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하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그냥 좀 궁금하네. 대체 그런 소문은 어디서부터 나온 건지.”“백 비서는 결혼까지 한 사람인데, 남편 있는 사람이 이런 소문에 휘말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게다가 임신한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루머를 만든다니... 이 여직원이 도무지 백 비서를 편하게 놔둘 생각이 없어 보이네.”하니는 시선을 권아 쪽으로 옮기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나서서 처리해야지. 이 여직원은 해고하는 게 맞겠네. 백 비서는 어떻게 생각해?”권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이하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그건... 너무 심하지 않을까요?”권아는 당황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선영 씨는 아직 인턴이고, 이제 막 입사한 참이라 실수한 거예요. 사모님,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권아는 이내 다급히 다가오더니 하니의 팔을 잡았고, 순간 두어 걸음 뒤로 비틀거리더니, 딱 떨어지게 승오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하... 정말이지...”승오의 얼굴엔 차가운 기색이 가득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그 시선은 곧장 하니에게 꽂혔다.“왜 이유 없이 백 비서를 밀었어?”하니는 별다른 해명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기 회사 직원이, 날 내연녀라고 부르고, 백 비서가 자기 아내라는데... 그게 사실이야?”승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전부 소문일 뿐이야.”“근데 하니야, 백 비서한테 사과해. 지금 임신 중이잖아. 아이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거야?”‘이 남자... 정말 어디까지 갈 셈이지?’권아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입꼬리를 올렸다.‘이하니, 이 정도면 됐지? 이제 끝나겠네.’하지만 하니는 조용히 선영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선영의 팔을 잡아, 승오 앞에 세웠다.“누가 시작했는지 뻔하잖아. 책임은 시작한 사람이 져야지. 사과는 이 여직원이 해야지.”하니의 말투는 더없이 차분했고, 그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선영은 이가 갈릴 정도로 분노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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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승오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권아 앞에 서서 하니의 손을 잡았다.“우리 여보 이런 일로 화낼 사람이 아니잖아. 백 비서는 잘못이 없어. 분명 그 여직원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거야. 백 비서, 얼른 우리 여보한테 사과드려.”권아는 억지로 눈물을 머금은 채 앞으로 나섰다.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하니는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조용히 들고 있던 서류를 승오에게 건넸다.“유 비서님이 전해달라고 해서 왔어. 이제 전달 끝났어.”순간, 승오는 서류를 받으며 잠시 멈춰 섰다.“난 여보한테 서류 전해달라고 한 적 없어.”차가운 시선이 유담을 향했다.“유 비서, 이게 무슨 일이야?”그 순간 권아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제가, 제가 부탁드렸어요. 사모님께 그렇게 말씀드리라고요... 제가 감히 블루스카이에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대표님의 새집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임산부가 들어오는 것도 불길하게 여기실까 봐...”“그래서... 제가 임의로 그런 말을 했어요. 사모님께서 불쾌하셨다면, 전부 제 탓이에요. 제발 다른 분들께는 화내지 마세요.”권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그 반짝이는 눈동자는 연약한 모습과 어우러져 아주 불쌍하게 보였다. 그리고 한쪽 발은 비틀려 있었고, 떨어진 하이힐 옆으로 발목은 퉁퉁 부어 있었다.당장이라도 병원에 실려 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승오는 잠시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여보, 백 비서는 임산부야.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하... 저런 걸로 강오그룹 대표가 직접 데려다줄 일인가?’하니는 굳게 입을 다물고 손끝을 꽉 쥐었다.승오와 권아가 떠나자, 유담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죄송합니다, 사모님...”하니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앞으로는 ‘사모님’ 말고, ‘이하니’라고 부르세요.”그 말을 끝으로 하니는 단호하게 강오그룹을 나섰다....3일 후, 하니는 인스타 스토리를 우연히 보게 됐다.올린 사람은 강연하.