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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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온 고이한은 침대 가장자리에 서서 고하슬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큰 손으로 마치 소예지의 체온이라도 재려는 것처럼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소예지는 계속 딸과 함께 잠든 척했다. 고이한은 이내 손을 떼고 자리를 떠났다.이런 고이한의 행동을 소예지는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저 정말로 감기가 나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진짜 걱정하는 것은 아마 딸에게 전염시킬까 봐서였을 것이다....집에서 딸과 함께 보낸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보름이 되었다. 고이한은 딸을 데리고 고씨 가문 본가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전에 고수경과 불편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소예지는 고씨 가문 본가에 가는 것이 매우 껄끄러웠지만 오늘이 보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고씨 가문 본가의 거실에서 소예지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고수경은 가정부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가정부가 고수경이 마시고 싶어 하던 커피를 너무 연하게 내렸던 것이다.고수경이 가정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 같다고 느낀 소예지는 마흔이 넘은 그 여자 가정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욕을 먹으면서도 사과하는 미소를 지어야 하는 모습을 본 소예지는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 식사 모임이 빨리 끝나 집에 돌아가길 바랄 뿐이었다.식탁 위에서는 최현숙이 분위기를 잡으며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했다.“하슬이 이제 중반이지?”“네, 중반 두 번째 학기예요.”소예지가 대답하자 진가영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내가 듣기론 이쪽에도 괜찮은 학교가 있다던데 교육 질도 아주 좋고. 하슬이를 여기로 전학시키는 건 어때?”소예지의 표정이 굳어졌다.‘시어머니가 하슬이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건가?’소예지는 고이한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고이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좋아요. 좋아! 나도 하슬이가 우리 집에서 학교 다니는 거 좋아요.”고수경은 찬성한 뒤 고이한을 향해 한마디 덧붙였다.“오빠, 하슬이 전학 수속 좀 해. 엄마가 돌봐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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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설이 지나고 한 달쯤 되었을 때 개학 날이 다가왔다.소예지는 아침 일찍 딸에게 교복 정장을 입힌 뒤 고하슬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이한은 정장을 차려입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예지는 고하슬을 안고 고이한의 차에 앉아 학교 정문까지 딸을 데려다주었다. 딸이 학교에 들어간 후 소예지가 곁에 있는 고이한을 향해 말했다.“나는 걸어서 집에 갈게.”집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타고 나갔다. 실험실 준비 작업은 초하루부터 시작되었고 오늘 10시에 준비 회의가 있었기에 차를 몰고 의대 실험실 건물로 질주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여전히 우아하고 잘생긴 모습의 강준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근황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소예지와 강준석은 이성열에게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윤혁은 참석자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회의를 시작했다.“우선 이번 우리 연구실 설립이 정부의 큰 지지를 받으며 중점 육성 계획 프로젝트에 포함되었음을 발표하겠습니다. 너무 흥분되네요. 우리 연구실 부지도 심사를 통과했으며 정부에서는 동구 산업 단지에 실험 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금도 지원할 예정입니다.”윤혁은 품질 관련 검사 통과 상황을 보고한 뒤 줄곧 좋은 소식만을 전했다. 말을 중간에 멈추고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계속했다.“연말에 여러 기업에 우리의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어요. 명확한 답변을 준 기업은 여섯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 규모가 크다 보니 자금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고려가 필요했어요. 현재 우리 실험 투자 협력에 적합한 기업으로는 두 개의 제약사 외에도 실력 있는 벤처 기업 고신 그룹과도 접촉 중입니다.”