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91 - Chapitre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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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하니는 말을 마친 뒤, 눈에 거슬리는 것을 피하려는 듯 핸드폰을 껐다.앞으로 계속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하니, 당분간은 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니가 전혀 상대를 하지 않자 김숙은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하니는 김숙이 눈밭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 원래는 하니를 돌봐 주려 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너무 예뻐서 훗날 좋은 집에 입양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숙은 하니가 입양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하니를 보육원에 남겨두고, 학교에 보내고, 나중에 좋은 집안에 시집보낸 후, 다시 보육원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하니는 정말 김숙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그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후에 B시 홍성대 미대에까지 입학했다. 이건 모두 김숙의 예상대로였다.하니가 승오와 만난다고 할 때, 김숙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나중에 두 사람이 헤어지고 하니가 또 다른 부자와 만난다고 할 때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아예 기뻐서 날아갈 지경이었다.이걸 생각하니 김숙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말아 올렸다.하지만 오늘 대화 기록을 본 뒤 웃음은 굳어버렸다.하니는 완전히 그녀를 상대하지 않으려 했고, 보육원과도 관계를 끊으려 했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하니는 자기 인생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하니의 인생은 자기 손아귀에 있어야 했다.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며, 김숙은 직접 하니를 만나기로 결심했다.어차피 쉽게 속는 아이이니, 조금만 가스라이팅하고 고승현의 유서를 위조해 보여주기만 하면 분명 믿을 테니.그러면 돈도 계속 보내줄 게 뻔했다.이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김숙은 오랫동안 보육원을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횡령했다.그렇지 않았다면 별장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다.아이들이 배를 곯을 때, 김숙은 가련한 척하는 법을 익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부를 원했다.정작 자기는 가족들과 별장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값비싼 음식, 명품 보석과 장신구. 없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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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하니야, 네가 강승오와 6년을 만난 거 알아. 아마 그 때문에 남자를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강승오는 처음부터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 바람둥이에 쓰레기였어. 하지만 부건빈은 달라. 내가 조사해 봤는데 진짜 께끗하더라.”“스캔들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귀었던 여자 친구도 없어.”“그러니까 말인데,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어.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꽉 잡아야지.”하니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너 혹시 시장 아주머니들한테서 배운 거지?”아줌마들이 결혼을 재촉하는 모습이 딱 이랬다.지금의 라연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라연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이게 다 너 걱정돼서 그래. 아무도 널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안 그래도 보육원의 그 늙은 요귀할멈한테 착취당하고 있었는데, 네 편을 들어줄 능력 좋은 사람이 없으면 또 얼마나 괴롭힘당할지 모르잖아!”“라연아, 넌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잘 봐?”하니는 눈을 내리깔았다.라연이 하는 말은 매번 정곡을 찔렀는데, 왜 몰랐을까?주변 사람들이 호의를 보이기만 한다면,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알아채기 어려웠다.승오도 마찬가지다.승오가 처음에 접근했을 때는 악의가 없었다. 그래서 하니는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오랫동안 지나고 보니, 승오에게는 온통 문제투성이였고, 바람까지 피운다는 걸 알게 되었다.