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81 - Chapitre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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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하니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림 이리 줘요. 이제 가야 해요.”미령은 그림을 꺼내 하니에게 건넸다.그러다 하니가 돌아서려는 그때, 눈을 들어 하니를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정말 강승오를 완전히 잊을 수 있어? 강승오 같은 남자 만나기도 힘들고, 포기하긴 더 힘들 텐데.”‘포기하기 힘들다니?’하니는 마치 무슨 웃음거리를 들은 기분이었다.하니는 가볍게 웃었다.“자기 하반신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남자는, 필요 없어요.”“선배는 아쉬워할지 몰라도, 난 아니에요.”“강승오는 강오그룹 후계자인데?”하니는 바보가 아니다.처음 승오를 만난 것도 돈 때문이 아니었다.오직 돈 때문에 만난 여자만 헤어졌다고 미련을 두고 아쉬워한다. 승오는 워낙 순진한 호구라, 자기 여자한테 돈 하나는 잘 썼으니까.하지만 하니는 달랐다.하니는 승오의 돈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하니가 관심을 둔 건 오직 강승오 자체였다. 그 덕에 승오 곁에 여러 해를 같이 있을 수 있었던 거다.승오도 하니가 자기 돈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챘으니까.그 때문에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 마음을 다잡고 하니와 가정을 꾸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결혼이 바로 승오의 종착지였다.승오는 많은 여자를 사귀었다. 그건 하니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직 하니만 승오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여자다.“내가 너보다 못하네.”미령이 입을 열었다.미령은 아직도 승오와의 과거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복수하고 싶어 했다.그녀는 승오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데, 정작 하니는 이미 제 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백권아를 조심해. 쉬운 상대 아니야.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미령이 경고했다.하니도 알고 있었다.백권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권아는 뭔 짓을 하든 항상 독기를 품었다. 교통사고를 꾸민 외에도 지금 했던 짓들 모두 다 그랬다. 남의 재물을 탐내려고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니는 그림을 안고 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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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아, 그런데 말이야. 내가 오늘 그림 팔면서 누굴 봤는지 알아?”권아는 멍하니 있다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누굴 봤는데?]“이하니.”“참 할 일도 없는지, 그런 그림을 천만 원씩이나 주고 사다니. 대체 왜 그러나 몰라.”권아는 멈칫했다. 두 사람이 예전에 그 그림을 두고 다툰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이하니가 아직도 마음 안 접은 거야?’하니가 이 그림을 원하는 건, 너무 뻔했다.‘보나마다 나에게 선전포고하려는 거겠지.’‘내가 강승오를 포기할 리가 없잖아. 안 그래?’권아의 뱃속에는 아직 아이가 자라고 있다. 몇 달 후면 아이도 세상에 나올 텐데, 아들이 자리를 잡는 걸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죽일 생각이다.하니도 예외는 아니다.권아는 전화를 끊었다.재강의 빚 독촉 전화가 또 걸려 왔다.“무슨 돈이 그렇게 자꾸 필요해? 지난번에 1억 줬고, 이번에도 1억 줬는데, 또 돈 달라고? 나를 진짜 ATM기로 아는 거야?”“말해두는데, 나 한 푼도 안 줄 거야, 포기해!”재강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권아야, 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 지금 네 사진도 가지고 있는데, 한번 볼래?][네가 지금 화가 난 건 알겠는데, 난 네 오빠야. 너까지 이 오빠 버리는 건 아니지?]‘싫어. 이제는 다 지긋지긋해.’권아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쳐졌다.재강은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손에 붙어서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권아는 갑자기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오빠,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그 이하니가 아직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어. 그 여자가 있는 한, 내가 강씨 가문에 돈 달라고 하기가 힘들어. 그 여자를 처리해버리면, 돈은 우리 손에 들어올 거야. 그때는 다 오빠한테 줄게, 어때?”[네 말이 진심이야, 거짓말 아니지?]재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계집애 엄청 영리하던데, 상대하기 쉽지 않아. 지난번에 거의 그 X한테 당할 뻔했어. 