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쳤다.“난 이하니가 싫은 게 아니야. 다만, 그 애가 너무 고집스러워서 그렇지. 우리 승오는 현명하고 살뜰한 내조가 필요한 사람이야. 남자에게 기대지도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여자 말고.”“우리 집안 며느리들은 다 그랬어. 너도 그랬잖아? 이하니가 아무리 스스로 잘난 척해도, 우리 승오 돈 안 쓰고 버틴다고 해도...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겠니? 승오를 돕는 건 꿈도 못 꿀 거야.”심주영의 손끝이 서서히 말려 들어갔다.강씨 집안에 시집온 뒤로, 심주영은 늘 ‘착한 며느리’ 역할에 충실했다.하지만 이 집안 며느리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기분 나쁜 모멸도, 돈 한 푼 쓰는 일까지도 눈치를 봐야 했다.순간, 심주영은 하니가 조금 부럽게 느껴졌다.‘저 애는... 날아갈 수 있잖아.’...결혼식 날이 밝았다.권아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옆에는 그녀가 섭외한 ‘배우 아버지’가 서 있었다.친지와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권아와 승오는 결혼식을 올렸다.그 시각, 하니는 결혼식 영상을 확인하곤, 핸드폰을 그대로 물속에 던졌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곧장 배에 몸을 실었다.‘이제... 강승오와는 완전히 끝이다.’...하루 종일 배 위에서 흔들리다 보니, 하니의 속은 뒤집히고 다리가 풀렸다.간신히 갑판으로 나와 바람을 쐬는데, 배가 크게 기울며 바다로 떨어질 뻔했다.그 순간, 누군가가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다.넓고 따뜻한 품.하니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건, 미간을 살짝 찌푸린 부건빈이었다.“왜 바다 위에 있는 거예요?”하니는 시선을 떨구었다가, 담담히 말했다.“다른 도시에서 살려고요. 다시는 안 돌아올 거예요.”건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고 있던 외투를 벗고 하니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이 사람... 외투를 건네는 걸 좋아하네.’하니는 입술을 깨물었다....결혼식이 끝난 밤, 승오는 권아와 몸을 섞고, 깊게 얽혀 있었다.서로를 놓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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