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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71 - チャプター 180

392 チャプター

제171화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요?”건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오늘 건빈은 보기 드물게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세팅되어 있지 않아 앞머리가 그대로 이마를 덮었다.그 모습은 마치 갓 스무 살을 넘긴 풋풋한 소년 같았다.하니는 건빈의 나이가 부쩍 의심스러웠다.그동안은 당연히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었고, 너무 딱딱해 보이는 정장 때문일 지도 모른다.하지만 오늘 앞머리를 내린 모습은 딱 콘서트를 보러 가는 20대 같았다.하니는 김빠진 풍선처럼 의자에 주저앉았다.“저기...”“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요?”하니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건빈이 먼저 물었다.“자꾸만 도와주지 마요. 보육원 쪽 지원도 중단해 주세요.”“부진그룹은 해마다 많은 보육원을 후원해요. 그곳도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하나 더 늘어나거나 줄어든다고 별로 달라지는 거 없어요.”“하니 씨 때문에 후원하는 거 아니에요. 알겠어요?”건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하니를 소파와 자신 사이에 가두었다.하니는 멍하니 건빈을 바라봤다. 곧이어 건빈이 몸을 천천히 숙였다.딩동-그때 갑자기 울린 초인종 소리에 건빈은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는 화려하고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요염했고,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안녕하세요. 혹시 특별 서비스가 필요하신가요?”건빈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필요 없어요.”하지만 상대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이렇게 잘생기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남자를 누가 포기하고 싶겠는가?하룻밤만 함께해도, 아니 잠시 접촉하기만 해도 엄청난 혜택이 떨어질 게 뻔했다.“에이. 너무 급하게 거절하지 마세요. 돈 안 받을게요. 제가 공짜로 서비스해 드릴게요.”건빈은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데도, 밖에 있는 여자는 목숨을 내다 버린 듯 계속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그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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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이대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자신은 괜찮다지만, 건빈은...건빈이 망설이고 있을 때, 하니가 어느새 건빈의 얼굴을 잡아 돌리더니 마스크 너머로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우진이 일부러 부탁한 건지, 카메라는 유독 오랫동안 두 사람한테 머물렀다 떠나갔다.하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여쁜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라 익을 지경이었다.“미안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건빈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곧이어 잠시 자리를 비우던 건빈은 얼음물 한 병을 가져와 하니의 손에 건넸다.“얼굴에 대요. 너무 뜨거워 익을 것 같으니까.”그 말에 하니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너무 자극적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남자에게 먼저 키스를 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그 남자는 직속 상사다.‘천우진 씨 정말 나쁜 사람이었네!’“하니 씨 탓 아니에요.”낮은 웃음소리에 하니는 눈을 들어 건빈과 시선을 마주쳤다.건빈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사실 얼굴에 했어도 되는데...”“...”‘역시 나는 이런 콘서트장과 안 맞아.’잠시 뒤, 백스테이지에서 우진이 건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농담조로 말했다.“어때? 짜릿했지?”건빈은 마스크를 벗으며 우진을 차갑게 쏘아봤다.“너 때문에 많이 놀랐어.”“앞으로는 이런 짓 함부로 하지 마.”우진은 가볍게 싱긋 웃었다.“이게 다 형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내 호의 무시하지 마.”“내가 정말 못된 마음을 먹었다면, 두 사람 진작 방해했어. 형이 나랑 솔로로 남아 평생 같이 있도록.”문밖에서 손잡이를 잡았던 하니의 손이 흠칫 떨렸다.사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다.심지어 우진과 건빈을 커플로 엮어 응원하는 팬들도 존재한다. 지금도 팬 채팅방에서 두 사람을 커플로 추천하는 팬을 본 적이 있어, 하니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게다가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운이 흐르는 걸 느꼈다.건빈은 우진의 손을 덥석 잡아 그를 테이블 위에 눌렀다.