때문에 6년을 참고 견디던 약혼을 깨고 떠날 수 있었다.“네가 너무 착해서 그래.”ㅗ라연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부 대표님이 너한테 접근한 것도 아마 이 점을 이용했을 거야. 그래서 바로 너를 집에 홀랑 데려간 거고. 남자들의 이런 속셈을 내가 모를 것 같아?”하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래도 날 건드린 적 없고, 항상 신사적이었어.”“참, 하니야. 너 위는 어때? 저번에 밤새워 그림 그리다가 위병이 심해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 정기 검진받으러 갔어?”하니는 멈칫했다.그러고 보니 정말 위병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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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하지만 가서 보지 않으면 상황을 알 수 없었다.결국 하니는 표를 사고 안으로 입장했다.익숙한 그림들을 보자, 하니는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이 그림은 모두 하니의 작품이었다. 다만 모작이다.상대의 화법은 아주 수준 높았다. 이 정도로 표절하는 것도 꽤 실력 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가짜는 가짜다.그림 한 점 한 점 지나칠 때마다, 지난 기억이 마치 회전등처럼 하니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그러다가 하니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그림 앞에 멈춰 섰다.이건 하니의 대표작 [복숭아꽃]이다.몇 년 전 이미 경매로 팔린 작품이다. 상대는 거리낌 없이 표절했지만, 이 그림은 사실 수채화가 아닌 미러파우더에 모래를 넣어 그린 입체 그림이라는 걸 몰랐다.“하니야, 이건 네가 그린 게 아니야.”라연은 한눈에 알아챘다.“네 화법이 이렇게 형편없을 수가 없잖아.”다시 말해, 하니는 홍성대 미대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지만, 가장 다재다능한 학생이었다.게다가 시중의 모든 회화 기법을 접촉한 적 있어, 여러 가지 기법에 창작 요소를 가미하곤 했다.그런데 그림을 베낀 사람이 단순히 수채화만 그릴 줄 안다면, 너무 평범했다.“이딴 가짜들로 너를 사칭하다니, 정말 웃기네. 바로 신고해.”하니는 입술을 깨물었다.“일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이미 계정을 삭제했어. 그 작가명은 더 이상 쓰지 않아.”하니가 고개를 들자마자, 멀지 않은 곳의 테이블에 앉아 사인을 하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여자 옆에는 화집이 놓여 있었다.“사인한 화집 한 권에 20만 원이라고? 날강도도 아니고!”하니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여자는 대학교 때 하니 뒤를 따라다니던 후배, 진수정이었다.수정이 여기 있을 거라고, 또 자기 그림을 갖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하니는 수정의 앞으로 걸어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이러는 거 재밌어?”다른 사람이었다면 참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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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눈물이 수정의 눈시울을 타고 흘러내렸다.“말했잖아요, 사정이 있다고. 엄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니 선배, 선배 착하잖아요. 이번 한 번만 도와줘요.”“난 이미 내 계정으로 활동 그만두겠다고 은퇴 선언까지 했어. 네가 이러는 거, 내 체면 구기는 일이야.”“내가 아무리 착해도 바보는 아니야. 나를 이용하려면 대가를 치를 각오는 해야 해.”“이번 전시회만 끝나면 내 작가명 더 이상 쓰지 마. 그 그림들도 신고하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수정은 멈칫했다.“하지만 그 돈으로는 제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요.”수정이 어깨에 맨 명품 가방을 발견한 라연의 말투에 불만이 가득 담겼다.“돈이 없다고 했는데, 어깨에 멘 가방은 뭐야? 이 가방 수천만 원 하는 거잖아. 그 돈은 어디서 났어? 네 엄마는 네가 대학 다닐 때부터 아팠는데, 졸업한 지금도 아직 병원에 계신다고? 누굴 속여?” “넌 그저 하니를 이용하려는 거잖아. 하니 피를 쪽쪽 빨아 먹으련느 거잖아. 내가 볼 때 너 같은 건 당장 신고해야 해서 평생 그림 그리지 못하게 해야 해.”“하니 선배도 고작 남자한테 버림받은 여자일 뿐이잖아요.”수정은 악에 받친 듯 라연을 노려봤다.“솔직히 말해서, 이 그림들 정말 역겨워요.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면, 누가 이깟 그림들을 표절하겠어요? 그냥 감성팔이에, 연애하는 거 자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남자한테 버려졌다고 이 그림들도 버렸잖아요.”“선배가 버린 거 내가 주워다 쓰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예요?”“나 돈 벌어야 해요. 다른 사람이 쓸 바엔 내가 쓰는 게 낫잖아요!”수정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하니는 복잡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넌 학교 다닐 때부터 내가 데리고 다니던 후배야. 넌 다른 사람과 의미가 달라.”“누구든 배신할 수 있지만, 넌 안 돼!”