사진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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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하지만 하니는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그녀는 6년을 다해 마음을 바쳣다.이하니는 청춘과 시간을 전부 쏟아 강승오를 사랑했다.둘은 버티고 버텨 여기까지 왔고, 이제 결혼이라는 한 걸음만 남겨뒀었다.하지만 고작 백권아 하나 때문에 모든 게 산산조각 나버렸다.‘이대로 무너지는 게 말이 돼? 그냥, 이렇게 끝내야 해?’텅 빈 시선으로 핸드폰을 쥔 채, 하니는 무작정 근처의 바를 향해 걸었다.하니는 원래 이런 곳을 싫어했다.시끄러운 음악, 알코올 냄새, 퀴퀴한 공기... 전부 다.하지만 승오는 늘 이런 곳에서 접대했고, 집에 오기 전엔 일부러 사무실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니를 찾아왔다.그렇게 하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자신 품에서 천천히 잠드는 하니를 바라보던 눈빛.그 다정함이, 하니의 기억 한쪽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다른 여자를 안을 수 있지?’“코스모폴리탄 하나 주세요.”바텐더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이런 얼굴은 처음이었다.청순하고 단정한 분위기, 분명 클럽 초행이라는 게 느껴졌다.그런 여자 혼자 앉아 있다는 사실에 주변 시선도 하나둘 쏠리기 시작했다.바텐더는 조용히 술을 내밀었고, 하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잔을 들이켰다.이어서 목구멍이 뜨겁게 타올랐다.여자의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역시... 나는 술이 안 받는 체질이야.’하니는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런데도, 여긴 승오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였다.“한 잔 더 주세요.”그녀는 다시 잔을 내밀었다.두 번째 잔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려는 순간, 누군가의 팔이 하니의 어깨에 걸렸다.중간 가르마를 탄, 나름 괜찮은 외모의 남자가 하니를 끌어당기며 능청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혼자야?”느끼한 미소, 익숙한 멘트.하니는 속에서 쓴맛이 올라왔다.‘진짜... 이런 건 너무 뻔하고 구차해.’“아가씨, 오늘 같이 놀까?”불쾌한 목소리와 함께, 객실 키 카드 한 장이 하니 앞에 툭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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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부건빈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비틀거리는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고, 건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정확하고 단단한 펀치를 날렸다.한 대, 또 한 대...주먹마다 분노가 실렸다.잠시 후,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몇 명이 다가와 남자를 질질 끌어냈다.하니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몸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순간 또렷해졌다.‘와... 엄청 과격해...’건빈이 고개를 돌려 하니를 바라봤다.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헉... 잘생겼어!’뺨이 발갛게 물든 여자를 보며, 건빈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원래라면 친구 따라 잠시 들른 이 바에서, 이런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는 건... 건빈의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이상하게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하니는 술기운에 휘청이며 앞으로 쓰러지려 했고, 건빈은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 품이 너무 따뜻하고, 너무 단단했다.그러던 찰나, 바깥에서 들려온 경찰 사이렌 소리.그리고 얼굴이 부어오른 남자가 비틀비틀 일어나 건빈을 가리켰다.“저 사람이에요! 제 아내를 뺏고, 날 때렸어요!”경찰이 다가와 건빈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하니를 건빈의 품에서 떼어내려 했다.하니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저었다.“저 사람, 제 남편 아니에요.”남자는 당황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하니를 달래기 시작했다.“여보, 집에 가자. 화냈던 거 내가 사과할게. 바에 와서 남자 호스트 찾은 것도 내가 이해할게. 우린 부부잖아, 인제 그만 집에 가자.”‘미쳤나 봐.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아.’하니는 순간 울컥했다.“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당신은 내 남편 아니라고!”하니는 단호하게 건빈의 팔을 꽉 붙잡고 외쳤다.“이 사람이 내 남자 친구야.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이 내 술잔에 약 탔잖아!”약이라는 단어에 경찰의 눈빛이 단번에 달라졌다.경찰은 바로 남자에게 다가가 제압했고, 수색을 시작했다.