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은 언짢은 표정의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딸을 안아 들며 말했다.“우리 아래층에 가서 머리 묶을까?”“좋아요!”고하슬은 발랄하게 대답하며 엄마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외쳤다.“엄마, 봐요. 아빠가 돌아왔어요!”소예지는 딸이 보는 앞이라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욕실 쪽을 향해 얼굴을 씻으러 들어갔다.고이한은 딸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녀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묶어주었고 발치에는 젤리가 느긋하게 엎드려 있었다.그 사이 양희순이 위층으로 올라와 안방 앞에서 소예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이제 저녁 식사 준비할 시간이 됐는데요, 어떻게 할까요?”소예지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급하지 않아요. 좀 늦게 해요.”딱 반 시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까진 괜찮다. 하지만 저녁까지 챙겨줄 생각은 없었다.“알겠습니다.”양희순은 눈치를 챘다. 부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남편을 미워하고 있었고 이 두 사람이 다시 합칠 일은 평생 없을지도 몰랐다.소예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고하슬은 이미 머리를 곱게 묶고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고이한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빠, 이건 현욱 아저씨가 새로 사준 공룡 장난감이에요!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거예요!”고하슬은 신나서 아빠에게 장난감을 자랑하며 시연까지 해 보였다.고이한은 딸의 밝고 의욕 넘치는 모습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정작 그 장난감 공룡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조용히 깃들었다.“아빠, 내일 엄마가 나랑 바다에 가기로 했는데 아빠도 같이 갈 수 있어요?”고이한은 순간 멍하니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슬아, 엄마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일 바다에 못 데려갈 것 같아...”“근데 나 바다 가고 싶은데...”고하슬은 작게 입술을 삐죽이며 엄마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그녀 곁으로 달려가 옷자락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엄마, 나 진짜 바다 가고 싶단 말이에요...”소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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