하니가 입을 열었다.“돈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번 한 번은 봐줄게.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날 소비하는 건 두고 볼 거 같아?”“선배가 HS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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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비록 이미 지난 일이지만, 하니는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하니는 수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전시회 문 닫게 할 거야.’“아직도 승오 선배가 선배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수정이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선배 곁에 이제 선배를 지켜줄 남자가 없잖아요. 경고하는데, 주제를 좀 알아요. 여기서 얼른 나가요!”“예전에는 승오 선배가 선배를 좋아해서 사람들이 선배한테 예의 갖췄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선배 작가명마저 내 거예요!”“분명히 말해두는데, 내가 이렇게 큰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건, 내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예요. 선배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선배나 꼬리 말고 다녀요.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니까!”라연은 분노에 온몸이 떨렸다.수정이 이토록 선 넘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하는 말도 너무 듣기 거북했다.‘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누군 뭐 사람 없는 줄 아나?’“하니야, 네 남편 불러와! 이럴 때 안 부르면 언제 부르겠어!”하니는 고개를 저었다.“네가 무슨 생각 하든 상관없어. 신고 전화는 무조건 할 거야. 지금 그만두는 것도 늦지 않았어. 나중에 후회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수정의 눈에 오만함이 가득했다.수정이 계속해서 버티는 것을 보자, 하니는 신고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경찰과 쇼핑몰 매니저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매니저는 수정을 보자마자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진수정 씨는 이 쇼핑몰 사장님 친구예요. 그분은 H시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안씨 가문 도련님이라, 아무나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그러니 얼른 수정 씨한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깁시다. 안 그러면 아무도 두 분 구해줄 수 없어요.”그 말에 하니는 눈살을 팍 찌푸렸다.수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돈은 배상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 무릎 꿇고 사과하면 용서해 줄게요!”하니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쇼핑몰 사장님이 그렇게 대단해요? 경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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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수정은 눈을 내리깔고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다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줘요.”“전시회는 당장 끝낼게요.”“계정에 올린 하니 작품도 내리고, 계정도 삭제해. 그건 하니 명예를 훼손하는 거니까.”수정은 목이 멘 듯 흐느꼈다.“이렇게까지 극단적일 필요는 없잖아요?”라연이 피식 냉소했다.“방금까지 온갖 건방을 떨더니, 그 패기는 어디 갔어? 역시 착한 사람은 당해도 싸다 이거야? 하니도 참 재수가 없지. 어떻게 너처럼 배은망덕한 걸 곁에 둬서는! 분해 죽겠어!”수정은 참지 못하고 라연을 노려봤다.“왜 선배는 항상 끼어들어요?”“개소리 좀 그만할래?”“그러게 왜 날 괴롭혀요? 그리고 하니 선배... 고작 몇 달 못 봤더니, 그새 딴 후원자를 만났네요? 동창들 사이에서 잘 대준다는 소문이 돌던데 진짜였네요.”“돈 많은 남자 후원받는 기분 어때요? 나 같은 사람은 그래도 땀 흘려 돈 벌어요. 내 두 손으로. 선배처럼 남자 덕에 팔자 고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다음 순간, 날아드는 손바닥에 수정이 고개를 꺾었다.뺨을 맞은 수정은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 지금 나 때렸어요?”“때릴 만해서 때린 거야! 입에 걸레를 물었는데, 뺨 한 대 때린 게 뭐라고!”하니는 비웃듯 말했다.“오늘 뺨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콩밥까지 먹게 해줄게. 지금까지 내 작품으로 번 돈 모두 갚아.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수정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곧이어 애처로운 눈빛으로 건빈을 바라봤다. 