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승오는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파에 털썩 누워버렸다.그때, 승오의 시선이 켜진 하니의 노트북 화면에 멈췄다.화면 속엔 몇 장의 그림 시안이 띄워져 있었다.승오의 눈빛이 한층 더 짙게 불쾌해졌다.“여보, 하나만 묻자... 자기가 10년이나 붙잡고 있는 이 그림, 상업적인 가치라는 게 있기나 해?”“처음에 내가 강오그룹 비서 자리 제안했을 때, 왜 그렇게 끝까지 거절했어? 그때 비서 했으면... 우리 사이, 더 깊어졌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넌 아니었어.”“난 여보한테 돈을 많이 벌라고 한 적 없어. 그냥 집에서 날 도와주고, 애 잘 키우면, 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었어. 편하게 살게 해줄 수 있었다고.”하니는 옆에 있던 물잔을 집어, 그대로 승오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정신 좀 차려.”“내 그림이 돈이 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도 벌써 날 깔보기 시작했다는 거지.”‘정말 무섭네... 6년을 함께 산 사람인데, 처음부터 날 대단찮게 본 거였구나.’하니의 차분한 눈빛에 승오는 갑자기 당황했다.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순간, 벌떡 일어나 급히 말을 꺼냈다.“여보, 그런 뜻이 아니야. 네 그림 무시한 거 절대 아니야. 난 그냥... 그냥...”승오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날 원망하지 마. 응?”“원망 안 해. 아마 내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거겠지. 강오그룹에 드나드는 그 재벌 집 딸들처럼, 값비싼 드레스에 명품 가방 드는 여자들... 난 그게 싫어. 우리가 결혼하더라도, 난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승오는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하니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하니는 피했다.“여보, 날 위해서... 조금만, 정말 조금이라도 양보할 수 없어?”또 그 눈빛이었다.하니는 이미 수없이 속아왔다.그리고 다시는 두 번, 세 번 속고 싶지 않았다.특히 승오와 다툴 때마다 보게 되는 그 표정은, 하니를 계속해서 뒷걸음치게 했다.그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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