이번에는 분명히 경계심을 품고 있을 거야.][내가 손쓰기 어려워.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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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할머니, 저 배가 아파요.” 권아가 작게 울먹이며, 배를 감싸 쥐고는, 꽤나 불쌍해 보이는 모습을 했다.이런 방법은, 예전의 승오에게는 어쩌면 통했을지 모르지만, 심주영에게는 너무 얕은수에 불과했다.심주영은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마침 의사 선생님이 여기 계시니, 진찰받아 봐.”“몸에 무슨 불편한 곳이 있으면, 미리 치료하는 것도 좋지 않겠니?”권아는 이 상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다소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한의사가 손을 권아의 손목에 올려놓고 진맥했다. 잠시 후, 권아의 긴장된 눈빛 속에서, 한의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내입니다. 어르신, 축하합니다.”주금자는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곧이어 권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는 정말 우리 강씨 가문의 복덩이로구나. 아이 낳고 나서 출생신고 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지금 당장 혼인 신고해.”“우리가 잘해주마.”심주영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어머니, 너무 성급한 거 아니에요? 예전에 아이가 유산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그런 재수 없는 말 하지 마. 이건 우리 강씨 가문의 보배 같은 손자야. 분명 무사히 태어날 거다.”“달수로는 6개월입니다.”한의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고, 심주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6개월이요? 5개월이 아니라?”권아는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아마도 한의학과 서의학에서의 기록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서의가 더 정확할 거예요. 한의는 좀 더 두루뭉술하게 짚을 수 있어요.”그 말이 일리가 있어서, 주금자는 곧장 심주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 트집 잡는 거 아니니? 네 귀여운 손자인데, 네가 아끼면 누가 아껴?”“권아는 줄곧 승오와 함께 있었어. 이 아이가 몇 개월인지가 뭐가 그리 중요해? 진짜 걱정되면, 아이를 낳은 뒤 친자확인 하면 되잖아!”“난 권아는 그런 사람이 아이라고 믿어!”권아는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주금자가 이렇게 말하니,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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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심주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우두커니 서 있었다.“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게 대체 무슨 말이니? 이하니를 계속 네 아내로 삼겠다니, 정신이 나갔어?”“할머니가 백권아 뱃속의 증손자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 지금 너에게 목줄을 매서라도 백권아와 혼인신고 하게 하겠다고 벼르시는데, 너는 대체 어쩌려는 거야?”[안 돼요. 제 마음속엔 오직 하니뿐이에요.]‘이건 뭐 사랑꾼인 척하는 것도 아니고.’하니를 두고 권아와 바람피웠다는 건, 하니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깊지 않다는 뜻이다. 적어도 언제든 떼어낼 수 있을 정도로.지금 승오는 자신을 속이는 중이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고, 진정한 가정을 이루면 나아지겠지.’“승오야, 나와 네 할머니가 왜 이하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지 아니? 그 아이는 자존심을 굽힐 줄 몰라. 그 애는 우리 집에 전혀 안 어울려. 우리 집에서 생활하면, 하니도 절대 편할 리가 없어.”“하니는 자존심이 강해서, 네 돈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뭘 해도 어색하고, 남 비위 맞추는 말도 못 하는 뻣뻣한 애야. 너 정말 이런 이하니를 원하는 거야?”[하니는 함부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애완동물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하니가 좋아요. 하니는 저와 결혼하는 거지, 우리 집 식구들과 결혼하는 게 아니에요.][저 하니에게 잘해 줄 거예요. 그러니 간섭하지 마세요.]그 말에 심주영은 단단히 깨우쳤다. 자기 아들이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여전히 어린애라는 것을. 승오는 그저 막무가내로 하나를 원할 뿐이었다.“승오야, 잘 생각해 봐. 아버지 회사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어.”또 이 말이었다. 승오는 이런 말로 강요당할 때마다, 분노에 몸을 떨었다.오히려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엄마, 저를 꼭 그렇게 몰아붙여야겠어요? 외동아들인 저를 꼭 그렇게 강요해야겠냐고요. 저를 좀 도와줄 수는 없어요? 하니에게 조금만 더 잘해 주세요. 그러면 하니가 어쩌면 돌아올지도 몰라요!]