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승오의 감정 어린 달콤한 말을 들으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질 만했지만, 하니는 자꾸만 짓궃은 멀미가 나올 것 같았다.그 사랑 담긴 눈빛에, 하니가 순간 숨이 막혔다.‘왜 이러지... 이런 장면이 왜 나한텐 역겨울까?’승오가 그런 하니를 붙잡으려 옆으로 다가오자, 권아의 억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빠... 이제 나랑... 나랑 우리 아기를 원하지 않는 거야?”그 말 한마디에 강승오는 하니를 다시 후퇴시켰고, 얼굴빛을 고요한 온기로 바꿔 권아를 위로하기 시작했다....한편, 하니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한 탓에 몸에서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승오와 권아 배 속의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몸이 떨리고 어지러웠다.하니의 속에서는 미움이 끓어올랐다.승오가 외도한 것, 승오가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진 것.그녀는 승오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승오는 늘 하니에게 다정했고, 그녀를 위해 가족들과 싸워가며 둘만의 거리를 지켜줬다.그래서 하니는 정말로 그와의 미래를 꿈꿨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하니에게 손수건을 내민 누군가. 그녀가 고개를 들어 마주한 그 남자는... 학창 시절 하니가 몰래 좋아했던 이상형의 얼굴이었다.“울지 마요.”부건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그 말에 하니는 손을 들어 대충 눈물을 닦아냈다.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에 쓸쓸한 한숨이 따라 나왔다.“왜... 자꾸 자신을 이렇게 불쌍하게 만들어요?”건빈은 가볍게 웃었다.“항상 이래요. 만나기만 하면 어쩐지 그쪽 할 일이 더 줄어드는 것 같네요.” 하니는 순간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우리... 아는 사이인가요?”‘나는 왜 이 남자를 모르지? 근데 왜 이렇게 낯익은 기분이 드는 걸까?’건빈의 얼굴이 순간 딱 굳었다.그는 하니가 자신을 전혀 못 알아볼 줄은 몰랐다. “몰라도 돼요.”건빈은 한숨을 내쉬고 자조적으로 말했다.그가 떠나자마자, 하니가 작게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이상한 사람인데?”그 말은 멀지 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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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아니야. 나 정말 괜찮으니까...”하니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승오는 눈썹을 찌푸렸다.“안 돼. 그럼 내가 유 비서 시켜서 권아 씨를 데려다주면 돼. 오늘은 내가 꼭 자기를 데려다줄 거야.”하니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은 차갑고 비웃음 섞인 웃음이었다.‘강승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내가 너였다면... 하루하루가 구역질 나서 못 살았을 텐데.’권아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아... 못 서 있겠어...”승오는 반사적으로 돌아서 권아를 붙잡아 일으켰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니를 찾았지만, 하니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승오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꽉 쥐었는데, 권아의 말이 그의 신경을 다시 잡아끌었다.“오빠... 우리 아기, 건강한 남자아이래. 오빠 부모님이 들으면 분명 엄청나게 기뻐하실 거야.”그 말에 승오의 눈빛이 누그러졌다.“고생했어, 권아.”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승오는 권아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둘은 아무렇지 않게 병원 복도를 걸으며 사랑을 나눴고, 그 모습에 몇몇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멀지 않은 곳에서, 하니는 팔짱을 낀 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승오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하니의 가슴을 잔인하게 찔러댔다.‘웃고 있네... 아주 잘 웃고 있네. 나 없이도 참 잘 살겠네.’...집에 돌아온 하니는 망설임 없이 노트북을 열었다.부동산 사이트를 켜고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모아둔 자금, 승오 명의로 사준 부동산들, 정리만 잘하면 꽤 큰 금액이 나올 터였다.‘그래, 이 정도면 평생 자유롭게 살기에 충분해.’그동안의 시간은 청춘이었고, 이제는 그 대가를 찾을 시간이었다.그동안 그리지 않았던 그림들도 천천히 다시 완성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이젠 눈치 볼 필요도, 묻어둘 이유도 없다.하니는 알고 있었다. 자기 작품만으로도 먹고살 만큼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작업을 마친 후, 소파에 몸을 기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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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승오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미안해, 권아. 