그리고 이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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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니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붉어진 눈가로 승오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왜 이 시간에 집에 왔어? 이 시간엔 항상 회사에 있는 거 아니었어? 나... 회사 찾아갔는데, 없더라? 혹시... 백 비서랑 있었던 거야?”목소리는 떨렸고, 끝에선 이미 울음이 묻어났다.“그리고 나 몰래 백 비서랑 차 같이 타고 다니는 거... 몇 번이나 봤어. 이미... 마음 떠난 거 맞지?”승오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빛이 흔들렸다.실제로 그는 최근 하니에게 너무 무심했다.하니가 술을 마시고 이렇게까지 망가진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외투 하나 걸치고 있는 걸 보니 큰일은 없었던 것 같지만...그 조그만 얼굴에 비친 서운함은 승오의 심장을 바늘처럼 찔렀다.그는 급히 하니를 안아 올렸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요즘 신경 못 써서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제발 화 풀어줘.”하니는 취했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누군지 또렷이 알고 있었다.6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들 속에서도 승오의 뒷모습 하나로 알아볼 수 있던 그녀였다.그런 하니가 승오를 밀쳐냈다.“비켜!”숨죽이며 울컥 터뜨린 목소리.하니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우리 신혼집에, 다른 여자 들였지? 전에 블루스카이 갔을 때... 거기서 여자 구두 봤어.”승오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순간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그가 급하게 말을 꺼냈다.“그거... 연하 누나 거야. 누나 회사가 그 근처라서 임시로 머물게 한 건데, 말 안 해서 미안해. 진짜야, 여보.”하니는 미소 같은 걸 지었지만, 그 안엔 차가운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바로 그때, 승오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그는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려 했고, 하니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또 출장이지? 백 비서랑.”“연하 언니가 인스타에 올린 사진 다 봤어. 자기가 출장 갔다고 했던 날, 백 비서랑 같이 찍은 사진... 같이 있는 게, 나한텐... 다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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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임신 후기가 다가올수록, 권아는 점점 더 예민해졌다. 조금이라도 승오가 곁에 없다고 느껴지면, 어떻게든 전화를 걸어 붙잡으려 했다.승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며칠만 기다려.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서.]하지만 그 말은 권아에게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승오의 비서였다.그가 지금 회사에서 바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요즘 회사 일 별로 없잖아.’‘그럼... 지금 이 시간엔 어디 있는 거야?’‘이하니? 또 그 여자야?’권아는 점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이 정도로 노력했는데...’ ‘왜 아직도 이하니랑 약혼을 파기하지 않는 거야?’그녀는 억울함을 억지로 눌러 담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나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아기도 오빠 찾는 거 모르지? 요즘 계속 배가 뭉치고, 아기가 자꾸 움직여... 예전엔 오빠만 옆에 있으면 괜찮아졌는데... 나 너무 힘들어...”힘없고 나른한 목소리, 눈물 섞인 숨소리에 승오는 잠시 멈칫했다.그때, 권아가 사진 하나를 보냈다.화면엔 얇은 레이스 슬립 차림의 권아가 불룩하게 나온 배를 감싼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붉은 조명 아래 적당히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그 모습은 승오의 눈빛을 잠시 어둡게 만들었다.잠시 후, 승오는 말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하니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릿속은 여전히 아찔했고, 마치 뇌가 쪼개지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하지만 몇 장면이 끊어진 기억처럼 불쑥불쑥 떠올랐다.술에 취해, 누군가에게 끌려갈 뻔했던 순간.그리고 그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낯선 남자.‘얼굴은 흐릿한데... 차 번호판은 또렷하게 기억나.’끝자리가 전부 9로 맞춰진, 어딘가 기묘하고 위압감이 느껴졌던 그 번호.‘설마... B시 재벌인가?’하니는 곧 머리를 흔들며 그런 생각을 지워냈다.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하니는 어제 승오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어제... 그 사람한테 전부 다 말했었지. 