“네가 말한 하니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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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나날이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마치 원래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것처럼.“안심해요. 꼭 보답할게요.”건빈이 입을 열었다.“보육원 쪽도, 내가 도와줄게요.”하니는 시선을 돌렸다.“나도 돈 때문에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하지만 건빈이 주고 싶다면 거절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어쨌든 한 만큼 보수는 받아야 하니까.하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건빈이 손을 들어 하니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고생했어요, 하니 씨.”이런 행동은 마치 오빠가 여동생에게 하는 것처럼 애정이 넘쳤다.사실 하니도 건빈이 늘 의도치 않게 자신을 돌봐주는 것이, 정말 자신을 여동생처럼 대하는 것 같다고 여겼다.진혁의 말로는 건빈에게 원래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하니와 꽤 닮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그때부터 건빈은 줄곧 기운을 차리지 못하다가, 여동생과 닮은 하니를 만난 뒤 비로소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하니는 왠지 모르게 건빈이 안쓰러웠다.‘이렇게 좋은 사람이, 왜 부모님을 여의고 여동생까지 잃었을까?’‘난 적어도 원장 엄마가 돌봐줬지만, 건빈 씨는 얼마나 괴로웠을까?’“건... 건빈 씨?”하니는 갑자기 작은 목소리고 건빈을 불렀다.“앞으로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그래, 하니야.”건빈은 가볍게 웃었다.“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니까, 난 하니라고 부를게.”그 말에 하니는 귀를 문질렀다.그날 저녁, 김숙한테서 또 전화가 걸려 왔다. 보나 마나 또 돈 때문이다.항상 감정을 내세워 호소하던 김숙은 이번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니야, 혹시 4억 있어?]4억...하니는 순간 멈칫했다.이건 하니의 목숨을 끊으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4억이라는 큰돈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그 아이의 치료비만으로는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 혹시 보육원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한 아이가 심장병으로 수술받아야 해. 심장 이식 가격이 워낙 비싸서... 적어도 2억은 넘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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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이 돈만 마련하면,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을게. 하니야, 말 좀 들어. 응?][네 곁에 있는 그 좋은 분이 10억도 부담 없이 후원하고, 보육원 시설과 식사도 개선했어. 이제 아이들이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됐어.]하니는 흠칫 놀랐다.“얼마를 후원했다고요?”김숙은 바로 말을 바꿨다.[얼마 안 돼. 정말 얼마 안 돼.]‘아까는 10억을 후원했다고 하더니, 이제는 얼마 안 된다고?’‘보아하니 10억보다 훨씬 많겠네.’하니는 심장이 떨렸다.‘이젠 호의를 갚을 수 없겠네.’건빈에게는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어떻게 해서든 돈 마련해 줘. 이번 달 안으로.]김숙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가득했다.[마침 이 이아도 같이 수술할 수 있게. 어때?]하니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말하기도 전에, 누군가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하니는 일전한 푼도 주지 않을 거니까, 포기하세요.”“그 돈을 받고도 마음이 편할지 한번 잘 생각해 봐요.”“하니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해서 돈을 모았는데, 전부 보육원에 보냈어요. 그러니 4억은 절대 안 돼요.”김숙은 잠시 멈칫했다.[누구세요? 혹시 하니의 그 ‘귀인’분이세요? 우리 아이를 좋아하면서 이 정도 성의도 안 보일 건가요? 고작 4억도 못 내놓는데, 우리가 뭘 믿고 하니를 맡기겠어요?]“이 돈 정말 보육원에 쓰실 생각이세요?”건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정말 보육원에 쓸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큰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 사람이 조사해 봤는데, 남편분이 며칠 전에 입원했더군요. 백혈병이라 치료비가 많이 필요하죠?”뒤에 있던 하니는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왜 난 전혀 몰랐지?’건빈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아이도 남편을 닮아, 두 식구 모두 돈이 필요하잖아요.”“원장 엄마는 결혼 안 하셨을 텐데요?”“원래 승려였는데 머리 길고 수행하다가 보육원 차린 건데...”“대체 언제 남편과 아이가 생긴 거지?”하니는 멍하니 서 있었다.