펜을 쥔 소예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윤혁도 미소 지으며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소예지는 윤혁에게 그녀가 고이한의 아내라는 사실은 비밀로 해 달라고 미리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강준석과 윤혁을 제외한 이곳 그 누구도 그녀가 고이한의 아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윤혁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깊은 논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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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투자는 내가 관여할 수 없어.”소예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그 사람 눈썰미가 좋네.”강준석의 칭찬에 고이한이 최근 몇 년간 비즈니스에서 보여준 행보를 떠올린 소예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이한이 회사를 인수한 후 몇 년 동안 끊임없이 사업 범위를 확장해 투자계의 절반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국내 모든 안정적인 성장 산업에서 고신 그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이한은 과감하고 냉혈하며 수단이 분명하고 안목이 정확해 그야말로 전형적인 상업 투자의 귀재였다.뒤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이서연은 안채린의 팔짱을 끼고 소예지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소예지, 정말 대단해. 소예지만 오면 강준석은 반드시 소예지 곁에서 떨어지지 않잖아.”안채린의 눈 밑에는 경멸이 스쳤다.“소예지가 강준석이 친구로 지내는 건 괜찮지만 동료가 되는 건 어려울 거야.”안채린의 뜻을 이해한 이서연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실험실 속도가 소예지 때문에 늦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내 생각엔 소예지는 가장 기초적인 실험도 해내지 못할 거야. 어떻게 버티는지 한번 지켜보자고.”이때 안채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안채린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뻗어 받았다.“여보세요!”“너희 실험실 이제 곧 설립돼?”“며칠 후면 오프닝 할 거야. 고신 그룹이 60% 지분을 차지했어.”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 눈썰미는 항상 정확하더라.”몇 마디 더 나눈 뒤 안채린이 전화를 끊자 이서연이 물었다.“방금 전화한 사람 설마 너희 집 그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천재 아니야?”안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너희 집안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한 명은 피아노계 천재, 한 명은 미래의 의학 거물, 다 이렇게 훌륭하다니.”안채린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녀와 이복 언니는 같은 유형이 아니었고 추구하는 방향도 달랐다.“네 언니와 고신 그룹 대표가 아는 사이야?”“아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내 미래 형부가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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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윤하준 씨? 윤하준 씨 아이도 여기 다니나요?”소예지가 호기심에 물었다.“조카를 데리러 왔어요.”윤하준이 웃으며 답했다.4시 20분, 윤하준과 소예지는 차례로 하교 대기 구역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고하슬과 혼혈 소녀가 손을 잡고 즐겁게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엄마!”“삼촌!”귀여운 아이 두 명이 함께 달려왔다. 소예지가 딸을 안은 동시에 그 혼혈 소녀는 윤하준의 품에 안겼다.“너희들 같은 반이었구나!”소예지가 웃으며 말했다.“이안은 내 베스트 프렌드야.”고하슬이 행복한 얼굴로 설명했다.“그렇구나!”소예지가 미소를 지었다. 윤하준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기에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때 고하슬이 소예지 뒤를 향해 흥분한 듯 소리쳤다.“아빠, 아빠!”멈칫한 소예지는 고개를 돌린 순간 사람들 속에서 고이한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고하슬이 고이한 품에 안기자 고이한은 녀석을 품에 안은 채 윤하준에게 다가왔다.윤하준을 바라본 고이한은 관심하는 어조로 말했다.“네 동생 사건에 전환의 여지가 있어?”윤하준이 고개를 저었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윤하준이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먼저 갈게.”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들은 소예지는 윤하준이 조카를 안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윤하준의 동생이 범죄를 저질러서 조카를 키우는 건가?’“엄마! 우리도 가자!”고하슬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소예지는 그제야 고이한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소예지가 고하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자!”