마침 노크하고 머리를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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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혹시 홍성대를 졸업했어요?”우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역시 그러니까 그림 실력이 좋았던 거네요. 아마추어들보다는 훨씬 낫던데요.”우진의 칭찬을 듣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탑이 있는 방향을 보니, 하니는 순간 입맛이 떨어졌다.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어도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남에게 허리 굽히는 법.하니는 어릴 때 이미 알아버렸다. 이런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그 우울한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다름 아닌 그림이었다.승오가 한 줄기 빛처럼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어느 화창한 날 오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그때, 운동복을 입은 소년이 창문으로 뛰어들어왔다.반짝이는 눈을 가진 소년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시선이 하니에게 고정되었다.하니는 처음에 그 소년을 무시하려 했다.하지만 소녀가 약간 긴장되고 수줍은 듯 다가와 하니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너 여신이야? 정말 예쁘다.”하니는 승오의 눈에서 진심을 읽었다.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감정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아마도 어릴 때부터 남의 눈치를 보는 법을 배운 탓일까? 하니는 남의 안색을 잘 살폈다.후에 승오가 찾아오는 횟수가 늘자, 하니는 서서히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점차 승오에게 물들기 시작했다.하니에게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창이라 친해졌던 라연은 사법 시험을 준비해야 해서 매일 팽이처럼 바삐 보냈다. 하지만 라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제일 친한 친구는 이미 늑대에게 잡혀갔다. 그로부터 반년 후, 승오는 온 하늘을 불꽃으로 가득 채우며 고백했다.그 장면을 하니는 붓으로 영원히 기록해 두었다.불꽃놀이 아래에서 한 소년이 무릎 꿇고 있는 모습.비록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짙은 애정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얼굴을 붉히고 가슴을 뛰게 했다.하니는 가슴을 움켜쥐었다.아무 반응이 없었다.하니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런 유치한 수단에 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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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이런 졸렬한 수법을 쓰는 여자를 보니 순간 승오가 생각났다.권아 같은 여자한테 홀린 것만 봐도 참 썩어빠진 배추나 다름없다.하지만 건빈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건빈은 깨끗한 기운을 풍겼다.그는 밤낮으로 유흥에 빠져 있지 않고, 술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술집 같은 곳에 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이런 남자는 솔직히 말해서 세상에서 찾아보기 드물다.하지만 이런 여자가 접근한다고 홀려버리면 얼마나 비참할까?“그 잘생긴 오빠, 그쪽 남친 아니지? 내가 볼 때 두 사람 그냥 친구 사이 같던데.”하니는 깜짝 놀랐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그쪽이 그 오빠를 바라보는 눈빛에 전혀 소유욕이 없었거든. 하지만 그 잘생긴 오빠는 그쪽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런 남자가 어떤 여자를 못 만나겠어?”“그런데 그쪽 같은 여자를 곁에 둔다는 건, 관심이 있거나 갖고 놀려는 거겠지.”하니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순간 뇌가 멈춰버렸고, 무언가 막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러니까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 나한테 그 오빠 양보해. 딱 하룻밤이면 되거든.”화장을 짙게 한 여자의 얼굴을 마주하자, 방금 먹었던 꼬치가 속에서 요동을 치며 속이 메스꺼워났다.하니는 차가운 얼굴로 성크성큼 여자 앞에 다가갔다.“꺼지라는 걸 말로 해야 알아듣겠어요?”여자는 화가 치밀었다.자기보다 훨씬 왜소해 보이는 여자가, 자기한테 함부로 말하는 게 퍽 자존심이 상했다.“내가 그쪽 체면 살려주느라 이런 말까지 하는 거야. 안 그랬으면 바로 빼앗았을 거라고! 내가 손 쓰면 네가 그 남자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몰라.”“하.”하니는 냉소를 지으며 상대의 뺨을 때렸다.“꺼져.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내가 그 사람 여자 친구든, 그 사람이 내 남자 친구든, 중요한 건 여긴 내 방이라는 거야. 당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지금 당장 경찰 불러 그쪽 잡아가게 할 수 있는데. 벌금 내기 싫지?”“혹시 작은 카드 비슷한 거 가지고 있지 않나? 