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392 챕터

제151화

치부를 들켰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순간 솟구쳤다. 하물며 가장 들키기 싫었던 사람인 건빈에게 들켰으니 더욱 그랬다.그때.건빈이 손을 뻗어 하니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듯 말했다.“겁먹지 마요. 억울한 거 알아요.”따뜻한 목소리를 듣자, 진광석과 고아정이 동시에 하니를 바라봤다.‘이 사람, 부건빈과 아는 사인가?’하니는 코를 훌쩍였다. 아마도 건빈의 이런 모습 덕분인지, 두려움이 사라졌다.“저 여자가 나보고 천하다고, 몸으로 돈 버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어요.”건빈의 눈빛이 차가움으로 번뜩였다.그의 입가에서 경멸하는 듯한 한숨이 훌러 나왔다.“진 대표님, 그 땅에 관해서 더 얘기할 필요가 없겠네요.”진광석은 몸을 흠칫 떨었다.곧이어 시선이 아정을 향하더니,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당장 저 아가씨한테 사과해!”아정은 멍해졌다. 놀란 나머지 뺨을 감싸 쥐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진광석을 바라봤다.“오빠, 어떻게 나를 때릴 수가 있어? 어떻게 나더러 저 여자한테 사과하라고 할 수 있어?”“며칠 전만 해도 사모님이 부진그룹에 와서 진 대표님이 그 땅을 차지하도록 도와주실 거라고 하던데. 다시 한번 회사로 모셔야겠네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광석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즉시 아정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아무도 너 못 지켜줘!”아정은 그제야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다.상대는 뒷배가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가 안고 있는 여자가 그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아마도 애인이거나 정부겠지.’아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대체 어떤 재벌가 애인이 이런 그림을 그리고 다니냐고!’“미안해요. 이하니 씨, 제가 잘못했어요.”고분고분 사과하는 아정에, 하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눈치 빠른 진광석은 얼른 아정을 붙잡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아정은 의아했다.“저 남자가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예요?”“부건빈이야!”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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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싫어요.”하니는 카드를 밀어내고는 이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 사이, 건빈이 앞으로 다가가 그림 몇 장을 들고 살펴보았다.순간 하니의 숨이 멎을 뻔했다.건빈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못생긴 사람을 이렇게 생생하고 예쁘게 그리다니, 하니 씨 그림 실력이 아깝네요.”하니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건빈도 당연히 거만한 재벌가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건빈은 전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비록 그림 속 인물을 무시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정리하여 하니의 백에 넣고, 그녀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가는 길에 갤러리를 지나던 하니의 발걸음이 우뚝 멎었다. 그녀는 뒤로 두 발짝 물러나, 앞에 걸린 정교한 그림을 바라봤다.“이 그림, 너무 익숙한데...”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그림에는 하얀 색 높은 집이 그려져 있었다.집 위에는 땋은 머리를 한 소녀와, 깡마른 소년이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화풍이 너무 익숙했다.자신의 초기 작품과 비슷했지만, 도무지 언제 그렸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하니의 머리가 갑자기 윙윙 울렸다.귓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하니야, 뒤돌아보지 마.’“왜 그래요? 하니 씨?”건빈의 초조한 눈빛이 하니의 눈동자에 비쳤다.칠흑 같은 남자의 눈동자는, 기억 속의 반짝이는 황금색 눈동자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러나 사람을 안심하게 하는 분위기는 똑같았다.“요즘, 밤을 너무 새웠나 봐요.”하니는 발밑이 붕 뜬 기분이었다.스스로도 몸 생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여자는 밤을 새우면 기혈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니는 어제 단 세 시간만 잤다.건빈은 한 손으로 하니의 허리를 감싸 자기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내 목에 팔을 둘러요.”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곧이어 건빈은 하니의 가방을 제 등에 둘러멨다.그 모습을 본 하니는 무의식적으로 건빈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동작은 너무나도 가까워 보였다.