고이한이 딸을 안고 자신의 차로 가려 하자 고하슬이 버둥대며 말했다.“아빠, 나 엄마 차 탈 거예요.”고이한은 어쩔 수 없이 딸을 소예지의 차에 태웠다.소예지는 딸과 함께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양희순은 이미 닭고기 죽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고하슬은 뚝딱 한 그릇을 먹고 놀러 갔다.소예지는 아이패드를 든 채 거실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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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고이한은 공을 찰 때마다 몇 번씩 소파 쪽을 무심결에 바라보았다.이메일을 다 처리한 뒤 위층으로 올라간 소예지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내려왔다.양희순은 요리 실력이 훌륭했기에 고하슬은 양희순이 만들어 주는 모든 음식을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의 두 볼이 더욱 점점 더 통통해졌다.저녁을 먹은 후, 윤혁이 소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험실에서 발표할 논문에 관한 토론한 윤혁은 소예지에게 그 작성 작업을 맡겼다. 이 논문은 학술회의에 제출되어 실험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선배, 맡겨만 주세요! 금요일까지 꼭 완성하겠습니다.”소예지는 자신 있게 말했다.“네 이름 이미 의대 2학년 재학생 명단에 넣었어. 이 박사 휘하에도 올려놨으니 앞으로 누구도 네 학력을 문제 삼지 못할 거야.”소예지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선배.”“고맙긴. 그럼 논문 기다릴게. 모레 있는 설립 대회도 일찍 오도록 해. 우리 실험팀 전체가 참여해야 하니까.”“알겠어요.”미소를 지은 소예지는 딸을 찾기 위해 고이한의 방으로 내려갔다. 그때 문득 전화벨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방 안에서 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빠, 이모에게서 전화 왔어요.”소예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전화를 받은 고이한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말했다.“무슨 일이야? 아직도 아파? 병원에 가서 약 좀 바를까?”“다음엔 조심할게. 내 탓이야.”소예지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대화의 의미는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9시 30분, 소예지는 딸을 불러 목욕을 시켰다. 목욕을 마친 후 소예지는 한글 그림책을 꺼내어 딸에게 간단한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엄마, 오늘 학교에서 피아노 쳤는데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어요.”“엄마도 피아노 칠 줄 아는데 집에 한 대 사다 놓을까?”딸에게 한마디 한 소예지는 심유빈이 딸의 피아노를 가르친 것임도 알고 있었다.“정말요? 엄마도 피아노 칠 줄 알아요?”고하슬이 놀라며 묻자 소예지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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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원래도 그를 미워했지만 이번에 한입 크게 깨문 데엔 쌓인 분노와 증오가 뒤섞여 있었고 입안에 금세 피비린내가 감돌았다.고이한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놓아주자 소예지는 그 틈을 타 황급히 자기 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잠갔다.방 안에 불을 켜고 고이한은 손등에 남은 피가 맺힌 치아 자국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그의 단정한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소예지는 방으로 돌아와 아직 숨이 가빠왔다.고이한에게 심유빈이라는 여자가 생겼다고 해서 그가 집에서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고이한은 두 여자가 자신 때문에 흔들리는 걸 즐기는 그런 뒤틀린 심리일지도 몰랐다.이 순간 소예지의 마음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했다.‘하루빨리 이혼해야겠어.’...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현관 앞에선 고이한이 통화 중이었고 고하슬이 달려오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소예지가 눈에 들어오자 그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차가운 시선만 남았다.소예지는 그의 손등을 힐끗 바라봤다.어젯밤 자신이 물었던 자국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고이한은 고하슬을 안고 현관을 나섰고 더 이상 소예지와 함께 배웅하는 걸 원하지 않는 태도였다.아침을 먹고 소예지도 곧 집을 나섰다.고하슬에게 줄 피아노를 고르러 가기로 했고 앞으로 집에서 고하슬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려는 생각이었다.피아노 매장에 들어서자 소예지는 한쪽 벽에 커다랗게 걸린 심유빈의 포스터를 보았다.“손님, 이분 아시죠? 해외에서도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세요. M국 오페라극장에서 독주회도 열었고 여러 나라에서 순회공연도 했답니다. 여기 개인 앨범도 있어요. 아주 잘 나가요...”매장 점장이 앨범을 내밀자 소예지는 냉소가 섞인 눈길로 포스터를 바라봤다.