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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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처음부터 끝까지 승오는 하니가 정말 믿었다고 생각했다.권아랑 요리를 배우는 중이라는 그 서툰 거짓말을.하지만 하니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그녀는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인도 가장자리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영혼이 다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그때, 누군가가 하니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하니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건, 눈앞의 크고 묵직한 남자였다.남자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하니를 내려다봤다.부건빈이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매번 꼴이 말이 아니에요? 그렇게 재수가 없어요?” 하니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래... 재수 없지. 6년이나 걸려서 한 마리 개X끼를 알아봤으니.’기운 하나 없는 몸을 건빈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건빈은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번쩍 들어 차 안에 태웠다. “데려다줄게요.”하니의 시선이 차 번호판에 머물렀다.그리고 순간 멍해졌다.지난번 취해서 탄 차... 그때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있었다.그리고 그 일로 승오와 크게 싸웠었다.“그때... 당신이었죠? 고마웠어요.”하니의 차갑고 거리를 두는 목소리에, 건빈의 미간이 좁혀졌다.“그때는 그렇게 정중하진 않았는데요.”그 말에 하니는 시선을 떨궜다.지금은 이런 얘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머릿속은 온통 보육원 생각뿐이었다.“무슨 일 있었어요?”건빈이 룸미러로 하니를 흘끗 봤다. 여자의 눈가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녀는 조금 전까지 울었던 게 분명했다.“전...”하니가 고개를 들어 보육원 쪽을 바라보다가, 작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집이 사라진대요!”건빈이 순간 굳었다.“보육원까지 철거되면... 전 완전히 갈 데가 없어져요.”하니는 억지로 눈물을 훔쳤다. 승오가 바람났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내가 왜 이렇게 약했었나?’‘이 도시를 홀로 떠도는 동안, 보육원 말고는 어디도 내 집이 아니었어.’ 건빈의 입술이 얇게 다물렸다.차가 멈춘 건 어느 주택가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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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승오의 눈에 잠깐 실망이 스쳤다.“원래 놀이공원 이름을 여보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어. 여보 생일 선물로 준비한 건데...”하니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강승오... 정말 염치가 있긴 한 건가?’하니는 놀이공원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가도 금방 어지럽고, 답답한 곳.그런 곳을 누가 좋아하겠는가?‘이 사람이 생각이라는 걸 하기는 하나?’“누가 나를 신고했다더라. 백 비서 말로는 그 사람이 여보래. 왜 그렇게 매정해?”“백 비서 말은 믿으면서, 내가 하는 말은 못 믿어?”승오의 눈에 잠시 고통이 스쳤다.“사실이 그렇잖아. 여보, 나를 왜 이렇게 실망시켜? 난 여보가 좋은 내조자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내 발목만 잡잖아.”“집에서 얌전히 있고, 사모님 역할만 하면 돼. 왜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못 해?”“놀이공원이 싫으면 나랑 얘기라도 했어야지. 말도 없이 우리 강오그룹 프로젝트를 신고하다니, 이게 우리 그룹에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치는 줄 알아?”“몰라.”하니는 담담하게 말했다.“왜냐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한 일도 아니고.”“어차피 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잖아. 안 믿으면 그만이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어.”하니가 방으로 돌아가려 하자, 승오가 하니 팔을 세게 붙잡았다.“도망친다고 해결될 줄 알아? 여보, 우리 사이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거 몰라서 이래? 난 여보가 착하고 똑똑하다고 믿었는데, 이렇게 한 발짝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정말 실망이야.”“놀이공원은 안 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목매는 보육원은 무조건 철거할 거야.”“솔직히 이해가 안 돼. 겨우 그 가난한 동네에서 빠져나왔으면서, 왜 아직도 거기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해? 