그럼 벌금만으로 끝나지 않을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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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그런데 왜 건빈 씨는 괜찮다고 하는 거야?”[강승오는 너한테 뭘 줄 때마다 네 의견 상관없이 주기만 하잖아. 그런데 건빈 씨는 다르지, 그 사람은 네 생각을 고려해서 너한테 원하는 걸 물어보잖아.][너도 건빈 씨 옆에 있는 게 좋아보여. 살도 좀 찐 것 같고.][게다가 이렇게 좋은 호텔에 묵는데, 오늘 밤에는 당연히 열심히 부건빈 씨를 모셔야지.]하니는 말도 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얼른 물속에 얼굴을 파묻고 보글보글 입으로 거품을 내뱉었다.‘라연은 왜 분석을 이렇게 잘하지?’‘변호사들은 다 이렇게 요약을 잘하는 건가?’그때 문밖에서 ‘찰칵’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려왔다.그와 동시에 하니의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나 욕실 문을 안 잠갔던 것 같은데?’하인이 얼른 일어나 문을 잠그려던 찰나, 욕실 문이 철컥 열렸다.발가벗은 하니와 안으로 들어오던 건빈은 서로를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니는 황급히 물속으로 몸을 숨겼고, 건빈 역시 바로 문을 닫으며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하니 씨가 쉬고 있는 줄 알고...”“문을 잠그지 않았을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점수를 더해 주는 부분이었다.하니는 원래 조금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상대가 잘못을 빨리 인정했고, 게다가 상대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사람이니까.아무도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사람과 사이가 나빠지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하지만 곧 하니는 이상함을 느꼈다. 욕실에 들어오면서 목욕 가운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이 바보. 왜 항상 이것저것 빠뜨리는 거야?’이렇게 가다간 머리가 퇴화해서 회사에서 쫓겨날 날도 머지않았다.하니는 그때, 옆에 있는 셔츠 한 벌을 발견했다.널찍한 셔츠였다.하니의 머릿속에 예전에 한 번 입었던 흰색 셔츠가 스쳐 지나갔다.게다가 그때는 건빈 앞에서...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 지경이 되었으니, 차라리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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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하니는 이곳에 처음 묵는다.하니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마주치자, 건빈이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내 말은 스위트룸도 킹 사이즈 베드 하나와 더블 사이즈 베드 두 개가 있는 방이 있는데, 내가 올 때 이미 다 예약되어서 이방 하나만 남았어요.”“원래 나는 소파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자세히 생각해 보니 대표인 내가 왜 소파에서 자야 하나 의심이 들더라고요.”하니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하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발밑에 있는 물기 때문에, 그대로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건빈은 재빨리 하니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남자의 가슴에 바짝 달라붙었다.“왜 이렇게 가만 있지 못하고 덜렁대요?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하니는 코를 훌쩍거렸다. 귀밑까지 붉어진 얼굴을 이내 건빈의 품에 파묻었다.‘쪽팔려...’건빈은 하니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괜찮아요. 하니 씨랑 왔으니, 대표인 내가 소파에서 자도 괜찮아요.”그때, 건빈이 핸드폰을 흘낏 살폈다.화면에 아직 끊기지 않은 통화 중인 연락처가 떠 있었다.‘강승오’라는 세 글자가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건빈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휘며 하니를 계속 달랬다.“같이 한 침대에서 자면, 오히려 나야 기쁘죠.”하니는 건빈을 노려보고는 혼자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건빈 씨가 소파에서 자요.”“소파가 너무 작아요. 게다가 우리가 한 침대에서 잔 게 한두 번도 아니잖아요.”“그래도 안 돼요.”하니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건빈은 전화를 끊고 일어났다.“가서 옷 찾아줄게요.”말을 마친 뒤, 캐리어에서 검은색 바지와 상의 한 벌을 골라 하니에게 건넸다.그러고는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하니는 옷을 다 갈아입고 살펴봤다.소파는 정말 작았다.건빈의 몸집으로 소파에서 자는 건 너무 힘들어 보였다.하지만 그렇다고 침대에서 함께 자기는... 하니는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하니의 수치심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었다.