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하니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승오가 예전에 자신에게 줬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모두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낼 준비를 했다.집 명의 이전 절차만 끝나면, 다음 주면 완전히 해방이었다.그 반지 역시 상자 속에 넣었다.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라연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상황은 이미 터져 있었다.그녀와 권아.서로 말싸움 끝에 몸싸움까지 번진 것이다.하니가 도착했을 때, 권아는 승오 품에 기대 울고 있었고, 손가락으로 라연을 가리키며 말했다.“대표님, 저 여자가 제 얼굴을 할퀴고... 절 내연녀라고 욕했어요!”라연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강승오, 진짜 양심 없어? 바람피우고, 이 여자 임신까지 시켜놓고도 뻔뻔하게 서 있어?”승오의 얼굴엔 억눌린 기색이 번졌다.“소라연, 당장 백 비서한테 사과해. 그리고 허위로 사람 명예 훼손하지 마. 나랑 백 비서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하니는 그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눈 감고도 알겠네. 라연이는 나랑 제일 가까운 친구니까...’‘백권아가 자기 여자인 걸 들키면, 곧 나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그렇게 되면 결혼은 물 건너가니까... 강승오 정말 끝까지 숨기려고 하는 거네.’라연은 발을 굴렀다.“둘이 꼭 껴안고 입까지 맞춰놓고도, 아니라고? 내 눈은 장식이야?”그녀는 하니 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하니가 오면 내가 전부 얘기할 거야!”승오는 이를 악물었다.“야, 좋게 말할 때 그만해. 네가 백 비서 때린 것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하니한테 알리기까지 하겠다? 지금 제정신이야?”“네가 하니한테 처음 들이댈 때, 나한테 번호 부탁했던 건 잊었냐?”라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너, 하니랑 6년을 같이 살았으면서, 날 구슬려가며 환심 사더니... 이제 와서 이런 내연녀 감싸면서 나한테 욕까지 해?”“그걸 바람 아니라고 우기겠다고? 내 친구 하니, 너 때문에 6년을 버렸네. 참 불쌍하다.”짝!하니가 말릴 틈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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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내 남자랑 얘기하는데, 백 비서가 끼어들 자리가 어딨어? 이렇게 예의도 없이, 남의 관계에 섞이고 싶은 거야?”하니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백 비서는 그냥 비서일 뿐이야. 제발 스스로를 지키고 선은 넘지 마.”“여보, 지금 나 못 믿는 거야?”승오가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 하니의 손가락을 살짝 당겼다.그러다 하니의 네 번째 손가락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제 내가 프러포즈한 반지는 어디 있어?”프러포즈 반지 이야기가 나오자, 권아의 눈빛이 순간 시커멓게 가라앉았다.‘강승오가... 이하니한테 프러포즈를 했다고?’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더니, 살짝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자기가 너무 급하게 나가느라 반지도 제대로 못 끼워줬잖아. 그래서 좀 기분이 상해서 집에 두고 왔어. 다음에 직접 끼워주면 그때는 꼭 낄게.”승오의 눈에 짧게 죄책감이 스쳤다.“미안해, 여보. 네 마음을 내가 놓쳤네.”사람은 뒤가 구리면 태도가 부드러워지는 법이다.지금, 하니가 뭘 말하든 승오는 다 맞춰주고 있었다.그건 권아가 절대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하니가 조금 더 대담해질 수 있는 이유였다.라연은 눈치가 빨랐다. 바로 불을 질렀다.“하니야, 두 사람 조금 전에도 붙어서 입 맞췄어!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아니, 그 전엔 호텔에서 같이 나왔잖아!”“여보, 나 그때 일 얘기하러 간 거야. 쟤가 잘못 본 거지.”승오가 황급히 변명했다.라연은 물러서지 않았다.“일? 나올 땐 롱 원피스였던 여자가, 나와서 갑자기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은 건 뭐냐? 그걸 누가 믿어?”“그만해.”하니가 말을 끊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승오를 바라봤다.“난 자기 믿어. 자기는 그런 일 안 할 거야.”그리고 덧붙였다.“만약 언젠가 자기 마음에 다른 사람이 생기면, 그냥 나한테 말해. 난 바로 물러날게.”그 말에 승오는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역시 내 여보는 날 믿어주는구나.”하니의 시선이 곧장 권아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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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병원을 나서자 라연이 하니 옆으로 바짝 붙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하니의 표정은 담담했다.