이제부터는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려야지.”“그딴 곳이랑 계속 연 끊지 못하면, 그건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는 거고, 우리 집안 망신이야.”“난 그렇게 생각 안 해.”하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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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하니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승오는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파에 털썩 누워버렸다.그때, 승오의 시선이 켜진 하니의 노트북 화면에 멈췄다.화면 속엔 몇 장의 그림 시안이 띄워져 있었다.승오의 눈빛이 한층 더 짙게 불쾌해졌다.“여보, 하나만 묻자... 자기가 10년이나 붙잡고 있는 이 그림, 상업적인 가치라는 게 있기나 해?”“처음에 내가 강오그룹 비서 자리 제안했을 때, 왜 그렇게 끝까지 거절했어? 그때 비서 했으면... 우리 사이, 더 깊어졌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넌 아니었어.”“난 여보한테 돈을 많이 벌라고 한 적 없어. 그냥 집에서 날 도와주고, 애 잘 키우면, 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었어. 편하게 살게 해줄 수 있었다고.”하니는 옆에 있던 물잔을 집어, 그대로 승오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정신 좀 차려.”“내 그림이 돈이 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도 벌써 날 깔보기 시작했다는 거지.”‘정말 무섭네... 6년을 함께 산 사람인데, 처음부터 날 대단찮게 본 거였구나.’하니의 차분한 눈빛에 승오는 갑자기 당황했다.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순간, 벌떡 일어나 급히 말을 꺼냈다.“여보, 그런 뜻이 아니야. 네 그림 무시한 거 절대 아니야. 난 그냥... 그냥...”승오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날 원망하지 마. 응?”“원망 안 해. 아마 내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거겠지. 강오그룹에 드나드는 그 재벌 집 딸들처럼, 값비싼 드레스에 명품 가방 드는 여자들... 난 그게 싫어. 우리가 결혼하더라도, 난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승오는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하니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하니는 피했다.“여보, 날 위해서... 조금만, 정말 조금이라도 양보할 수 없어?”또 그 눈빛이었다.하니는 이미 수없이 속아왔다.그리고 다시는 두 번, 세 번 속고 싶지 않았다.특히 승오와 다툴 때마다 보게 되는 그 표정은, 하니를 계속해서 뒷걸음치게 했다.그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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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연하의 말투에는 은근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곧 승오의 시선이 하니에게로 향했다.하지만 승오에겐 아무 증거도 없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승오는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러 갔고, 연하는 의사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꼭... 꼭 아기를 지켜주세요. 제 동생의 첫 아이예요!”하니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떨렸다.승오는 연하에게 경고하듯 눈길을 주었고, 하니에게 무언가 설명하려 했다.하지만 하니가 먼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잘못 말하셨어요.”“그 아기... 승오 씨 아이 아니잖아요? 백 비서 유부녀잖아요.”하니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연하는 눈을 굴리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대신 시선을 승오에게 돌리며 말했다.“승오야, 권아 씨 억울함 꼭 풀어줘야 해.”수술이 끝난 뒤, 권아는 창백한 얼굴로 병실로 옮겨졌다.“아이는... 괜찮습니다.”의사의 말에, 승오의 표정이 순식간에 놓인 듯 풀렸다.하니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승오가 권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하니가 나직하게 말했다.“사람도 괜찮다니까 우리 이제 가자. 그리고 백 비서 남편한테 소식 꼭 전하고.”승오의 얼굴이 굳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그때, 연하가 끼어들었다.“하니 씨, 그게 무슨 말이야? 권아 씨 남편은 지금 지방에 있어. 임산부가 병원에 혼자 있으면 안 되잖아.”하니는 짧게 웃었다.“그럼 다정하고 열정적인 언니가 돌봐주면 되겠네요.” “승오 씨가 백 비서 돌보는 건 모양새가 안 좋지만, 언니랑은 친하니까 얘기도 잘 통할 거예요.”그 말에, 연하의 얼굴에 순간적인 당혹감이 스쳤다.“승오, 그게...”“누나가 좀 봐줘.”승오가 끊었다.“그리고 간병인도 붙여. 괜히 우리 집이 직원을 소홀히 대한다고 소문나지 않게.”연하는 억눌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하니를 곁눈질했다.