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banata 1441 - Kabanata 1450

1726 Kabanata

제1441화

몇몇 장면에는 고이한이 장인어른의 실험용 의자에 앉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인어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영상만 본다면 마치 장인어른이 이 사위를 차갑게 대하고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고이한은 소예지에게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소예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막 고개를 들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애써 참으려던 순간이었다.그때, 그녀는 어딘가 익숙한 모습 하나를 본 것 같았다.울어서 부어오른 눈에는 아직 눈물기가 남아 있었지만 소예지는 그 모습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노을이 내려앉은 잔디밭 위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사람의 형체가 서 있었다.그는 잔디밭 저편에서 한 걸음씩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고이한이었다.고이한은 한 손에 재킷을 걸친 채 짙은 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먼 길을 달려온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고 걸음걸이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소예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선 채 고이한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바라봤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창백해진 얼굴 위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소예지는 고이한이 이렇게 빨리 직접 이곳까지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어느새 그녀 앞에 멈춰 선 고이한은 아직 가시지 않은 눈가의 붉은 기와 남은 눈물 자국, 애써 담담한 척하는 표정과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려던 그는 결국 천천히 손을 내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왔어.”소예지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순간 목이 꽉 막혔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손을 뻗어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우리 어디 가서...”고이한은 한 걸음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쌌다.“차는 정문 앞에 있어.”한여름 저녁인데도 소예지의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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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2화

그때 고이한이 조용히 휴지를 건넸다.소예지는 손을 뻗어 휴지를 받아 들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고이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몸을 숙여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무 자책하지 마. 아버님의 죽음은 당신 탓이 아니야, 소예지. 아버님이 당신을 너무 사랑하셨던 거야. 기꺼이 당신을 위해 이 모든 걸 하신 거고.”소예지의 눈물이 손가락 틈 사이로 흘러내려 바닥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그녀는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 순간 고이한의 두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소예지는 눈물로 흐려진 시선으로 고이한과 눈을 마주쳤다.“슬퍼해도 돼. 그리워해도 돼. 하지만 이 모든 걸 당신 책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아버님은 당신이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을 거야.”고이한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소예지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만약 자신 때문이 아니었다면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에 매달리며 몸을 혹사한 끝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는 곁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지 못했다.소예지의 입술이 떨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해줬어야지. 만약...”고이한은 부드럽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만약은 없어. 당신은 아버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딸이었어. 설령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이건 아버님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소예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고이한은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몸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소예지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는 깊은 고통과 죄책감 속에 잠겨 있었고 끝없이 밀려드는 후회가 그녀의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하지만 그녀 역시 고이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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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고이한은 부정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예지는 눈을 감았다. 얼굴에서는 핏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와 머릿속을 어지럽게 뒤흔들었다.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침내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질문을 꺼냈다.“D국의 실험실, 대체 누구를 위해 세운 거야? 당신 어머니의 병 때문이야, 아니면... 우리 아버님 연구 때문이야?”고이한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언젠가 그녀가 이 질문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고이한은 천천히 몸을 낮춰 앉았다. 어느새 소예지보다 낮은 곳에 자리한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소예지는 의자에 앉은 채 고이한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에게서 숨김없는 진실을 듣고 싶었다.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처음에는 그저 실험실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하고 싶었지. 그런데 하필 그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였고 아버님께 그 이야기를 꺼낸 지 사흘 만에 나는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어.”고이한이 혼수상태에 빠진 뒤 벌어진 일들은 소예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버님이 그녀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날, 소예지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믿기 힘든 사실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결국 그녀는 휴학을 결정하고 병원으로 향해 고이한의 곁을 지켰다.처음에는 반대했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이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소예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당시 아버지는 이미 고이한이 가진 재력과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그가 실험실을 세우려 한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그래서 아버지 역시 고이한이 다시 깨어나기를 바랐던 것이다.고이한은 결국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소예지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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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4화

고이한은 소예지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고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그때 나에게 감정은 사치였어.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품을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당신이 나한테 고백했을 때... 사실 나는 정말 기뻤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어. 당신을 거절해야 한다는 것.”“그때 차라리 나를 거절했으면 좋았을 텐데.”소예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고이한은 여전히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런데 그 후에 아버님이 따로 나를 찾아오셨어. 나한테 뭘 요구하거나 강요하신 건 아니었어. 그저 당신 어머니의 병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내가 실험실을 세워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셨어.”소예지의 시선이 다시 고이한에게 향했다.“그럼 당신은....”“승낙했어.”고이한이 조용히 대답했다.“2천억을 투자해서 실험실을 세우고 아버님이 연구를 끝까지 완성하실 수 있도록 돕겠다고.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혈액 질환 연구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 드리겠다고 약속했어.”고이한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하지만 아버님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면서 연구에 매달리실 줄은 몰랐어. 내가 아버님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책임을 따진다면... 나도 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당신 탓이 아니야.”소예지가 바로 그의 말을 막았다.그녀는 알고 있었다.설령 고이한이 그 조건을 내밀지 않았더라도 아버지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어쩌면 더 힘든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더 절박한 마음으로, 더 조급한 마음으로 끝까지 연구를 이어가셨을 것이다.방 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그 순간 소예지는 자신과 고이한의 결혼 뒤에 처음부터 아버지의 뜻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았다.그것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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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화