“다음 주면 나 갈 거야. 괜히 더 충돌 일으킬 필요 없어. 며칠만 더 참으면 끝이니까.”하니는 품속에서 반지를 꺼내 라연 손에 쥐여줬다.“이 반지, 꽤 값이 나갈 거야. 팔면 꽤 돈이 될걸?”하니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라연은 조금 안도했다.‘확실하네. 강승오에 대한 미련은 없는 거야.’“그 내연녀, 벌써 오개월째래. 너희 결혼식할 즈음이면 바로 애 낳겠네. 그럼 넌 시집가자마자 사생아부터 맞이하는 거고. 강승오 진짜 뻔뻔하다.”“그 인간은 일부러 사생아 만들어서 너 엿 먹이려고 하는 거야. 그래도 네가 빨리 알아챈 게 천만다행이지. 결혼했으면 진짜 인생 조졌을걸?”하니는 가슴께를 살짝 눌렀다.‘결혼 전에 알게 된 게 다행이지.’안도의 숨이 길게 흘러나왔다.둘은 바로 마음 맞춰 집을 한 채 샀다.명의는 라연으로.라연이 고개를 저었지만, 하니는 단호했다.“내 이름으로 하면 뺏길 수도 있어. 네 이름으로 하면 진짜 네 거인 거지. 그리고 너도 날 많이 도와줬잖아. 당연히 받아야지.”속마음으론, 승오 돈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니는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승오 돈을 꽤 써댔다.‘아마 백권아는 속이 터지겠지.’하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 청구서들 전부 백권아한테 보내면, 어떻게 될 거 같아?”라연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백권아는 당장 병 날 걸?”하니는 원래 임신부한테 잔인한 짓은 안 하려 했지만, 라연을 때린 이상 가만둘 생각은 없었다....저녁, 승오의 차가 도착하자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권아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제가 좀 멀미가 있어서요... 사모님만 괜찮으시면 앞에 앉아주시면 안 될까요?”“그래.”하니는 바로 승오 앞으로 걸어갔다.“자기도 일하느라 힘들잖아. 오늘은 내가 운전할게.”승오는 예상치 못한 제안에 눈을 크게 떴다. 하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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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하니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멀리서 평범하게 생긴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하니는 그 남자를 스윽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게 누구신가 했더니, 이철명 상무님 아니세요? 백 비서 남편이라니, 참 인연이네요.”이철명은 난처한 표정으로 승오를 바라봤다.그리고 승오의 시선이 닿자, 일부러 권아 쪽으로 조금 몸을 기울였다.그 순간, 하니는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강승오는 유난히 청결에 집착하잖아.’‘물건이든 여자든,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이 손댄 건 절대 흥미 없어 하지...’‘아주 조금이라도 닿으면 안 되는 사람이니까.’“상무님, 그런데 백 비서랑 같이 있는 모습이... 부부 사이라기엔 조금 안 친해 보이네요. 평소 회사에서 자주 붙어 계신가요?”“두 사람, 조용히 결혼한 거라 좀 자제하는 거야.” 승오가 나서서 말을 덧붙였다.이철명은 무표정하게 권아의 새우 껍질을 까 주었다.하니는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상무님, 아내랑 그렇게 오래 못 보셨다면서, 반응이 너무 없으신 거 아니에요? 허리라도 한 번 감싸주고, 가볍게 입맞춤이라도 해야 부부 같죠. 안 그래, 승오 씨?”“상무님하고 백 비서는 오래된 부부라 굳이 그럴 필요 없어.”승오가 태연하게 말했다.“자기야, 네가 원하면 내가...”하니는 손가락으로 승오의 입술을 가로막고 부드럽게 웃었다.“상무님, 저는 그냥 두 사람이 부부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상무님과 백 비서가 진짜 부부라고 ‘증명’하는 걸 보고 싶은 거죠.”“직접, 제 눈으로요.” 이철명의 어깨가 순간 굳었다.‘아, 괜히 이 연극을 하겠다고 했네...’‘백권아는 강 대표 여잔데, 누가 감히 손을 대겠어?’그러나 승오의 시선이 다시 꽂히자, 이철명은 체념한 듯 한숨을 삼켰다.그리고 권아의 마지못한 표정을 보면서, 결국 여자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하니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상무님, 저는 상무님이랑 백 비서가 얼마나 금실 좋은지 한번 보고 싶은데요?”입꼬리는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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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권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 승오의 눈빛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그럼에도 권아는 예전처럼 애교를 부리며 다가가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승오가 몸을 비켜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드물게도 남자의 목소리엔 냉기가 서려 있었다.“피곤하잖아. 지금 바로 데려다줄게.”