그때, 승오가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 말했다.“나 회사에 들러야 해. 여보, 혼자 갈 수 있지?”‘역시...’하니는 속으로 냉소했다.승오의 이런 순응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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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승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곧 하니의 팔을 붙잡았다.“경찰관님들, 제 아내... 못 데려가요!”그는 이를 악물고, 경찰 둘을 향해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제 아내는 그런 짓 안 해요. 제대로 조사하세요. 함부로 사람부터 데려가지 말고!”하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살짝 젖혀서 잿빛이 된 연하를 바라봤다.‘저 사람... 자기 동생이 날 이렇게 감싸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승오야, 경찰이 이렇게 나섰으면 다 이유가 있는 거잖아. 하니 씨, 그냥 경찰서 가서 조사받게 하자.”“언니, 제가 경찰서에 며칠 있기를 바라는 거예요? 우린 앞으로 한 식구가 될 사람인데, 왜 저 말고 남을 편 드는 거죠?”연하의 얼굴에 잠시 굳은 기색이 스쳤다.그때, 병실 안에서 권아의 신음이 들려왔다.승오는 곧바로 하니를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하니는 팔짱을 낀 채 마치 구경꾼처럼 상황을 지켜봤고, 경찰 둘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체포하려면 영장이 필요하죠. 게다가 확실한 증거와 CCTV까지 있어야 하고요. 그게 없으면, 제가 오히려 고소할 수 있다는 거 아세요?”하니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그 깡패 말만 믿고 날 잡아간다고요? 그게 경찰이 말하는 ‘엄정한 수사’예요?”‘이건 거의 확신이네. 백권아가 경찰 쪽에 손을 쓴 거야.’‘아니면 이런 속도는 나올 수 없어.’두 경찰은 서로 눈치를 보며 미묘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그때, 하니는 한 경찰의 얼굴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를 봤다.눈가에 박힌 작은 눈물점.‘백권아 오빠네.’예전에 조사할 때, 권아에게 경찰관 오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이름은 백재강이었다.백재강은 하니를 노려보며, 손목에 걸린 수갑을 들이밀었다.“입 닥쳐. 오늘은 무조건 널 데려간다.”하지만 하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네, 영장도 없이 절 데려가려고 하네요. 이름은... 백재강입니다.”그 말에 백재강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잠깐! 안 잡아가면 되잖아. 전화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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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하지만 난 여보를 원망하지 않아. 그냥...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할 뿐이야.”승오가 계속 하니를 이해하는 듯 말했다.하니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꼬리가 비웃듯 휘어졌다.“그게 무슨 뜻이야?”연하도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하니 씨, 우리 동생이 하니 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우리 집안에서 하니 씨를 그냥 모시고 살았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동생 탓만 해? 우리 동생은 억울하지도 않니?”“승오는 그냥 직원을 챙겨준 것뿐이야. 하니 씨의 눈엔 그게 바람피운 거로 보이지?”“내가 봤을 땐, 권아 씨처럼 착하고 상냥한 여자는 누가 봐도 좋아해. 하니 씨도 그 모난 성격 좀 고쳐. 여자면 좀 부드럽게 굴 줄도 알아야지!”‘아직도 연기 중이네. 이게 그렇게 재밌어?’하니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 거짓말들이... 과연 자기를 속이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강승오 본인을 속이려고 하는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다.“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권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섰다.“대표님과 사모님 사이를 제가 더 망치고 싶진 않아요. 사실 제가 민폐예요. 내일 당장 퇴사할게요.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요.”그 말과 함께 억누른 듯 흐느끼는 소리가 병실을 채웠다.그런 권아의 모습은, 사람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역시나... 승오의 표정이 변했다.그리고 하니를 향해 말했다.“여보, 먼저 들어가 있어. 남은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자.” “오늘은 연하 누나랑 같이 남아서 백 비서 곁을 지킬 거야.”‘이제는 대놓고... 숨길 생각도 없네.’‘회사에 급한 일 있다고 하더니, 바로 백권아 곁에 남겠다고?’“차 키 줘.”하니가 말했다.승오는 망설임 없이 빨간 페라리 키를 던졌다.권아의 얼굴이 잠시 굳는 게 보였다.