속에 있던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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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오빠, 그 드레스... 나 주면 안 돼?”권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승오에게 안겼다. 눈빛은 순진한 듯하면서도 계산적으로 촉촉했고, 목소리는 부드럽게 깔려 있었다.“내 옷장엔 아직 제대로 된 옷도 별로 없는데... 이하니는 고급 맞춤 드레스만 수두룩하게 갈아입잖아. 진짜 부럽다, 오빠.”승오는 그런 말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권아의 볼을 톡톡 건드리며 가볍게 말했다.“갖고 싶으면 따로 사줄게.”그는 하니에게 줄 옷은 따로 준비돼 있었기에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권아의 눈빛이 스르르 어두워졌다.그녀는 갑자기 배를 감싸 안으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금세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눈가도 금방 붉게 충혈되었다.“오빠... 속이 너무 울렁거려...”승오는 당황한 듯 급히 그녀를 안아 올려 무릎에 앉혔다. 배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이렇게 예민해졌어, 응?”“다 오빠 아기 때문이잖아. 맨날 배 안에서 이리저리 날 힘들게 해...”권아는 입을 삐죽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승오와 권아의 관계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딱 남자가 원하는 만큼의 순종, 여자가 지켜야 할 애교.승오가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권아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달래는 타입이었다.그런 권아는, 이하니와 너무도 달랐다.정확히 말해, 하니는 너무 단단했다.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했고 물러설 줄 몰랐다.반면, 권아는 한없이 약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굴었다.그리고 그게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하지만 그 시각, 멀리 떨어진 자택의 거실에서 하니는 거실 모니터를 통해 블루스카이의 CCTV 화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화면 속, 사랑스러운 척하는 권아의 모습.그리고 그런 권아를 다정하게 안고 있는 승오.하니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비웃음이 섞인, 차가운 표정이었다.‘강승오... 내가 모를 줄 알았어?’‘네가 그 여자랑 했던 더러운 짓... 전부 영상으로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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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연하는 물론이고, 함께 서 있는 권아의 모습은 딱 ‘돈벼락 맞은 사람'과 같았다. 명품으로 휘감은 몸, 지나치게 과한 액세서리, 과시욕과 만족감이 전부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반면, 하니는 늘 조용하고 절제된 스타일이었다.몇 년간 화가로 활동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적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녀가 강승오에게 기대 사는 여자라고 오해하곤 했다.‘웃기지. 강승오 돈? 단 한 푼도 받은 적 없어.’그때, 하니가 준비해 온 쇼핑백을 연하에게 내밀었다.“권아 씨, 눈썰미가 좋더라고. 그래서 같이 고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연하는 하니에게 설명했다.하니는 자연스럽게 연하에게 가방을 건넸다.“언니가 좋아하던 그 브랜드예요.”연하는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가방을 받아서 들었다.“역시 하니 씨야! 이 가방 진짜 구하기 힘든데... 하니 씨가 나서면 이렇게 쉽게 생기네. 나 진짜... 하니 씨가 너무 좋아!”연하는 흥분한 듯 하니에게 안기려 했지만, 하니는 가볍게 웃으며 제지했다.“언니, 일단 차에 갖다 놓으세요. 이 가방은 그냥 작은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세요.”연하는 가방을 꼭 안고 룰루랄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순식간에 그 자리에 남은 건 하니와 권아, 둘뿐.권아는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사모님 대단하시네요. 그런 인기템을 구하다니, 역시...”하니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우리 승오 씨가 준 돈으로 산 거니까.”순간, 권아의 표정이 굳었다.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고, 눈빛에 분노가 스치듯 번졌다.‘뭐야, 자기는 다르다더니?’‘결국 똑같이 강승오 돈 쓰는 거잖아. 날 깔볼 자격은 없다고.’속으로 이를 꽉 문 권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강 대표님도 돈 버느라 고생 많으신데... 우린 여자니까, 좀 더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그 말에, 하니는 권아의 손목에 채워진 반짝이는 시계를 바라봤다. 눈길만 줬을 뿐인데, 그 시계의 브랜드와 가격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백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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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아... 