갤러리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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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필요 없어.”하니는 가볍게 한마디 했다.승오는 주먹을 꽉 그러쥔 채 하니를 안고 있는 건빈의 손을 노려봤다. 마음 같아서는 상대의 손을 잘라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한편으로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하면 하니와 모순이 생겨 점점 더 멀어질 거라는 것을.예전의 하니는 조금만 달래면 화를 풀었다. ‘먹을 거나 마실 거 조금만 주면 화를 풀고 날 받아줬었는데...’‘다정하게 달래거나, 불쌍한 척만 하면 바로 달려왔었는데...’‘어떻게 지금은 나를 이렇게 오래 내버려둘 수 있지?’“되도록 빨리 정리해 주세요.”승오의 말에 옆에 있던 서태섭이 의아해했다.“대체 어느 일러스트 작가분이 전시회를 여는 건가요, 강 대표님? 아직까지 누구라고 말씀해 주지 않으셨잖아요!”“이하니요.”“이하니가 누구죠?”서태섭이 어리둥절했다.“들어본 적 없는데. 혹시 실명인가요? 요즘 일러스트 작가분들이 가명을 많이 쓰시던데.”“그리고 그분 작품을 강 대표님게서 빨리 정리해 주셔야 해요.”승오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하니의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다시 말하면, 하니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거라곤 생방송에서 본 그림 몇 점뿐이었다.비록 꽤 잘 그렸지만, 그림을 감상할 줄 모르는 그로서는 하니가 단지 장난삼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순간 짜증이 치밀었다.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한 사람의 모습이 스쳤다....라연은 승오가 H시까지 쫓아왔을 줄은 몰랐다.‘보아하니 이미 하니와 만난 모양이네. 설마 이 자리에 찾아온 게, 하니 마음을 되돌리는 걸 도와달라는 건가?’‘예전에 하니를 화나게 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예의 차리지 않았었는데.’라연은 태연하게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강 대표, 부탁하려면 부탁하는 태도를 가져야지. 지금 태도가 너무 거만한 거만한데?”라연은 승오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다.예전에 하니와 승오가 만난다고 했을 때부터 라연은 반대했었다.이 남자는 하니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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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하지만 지금, 승오는 정말 라연의 도움이 필요했다.라연은 잠시 멈칫했다. 곧이어 눈에 놀라움이 번졌다.“하니와 그렇게 오래 만났다면서 하니 작품을 모른다고?”“강승오, 갑자기 네가 참 대단해 보이네. 이래서 하니가 죽어라 너를 떠나려고 했구나. 넌 정말 개자식이었어.”“그건 내가 바빠서 그래!”승오가 억지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억지 부렸다.“내가 하니 주위만 맴돌 만큼 한가하다고 생각해?”“그럼 지금은 한가하단 소리야?”라연이 까발렸다.“예전에는 바빴고, 지금은 한가하단 소리네?”“그때 하니와 약혼식 치를 시간도 없었잖아. 하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건 강 대표 가족도 마찬가지고.”“강 대표 어머니가 그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 하니한테 부모가 없다고 비웃고, 고아라고 비웃었어. 고아면서 무슨 약혼식을 치르냐고. 나중에는 남들 웃음거리가 된다면서.”“심지어 하니를 부유한 집안 양녀인 것처럼 꾸미려고 했지. 그래야 강 대표 신분에 맞는다면서.”“그래도 하니는 이 모든 걸 받아들였어. 그런데 왜 바람피운 거야? 강승오.”승오는 입술을 깨물었다.“그건 그냥 실수였어.”“실수? 한 번 잔다고 바로 임신이 될 수 있다고? 난 안 믿어.”승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마치 라연에게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됐어. 꾸중 들으러 온 게 아니야.”승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려주기 싫으면 말어. 나를 이렇게 모욕할 필요는 없잖아.”“이건 모욕이 아니야. 그냥 알려주는 거지.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해. 그리고 너도 하니가 더 좋은 사람에게 가는 걸 막을 순 없어!”“내가 볼 때 길가의 개도 너보다는 착할 것 같으니까.”라연은 이 대단하신 부잣집 도련님을 화나게 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앞에 있는 뜨거운 커피를 승오의 얼굴에 끼얹고 싶었지만, 포기했다.라연이 떠난 뒤, 승오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한참 뒤,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조금 전까지... 그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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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권아는 배를 어루만졌다.그때, 창문가에 나타난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상대는 발버둥 치며 베란다로 기어오르더니, 들어오자마자 권아를 품에 안았다.