고이한은 뇌-컴퓨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핵심 기술은 군 쪽에 넘기고 민간용 프로젝트만 자신의 손에 남겨두었다.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그가 얼마나 멀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그가 이뤄낸 성취 앞에서 이제 누구도 쉽게 그를 탓할 수 없었다.그 역시 사람이었다. 신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사랑과 책임, 계산과 지킴처럼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모두 이 남자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이유와 상황이 얽혀 있었고 그만큼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고 있었다.그러니 어떻게 완벽한 결말만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지금 두 사람의 운명은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았다. 하지만 오늘 밤, 그 실타래의 한 가닥 한 가닥이 천천히 풀려가고 있었다.“그럼 당신이 백혈병 연구에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던 마지막 이유가... 나를 구하기 위해서였던 거야?”소예지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눈물이 금세라도 떨어질 듯 눈가에 맺혔다.고이한은 손을 뻗었다.이번에는 휴지가 아니었다. 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아무도 아닌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구한 거야.”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능력이 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었어도 소용없었을 거야.”소예지의 마음속에는 순간 수많은 감정이 뒤섞였다.그녀는 흐트러진 고이한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회백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은 그가 지난 세월 동안 감당해 온 압박과 부담을 말없이 보여주는 듯했다.소예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내 그녀의 손이 고이한의 머리카락 위에 닿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었다.고이한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이내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그는 그대로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도록 조용히 받아들였다.지금의 고이한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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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6화

내일이면 전체 교류회의 마지막 날이었다.소예지는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앉아 있었다.고요한 밤이 깊어지자 지난 시간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었다.처음 고이한에게 고백했을 때 소예지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당장 그에게 결혼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오히려 결혼을 고집했던 사람은 고이한이었다.소예지는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찾아가 어렵게 용기를 내어 이 일을 말씀드렸다. 당연히 크게 혼날 거라고 생각했다.아버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계셨는지 소예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처럼 의학의 길을 걷기를 바라셨다.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않다가 결국 한마디만 남기셨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고 그녀가 내리는 어떤 결정도 막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소예지는 아버지에게 이미 결심했다고 말씀드렸다.그리고 석 달 뒤, 그녀는 고이한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당시 진가영은 그녀를 며느리로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식 준비는 최현숙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소예지는 진가영의 마음을 이해했다.시어머니의 눈에는 학업까지 포기한 채 아들에게 오겠다는 여자가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는 법이었다.진가영이 이후 심유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도 결국 이 결혼에 대한 불만이 남긴 결과였다.결혼식 날,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에게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소예지는 그때 자신이 행복한 얼굴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따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결혼을 하더라도 의학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결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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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7화

소예지는 실제로 M국에서 강준석과 따로 만난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도 몇 번 만났고 관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잦았다.그때 강준석은 소예지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이성 친구였다.한 번은 소예지가 비행기를 놓쳐 고이한이 딸을 데리고 먼저 귀국한 적이 있었다.소예지는 친구와 함께 근교에 놀러 갔다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고이한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그는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주변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다.소예지는 입술을 깨물었다.고이한이라는 사람은 자존심이 강했고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예전에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상담사는 당시 그녀에게 감정이 너무 안정적인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쉽게 나누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벽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이는 때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돌이켜보면 고이한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다.소예지가 막 고씨 집안에 시집왔을 때만 해도 그녀는 지금과 달랐다.밝고 따뜻한 성격으로 고이한의 곁에 머물렀다. 먼저 다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그의 삶에 스며들며 매사 그를 중심에 두었다.안경을 맞추고 커플 컵을 사고 두 사람의 사진으로 벽 한쪽을 꾸미기도 했다. 주말이면 그의 품에 기대 함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그때의 고이한은 여전히 바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마음을 표현했다. 조용히 선물을 준비해 집으로 돌아왔고 매달 생활비도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주었다.부족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넘칠 정도였다.소예지는 어릴 때부터 돈을 헤프게 쓰는 성격이 아니었다. 고이한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필요한 것만 샀고 늘 조용하고 검소하게 지냈다.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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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8화

