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하니가 다시 계정에 로그인했을 때, 이미 여러 번의 신고로 계정이 24시간 정지된 상태였다. 억울함을 증명하려 해도, 정지 시간이 끝나야만 가능했다.하니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덮었다.다음 날 퇴근 후, 유화정이 예약한 단독방에서 디자인팀 전체가 모이는 회식이 잡혀 있었다.로나가 하니를 팔짱 끼며 끌었다.“이거 회삿돈으로 먹는 거니까 마음껏 먹어요.”하니는 술 냄새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맥주 한 박스가 통째로 들어오는 순간,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하니는 술버릇이 좋지 않았다.예전에 승오는 몇 번이나 ‘술 억지로 마시지 말라’고 하면서도, 종종 하니를 슬쩍슬쩍 부추겨서 마시게 했다. 취한 하니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돌이켜보면, 승오는 이후에도 술자리에 자주 나갔고, 곁에 있던 비서들은 하나같이 술을 잘 마셨다. 반면 술에 약한 하니는 늘 뒷전이었다.하니가 작게 숨을 내쉬는 사이, 유화정이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하니 앞에 놓았다.하니는 순간 멈칫했다.“하니 씨, 모든 사람한테 한 잔씩 돌려야 진짜 입사인 거예요!”‘이게 바로 술자리 문화라는 건가?’하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때 로나가 거들었다.“우리 회사엔 부동산 사장님들이 많거든요. 하니 씨는 일러스트 작가니까 언젠간 그분들이랑도 얘기할 일이 생길 거예요.”“부동산 사장님들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바로 술 잘 마시는 거! 부장님이 하니 씨 술 배짱 길러주려는 거죠. 마셔요, 취하면 우리가 업어갈게요.”그 말을 듣자 하니는 조금 안도했다. 살짝 잔을 들어 한 모금만 머금었는데, 소주의 알싸한 기운이 혀를 뜨겁게 스쳤다.하니의 볼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한 모금 마셨는데 벌써 이렇게 빨개졌어요?”로나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럼 다음 게임은 어떻게 하죠?”하니는 달아오른 볼을 손바닥으로 살짝 가리며, 고개를 숙여 말했다.“조금 더 마실 수 있지만, 많이는 안 돼요.” 유화정이 그 말을 듣고 낮게 웃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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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하니의 머리가 ‘쾅' 하고 울렸다.“차라리 벌칙 할게요.”로나는 단번에 뭔가 있다고 직감했다.“그럼 여기 있는 남자 중 한 명한테 가서 번호 받아오기!”하니는 얼른 말을 바꾸고 싶었지만, 로나는 이미 눈치를 챘다.“둘 다 안 하면, 원샷 석 잔!”하니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정신을 다잡았다. 사실 지금도 걸음이 붕 뜨는 기분인데, 석 잔을 더 마시면 정말 쓰러질 게 뻔했다.결국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섰다.디자인팀 남자 동료들이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하니는 그대로 룸 밖으로 걸어 나갔다.로나는 불안해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뒤를 따라갔다.그런데 하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곧장 한 남자의 품으로 몸을 던졌다.로나는 멍하니 외쳤다.“와, 하니 씨 대단하네요. 제일 잘생긴 사람 골랐어요!”유화정이 바로 로나를 흘겨봤다.“저쪽은 VIP 구역인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요. 얼른 데리고 와요!”로나가 황급히 다가갔다가, 그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숨이 턱 막혔다.‘아니, 저분... 우리 부건빈 대표님?!’회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누구도 건들지 않으려 하는 냉혈 보스. 그런데 하니는 지금 그 대표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저... 유부녀예요. 이 사람이 제 여보예요.”로나의 눈이 더 커졌다. ‘부 대표님한테 여보라니... 이하니 진짜 미쳤구나.’“여보, 번호 좀 주세요.”하니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건빈에게 바짝 다가갔다. 입술 사이로 달콤한 숨이 스쳤다.그러고 나서 하니의 작은 입술이 건빈의 얇은 입술에 닿았다. 거칠게, 하지만 확실하게 부드러운 살을 파고들며 키스했다.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주변 시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얽혀 있었다.처음엔 건빈의 눈빛에 차가운 거부감이 비쳤지만, 이내 하니의 집요한 입맞춤에 주도권을 빼앗아 갔다.로나는 그 순간, 건빈이 잠시 자신을 스쳐보는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로나는 반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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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친구들은 생각지도 못했다.건빈이 이렇게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듯한 사랑을 좋아할 줄은 말이다. ‘진짜 별종이네.’하니는 남자의 재킷 속에 감싸여 있었다. 밤공기가 매섭게 차가워, 한기가 곧장 머리끝까지 스며들었다.하니는 참지 못하고 건빈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춥...”건빈은 하니를 차 안에 태우고 운전석 쪽을 향해 말했다.“‘하늘’로.”차는 곧 ‘하늘’이라 불리는 고급 빌라 단지 앞에 멈춰 섰다.건빈은 하니를 안아 객실 침대에 내려놓았다. 막 돌아서려던 순간, 하니가 마치 문어처럼 팔과 다리를 얽어매며 남자를 붙잡았다.눈가까지 붉어진 채, 낮게 중얼거렸다.“당신도... 날 떠날 거예요?”건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내가 누군지 알아요?”“아니면, 나를 다른 사람... 당신 전 남자 친구로 착각한 거예요?”