결혼은 못 해줘서... 너한테 너무 미안해.”권아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미소 지었다.“괜찮아, 오빠. 나는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 아내 자리 같은 건... 욕심 안 낼게. 내가 감히... 오빠의 아내 자리를 바랄 자격은 없지.”“그렇게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승오는 몸을 숙여 권아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너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어.”그날 밤, 승오는 결국 권아의 곁에 머물렀다.하지만 다음날, 권아는 그가 유담에게 거는 전화를 들었다. “하니 데리고 웨딩드레스 피팅 가게로 가. 예약은 해뒀어.”그 말을 들은 순간, 권아의 발걸음이 멈췄다.승오의 뒷모습을 향한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내가 뭐가 부족한데... 왜 그렇게까지 이하니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거야?’“오빠,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같이 보고 고르면 더 좋을 것 같아서...”승오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러곤 권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넌 그냥 회사에 있어. 이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권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절대 자기 뜻을 거스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유담이 웨딩숍 직원들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하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하니 씨, 강 대표님께서 웨딩드레스 피팅하라고 하셨어요.”‘웨딩드레스? 지금 그런 걸 입는 의미가 있을까?’하니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저... 안 가고 싶어요.”유담은 조용히 하니를 바라봤다.“강 대표님이 꽤 오래 기다리고 계세요. 정말 안 가실 건가요?”유담의 눈빛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한 호기심이 스쳤다.이전의 하니였다면 드레스를 고르러 간다고 하면 누구보다 기뻐했을 텐데, 지금의 하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하지만 하니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아직... 아직은 강승오한테 들켜선 안 돼.’‘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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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사모님도 늘 남자 돈 쓰시잖아요? 지금 사모님이 입고 있는 것들, 다 남자 덕 아니에요? 사모님은 되는데, 왜 전 안 되는 건데요?”하니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웃었다.“난 내 돈 써.”“말도 안 돼요. 어떻게 남자 돈을 안 쓸 수가 있어요?”하니는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내가 쓰는 돈은 다 내 손, 내 발로 번 돈이야. 강승오 돈은... 그 사람이 애걸복걸하면서 쓰라고 준 거고.” 권아는 입술을 부르르 떨며 하니를 가리켰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백 비서, 여기까지 왜 온 거야?”하얀 정장 차림의 승오가 우아하게 걸어왔다.권아를 본 순간, 남자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옷 좀 사러요.”권아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하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근데 사모님이 절 보기 싫으신가 봐요. 사모님 친구분이랑 같이 절 몰아세우시더라고요.”“저는 그냥 임산부일 뿐인데... 혹시나 아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승오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여보, 진짜야? 백 비서 싫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괴롭히면 안 되지.”“누가 괴롭혔다고 그래?”라연이 코웃음을 치며 나섰다.“이 여자야말로 하니가 고른 드레스를 갑자기 자기 거라며 들이댔어. 우리가 먼저 고른 거라고.”권아는 눈물까지 흘리며 입술을 떨었다.“저는 그냥... 저 드레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 하나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저는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요. 그저 드레스 하나쯤은 입어보고 싶었어요.”그 말이 승오의 감정선을 자극한 걸까?그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여보, 백 비서에게 양보하자. 그냥 드레스 하나잖아. 여보는 이런 드레스 얼마든지 더 입을 수 있어.”“안 돼!”라연이 팔짱을 끼고 나섰다.“우리 하니는 이 드레스 입을 거야. 절대 양보 못 해!”