하니가 기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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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뚜렷했다. 특히 등 뒤에서 들리는 옷감의 마칠 소리는 마치 무수한 개미가 몸 위를 기어다니는 것만 같았다.하니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을 응시하던 그때, 밖에서 천둥소리가 갑자기 울렸다.곁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는 갑자기 무거워지더니, 곧이어 따뜻한 몸이 다가와 하니를 꼭 끌어안았다.하니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상대를 밀어내려 했으나, 건빈이 떨고 있는 듯했다.“건빈 씨?”하니는 나지막하게 이름까지 부르며 물었다.“대체 왜 그래요?”돌아오는 대답은 오직 웅크린 남자의 몸과, 하니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는 힘찬 팔뚝, 그리고 그녀의 배를 더듬어대는 큰 손뿐이었다.하니는 건빈의 품에 안겨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천둥소리가 커지자, 하니는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혹시 천둥을 무서워해요?”하니는 발견했다. 천둥소리가 날 때마다, 상대방이 자신을 안는 힘이 점점 세진다는 것을.이런 느낌은 너무 이상했다.마치 보육원에 있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어릴 때, 고승현 역시 천둥 칠 때마다 하니의 품으로 달려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하니는 한숨을 내쉬었다.‘고승현을 봐서 참자.’‘이제 승현도 죽었으니, 이번이 마지막이야.’하니는 건빈의 어깨를 토닥였고, 건빈은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건빈의 몸에서는 익숙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그 시각, 강씨 저택.승오는 눈시울이 새빨개져 있었다.전화기 너머로 애정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인 같았다. 고작 몇 달 만에.‘하니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지?’‘하니도 남자 셔츠를 입고 사람을 꼬실 줄 아는 사람이었나?’‘이런 말은 언제 배웠지?’‘게다가 두 사람 이미 같은 침대에서 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이제 부건빈을 좋아하는 거야? 잠자리까지 가질 정도로?’‘그럼 나랑은 뭔데?’승오는 참지 못하고 분노를 분출하며 손에 잡히는 대로 깨부수고 싶었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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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승오는 손을 움켜쥐었다.“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한들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집에 둔 건 다 내 거야. 누가 함부로 내 물건을 건드려도 된다고 했어?”“오빠, 화내지 마. 오빠가 좋아한다면, 나도 오빠를 위해 준비해 줄 수 있어.”“싸우긴 뭘 싸워?”심주영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고, 뒤이어 장경옥이 따라오고 있었다.“싸운 거 아니에요.”권아는 얼른 입을 열었다.“저 오빠랑 잘 지내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해가 조금 있어서, 잘 설명하면 돼요.”심주영은 분명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심지어 얼굴에는 불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승오야, 네 아버지랑 할머니가 아직 쉬고 계신다. 한밤중에 두 분 모두 깨우고 싶어?”권아는 얼른 말을 가로챘다.“다 제 잘못이에요. 오빠랑은 상관없어요. 어머니, 승오 오빠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꼭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구나...”심주영의 얼굴은 차갑게 식었다.“따로 자는 건 말도 안 돼. 오늘부터 한방에서 자!”그 말은 승오를 향한 것이었다.말을 마친 심주영은 몸을 돌려 떠나갔다.어머니가 떠나자 승오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내 편 들어준다고, 내가 널 용서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물건을 찾아오지 못하면, 이 집에서 당장 나가!”권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알았어, 오빠. 찾아올게. 그런데, 오늘 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아? 나 때문이야?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이야?”승오는 권아를 힐끗 쳐다봤다.곧이어 다가가 권아의 턱을 움켜잡았다.‘역시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하긴. 그래야 내 곁에 남을 수 있을 테니까.’다시 말해서 권아는 승오를 잘 알았다. 설령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눈치챘다.그 상자 때문에?아니...건빈의 도발적인 전화 때문이다.마치 하니가 이제는 자기 것이라고 과시하는 것처럼.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도발을 참을 수 없을 거다. 하물며 항상 상위자의 위치에 있던 승오는 더욱 그랬다.“백권아. 나 지금 화 나.”