하얀 드레스를 입고 고고하게 미소 짓는 심유빈의 모습이 보였다.하지만 저 여자가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 얼마나 뻔뻔하게 구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필요 없어요.”소예지는 차갑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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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아마 윤하준 조카가 하슬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아.”“그럼 앞으로 학교에서 하슬이 데리러 갈 때마다 윤하준을 계속 볼 수 있겠네?”고수경은 질투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윤하준을 자주 보고 싶으면 하슬이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심유빈이 히죽이며 제안했다.“좋아. 그럼 나 오늘부터 오빠네 집에서 지낼래. 앞으로 일주일 동안 하슬이 데리러 가는 건 내가 맡을 거야. 내가 마음에 둔 남자를 저 여자한테 빼앗기게 둘 순 없지.”고수경은 자기 멋대로 선언했다.“기회만 생기면 남의 약점을 노리는 게 소예지 특기잖아. 윤하준처럼 괜찮은 남자는 네가 신경 써서 지켜야지.”심유빈이 맞장구쳤고 둘은 몇 마디 더 수다를 떨다 전화를 끊었다.요즘 고이한이 고하슬을 데리고 자신을 만나러 오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심유빈은 그동안 애써 쌓아온 고하슬과의 관계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특히 얼마 전 밤, 고하슬이 케이크를 포장해 집에 가져가 엄마와 나눠 먹겠다고 했던 걸 떠올리면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그동안 내가 2년 넘게 고하슬 마음을 바꿔보려고 했던 노력은 다 헛수고였구나.’고하슬은 결국 소예지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한편, 매장 안에서 고하슬과 이안은 똑같은 인형을 골랐고 둘 다 30만 원이 넘는 고급 인형이었다.소예지가 먼저 결제하려고 지갑을 꺼내자 크고 다부진 손이 먼저 가로막았다.“제가 계산할게요.”윤하준이 말했다.“아니에요. 하준 씨, 제가 할게요.”소예지가 완강히 맞섰지만 윤하준은 이미 결제 코드를 내밀었고 점원도 눈치 있게 그의 결제 코드를 먼저 스캔했다.“정말 죄송해요.”소예지는 얼굴이 붉어졌다.“애들만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하죠.”윤하준이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하슬은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엄마, 제 노래 어때요?”“정말 예쁘게 잘 불렀어. 그런데, 엄마가 오늘 너한테 뭘 샀는지 맞혀볼래?”“뭔데요. 엄마!”고하슬이 동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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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고수경은 그 치아 자국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아마 소예지가 뭔가 원하는 걸 못 받아서 저렇게 물어뜯은 거겠지. 아니면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이렇게 소예지를 무작정 감싸주고 받아주는 오빠도 참 대단해. 다른 남자였으면 벌써 열 번도 더 이혼했을 거야.’“수경아.”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내가 틀린 말 한 거 아니잖아.”고수경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저녁 식탁에 둘러앉으니 고수경이 고하슬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슬아, 내일 아침엔 고모가 학교에 데려다줄까?”이 나이의 아이들은 늘 새로운 경험을 좋아했기에 고하슬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그럼 학교 끝나고도 고모가 데리러 와줄까?”“네!”소예지는 젓가락질을 멈추었다.고수경이 집에 들어와 지내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고하슬의 등하교를 맡기는 일은 달랐다.고수경과 심유빈은 각별한 사이고 심유빈도 근처에 살고 있었다.‘혹시 둘이 짜고 하슬이를 심유빈네 집으로 데려가려는 건 아닐까?’순간 소예지는 경계심이 들었다.“새언니, 혹시 제가 이러는 게 불편하지는 않겠죠?”고수경이 갑자기 소예지에게 묻자 소예지는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하슬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 거예요.”“괜찮아요. 힘든 거 하나도 없어요.”고수경이 태연하게 말하자 소예지는 바로 거절하진 않고 일단 받아들였다.“알겠어요.”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왔다.고수경은 소파에 앉아 하품하며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있었다.“하슬아, 오늘은 고모가 학교에 데려다줄게.”고수경이 말했다.“아가씨는 오늘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그냥 제가 데려다줄까요?”소예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니에요. 전 정말 잘 잤어요. 제가 하슬이를 데려다줄게요.”고수경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고 윤하준을 만날 생각에 어떤 피곤도 잊은 듯했다.