김숙은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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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건빈은 피식 웃었다.‘내가 언제 죽었지?’‘게다가 아들까지?’‘아무리 유언비어를 퍼뜨려도 이건 아니지.’건빈은 문득 가볍게 코웃음을 쳤고, 입가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하니야, 나 봐. 고승현이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거야?”하니는 멍해졌다.“하지만 원장 엄마가 분명 죽었다고 했어요. 원장 엄마는 내가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날 속인 적이 없어요.”“예전에는 날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셨는데, 왜 속이는 거죠?”하니의 입가에 쓴웃음이 맴돌았다.“난 이제 정말 집이 없는 거예요? 왜 다들 나한테 이래요? 내가 뭘 잘못했길래?”‘가족도 배신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배신하고.’‘내가 정말 천한 목숨이라서 그런가?’‘아니지. 이런 걸 사나운 팔자라고 하나?’‘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을 죽이는 팔자.’다음 순간, 하니의 입술에 말캉한 감촉이 닿았다.하니는 본능적으로 목을 뒤로 젖히고 건빈의 키스를 받아들였다.남자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고, 하니를 꽉 껴안아 품에 누르더니 동작이 점점 거칠어졌다.“하니야, 미안해.”“나도 한 가지 속인 게 있어.”하니는 온몸이 굳었다.‘또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다들 자신을 속이는 마당에, 이젠 이런 게 익숙했다.“내가 만약 고승현이 바로 나라고 하면, 믿어줄 수 있어?”건빈의 말이 떨어지자, 하니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 여자가 계속 너를 속인 거야. 너한테서 돈을 뜯어내려고 소설 쓴 거라고.”“혹시 그해 겨울, 내가 너를 업고 보육원에 도착한 뒤, 죽 한 그릇 끓여줬던 거 기억해?”하니는 몸을 잘게 떨었다.“그 말 믿어도 돼요?”하니는 고승현이 바로 눈앞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그 고승현이 바로 부건빈이라니.건빈은 하니를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난 거짓말 안 해. 너한테만은 영원히. 나 믿어주면 안 돼?”“난 강승오랑 달라. 그런 거로 너 상처 주지 않아. 난 처음부터 네가 행복하길 바랐어.”하니는 멈칫했다.H시에 온 뒤로 가장 운 좋았던 일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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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하지만 어렵게 용기 낸 자신의 소녀에게 섣불리 행동해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자기 곁에 두고 6년 동안 조금씩 탐하고 싶었다.물론, 이건 나중의 일이다.그리고 현재, 건빈은 하니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하니야, 내가 잘해줄게.”다음 날 아침, 건빈은 하니를 데리고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사실 집안 드레스룸에는 이미 옷이 많았다.하니는 건빈이 자신을 위해 드레스룸을 준비해 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 안에는 모두 하니의 옷이었지만, 하니가 겁먹을까 봐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하니는 눈을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일부러 이런 거죠?”“날 진작 알아본 거죠? 나한테 잘해준 것도 단지...”“너한테 잘해준 건, 네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서야.”건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부건빈이든 누구든, 너만의 고승현이었던 건 변함없어. 지금 이름을 바꿨어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아.”“하니야, 사실 몇 년 전에 이미 너를 내 곁으로 데려오고 싶었어.”“강승오만 아니었어도, 넌 진작 내 곁에 있었을 거야. 지금이라도 내 곁에 남아줘서 고마워.”낮고 자성을 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하니는 가슴이 쿵쾅거렸다.하니의 인생에 가장 떼어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중 하나는 보육원인데, 그건 그곳에 고승현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하나는 그림이다. 만약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면, 하니는 진작 죽었을 거다.아무런 가치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거다.하니는 입술을 깨물며, 참지 못하고 건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마치 해마다 천둥번개가 치는 밤, 승현과 서로 꼭 끌어안은 채 온기를 나누던 것처럼.마치 함께 있어 겨울이 춥지 않았던 것처럼.비록 부씨 가문이 명문가라는 건 알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으리으리한 저택에 하니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한옥으로 된 저택 근처에는 숲과 산, 그리고 물이 있었다.하니는 그림을 그릴 때, 풍수학을 연구했던 적이 있는데, 이 저택은 풍수학의 황금비율을 자랑했다.