하니는 그 모습을 흘끗 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문 앞에서 일부러 잠시 멈춰 섰는데, 역시나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나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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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누나, 나와 하니는 반드시 결혼할 거야!”승오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하니도 날 사랑해. 절대 날 떠날 리 없어.”하지만 지금, 승오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 믿는 그 하니는 이미 다른 도시에 집을 알아보고 계약금까지 치른 상태였다.짐만 챙기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승오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하니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마치 오랫동안 짓눌렸던 무게가 조금은 내려간 것 같았다.‘이게... 해방이라는 건가?’그때, 라연에게서 온 문자.알 수 없는 링크 하나가 달랑 도착했다. 하니가 열어보니, 익숙한 가방과 액세서리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배경마저 바뀌지 않았다.그곳은 하니와 승오의 신혼집이었다.‘백권아가... 이걸 판다고?’‘강승오한테 받은 걸 이렇게 내다 팔 정도로 곤궁해졌다고?’하니는 믿기지 않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인데.’곧 라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니, 내가 뭘 알아냈는지 알아? 그 백권아, 신분이 가짜래. 아마도 가짜 재벌 딸인 척하면서 강승오한테 접근한 거 같아. 이거 폭로하면... 너랑 강승오, 다시 결혼할 수 있어.]“난 강승오랑 결혼 안 해.”하니의 대답은 단호했다.[그래도 너희는 6년을...]“사람을 제대로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야.”하니는 예전부터 한 번 배신하면 두 번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승오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준 순간, 그건 끝이었다.‘내 남편이 다른 여자랑 바람피우는 꼴은... 절대 못 봐.’[내 친구 하니는 진짜 하나도 안 변했어.]하니는 대꾸하지 않고 그 링크를 저장해 뒀다.그저 궁금했다.‘도대체... 백권아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다음 날 점심.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하니가 문을 열자 백재강이 서 있었다.남자의 눈빛은 매섭게 가늘어져 있었다.“체포영장 나왔습니다. 같이 가시죠.”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고 단호하게 경찰차에 올라탔다.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낯익은 두 사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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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안 돼!”승오가 바로 막아섰다.“배 속에 아기가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무릎을 꿇게 해.”그는 권아를 부축해 일으켰다.“여보, 이런 사소한 일은 그냥 넘어가자. 응?”하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이렇게까지 말을 꺼내 놓으면, 마치 임산부를 괴롭히는 악역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내가 뭘 어쩔 자격이 있나?’하니는 고개를 들어 눈썹을 살짝 올렸다.“백 비서를 그렇게 끼고도는 거 보면, 잘 모르는 사람은 두 사람이 부부인 줄 알 거야. 축의금이라도 보내줄까? 백년해로 하라고?”승오의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여보, 나 못 믿어? 백 비서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야. 난 그냥 직원을 챙겨준 거뿐이야.”하니는 피식 웃었다.“백 비서, 정말 남편 있어요? 왜 난 한 번도 못 봤을까?”“아니면 남편이 일찍 세상 떠나서, 아이만 남겨두고... 보호받을 곳이 필요하니까, 남편이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하는 건가?”승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그 말은 거의 ‘너도 곧 죽는다’는 저주처럼 들렸다.권아의 표정에 잠깐의 당혹감 스쳤다.“그런 거 아니에요, 사모님. 곧 남편이 돌아와요. 대표님이랑 저는... 그냥 친구예요.”직원과 상사 사이라더니, 이제는 친구?‘강승오랑 백권아, 속도가 참 빠르네.’하니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몸을 돌려 나가려던 순간, 승오의 억눌린 시선이 따라붙었다.“여보, 왜 나를 믿지 못해? 6년이야. 그 시간마저 믿을 수 없다는 거야?”원래 하니는 믿었다.결혼을 앞둔 여자라면 누구나, 남자가 자신에게 충실하리라 생각한다.하니도 그 미래를 꿈꿨다.하지만 그 꿈을 깨부순 건 다름 아닌 강승오였다.“백 비서나 챙겨. 남편도 없다는데... 불쌍하잖아.”하니는 고개를 돌린 채 그대로 걸어 나갔다.승오의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조여졌다.