언니는 제가 이런 주얼리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하니가 부드러운 미소로 되물었다.연하는 당황한 듯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야, 당연히 그런 뜻은 아니지. 하니 씨가 좋으면 사야지, 뭐!”권아는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이하니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쓰려고...’‘저 돈, 전부 나랑 우리 애한테 써야 할 돈이잖아. 자기가 뭔데 이렇게 펑펑 쓰는데?!’하지만, 하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진열장 하나하나를 싹쓸이하듯 카드로 긁었고, 마침내 카드의 한도가 다 찼을 때야 만족한 듯 매장을 나섰다.그걸로 끝인 줄 알았지만, 하니는 권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백 비서, 우리 승오 씨 블랙카드는? 내가 맡기로 했는데, 백 비서가 어디다 놨더라?”권아의 눈이 커졌다.“저, 저기... 그건...”말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하니는 이미 권아의 가방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들고 있었다.“맞네, 이거. 우리 승오 씨 메인 계좌에서 쓰는 카드.”하니는 카드 사이를 살펴보며,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승오 씨가 나한테 마음대로 쓰라고 했어. 그냥 내가 들고 있을게. 백 비서는 승오 씨한테 말만 전달해 줘.”권아는 입술을 깨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시선은 마치 억울함을 호소하듯 하니를 향하고 있었다.‘이하니... 카드까지 뺏어 가? 진짜 끝까지 뻔뻔하네.’하니와 권아가 나란히 백화점 복도를 지나가던 그때, 권아는 계단 쪽에서 무언가를 본 듯 눈빛이 흔들렸다. 하니 몰래 고개를 돌린 권아의 시야엔, 막 백화점 입구로 들어오는 승오의 모습이 포착됐다.그 순간, 권아는 갑자기 발을 헛디디며 비틀거렸다. 몸이 중심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꺄악!!”연하의 비명이 퍼졌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권아는 몇 계단을 굴러 내려간 뒤, 계단 끝에 쓰러졌다. 양손은 배를 감싸 안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배... 배 아파... 아기... 아기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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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뭔가 더 말하려던 연하는, 승오가 눈을 한번 흘기자 입을 다물었다. 말보다 날카로운 그 시선에 바로 침묵한 것.‘진짜... 쟤가 왜 저러는 거야?’‘그냥 이하니랑 확실히 끝내고 권아랑 살면 될걸...’‘계속 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질질 끄는 건데?!’그녀는 속으로 쌍욕이 터져 나왔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후 일행은 권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초음파 검사를 받는 동안, 하니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눈은 한 곳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그 시선의 끝엔 초음파 화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승오가 있었다.아이의 작은 다리가 화면에 비칠 때마다 남자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마치 진심으로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처럼.그런 승오의 모습에 하니는 피식 웃었다.‘아버지 놀이, 참 그럴듯하네.’‘누구한텐 따뜻한 남편이고, 누구한텐 다정한 아빠이고...’‘정작 본인은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는 거겠지.’하니의 시선을 느낀 승오가 다가왔다.“여보, 권아 씨 아이 봤지? 너무 귀엽지 않아?”하니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자기야, 그럼... 우리도 하나 낳을까?”승오는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기도 전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좋지, 나는 딸이 좋아. 자기를 닮으면 얼마나 예쁠까?”순간, 권아의 손끝이 떨렸고, 이는 꽉 물렸다.‘미쳤어? 이하니가 그딴소리를 하는데, 강승오는 왜 거기서 고개를 끄덕여?!’한껏 굳은 얼굴을 감춘 채, 권아는 갑자기 배를 감싸며 신음했다.“아... 배가... 너무 아파요...”“선생님, 혹시 유산기가 있으면, 바로 유산 방지 주사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계단에서 굴렀는데, 아이가 아무렇지 않을 리 없잖아요!”승오가 말하려고 하는데, 하니가 먼저 나서서 의사에게 말했다.하지만 의사는 차트를 넘기며, 의외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검사 결과, 이상은 없습니다. 상처도 크지 않고요. 솔직히 병원에 조금만 늦게 왔으면 다 아물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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