곧이어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권아는 어리둥절했다.“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재강은 권아의 이상한 반응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너 진짜 나랑 남매 놀이하려는 거야?”“권아야, 난 네 남자야. 네 뱃속 아이의 아빠라고.”“네가 요즘 하도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잖아.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그래서 특별히 너 찾아왔어.”권아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오빠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돼. 얼른 가. 만약 들키면 어쩌려고! 나랑 우리 아이를 죽일 셈이야?”재강은 목을 움츠렸다.“권아야, 그게 사실은 돈이 떨어져서 찾아왔어. 제발 부탁인데, 돈 좀 줘. 너 지금 강씨 가문 며느리잖아. 그러면 돈 마련하는 거 문제없잖아.”권아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그녀의 생활은 확실히 남부러울 게 없었다.하지만 강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 권아는 단지 출산 도구일 뿐이다.만약 도구가 오로지 돈만 쓴다면,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쓸모없다고 여겨, 아이를 낳는 대로 내쫓을 것이다.게다가 승오마저 지금은 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데, 돈을 줄 리가 있을까?권아는 주먹을 꽉 준 채로 이를 악물었다.“얼마 필요해?”“많지 않아. 1억이면 돼.”“1억? 그렇게 많은 돈으로 뭘 할 건데?”“또 도박했지? 권아가 추궁하는 어조로 다그쳤다.“계속 그러면 10억도 모자라. 나한테 지금 4천만 원밖에 없어. 그거 다 줄 테니까, 당장 나가!”재강은 그 말에 가려 하지 않았다.심지어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얼빠진 연기를 해댔다.“1억 안 주면 절대 안 나가!”“이거 깡패짓이랑 뭐가 달라?”권아가 낮게 경고했다.“만약 내가 들키면, 오빠 한 푼도 못 받아.”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백권아 씨, 약 드실 시간이에요.”권아는 태아 상태가 불안해, 계속 약으로 몸조리할 수밖에 없었다.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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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장경옥이 떠나자, 권아는 분노가 치밀었다.다시 한번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재강이 자기를 죽음으로 내몰 게 뻔했다.권아는 절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결국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재강에게 돈을 송금했다.‘더 이상 백재강을 살려둘 수 없어!’승오는 다음 날 도착했다. 권아의 산전 검사 일정도 바로 오늘이었다. 승오가 오자, 그녀는 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갔다.“오빠, 역시 아무리 바빠도 산전 검사에 같이 가줄 줄 알았어.”승오는 차가운 시선으로 권아를 흘긋 보다가, 그녀의 배에 시선 고정한 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에 심주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승오가 정말 백권아와 산전 검사하러 가려고 돌아오다니.’‘설마 승오 마음에 백권아가 자리 잡은 건 아니겠지?’그때, 주금자가 다급히 물었다.“임신 3개월이면,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알 수 있나?”주금자는 이미 고령에 접어드신지라, 얼른 손주를 보기를 바랐다.권아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는 스님께 점을 봤는데, 아마 사내일 거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주금자는 기분 좋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사내라니. 좋구나! 이제 나도 증손자를 안을 수 있겠구나!”승오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런 사기꾼 말을 믿다니. 얼른 준비나 해. 병원 가게.”권아는 입술을 깨물었다.두 사람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의사는 꼼꼼히 검사를 진행했다.모니터로 권아 뱃속의 아이를 본 순간, 승오는 혐오감을 숨기지 못했다.그는 당장이라도 아이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석 달이면 수술할 수 있죠?”승오가 갑자기 눈을 들며 물었다.병상에 누워 있던 권아가 놀란 듯 몸부림쳤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수술할 수 있냐고요.”승오는 차가운 눈으로 의사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의사는 흠칫 몸을 떨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수술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산모분이 전에 한 번 유산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유산하면 앞으로 평생 임신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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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권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아버님께 사생아가 또 한 명 있잖아.”