마치 권아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처럼, 그 말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밤이 깊어가자 권아는 다시 전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핑계 삼아 승오를 붙잡아 두려 했다.하지만 이번엔 승오의 표정이 흔들리지 않았다.“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짧게 내뱉은 말.그리고 그가 떠나려는 순간, 권아는 남자의 시선이 아직도 아까 그 장면에 머물러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철명이 자기 허리를 감싸 안고, 자신이 이철명의 뺨에 입을 맞추던 바로 그 순간 말이다.그건 마치 승오의 물건이 다른 사람 손에 닿아 더럽혀진 것 같은 기분을 주었을 터였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차갑게 울렸다.권아는 이를 악물고 발을 굴렀다.‘대체 왜 이래? 강승오가 왜 이젠 나를 만지는 것조차 싫어하는 거야!’“오빠, 이번에도 나 좀 도와줘.”권아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능숙하게 번호를 눌렀다.“이번 일만 성공하면, 난 모든 걸 가질 수 있어.”그 눈빛엔 탐욕이 번뜩였다.‘애인’이라는 호칭은 권아에겐 모욕일 뿐이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확실하고 당당한 자리였다....다음 날.승오는 회사에서 눈을 뜨자마자 대충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었다.전화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웨딩 쪽 담당자입니다. 혹시 전에 잡아두셨던 결혼식, 그대로 진행하실 건가요? 알아보니, 사모님께서 따로 예식장을 예약하지 않으셨더라고요. 혹시 사정이 있으신 건지, 아니면 결혼식을 미루신 건지...]단도직입적이고 물러섬 없는 톤이었다.하니가 애써 숨겨온 사실이, 엉뚱한 경로로 드러나 버렸다.게다가 그녀가 예식장을 예약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대놓고 확인해 버린 셈이었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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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결혼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하니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예식은 해안 섬에서 할 거야. 결혼식은 어머니가 이미 사람을 보내 준비하고 계셔. 믿기지 않으면 어머니께 직접 물어봐.”하니는 심주영을 내세웠다.승오의 의심이 순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여보, 그냥 물어본 거야.”승오는 한 걸음 다가와 하니의 팔을 잡았다.“나는... 네가 없어질까 봐 너무 무서워. 이날을 기다린 지 벌써 6년이야.”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6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나한테는 그냥 긴 꿈 하나였지.’‘곧 그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사라질 거야.’“우리...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승오는 은근히 떠보듯 물었다.하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자기가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결혼할 수 있어.”승오는 하니를 꼭 끌어안았다.“여보, 고마워. 나한테 시집와 줘서.”하니는 씁쓸하게 웃었다.‘연기라는 게 이렇게 힘든데... 왜 강승오는 이렇게도 능숙한 걸까?’“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승오는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듯 성급하게 떠났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심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랑 하니 결혼식, 정말 해안 섬에서 하나요?”심주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래, 해안 섬에서 할 거야. 그건 왜 묻니?]“아니에요. 그냥 순조롭게 진행되면 돼요.”전화를 끊은 승오는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띠었다.마치 숨 쉬는 공기마저 달콤해진 듯했다....결혼식이 다가오자, 승오는 회사 단체방에 미리 보너스를 뿌리고, 기념 사탕까지 준비하며 진짜 예비 신랑처럼 분주히 움직였다.그 모습을 본 권아의 눈빛에는 질투가 서렸다.‘왜 강승오는 당연하다는 듯 나와 아이를 무시하는 거야?’‘나랑 우리 아이는, 성대한 결혼식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건가?’“백 비서님, 단체방에 보너스 떴다는데 왜 안 받아요?”옆자리 동료들이 연달아 재촉했다.권아는 억지로 핸드폰을 켰다.보너스를 수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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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런 승오의 말은 권아에게 인내심을 시험하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권아의 배는 날이 갈수록 불러오고 있었다.