뒤 두 손으로 소예지의 손을 감싸고는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엄마, 다음엔 꼭 조심해요.”눈시울 붉어진 소예지는 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엄마 꼭 조심할게.”오후, 소예지는 윤혁이 개설한 단톡방에서 대화를 이
Read more

제27화

그러나 최현숙이 하도 주겠다고 고집한 탓에 계속 거절하면 어르신으로서 분명 화를 낼 것 같아 일단 받아두기로 했다. 이혼 후에 다시 최현숙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고수경은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밖으로 나갔다. 진가영은 고하슬과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고 고이한은 옆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위층에서 내려온 소예지는 무슨 핑계를 대어 딸을 데려갈지 고민하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하슬이는 여기에서 재우고 너희 둘은 집에 가!”진가영이 손녀를 안으며 말했다.시어머니가 딸을 여기에 재우려는 것을 본 소예지는 고이한을 바라보았다. 오늘 차를 몰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이한이 집에 가지 않는다면 길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생각했다.“하슬아, 정말 엄마 아빠랑 집에 안 갈 거야?”고이한이 딸에게 물었다.“오늘 밤 할머니랑 잘 거예요.”고하슬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소예지는 고이한이 차 키를 집어 드는 것을 보고 고하슬에게 말했다.“하슬이 할머니 말 잘 들어. 엄마는 내일 데리러 올게.”“엄마, 아빠 안녕!”고하슬이 과일을 먹으며 인사하자 소예지는 딸에게 손을 흔든 뒤 거실을 나섰다.갑자기 불어온 찬 바람에 가슴을 움츠린 소예지는 고이한의 차로 빠르게 걸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고이한이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시간이 아직 이르니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소예지는 살짝 당황했다.“나 좀 피곤한데 안 가면 안 돼?”“꼭 그렇게 말해야 해?”고이한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묻자 긴 머리를 정리하던 소예지는 차 문을 열고 말했다.“난 택시 타고 집에 갈게.”문을 닫은 뒤 강한 찬바람을 맞으며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200미터만 더 가면 길가라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팔로 온몸을 감싸 안자 약한 몸매 때문인지 당장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며 얼굴을 가렸지만 걸음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뒤에 있던 롤스로이스가 액셀을 밟고 그녀 옆을 휭 하고 지나가더니
Read more

제28화

소예지는 순간 멈칫했다.룸 안에는 7, 8명의 남녀가 있었고 상석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고이한이 느긋한 자세로 앉아 있었으며 그 옆에는 섹시한 와인 레드 드레스를 입은 심유빈이 앉아 있었다. 조명 아래 비친 두 사람은 마치 천생연분인 커플처럼 보였다.고씨 가문의 모임이 아닌, 고이한의 개인적인 자리였다.이내 상황을 알아차린 소예지는 바로 고수경에게 따졌다.“아가씨, 왜 제대로 말 안 했어요?”고수경은 순간 당황했다. 순간적인 장난으로 소예지를 놀려먹으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 소예지의 꾸짖는 듯한 말투에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새언니, 그냥 저녁 좀 잘 대접하기 위해서 부른 건데 그게 무슨 태도예요?”이 상황을 본 심유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예지 씨, 이완 온 김에 같이 먹어요! 마침 이한 오빠도 있잖아요.”고수경의 오늘 밤 장난에 심유빈도 가담했을 거라 생각한 소예지는 심유빈을 차갑게 내려다본 뒤 돌아서려 했다.그때 갑자기 심유빈이 소예지의 팔을 잡았다.“예지 씨가 이한 오빠 옆에 있어요. 나 안 그래도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 해요.”소예지는 일부러 고이한을 노려보았다. 상석에 앉아 있는 고이한은 눈빛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기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소예지는 심유빈의 팔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옆의 수영장을 힐끗 바라본 심유빈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따라오며 말했다.“예지 씨, 오해한 거 아니죠? 나와 이한 오빠는 예지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친구일 뿐이에요.”심유빈이 다시 소예지의 팔을 잡았을 때 소예지의 안색도 많이 누그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소예지가 미처 심유빈의 손을 뿌리치기도 전에 심유빈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온 힘을 다해 소예지를 수영장 쪽으로 끌어당겼다.풍덩!소예지와 심유빈은 2미터가 넘는 수영장 물속으로 떨어졌다.문 앞에서 있던 고수경은 물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
Read more