승오의 동공이 순간 축소되었다.“그걸 어떻게 안 거야?”“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 오빠 마음을 단단히 붙잡으라고.”권아가 말을 이었다.“오빠도 이 모든 걸 그 사생아 동생에게 뺏기고 싶지 않을 거 아니야.”승오는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권아를 바라봤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홀로 남겨진 권아는 배를 움켜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치미는 분노를 애써 가라앉혔다.‘대체 H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갑자기 또 아이를 지우라고 하는 거야?’‘설마 둘이 다시 예전처럼 지내기로 한 건가?’권아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결국 사립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돌아온 대답은 하니가 아직 다른 사람과 동거 중이며, 승오와는 아무런 접촉이 없다는 것이었다.‘아직 만난 적도 없는데 벌써 이런 반응이면, 나중에 진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나와 내 아이에게 자리가 있을까?’“사람 몇 명만...”권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승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이 없다면, 하니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해야만 승오가 밖으로 나돌지 않고 자기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테니까....4천만 원을 송금한 뒤, 하니는 깊은숨을 내쉬었다.김숙은 바로 전화를 걸어와 감격에 겨워 말했다.[하니야, 고생했어. 남은 1억은...]하니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방금 전 건빈이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고’, ‘속지 말라’던 말이 생각났다.그래서 하니는 어느 아이한테 돈을 지원할지 분명히 묻기로 마음먹었다.“혹시 제가 아는 아이인가요?”하니가 물었다.전화 건너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곧이어 울먹이는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하니야, 사실 아이의 아버지는 너도 알 거야. 고승현, 혹시 기언 나?]그 이름을 듣자마자, 하니의 동공이 순간 움츠러들었다.고승현. 어린 시절 하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승현은 눈보리 치는 길에서 하니를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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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현재 가장 잘나가는 톱스타.천우진.뭇 여성들의 이상형이자, 해마다 온갖 이슈를 휩쓸고 다니는 최정상급 연예인.그동안 수많은 팬아트 작가가 우진의 그림을 그려왔으며, 거의 매 작품이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았다.‘설마, 건빈 씨가 내 작품 판매를 도와주려는 건가?’“형, 나 밤새워 급히 돌아왔어. 급한 일 아니면, 우리 사이도 끝이야.”우진은 소파에 드러누운 채, 건빈의 곁에 있는 미인을 흘끔거렸다.‘저 고리타분한 인간이 언제 저렇게 예쁜 비서를 옆에 뒀지? 참 희한한 일이네. 세속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일거리 좀 구해주려고.”건빈이 입을 열었다.“출연료 40억.”우진은 얼른 손가락 네 개를 세웠다.“이거보다 낮으면 안 돼. 내가 형이라서 깎아주는 거야.”“허.”건빈은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네 어머니께서 다음 달에 너 맞선자리 마련했다던데. 내가 네 위치 알려드려?”그 말에 우진은 벌떡 일어났다.“이러면 안 되지. 우리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내가 망하면 형도 망하는 거야!”“말해 봐. 대체 뭔 노역을 시키려는 거야?”우진은 당연히 아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딱 보니 보상도 없겠구먼.’하지만, 건빈의 비서가 드로잉패드를 들고 오자, 우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형, 나 이렇게 좋아했어? 사람까지 시켜서 초상화를 그릴 정도로? 이건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잖아. 인터넷에 얼리고 널렸을 텐데.”우진은 이를 악물었다.그러자 건빈이 차가운 시선을 쏘아댔다.“누가 널 좋아한다는 거야?”우진은 움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나 요구 까다로워! 만약 못생기게 그리면 고소할 거야!”하니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못생기게 그리지 않을 거예요. 더 잘생겨 보이게 그릴게요.”우진은 그제야 뭔가 알아차린 듯 멈칫하더니,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그 미소는 뭇 여성을 홀리고도 남을 정도였다.“형, 비서가 참 재밌네. 나보다 잘생기게 그림 그린다는 사람은 처음 보네. 다들 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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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하니는 도움을 청하는 듯 건빈을 바라봤다.