만약 승오가 정말 하니와 결혼식을 올린다면, 권아는 평생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애인으로만 살아야 했다.‘안 돼... 그렇게는 절대 못 살아.’권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곧... 아주 곧, 내가 원하는 걸 전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다음 날.하니는 H시로 가서 새집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생각에 공항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귀를 찢는 듯한 급가속 소리와 함께 한 대의 승용차가 제정신이 아닌 속도로 하니 쪽으로 돌진해 왔다.순간, 하니의 다리가 본능적으로 풀려버렸다.그러나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하니를 강하게 끌어당겼다.하니의 몸은 그대로 그 사람의 품에 안겨 쓰러졌다.“윽...”낮고 답답한 신음이 귀에 스쳤다.하니가 고개를 숙이자, 부건빈이 온몸으로 하니를 감싸 안고 있었다.하니는 건빈의 품 안에 있었고, 그는 하니를 지키기 위해 몸을 완전히 바닥에 깔았다.그 순간, 미친 듯이 달려오던 승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다시 방향을 틀어 이쪽으로 돌진해 왔다.‘이건... 고의야. 날 죽이려고 하는 거야.’하니는 입술을 깨물었다.“일어나요!”하니가 건빈의 팔을 잡아끌었다.건빈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그의 등은 심하게 긁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그 상처를 보는 순간, 하니의 눈가가 뜨겁게 젖었다.‘얼마나 아플까...’두 사람은 서둘러 공항 안으로 향했다.그제야 그 승용차는 불만스럽게 방향을 돌려 떠났지만, 하니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그리고 숨이 멎은 듯 굳어버렸다.그 은빛이 도는 회색 눈동자.하니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눈이었다.백권아의 오빠, 백재강.‘백재강... 왜 여기 있는 거지?’하니는 단단히 입술을 깨물며 차가 사라진 방향을 끝까지 노려봤다.“괜찮아요?”하니의 시선을 끊어내는 듯, 건빈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하니는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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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방금 실신한 건 저혈당 때문이에요. 다행히 제때 오셔서 큰일은 면했습니다.”“남자 친구가 저혈당이 있다면 앞으로는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 사탕을 몇 개 챙겨두세요.”하니는 반사적으로 ‘남자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이미 의사는 등을 돌리고 진료실을 나가버렸다.그 말은 고스란히 바깥에 서 있던 승오의 귀에 꽂혔다.승오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굳어졌다.문이 벌컥 열리며 승오가 성큼성큼 들어왔다.하니는 눈을 크게 뜨고 굳어 섰다.승오는 곧장 하니 앞에 다가와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이 사람, 누구야?”승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상반신이 드러난 건빈이었다.뒤이어 들어온 권아는 건빈을 한 번 보고 곧 눈빛이 번뜩였다.‘저 시계... 최소 수십억...’‘이하니가 저런 사람을 안다고?’권아는 속으로 이를 갈며 억지웃음을 띠고 물었다.“사모님, 이분이랑 무슨 사이세요? 왜 굳이 병원까지 와서 챙기고 계신 건가요?”하니는 당장이라도 권아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친구.”승오의 손아귀 힘은 뼈가 욱신거릴 만큼 강했지만, 하니는 내색하지 않았다.그때 건빈이 낮게 말했다.“손목, 정말 아파 보이는데요?”승오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걱정도 참 많으시네요? 이 여자는 제 약혼녀예요. 제 여자라고요. 아무나 손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그러고는 하니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여보, 주변에 이성 친구란 거 원래 없잖아. 이 사람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데? 어떻게 네 친구가 된 거야?”하니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시선을 받았다.‘이 사람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내가 포기하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끝까지 자기를 사랑하길 바라는 거야?’‘둘 다 원한다면, 왜 이렇게까지 날 괴롭히는 거야?’“믿기 싫으면 말고.”하니는 차갑게 잘랐다.승오의 눈에 불길이 번졌다.“설명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거야?”그 목소리는 더 낮아졌지만,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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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여보, 우리 이제 곧 결혼하는데, 이런 짓이 재미있어? 