이른 아침, 베개 옆에 놓인 알람이 갑자기 울렸다.소예지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 부신 햇살이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자 그녀는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여름의 기운이 창밖에서 느껴졌다.소예지는 시간을 확인했다. 잠이 부족했지만 마지막 학회 일정을 마무리하려면 일어나야 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거울 속 여자는 눈이 붉게 부어 있었고 다크서클도 선명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맑았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소예지는 머리를 정리하고 단정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과거는 바꿀 수 없었다.하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아직 길게 남아 있었다.적어도 지금 그녀에게는 모든 것을 마주할 용기가 있었다.소예지는 노트북 가방을 챙겼다.밤새 마음을 정리한 끝에 그녀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마주하기로 했다.어떤 일이든 결국 해결할 방법은 있었다.소예지가 막 문을 열었을 때였다.맞은편 복도 벽에 기대 선 고이한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아침 먹을래?”소예지는 사실 아래로 내려가 아침을 먹은 뒤 출발하려던 참이었다.그녀는 잠시 고이한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같이 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른 아침의 호텔은 아직 고요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고 좁은 공간 안에는 고이한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이 조용히 퍼졌다.“잘 잤어?”고이한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그럭저럭.”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이런저런 생각을 좀 정리했어.”고이한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깊은 눈빛이 잠시 그녀에게 머물렀지만 그는 더 묻지 않았다.그저 낮게 대답했다.“응.”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사방이 통유리창으로 된 원형 레스토랑 안에는 아침 햇살이 따뜻한 황금빛으로 내려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고른 뒤 창가 자리에 앉았다.소예지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먼저 고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젯밤, 아버지 얘기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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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9화

소예지는 순간 멍해졌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미안해. 그때는 내가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어. 결국 상처 주는 행동만 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리석었어.”고이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심유빈을 이용해서 나를 자극했던 거야?”소예지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왜 나한테 직접 묻지 않았어?”고이한은 눈을 피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햇살이 그의 눈동자 안에서 잔잔하게 흔들렸다.그가 희미하게 웃었다.“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직접 당신에게 물었을 거야.”소예지도 문득 웃음이 났다.“아니, 안 그랬을걸. 나도 안 그랬을 테니까.”그녀는 고이한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그때의 자신도 고이한의 진짜 마음이나 심유빈과의 관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저 눈앞의 상황을 보고 마음대로 추측하며 두 사람 사이를 끊임없이 상상했을 것이다.그리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괴롭히다가 결국 모든 것을 끝내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고이한의 미소에는 아쉬움과 이해가 함께 담겼다.“당신 말이 맞아.”그는 인정했다.그해 두 사람은 모두 두려워했다.직접 물어본 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듣게 될까 봐.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무너지고 더 큰 고통을 겪게 될까 봐.“그래도 다행이야. 우리에게 아직 이런 기회가 있어서.”고이한이 조용히 말했다.“이렇게 마주 앉아서 과거의 일을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나도 당신에게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인정할 기회가 있으니까.”소예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살짝 웃었다.‘그래. 누가 알았을까.’‘언젠가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 지난날의 실수들을 하나씩 돌아볼 수 있게 될 줄은.’“알아? 그날 하종호가 강 박사를 자기 개인 연회에 초대했을 때, 나는 강 박사가 당신 때문에 온 줄 알았어.”고이한이 그날의 일을 꺼냈다.소예지도 그날을 떠올렸다.그날 고이한은 그녀에게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행동을 조심하라고 당부했고 게임을 할 때는 심유빈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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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0화

망설임 없는 대답에 소예지는 이어서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녀는 역광 속에 서 있는 고이한을 바라봤다.캐주얼한 정장을 입은 그는 평소 업무 자리에서 보이던 날카로운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져 있었고 대신 한층 여유로운 느낌이 더해져 있었다.하지만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기품만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그럼... 이따 봐. 나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좀 쉴게.”소예지가 말했다.그는 애초부터 그녀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먼저 뭐 좀 같이 먹자.”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예지는 교류회가 끝났다는 생각에 온몸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캠퍼스의 가로수길을 걸었다.여름 오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길 위에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일꾼들이 잔디를 깎고 있었고 바람을 타고 싱그러운 풀 향기가 전해져 왔다.소예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옆으로 책을 안고 바쁘게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봤다.그러자 문득 학창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학교 다니던 때 생각났어?”고이한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했다.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예전에도 저 애들처럼 늘 바쁘게 뛰어다녔었어.”“그 시절이 그리워?”고이한이 물었다.소예지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꽤 그리워. 그때는 아무 걱정 없이 활력이 넘쳤었지.”고이한도 따라 웃었다.그의 기억 속에는 소예지의 학창 시절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근처에는 분위기 좋은 양식당이 있었다.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았다.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편안했다. 둘 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이한이 먼저 이번 교류회에서 얻은 것들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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