승오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여보... 내 말 좀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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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다 제 잘못이에요. 대표님, 사모님한테 화내지 마세요.”권아가 승오의 팔을 조심스레 잡았다.딱 봐도 상사와 비서 그 이상의 관계였다.모르는 사람이 봐도, 분위기에서 묘한 감정이 흘러나왔다.승오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하니를 똑바로 바라봤다.“자기야, 이 드레스는 백 비서에게 양보해. 내가 자기한테 훨씬 더 좋은 걸 맞춰줄게. 우린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잖아.”“내가 말만 하면,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줄 서서 자기한테 드레스를 맞춰줄 거야. 굳이 임산부랑 이런 걸로 다투지 말자, 응?”“그리고, 결혼식은 절대 취소 안 해. 그건 안 돼.”권아의 얼굴이 굳었다. 눈가에는 억지로 참아온 눈물이 맺혔다.하니는 그런 권아를 보고,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백권아를 동정해야 할 이유가 뭐지?’‘강승오, 너에게 수없이 기회를 줬어.’‘스스로 파혼 선언만 했으면, 정정당당하게 백권아와 결혼할 수 있었잖아.’‘그리고 파혼 안 한 사람은 강승오인데, 왜 백 비서는 날 원망하지?’그 순간, 권아는 하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미워하셔도 좋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절 용서해 주세요!”“하...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어?”라연이 이를 악물고 하니 앞에 섰다.“이건 그냥 괴롭힘이잖아. 차라리 이 결혼식, 때려치워 버려!”“닥쳐, 소라연!”승오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하니가 계속 파혼 얘기하는 이유, 너 때문이었어? 결혼 취소하라고 부추긴 거, 너지?”“네가 하니를 내게서 떼어놓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평생 불행하게 만들 작정이냐고!”하니는 그제야 승오의 본모습을 본 듯했다.언제나 부드럽기만 했던 그 얼굴이 지금은 독기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강승오... 결국 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승오는 권아를 일으켜 세우고 품에 안았다.권아는 울먹이며 몸을 맡겼다.“저... 이 드레스 안 가질래요... 필요 없어요...”권아가 오열하며 말하는 순간, 치맛자락 아래로 선명한 피가 번졌다.눈이 벌게진 승오는 곧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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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하니는 잠시 멍해졌다. 조용히 화판을 내려놓자, 하니의 머릿속엔 과거의 승오가 스쳐 지나갔다.그때의 승오는 하니의 그림을 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비싼 값에 사겠다고도 했다.그런 남자가 지금, 같은 그림을 두고 ‘값어치도 없는 낙서’라고 말하고 있다니.“여긴 왜 온 거야?”하니는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승오는 비웃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이 집은 내 집이야. 왜 내가 오면 안 된다는 건데?”잠시 정적이 흘렀다.“넌 정말 그렇게까지 권아 씨가 싫어? 애도 거의 잃을 뻔했는데... 넌 정말 아무 죄책감도, 미안함도 없어?”하니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내 아이도 아닌데 내가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해? 그 애가 네 아이라도 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걱정하고, 병원까지 뛰어다닌 거겠지?”겉보기엔 나직하고 차분한 말투였지만, 하니가 뱉는 말 하나하나는 날카롭게 심장을 찔렀다.“난 예전부터 백 비서가 마음에 안들었어. 회사에서 항상 너랑 붙어 다녔잖아. 가까워 보이더라. 나더러 그걸 그냥 넘어가라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승오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행동을 한 거야? 질투 때문에?”‘아니, 그게 아니야.’하니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말하는 순간, 뭔가를 들킬 것만 같았다.승오는 깊게 한숨을 쉬며 다가섰다.“자기야, 내 마음속엔 너밖에 없어. 다른 사람은 없어. 그리고 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승오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권아 씨 남편... 지난달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원래 내 절친이었거든. 워낙 친한 사이였어.”“갑자기 그렇게 됐으니 권아 씨 혼자 두기 미안해서 좀 챙긴 것뿐이야. 그냥... 내 친구의 아내였으니까.”‘그래, 또 시작이네. 감성팔이.’‘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였으면 울면서 감동했겠네.’하니는 속으로 피식 웃었지만, 겉으론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백 비서 참 안됐네. 그럼 얼른 병원 가서 잘 챙겨줘야지.”