일전에 전시회에서도 이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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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할아버지께서 뭐라 하지 않으시겠죠?”하니는 갑자기 작은 소리로 물었다.“나 너무 격식 차리지 않은 거 아니에요?”하니가 긴장했다는 걸 눈치챈 건빈은 손을 내밀어 하니의 손바닥을 살짝 눌렀다. 그 동작에는 위로가 가득 담겨 있었다.“너 같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거야.”건빈이 이런 친밀한 말을 할 때면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곤 했다.부민수 앞에 선 하니는 강씨 가문 식구를 만날 때처럼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긴장을 숨겼다.부민수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여자의 예쁜 눈이 건빈을 담담히 훑었다.그러자 건빈이 인사했다.“할아버지, 고모, 잘 지내셨어요?”부윤화는 하니를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데려온 여자 친구가 꽤 어려 보이네. 이 아가씨는 어느 집안 아가씨야? 본 적이 없는데.”“고모, 하니는 제 여자 친구예요.”건빈의 말에 하니는 더 긴장했다. 하지만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태도로 말했다.“할아버지, 고모님, 안녕하세요.”보기만 해도 참으로 예의 발랐다.부윤화의 얼굴에 이내 불만이 사라졌다.조카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걸 부윤화는 잘 알고 있었다.그동안 애인을 찾지 않던 애가, 애인을 데려온 것 만해도 아주 다행이었다.그런데 만약 요구라도 덧붙였다가는, 부씨 집안 애가 끊길지도 몰랐다.부윤화는 비혼주의자다. 만약 결혼한다면 데릴사위를 들이지 않는 이상, 아이가 부씨 성을 따를 리가 없다.“이왕 왔으니 집에서 식사하고, 이틀 정도 묵다가 가.”부민수가 입을 열었다.“내가 강씨더러 너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두라고 했다.”“못 먹는 음식이 있으면 강씨한테 얘기해 둬.”말을 마친 부민수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사람에게 밀려 안채로 들어갔다.하니는 그 모습에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 혹시 화나신 거예요? 내가 혹시 뭐 잘못했어요? 아니면 뭐 말실수라던가. 오빠는 여기서 이틀 절도 머물러요. 나 혼자 갈 테니까.”하니는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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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부씨 가문은 출신을 따지지 않아요. 건빈은 훌륭해요. 충분히 자기 인생 자기가 좌우할 정도로.”하니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마 건빈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죠?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부윤화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뜸을 들였다.“천씨 가문 녀석도 괜찮다고 들었는데. 유명한 연예인이거든요. 내가 나중에 소개해 줄까요?”부윤화가 말하는 건 아마 천우진일 거다.하니는 깜짝 놀랐다. 부씨 가문 사람이 이토록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않을 줄은 몰랐다.곧이어 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다.두 사람 앞에 선 건빈의 이마에 살짝 땀방울이 맵혀 있었다.“고모, 하니한테 무슨 얘기 했어요?”“너무 선 넘는 말은 안 하셨죠?”부윤화는 건빈을 노려봤다.“내가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아? 위아래도 없이. 나 네 고모야. 누가 네 마누라 잡아먹는대?”“아직 마누라라고 하기는 일러요. 하니 겁주지 마요.”건빈은 귀까지 붉어진 채로 살짝 시선을 피하더니, 곁눈질로 하니를 살폈다.하니 역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이 방금 들어왔을 때부터, 부윤화는 두 사람을 천생연분이라고 느꼈다. 두 사람은 마치 하늘이 맺어준 짝 같았다.얼마 뒤, 식사 자리에서 부민수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건빈을 바라보더니, 언짢은 기색을 비쳤다.“마누라한테 반찬도 안 짚어주고 뭐 해? 혼자 먹을 줄밖에 몰라? 그러다 마누라 도망간다.”그 말에 건빈은 얼른 하니를 위해 새우 껍질을 까줬다.한편 하니는 부민수의 말에 놀라 굳어버렸다.“아버지가 젊었을 때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어요. 부대에서도 모범 부부로 이름을 날렸거든요. 지금은 제대하셨고,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계속 병원에서 요양 중이세요. 만나지 못해 아쉽네요.”“나중에 건빈이기 시간 있을 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해봐요. 그러고 보니 하니 씨, 우리 어머니 젊었을 때랑 엄청 비슷해요. 어쩐지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한다 했어요.”하니는 얼굴을 붉혔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으면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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