그러자 건빈이 우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잊지 말고 홍보 좀 해줘.”우진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그러니까, 나를 여기까지 불러온 게, 이 여자 그림 홍보해 주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어? 명성 좀 쌓아주려고?”솔직히 말해서, 우진과 건빈은 모두 솔로였다. 게다가 우진은 자기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져도, 건빈은 여전히 혼자일 거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건빈이 그리워하는 첫사랑이 돌아오지 않는 한은.역시 남자는 정에 약하다니까. 변치 않는 사랑은 무슨. 그런 건 다 가짜야.’“형, 참 의리 있네.”매니저는 얼른 핸드폰을 들어 우진과 그림이 함께 나오게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물론 그림을 그린 작가, 하니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달디단 하니.‘뭔 이름이 이래?’하니는 이제 갓 만든 계정에 갑자기 밀려드는 핀들과, 대뜸 높은 가격을 부르며 그림을 사겠다고 하는 부유층 여성 팬들을 보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역시 돈 버는 데는 인맥이 최고야.’하지만 하니는 우진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진은 건빈의 친구고, 건빈의 체면을 봐서 자신을 도와준 것이니까.하니는 고개를 들어 건빈을 바라봤다.“부 대표님, 제가 밥 한 끼 살게요.”집에서는 ‘건빈 씨’지만, 회사에서는 ‘부 대표님’이었다.건빈의 입가에 못 말린다는 듯한 미소가 스쳤다.“왜 나는 안 사줘요?”우진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가장 큰 공신은 난데. 안 그래요?”“그렇게 한가해? 건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우진을 바라봤다.“내가 새 작품 몇 편 더 투자해 줄까? 올해 하반기에 남은 휴일 보름도 다 써버리게?”“내가 몰래 보름이나 스케줄 비워둔 건 또 어떻게 알았대?”우진은 이를 악물었다.‘이건 뭐 인권도 없잖아.’결국 우진은 성난 채로 자리를 떠났고, 떠나기 전 하니를 한 번 훑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확실히 미인은 미인이네.’‘하지만 부씨 가문에는 얼굴만 있고 쓸모없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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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고마워요, 건빈 씨.”한참 만에 하니가 입을 열었다.“건빈 씨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무너졌을 거예요.”“이건 내가 아니라, 하니 씨가 잘 버틴 거예요.”건빈은 많은 사람을 만나 왔지만, 하니는 그중 유일하게 역경 속에서 손발이 잘리고 여풍을 맞아도, 그걸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분명 이렇게나 연약해 보이고, 팔뚝도 그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강단 있고 힘이 있었다.하니에게 다가갈 때마다 건빈은 왕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늦은 시간, 하니는 남은 1억을 송금했다. 이 모든 것을 마치자 드디어 천천히 눈을 감았다.‘드디어 끝났다.’주변은 캄캄했고, 침대맡에 어두운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었다.귓가에 들리는 소리도 점점 볼륨을 낮춰 갔다.소리가 점점 사라질 무렵, 하니는 갑자기 우린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하니야. 이렇게 빨리 1억을 마련했어?]김숙의 목소리는 흥분되어 있었다.하지만 하니는 오히려 머리가 쑤시는 듯 고통스러웠다. “네.”상대방이 자신을 걱정하지 않는 행동에 불편함을 느낀 듯 목소리가 시큰둥했다.[하니야, 너 혹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건 아니지?]“예를 들어 뭐요?”하니는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강승오 같은 후원자를 찾은 거니? 그 사람도 혹시 우리 보육원을 후원해 줄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아?]하니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그건 충격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늘 나를 아껴주던 원장님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그 사람한테 2억은 분명 아무것도 아닌 돈일 거야. 그렇지?][하니야. 보육원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시설을 확충하려고 하는데, 혹시...]상대가 말을 흐릴수록 하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저 ATM기 아니에요. 이건 제가 구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항상 말을 잘 듣던 아이가 반항하기 시작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김숙의 어조에 순간 차가움이 서렸다.[하니야. 누가 너를 대학 때까지 후원했는지, 네가 아플 때 누가 밤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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