“혹시 뭔가 눈치챈 거 아니지?”권아의 목소리엔 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차라리 하니가 바로 눈치채고 승오와 맞붙어 싸워주길 바랐다. 그러면 결혼 얘기는 단번에 날아가니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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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하니가 막 차 문을 열려던 순간, 누군가가 손잡이를 붙잡았다.백재강이었다.그는 내려다보며 날 선 경고를 던졌다.“내가 충고 하나 하지. 우리 강 서방한테서 떨어져. 안 그럼 나, 진짜 가만 안 있어.”‘강 서방? 허...’하니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쪽도 이미 알잖아? 우리 동생과 강 서방의 사이. 지금 임신까지 한 상태야. 그쪽이 괜히 자극해서 우리 권아가 잘못되면... 절대 가만 안 둬.”하지만 하니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마치 이런 협박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그럼 내가 ‘백년해로, 득남축하’라도 해줘야 하나? 백권아 같은 바보 아닌 이상, 이 정도 일은 눈치 못 챌 리 없잖아.”그때, 하니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띄워졌다.첨부된 건 초음파 사진.하니는 피식 웃었다.‘유치해.’백재강의 얼굴이 굳어졌다.“그쪽... 정말 강 서방 곁을 못 떠나겠어? 강 서방은 우리 권아만 사랑해. 난 우리 조카가 사생아 되는 꼴은 보기 싫어.”하니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정말 강승오가 당신 여동생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랬으면 진작 나랑 파혼했겠지. 근데 왜 이렇게 질질 끌겠어? 나는 계속하겠다고 한 적 없어. 붙잡는 건 강승오야.”“형제자매가 짜고 나한테 뭐라 해 봤자 소용없어. 강승오가 직접 파혼하겠다고 할 때까지는...”하니는 그대로 백재강을 밀어내고, 차 문을 닫았다.그리고 액셀을 밟아 그대로 떠났다....블루스카이.승오와 권아는 이미 서로에게 몸을 맡긴 상태였다.한창이던 중, 승오가 몸을 뗐다.그리고 하니에게 전화를 걸었다.목소리는 부드럽게 깔려 있었다.“여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그 집 훈제 오리 있잖아? 오늘 퇴근길에 사 갈게. 집에 가서 우리... 얘기 좀 하자.”권아의 뺨은 아직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하지만 그 말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렸고, 눈에는 뚜렷한 불만이 번졌다.“오빠, 나도 훈제 오리 먹고 싶어!”권아가 크게 말했다.[자기야, 거기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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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승오의 몸은 뽀송하게 말라 있었다. 마치 막 샤워를 마친 듯, 은은한 비누 향이 났다.그가 손을 뻗어 하니의 옷을 풀려 하자, 하니가 손을 막았다.“그건 됐어.”하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기분도 안 좋고... 머리도 아파.”“혹시 그림 그려서 그런 거야?”승오의 표정에 잠시 부드러운 기운이 돌았다. 하지만 사실 체력과 관심은 이미 권아라는 여우 같은 여자에게 다 빼앗긴 상태였다.“기분 풀리게 내가 화랑 하나 차려줄까? 네 작품, 내가 큰돈 주고 다 사줄게. 그러면 이렇게 고생 안 해도 되잖아.”하니에게 그런 건 이미 있었다. 화랑도 온라인 전시도 부족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승오가 이런 말을 꺼낸 건, 6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예전엔 내 그림이 상업 가치 하나도 없다고 했잖아. 갑자기 왜 말이 바뀌었어?”승오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그건 내가 괜히 한 소리지. 우리 여보 작품이 세상 최고야. 우리 신혼집을 네 그림으로 가득 채울 거야.”“그 ‘신혼집’, 블루스카이의 그 집 맞아?”하니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승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곧 급히 말을 바꿨다.“아니, 더 좋은 집 있어. 블루스카이의 그 집은 그냥 그래. 이렇게 예쁜 우리 여보한테는 어울리지 않아.”하니의 표정은 변함없었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승오의 품에 안겨 기뻐했을 것이다.이 남자가 자신을 생각해 준다고 느꼈을 테니까.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거짓말처럼만 보였다.‘이젠... 아무 감흥도 없어.’“여보, 내일... 웨딩 리허설 같이 해볼래?”하니의 기운 없는 표정을 눈치챈 승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내일 백 비서 남편 만나러 간다면서? 벌써 잊은 거야?”“깜빡했네, 여보.”승오는 하니를 끌어안으며, 장난 섞인 말투로 물었다.“나 기억력 안 좋다고 싫어하지는 않지? 나중에 늙어서 기억 다 잃어도... 평생 돌봐줄 거야?”평생이라니... 하니의 표정이 잠시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날 평생 옆에 묶어두고 싶다는 거야? 옆자리에 백권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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