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하니는 카드를 밀어내고는 이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 사이, 건빈이 앞으로 다가가 그림 몇 장을 들고 살펴보았다.순간 하니의 숨이 멎을 뻔했다.건빈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못생긴 사람을 이렇게 생생하고 예쁘게 그리다니, 하니 씨 그림 실력이 아깝네요.”하니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건빈도 당연히 거만한 재벌가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건빈은 전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비록 그림 속 인물을 무시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정리하여 하니의 백에 넣고, 그녀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가는 길에 갤러리를 지나던 하니의 발걸음이 우뚝 멎었다. 그녀는 뒤로 두 발짝 물러나, 앞에 걸린 정교한 그림을 바라봤다.“이 그림, 너무 익숙한데...”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그림에는 하얀 색 높은 집이 그려져 있었다.집 위에는 땋은 머리를 한 소녀와, 깡마른 소년이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화풍이 너무 익숙했다.자신의 초기 작품과 비슷했지만, 도무지 언제 그렸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하니의 머리가 갑자기 윙윙 울렸다.귓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하니야, 뒤돌아보지 마.’“왜 그래요? 하니 씨?”건빈의 초조한 눈빛이 하니의 눈동자에 비쳤다.칠흑 같은 남자의 눈동자는, 기억 속의 반짝이는 황금색 눈동자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러나 사람을 안심하게 하는 분위기는 똑같았다.“요즘, 밤을 너무 새웠나 봐요.”하니는 발밑이 붕 뜬 기분이었다.스스로도 몸 생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여자는 밤을 새우면 기혈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니는 어제 단 세 시간만 잤다.건빈은 한 손으로 하니의 허리를 감싸 자기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내 목에 팔을 둘러요.”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곧이어 건빈은 하니의 가방을 제 등에 둘러멨다.그 모습을 본 하니는 무의식적으로 건빈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동작은 너무나도 가까워 보였다.갤러리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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