하니가 덤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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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마셔. 따뜻한 거 좀 마시면 나아질 거야.”하니가 조심스럽게 놓은 닭곰탕.권아는 그 국물을 내려다보자, 시야가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잠시 후.쨍그랑!그릇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권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사모님이 저를 싫어하신다고 해서... 굳이 이런 식으로 모욕 주실 필요 있나요? 저도 사람이고, 자존심이 있어요...”붉어진 눈시울, 떨어지는 눈물.그 타이밍에 맞춰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승오.“권아야!”승오는 달려와 권아의 손등을 보더니 얼굴이 하얘졌다.뜨거운 국물이 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간호사! 간호사 어디 있어요! 당장 와서 환자 상처 좀 봐주세요!”승오의 목소리는 급박했고, 그 눈빛은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했다.마치 저기 누워 있는 권아가 자기 아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하니는 조용히 문가로 물러났다.그때 들려온 복도 너머 간호사들의 속삭임.“강 대표님, 사모님한테 진짜 잘하더라. 밤낮으로 병실 지키는 거 봤어?”“어제는 의자에서 쪽잠 자는 것도 봤어. 완전 사랑꾼이야.”“둘이 진짜 잘 어울려. 곧 아기도 나온다던데?”“...”‘그래... 둘이 그렇게 잘 어울리면 그냥 결혼하지 왜...’하니는 조용히 비웃었다.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병원 데스크로 향했다.그곳에 있던 바로 그 간호사들에게 말을 걸었다.“혹시, 제 약혼자 강승오 씨 보셨어요?”하니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화면에는 결혼 사진.하니와 승오가 밝게 웃으며 나란히 서 있었다.간호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죄송합니다, 보호자나 환자 정보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간호사들은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다음 날.하니는 다시 병실로 향했다. 손에는 여전히 닭곰탕이 들려 있었다.그런데 병실 문 앞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어깨가 넓고, 키가 훤칠한 남자.‘내가 잘못 본 건가...?’하니는 조용히 문가에 멈춰 섰다.병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권아의 목소리가 들렸다.“강승오... 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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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권아는 여전히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곧 강승오의 아내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꿈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물론, 하니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조차 전혀 몰랐다. 하니는 B시를 떠나기 전, 조용히 발걸음을 옛 보육원으로 옮겼다.이곳은 자신이 자라온 유일한 ‘집’이었다.원장 김숙은 언제나 그랬듯 따뜻하게 웃으며 하니를 맞았다.그리고 하니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우리 하니, 결혼한다는 얘기 들었어. 이제야 진짜 행복을 찾았구나, 그렇지?”하니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원장님, 진짜 행복이란 게 뭘까요?”김숙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고요한 목소리로 답했다.“우리 하니가 웃는 날이 많은 게, 그게 진짜 행복이지.”그 말에 하니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행복이 뭐였더라. 내가 웃는 날이... 언제였지?’하니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김숙은 조용히 하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며칠 후, 하니는 보육원이 곧 철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무심코 확인한 개발사 이름.“강승오?”손끝이 덜덜 떨렸다.분명 승오는 하니에게 약속했었다.이곳만은 절대 건들지 않겠다고.하니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익숙하고도 불쾌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사모님? 대표님 지금 바쁘시거든요. 무슨 일이신가요?]권아의 목소리는 달콤한 듯했지만, 이어진 소리는 명확했다. 작은 숨소리, 그리고 억제된 신음.하니는 핏기가 사라진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렇구나. 그래도, 이건 참을 수 없어.’“보육원 철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 대표님한테 당장 나 보자고 했다고 전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잠시의 정적 후, 권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목소리엔 더 이상 숨길 의지도 없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선 벌써 정리하셨어요. 