권아는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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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 탑승한 하니와 건빈 사이에 침묵만 맴돌았다.건빈이 눈을 떴을 때, 하니는 바로 곁에 누워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은 계속 그의 품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심지어는 건빈이 간신히 몸을 빼 침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하니는 깨지 않았다.그로부터 한참 뒤, 하니는 일어나 세수했다.그동안 하니는 건빈을 한참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건빈은 하니가 화가 난 게 아닌지 걱정했다.하지만 하니는 화가 나면 감정이 드러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어젯밤 일을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는 뜻이었다.물론, 건빈이 먼저 입을 열어 침묵을 깨기 전까지는 말이다.“하니 씨, 어젯밤...”건빈의 목소리는 쉰 듯 가라앉았고, 하니의 기분을 살피듯 말투가 조심스러웠다.하니는 그 말에 고래를 홱 돌려 건빈을 노려봤다.“말하지 마요.”역시 화난 거였다.“미안해요, 하니 씨. 어제는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요.”건빈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섞여 있었다.그 순간, 기내의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 쪽을 쳐다봤다.하니는 바로 잡지로 얼굴을 가렸다.‘창피할 거면 혼자 창피하라고.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건빈 씨 탓 아니에요.”“건빈 씨가 천둥을 무서워할 줄 몰랐어요.”하니는 슬그머니 눈꺼풀을 들었다.“예전에는 천둥 칠 때 어떻게 버텼어요?”역시 조금 궁금했다.‘혹시 혼자 몸을 웅크리고 있었나?’‘그렇다면 조금 귀여울지도?’하니는 상상까지 해버렸다.건빈은 피식 웃었다.“커튼 치면 돼요.”그 답을 듣는 순간, 하니는 자기가 바보 같다고 느껴졌다.‘이 질문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그래도 어젯밤은 고마웠어요.”“밤새도록 나를 돌봐줬잖아요.”건빈의 눈에 하니의 다크서클과 피로가 들어왔다.하니는 그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래도 양심은 있네. 내가 힘든 걸 알아주고.’‘됐어. 용서하자.’좀 졸렸는지 하니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흐리멍덩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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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왠지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보면 특히 영감이 솟아나 기록해 두고 싶어졌다.하니는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핸드폰에 갑자기 ‘딩동’하고 알람이 떴다. 하니는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그림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이 그림은 전에 백권아에게 팔았던 거 아니었나?’‘이제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만큼 상황이 안 좋은 건가?’하니는 본래 이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림이 헐값에 팔리자 가슴이 아팠다.때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판매자에게 연락했다.[혹시 직거래 가능해요?]상대방은 곧바로 답장했다.[H시라면 가능해요.]‘H시라고?’‘백권아는 B시에 있는 거 아닌가?’‘어떻게 H시에 왔지?’[직거래하죠.]하니는 연락처를 남기고, 그 그림을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상대가 제시한 거격은 매우 쌌다. 고작 천만 원에 그 그림을 가져올 수 있었다.하니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다음 날 아침, 약속한 레스토랑에서 판매자를 만났다.상대방은 하니를 보자, 순간 당황했다.“이, 이하니?”장미령은 여기서 하니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걸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네, 저예요.”하니가 입을 열었다.“오랜만이에요, 미령 선배.”미령은 승오의 같은 과 선배였다. 사실 미령과 승오가 한번 사귀었던 적이 있다는 걸 하니는 알고 있다.그런데 여기서 미령을 만날 줄은 몰랐다.이것도 어찌 보면 인연이었다.미령은 현재 강오그룹에서 일하고 있다.비록 재무팀 보조라지만, 권아와 엮일 일은 없다.하니의 눈은 일순 어두워졌다.‘설마 백권아와 짜고 강승오한테 공사치는 건가?’하지만 뭐가 됐든 하니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하니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림 저한테 주세요.”“얼굴은 예쁜데 참 차갑네.”미령은 비웃듯 말했다.“들었어. 네가 승오랑 헤어지고 또 돈 많은 남자 하나 잡았다며?”하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그건 선배랑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허.”미령의 입가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예전에 네가 승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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