제29화

소예지는 냉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심유빈 씨, 사고였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죠.”“새언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유빈 언니를 모함하려는 거예요?”고수경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수경아, 그만해.”고이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일어서자 고수경은 말문이 막혔다.고이한이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괜찮아?”소예지가 얼굴을 돌렸다.“괜찮아.”“유빈 언니 감기도 이제 막 나았는데 어떡해... 유빈 언니가 더 걱정돼.”고수경이 옆에서 소리쳤다.“기침 좀... 나는 것뿐이야. 그냥 물 좀 먹은 거야.”심유빈이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자 고이한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심유빈을 바라보더니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먼저 집에 데려다줄게.”“됐어.”단호히 거절한 소예지는 직원에게 젖은 옷을 버리라고 지시한 뒤 가방을 들고 윤하준 앞으로 걸어갔다.“윤하준 씨, 고마워요.”소예지가 가방을 들고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심유빈이 이마를 잡으며 휘청거렸다.“오빠, 나 어지러워...”문 앞에서 뒤를 돌아본 소예지는 고이한이 심유빈을 자신에게 기대게 하며 강한 팔로 그녀를 감싼 것을 보았다.윤하준이 다가와 고이한의 어깨를 두드렸다.“나도 먼저 갈게.”“오빠, 벌써 가는 거야? 아직 밥도 다 못 먹었는데!”고수경이 아쉬운 듯 윤하준을 부르며 말했다.“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빨리 돌아가야 해.”윤하준이 말을 마친 뒤 바로 자리를 뜨자 고수경이 심유빈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유빈 언니, 오빠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할까?”심유빈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집에서 쉬면 돼.”“오빠, 빨리 유빈 언니 집에 데려다줘!”심유빈의 창백한 얼굴을 본 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자.”심유빈은 예전부터 그녀와 소예지가 물에 빠진다면 고이한은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지 늘 궁금했다. 그러고 그 궁금증이 오늘에야 풀렸다.고이한이 망설임 없이 구한 사람은 분명 그녀였다.소예지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가방을 든
Read more

제30화

소예지는 갑자기 차가운 눈빛으로 고이한을 노려보았다.“고이한, 설명 듣고 싶지도 않고 너랑 싸우고 싶지도 않아. 나가고 싶으면 나가. 나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 더는 귀찮게 하지 마.”말을 마친 뒤 계단을 올라갔다.아래층에 있던 남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문을 열고 나갔다.쾅 하는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잠을 자고 나니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고 열도 많이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죽 한 솥을 끓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양희순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몸이 안 좋으시다고요?”소예지는 잠깐 당황했지만 고이한이 휴가 중이던 양희순을 불러온 것을 짐작하고는 양희순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네, 감기 걸렸어요.”“사모님,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밑반찬 좀 만들어 줄래요? 죽 끓인 거랑 같이 먹을 수 있게요.”“알겠어요. 바로 몇 가지 준비해 드릴게요.”양희순은 재빨리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가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설날 3일째 되는 날에도 소예지는 시집에 가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는 딸을 돌보기는커녕 딸만 더 걱정시킬 것 같았다. 고이한은 그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1월 5일이 되어서야 소예지는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 사이 양희순도 꼼꼼히 그녀의 끼니를 챙겼다.“방금 대표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사모님 몸 괜찮냐고 물으셨어요.”웃으며 말하는 양희순에 소예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네.”“대표님이 사모님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양희순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소예지가 고개를 들며 먼저 말했다.“아주머니, 나 두통이 있어서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어요.”미소를 지은 양희순은 다시 할 일을 하러 갔다.소예지는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야 했다. 실험실 가동 계획 일정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 몸 상태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1월 5일 저녁, 소예지는 젤리를 품에 안은 채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딸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Read more
PREV
123456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