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 잘못이에요. 대표님, 사모님한테 화내지 마세요.”권아가 승오의 팔을 조심스레 잡았다.딱 봐도 상사와 비서 그 이상의 관계였다.모르는 사람이 봐도, 분위기에서 묘한 감정이 흘러나왔다.승오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하니를 똑바로 바라봤다.“자기야, 이 드레스는 백 비서에게 양보해. 내가 자기한테 훨씬 더 좋은 걸 맞춰줄게. 우린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잖아.”“내가 말만 하면,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줄 서서 자기한테 드레스를 맞춰줄 거야. 굳이 임산부랑 이런 걸로 다투지 말자, 응?”“그리고, 결혼식은 절대 취소 안 해. 그건 안 돼.”권아의 얼굴이 굳었다. 눈가에는 억지로 참아온 눈물이 맺혔다.하니는 그런 권아를 보고,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백권아를 동정해야 할 이유가 뭐지?’‘강승오, 너에게 수없이 기회를 줬어.’‘스스로 파혼 선언만 했으면, 정정당당하게 백권아와 결혼할 수 있었잖아.’‘그리고 파혼 안 한 사람은 강승오인데, 왜 백 비서는 날 원망하지?’그 순간, 권아는 하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미워하셔도 좋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절 용서해 주세요!”“하...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어?”라연이 이를 악물고 하니 앞에 섰다.“이건 그냥 괴롭힘이잖아. 차라리 이 결혼식, 때려치워 버려!”“닥쳐, 소라연!”승오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하니가 계속 파혼 얘기하는 이유, 너 때문이었어? 결혼 취소하라고 부추긴 거, 너지?”“네가 하니를 내게서 떼어놓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평생 불행하게 만들 작정이냐고!”하니는 그제야 승오의 본모습을 본 듯했다.언제나 부드럽기만 했던 그 얼굴이 지금은 독기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강승오... 결국 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승오는 권아를 일으켜 세우고 품에 안았다.권아는 울먹이며 몸을 맡겼다.“저... 이 드레스 안 가질래요... 필요 없어요...”권아가 오열하며 말하는 순간, 치맛자락 아래로 선명한 피가 번졌다.눈이 벌게진 승오는 곧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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