건빈을 한번 유혹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저기요, 저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 엄마가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선배 작품을 표절해서 선배 이름으로 돈 벌 생각은 없었어요. 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런 건데, 선배는 지금 저를 죽이려 들어요!”“닥쳐!”라연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입에 담아?”수정은 이를 악물고 빌었다.“제발요. 선배. 나 정말 돈 필요해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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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그래, 안 물을게.”건빈은 여전히 다정했다.뒤에 있던 라연은 부러운 한편 흐뭇해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은 거 아니야? 고작 며칠 사귀었는데, 금방 사귄 커플이 아니라 꼭 오래 사귄 것 같아.’심지어는 승오와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어울렸다.사실 라연은 알고 있었다. 하니가 승오를 만날 때,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열등감이 크기를 키워가다 보면 나중에 하니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것을.하니는 늘 불행했다.남들이 보기엔, 승오에게 기대 사는 ‘토사자’ 같겠지만, 사실 하니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미대 수석으로 입학한 데다, 지도 교수는 미술계에서 유명한 대가였다.지난 몇 년 동안 하니는 학교에서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키우는 데 매진했다.하니는 결코 그 어떤 화가보다도 부족하지 않았다.그림 실력은 국제적으로 상을 탈 정도였다.“하니 친구분이죠? 같이 식사라도 할래요?”건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잠시 뒤, 라연은 문 앞에 세워진 롤스로이스 팬텀을 보는 순간 현실을 의심했다.‘이게 바로 부자들의 삶인가?’이런 외제차는 티브이에서만 봤다. 게다가 이건 한정판이 분명했다. 아직 시판되지 않은 모델이니 가격 또한 훨씬 비쌀 거다.‘내 친구가 곧 재벌가 사모님이 될 것 같은 느낌은 뭐지?’“아뇨. 전 됐어요. 두 분 연애하는데 방해하지 않을게요. 데이트 잘해요.”라연은 말을 마치고 스스로 자리를 피했다.그러고는 전시회 쪽으로 가서 수정을 슬쩍 살폈다.수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라연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동안 매번 하니한테 실력으로 밀려서 마음이 안 좋았던 거 알아. 그래서 불만을 오랫동안 쌓아왔겠지. 하지만 하니 역시 많은 걸 잃었어. 네 엄마는 적어도 살아계시지만, 하니는 아무것도 없잖아. 약혼자마저 잃고.”“지금 나더러 하니 선배를 불쌍히 여기라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모습을 봐요. 뭐가 불쌍해요? 저렇게 유능하고 돈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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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건빈은 뜨거운 국수 한 그릇을 만들어 하니 앞에 내밀었다.그 시각, 하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이번에도 여전히 천우진이었다.바로 그 점이 건빈은 매우 불만스러웠다.처음으로 하니에게 우진의 팬을 소개해 준 걸 후회했다.우진의 팬들은 하나 같이 굶주린 하이에나 같아서,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밤낮없이 하니에게 일을 시키는 건 오히려 가벼운 편이었다.건빈의 눈에는 애틋한 빛이 스쳤다. 그는 사실 하니가 이렇게 고생하길 바라지 않는다.“하니, 좀 쉬는 게 어때?”하니는 고개를 저었다.“우진 씨 팬들 모두 좋은 분들이에요. 벌써 계약금뿐만 아니라 잔금까지 치렀어요. 팬 사인회 전에 서둘러 달라면서. 그러니 나도 그분들 기대를 저버릴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하니는 충혈된 눈을 들어 올렸다.다음 순간, 건빈이 손을 뻗어 하니의 눈가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 동작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하니는 편하게 눈을 감은 채 건빈의 손길을 느꼈다.하니는 이런 느낌을 특히 좋아했다.“국수도 좀 먹어.”건빈이 달래듯 말했다.하니는 H시에 온 뒤로, 부엌에 들어갈 기회조차 없었다.부진그룹 대표라는 사람이, 매일 밥을 해주고 있었으니까. ‘이 가늘고 흰 손으로 엊그제만 해도 수억짜리 계약서를 사인했는데...’하니는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건빈은 외투 한 벌을 가져와 하니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오렌지와 복실이는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고, 초코는 몸을 동그랗게 만 채 하니의 발을 녹여주고 있었다.이런 삶이란...참 꿈만 같았다.“전에 살던 아파트는 내가 팔았어.”건빈이 말을 꺼냈다.“계속 팔고 싶어 했잖아.”“팔았아고요? 설마 오빠가 산 건 아니죠?”하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오빠 돈으로 산 거면 안 받아요.”건빈이라면 분명 자기 돈을 손해보더라도 비싼 값으로 다시 사들일 것이다.