소예지는 고하슬이 고수경 품에 안겨 나가자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그래서 바로 차 열쇠를 집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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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오... 왜 그렇게 생각해?”“어제 밤에 오빠네 집에서 묵었거든. 내가 보기에는 둘 사이에 기본적인 스킨십도 없는 것 같아. 오빠는 소예지한테 냉랭하기만 하고 소예지도 오빠한테 퉁명스럽게 굴더라고. 저런 결혼생활은 오래 못 가.”심유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유빈 언니, 힘내! 난 앞으로 언니만 우리 새언니로 인정할 거야.”고수경이 커피잔을 들어 건배하듯 말했다.“오후에 하슬이 데리고 우리 집에 와. 맛있는 거 사다 놨어.”“알겠어. 하슬이 데리고 바로 갈게.”...실험동.소예지는 사무실에서 논문을 쓰고 있었다.그때 강준석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내일 실험실 창립식에 올 거야?”“갈 거긴 한데 너무 드러나기는 싫어.”소예지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강준석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그래도 중요한 자린데 네가 빠지면 섭섭하지.”오후가 되자 소예지는 고수경의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은 자신이 하슬이를 데리러 간다는 내용이었다.소예지는 한숨을 내쉬었고 마침 논문도 아직 끝나지 않아 야근하기로 했다.밤 8시 가까이 돼서야 소예지는 급히 실험동을 나서 집으로 돌아왔고 문을 열자마자 양희순이 다가와 물었다.“사모님, 하슬이가 아직 안 돌아왔는데요?”“아직 안 왔다고요?”“네. 아직이요.”소예지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고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하슬이 어디 있어요?”“저랑 같이 있어요. 조금 늦게 들어갈 거예요.”“아가씨, 하슬이 집에 데려와요.”소예지는 단호하게 말했다.“친구 집에서 잠깐 논 게 뭐 어때서 그래요?”역시나 고수경은 고하슬을 심유빈 집에 데려간 게 분명했다.소예지는 겨우 되찾은 딸아이 마음을 다시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주소 보내 줘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소예지는 화를 참으면서 말했다.“금방 돌아갈 거예요.”고수경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고 소예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고하슬을 기다렸고 양희순이 차려 놓은 저녁도 먹지 않았다.밤 8시 반쯤, 고수경이 고하슬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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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정말로 심유빈이었다.단정한 정장 차림에 은색 안경까지 쓴 그녀의 모습은 한층 더 성숙하고 세련되어 보였고 게다가 고이한 옆에 서 있으니 둘 다 한층 더 눈길을 끌었다.‘어젯밤에 고이한이 회사에서 잔다더니 실은 심유빈 집에 있었던 거겠지.’결국 고이한은 이미 심유빈을 공식적인 자리마다 당당하게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저 여자도 온 거야?”강준석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이런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강준석의 물음에 소예지는 더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혼할 거야.”강준석이 순간 놀라 소예지를 바라봤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소예지는 고마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지금은 괜찮아.”아래층에서는 곧 창립식이 시작될 참이었고 강준석은 먼저 내려가겠다며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굳이 안 내려와도 돼.”그러자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전히 심유빈과 고이한이 나란히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심유빈이 책상 위에 있던 생수병을 들어 뚜껑을 돌리더니 고이한에게 내밀었고 고이한은 자연스럽게 받아 대신 뚜껑을 열어주었다.그러자 심유빈은 만족스럽게 생수를 마셨다.둘의 애정 표현이 대놓고 이어졌다.이렇게 언론이 가득한 자리에서 고이한이 전혀 거리낌 없이 심유빈을 대하는 걸 보면 그녀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릴 의도가 분명했다.윤혁이 사회자로 나서 창립 선언문을 읽고 이성열 박사의 축사가 이어졌고 강준석이 실험실의 초기 프로젝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했다.그러자 장내에는 큰 박수가 터졌고 소예지는 그 순간 회의장 안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아버지의 평생 친구인 안지환이었다.소예지는 그를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고 조용히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뒤편 입구로 들어가 그를 찾아갔다.뒤쪽 자리는 대부분 의대생이 듣고 있었고 소예지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학생들과 어울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강 박사님 진짜 멋있지 않아?”“난 고신 그룹 대표님도 완전 멋있던데. 진짜 차가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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