보육원은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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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그러니까, 원망하려면 너 자신을 원망해. 남자 마음 하나 붙잡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승오한테 기대서 네가 원하는 걸 얻으려 하잖아. 그런 여자는... 난 인정 못 해.”하니의 손끝이 바짝 오므라들었다.‘내가... 강승오한테 기대기만 했다고?’예전엔 그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하니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이젠 나 말곤 믿을 게 없어.’ “사모님, 제 신분이 미천해서 사모님 아드님이랑 어울리지 않는 거 잘 압니다.”“하지만... 저는요... 그 세월 동안 사모님 아드님 돈 한 푼 쓴 적 없습니다. 이 정도면 됐죠?”“저는 승오 씨한테도, 강씨 집안에도 빚진 거 하나 없습니다.”“웃기고 있네.”심주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아들 돈 안 썼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똑같이 갚아줄 겁니다.”하니는 허리를 곧게 펴고 또박또박 말했다.“그 세월 동안, 제가 승오 씨를 위해 쏟은 시간과 정성은 셀 수도 없습니다. 승오 씨 몸도 제가 정성껏 보살펴서 나은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심주영의 입술이 잠시 다물렸다.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승오는 하니에게 훌륭한 보살핌을 받았다. 그건 인정할 수 있었다.하지만... 심주영 눈에는 하니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니 같은 여자애가 어떻게 자기 아들 옆에 설 자격이 있단 말인가?부모도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하니.그래서 강씨 집안 어른들은 모두 반대했다.그나마 승오만이 보물처럼 감싸고 있었다.사실, 처음엔 집안 분위기도 조금 누그러졌다.승오가 하니의 영향으로 조금씩 변했고, 반항도 줄고, 회사 일도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까.그래서 한때는 심주영도 하니에게 그리 큰 반감은 없었다.오히려 하니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건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보육원 일은 내가 도와줄 수 없어. 그건 승오가 결정한 거야. 정말 부탁하고 싶으면 권아한테 가 봐.”“요즘 승오는 권아 말이라면 뭐든 듣잖아. 그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심주영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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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그리고 정부 승인도 이미 떨어졌어. 보육원이 시내 미관에 방해된다고 해서 철거하는 거라고. 여보, 이건 네가 괜히 고집부리는 거야.”하니는 승오의 입에서 약속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하지만... 난 바보가 아니야.’“아니, 넌 애초에 놀이공원 지을 자격도 없어. 그냥 네 사심 때문인 거지?”그녀는 당장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진 않았다.아직은 판을 깨야 할 때가 아니었다.권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사모님, 대표님을 왜 이렇게 몰아붙이세요? 대표님도 마음이 얼마나 힘든데요. 이건 정부에서 요구한 일이잖아요.”“지금... 도덕적으로 압박하시는 거예요? 보육원 하나가 사모님이 대표님한테 주는 사랑보다 더 중요합니까?”그 말에 하니의 손가락이 바짝 오므라들었다.잠시 후, 하니의 손바닥이 권아의 가식적인 얼굴 위로 거칠게 내리쳐졌다. 권아는 눈가가 금세 붉어지며 억울한 듯 하니를 바라봤다.승오는 순식간에 하니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려?”“권아 씨 말이 맞아. 자기 머릿속은 온통 보육원 얘기뿐이야. 나에 대한 생각도, 나랑 결혼할 여자라는 자각도 없어!”“그럼 백 비서랑 결혼하지 그래? 게다가 공짜로 아빠 노릇까지 할 수 있잖아, 안 그래?”하니의 입에서 날카롭고 매서운 목소리가 쏟아졌다.‘정말... 이 둘의 연기에 질린다.’“여보, 뭐라고 했어?”승오의 얼굴빛이 굳어졌다.“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그거 진심이야? 보육원 하나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야?”“그래.”하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보육원과 나는 하나야. 지금 이 자리에서 딱 정해. 나를 버리든, 약속을 지키든.”“허...”승오가 비웃음을 흘렸다.“재밌어? 넌 꼭 네 미래 남편을 불구덩이에 던져야 속이 시원하냐? 가끔은 내가 네 남편인지, 네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발판인지 헷갈린다니까.”“무슨 말도 안 되는 요구든 다 들어줘야 하잖아! 보육원 하나 때문에 이렇게 구걸까지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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