일부러 이런 남자 끌어다 놓고 날 질투하게 하려는 거야?”“사모님, 그냥 대표님께 빨리 사과하세요. 뭐... 외도한 거 사모님만 잘못이라고 할 순 없죠. 이분이 워낙 잘생기긴 했으니까요. 사람 마음이란 원래 그런 거잖아요.”“하지만 사모님이 이렇게 딴 남자랑 얽혔다면, 대표님 아내 자리엔 더는 앉아있지 마시죠.”억울하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건, 억울하게 만든 사람뿐이었다.하니의 눈빛이 매섭게 권아를 찍었다.권아가 본능적으로 목을 움찔 당기자 하니는 어느새 승오의 손을 뿌리치고 다가가, 권아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이 일은 아직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어! 백 비서, 당신이 오빠를 시켜서 날 차로 치게 한 거,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 차량 번호도 다 기록했으니, 감옥 갈 준비나 해!” 권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러고 나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승오를 올려다봤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야! 백 비서에겐 애초에 오빠 같은 건 없어.”승오의 목소리가 단단히 가라앉았다.그 시선이 건빈과 하니를 번갈아 훑었다.하니는 건빈 앞을 막아서며 마치 그를 지켜주듯 섰다.결혼 준비로 함께한 지난 6년 동안, 하니가 이렇게까지 승오에게 날을 세운 적은 없었다.그런데 고작, 아니 어쩌면 결코 ‘고작’이 아닐지도 모르는 한 남자 때문에.“‘백 비서’라는 여자분한테 오빠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것쯤은, 강 대표님 같은 사람한테 일도 아닐 텐데요. 아, 애초에 조사할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건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안에 스민 여유로움이 은근히 사람을 압박했다.그 말 한마디가 승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여보, 지금 나랑 같이 나갈 거야? 아니면 여기 남아서 이 남자랑 있을 거야?”하니가 고개를 들어 승오를 바라봤다.그 순간, 권아가 승오의 팔을 꼭 붙잡으며 입가에 희미한 웃음과 대놓고 드러낸 도발을 띄웠다.“난 안 갈 거야.”하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너랑 백 비서는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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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하니는 건빈의 치료비를 계산한 뒤, 짧게 인사만 하고 병원을 나서려 했다.그 순간, 건빈이 자신의 연락처를 건네왔다.늦은 저녁, 권아는 백재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전화가 안 돼... 설마 낮에 있던 그 남자가 하니를 구한 건가?’권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하니... 목숨 하나는 질기네.’하지만 머릿속 계산은 더 빨라졌다.‘계획을 당겨야 해. 안 그러면 시간이 모자라.’그렇게 마음을 굳힌 권아는 일부러 승오 옆으로 다가갔다.“오빠, 화 좀 풀어. 이하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아마 오해가 있겠지.”권아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승오의 팔에 매달리며 웃었다.“전에 오빠가 말했잖아, 할머님이 불교 믿으신다고. 내가 아는 스님이 있는데, 점도 잘 보고 기도도 잘하셔. 내일 모시고 가서 할머님 건강을 위해 기원해드리면 어떨까?”승오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하니에게서 받은 서늘한 상처가 권아의 웃음에 조금씩 희미해졌다.그 순간, 승오는 권아의 입술을 덮었다.그리고 그 입맞춤은 점점 더 깊어졌다.승오의 시선 속 권아의 모습이 문득 하니와 겹쳤다.몸이 겹칠 때, 권아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아이 조심해.”하지만 잠시 후, 승오의 입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온 이름.“하니...”권아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그럼에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승오는 언제나처럼 기분이 틀어지면 거침없이 몰아붙였다.그 대상이 임신 중인 권아일지라도,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다음 날.하니는 심주영에게서 전화를 받았다.[하니야, 지금 당장 본가로 와야겠어.]하니의 마음속에 순간 불안이 스쳤다.‘설마... 파혼 얘기가 터진 건가?’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게 맞다면 제일 먼저 날 찾아와 들이받을 사람은 강승오지.’본가에 도착한 하니는, 멀리서 강씨 집안의 큰 사모님 주금자가 권아와 다정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주금자의 얼굴은 마치 부처님처럼 온화했고, 처음 하니를 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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