“천우진이 샀어. 이번 공연을 끝으로 H시에 정착할 모양이야. 본가는 돌아가기 싫다고 해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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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공기의 흐름이 멈춘 듯했다.건빈은 즉시 하니의 이상함을 눈치챘다.핸드폰을 슬쩍 훑은 건빈의 눈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왜? 무슨 일인데?”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건빈은 하니가 순간적으로 미간을 살짝 찡그린 걸 캐치하고, 본능적으로 물었다.하니는 건빈을 올려다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귀찮은 일이 좀 생겨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말을 마치자마자 하니는 단호하게 자리를 떠났다.그러고는 택시를 잡아탄 뒤 문자에 답장했다.[제가 있는 곳으로 오세요.]문자를 보낸 사람은 김숙이었다.하니가 문자에 답장하기 전, 연이은 메시지가 쏟아졌고, 벌써 수십 통이 쌓여 있었다.하니는 읽기도 전에 눈빛이 어두워졌다.문자를 제때 답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김숙은 이렇게 대놓고 문자 폭탄을 날렸다. 아마도 하니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역시나, 하니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뒷좌석에 앉은 하니는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하니야, 너 어떻게 된 거니? 마중 나오라는데 싫다고?]“원장님이 저를 만나려는 건데, 제가 왜 마중 나가야 하나요?”하니의 어조는 담담하면서도 어딘지 여유로웠다.김숙은 크게 당황했다. 도무지 하니의 속을 읽을 수가 없었다.[내가 특별히 너 만나러 온 건데. 너 고승현의 아들이 걱정되지도 않아?]그 말에 하니는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위치 보내드릴 테니, 안 오시면 말고요.”지난 몇 년 동안, 김숙은 이 일로 몇 번이나 하니에게서 돈을 뜯어 갔다. 하니가 승현에게 가진 마음을 이용해서.지금 급하게 찾아온 것도, 아마 돈이 필요해서일 거다.전화가 끊기고, 차가운 종료음이 전해졌다.김숙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더니, 꺼진 핸드폰을 보며 어리둥절했다.‘무슨 상황이지?’‘왜 얘가 갑자기 변한 것 같지?’‘이제는 고승현 이름도 효과가 없나?’‘설마 돈 안 주려는 건 아니겠지?’김숙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그러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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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고승현이 바로 부건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하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그와 동시에 한 가지 더 확인한 사실이 있었다.김숙이 자기한테 일말의 진심도 없었고, 오직 자기 주머니 속 돈만 노린다는 것을.예전이었다면, 하니는 눈감아 줬을 지도 모른다. 그 이을 회피하려고.하지만 지금은 누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걸 참을 수 없었다.그래도 김숙은 오랫동안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자기를 돌봐준 사람이니, 하니는 그래도 체면을 좀 남겨주고 싶었다.이런 말을 한 것도 김숙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 것이었다. 이 일도 여기서 끝내고 싶었다.하지만 하니는 너무 많은 것을 바랐다.김숙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하니를 보더니, 하니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눈에 초조함이 가득했다.“하니야, 너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너 정말 고승현을 신경 안 쓸 거야? 예전에 함께 지냈던 날들을 생각 안 해? 고승현이 비록 죽었지만, 승현의 어머니인 난 아직 삻아 있잖아. 승현 대신 날 존중해 줘야 하는 거 아니니?”하니는 김숙의 스킨십이 불편해, 힘껏 손을 뿌리쳤다. “원장님, 전 원장님을 돌봐 줄 능력이 없어요. 원장님도 보셨잖아요. 전 이미 강승오라는 기댈 곳도 잃어서 더 이상 원장님께 뭘 더 해드릴 수가 없어요.”하니의 눈에는 귀찮음이 가득했고, 무뚝뚝한 얼굴로 계산하고는 떠나갔다.하니의 모습을 보자, 김숙은 당황하며 손을 뻗었다.하니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은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너 정말 이대로 간다고? 하니야, 내가 특별히 너 보러 왔는데, 이대로 날 내버려두고 가는 게 말이 돼?”김숙은 이곳이 카페라는 것도 상관할 겨를이 없이 언성을 높였다.그러고는 얼른 하니를 쫓아가 말했다.“얘야, 너 이렇게 매정한 애가 아니었잖니. 말해 봐. 무슨 일 생긴 거니? 너 혹시 나와 고승현의 모자 관계를 의심하는 거야?”하니가 여전히 태도를 바꾸지 않자, 김숙은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증거도 가져왔어. 한번 볼래?”하니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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