부건빈 같은 남자는 누군가의 ‘대체품’이 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하니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는 미련 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여보... 머리 아파요. 가지 마요... 제발...”둘 다 아니었다.건빈은 인정해야 했다. ‘여보’라는 호칭이 이상하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달콤했다.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하니를 이불 속에 넣어주었다.“안 갈게요. 대신... 숙취약 좀 가져올게요, 알았죠?”하니는 입술을 살짝 내밀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모습, 괜히 사람을 미치게 하네.’그러나 건빈이 약을 들고 돌아왔을 때, 하니는 어느새 옷을 모조리 벗어 던지고,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그녀는 건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같이 잘래요?”그 순간, 건빈의 시선이 하니의 하얀 피부 위에 고정됐다.얼굴빛이 단단히 굳어졌다.이내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또다시 숙취로 시작된 하루였다.승오는 흐릿한 눈을 억지로 떴다.익숙하게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손끝에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지난 6년 동안, 그는 아침마다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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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권아는 애교 섞인 표정을 지으며 눈을 들어 승오를 바라봤다.하지만 승오는 여자의 턱을 거칠게 잡았다. 목소리는 서늘했다.“하니 말고 이렇게 할 자격 없어.”권아의 얼굴빛이 싸늘해졌다.승오는 며칠째 회사에도 나가지 않았다.강씨 집안 어른들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했고, ‘미래 강승오 대표의 아내’라는 권아는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버텼다.조금만 실수해도 곧장 미움을 살 위치였다.그래서 권아는 어떻게든 승오를 붙잡고 다잡아야 했다.“오빠,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사랑하는 이하니... 분명 돌아올 거야. 그때 내가 이하니한테 자리 양보하고, 직접 설명할게.”“그러니까 우리 지금 좀 진정하자, 응? 지금 이 꼴을 이하니가 보면... 실망할 거니까.”그 말에 승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니는 이런 모습 싫어하지... 자포자기하는 사람, 제일 싫어해.’그는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깨끗이 밀고 말했다.“내가 변하면 하니는 꼭 돌아올 거야.”권아의 눈동자 속 질투가 깊게 번졌다. 예전엔 여자가 조금만 애교를 부리고, 부드럽게 굴면 남자를 잡아둘 수 있다고 믿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완전히 꿈이었다. 하니는 이미 떠났는데도, 승오는 여전히 하니의 말이라면 귀를 기울였다.‘난 이렇게 죽을 각오로 옆에 있어도... 아무것도 아닌 거네.’권아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그때, 심주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권아야, 승오 회사 나갔어? 너 지금 애기 가진 몸이잖아. 승오도 널 생각하면 움직일 거야. 얼른 회사로 가라고 해.]권아는 손가락을 세게 움켜쥐었다.‘참 웃기네. 자기가 나서서 못 잡는 사람을, 며느리도 아닌 나한테 맡기다니.’심주영은 이어서 덧붙였다.[그리고 너도 승오랑 혼인신고부터 해. 안 그러면 승오 아버지가 돌아온다고 해도 절대 널 인정하지 않을 거야. 승오 아버지, 원래 고집이 센 사람이야. 게다가 하니가 승오 아버지 목숨을 한 번 구하기까지 했다고.]그 말을 듣자 권아의 표정이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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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듯한 허망함이 승오의 심장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번져 나왔다.마치 꼭 쥐고 있던 무언가가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승오는 곧장 본가로 향했다.심주영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들어서는 아들을 보자마자, 또 하니와 관련된 일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그녀는 쉰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이런 남녀 간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깊어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누구보다도 자기 아들을 잘 안다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될 거니까.그러나 잠시 후, 승오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제발 말해 주세요.”심주영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너... 정말 하니를 그렇게 좋아해? 하니 아니면 안 되는 거야?”“그럼 왜 권아가 임신하게 했어? 권아 배 속 아이, 네 아이 맞잖아. 남자면 책임질 줄 알아야지.”승오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하지만... 전 하니만 책임지고 싶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심주영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낮아졌다.“하니는 너랑 6년이나 같이 살았으면서도, 애 하나 없잖아. 그런데도 강씨 집안에 들어오겠다고? 절대 불가능해.”“포기해, 승오. 네가 무릎 꿇어도, 난 절대 말 안 해줄 거야. 하니랑 약속했어. 어디 있는지 절대 밝히지 않겠다고.”승오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어머니! 절 죽이실 거예요? 조금만... 단서만 알려주시면, 이렇게까지 미치진 않을 거예요. 그냥... 하니를 한 번만 보고 싶어요.”“하니가 직접 ‘헤어지자’ 한마디만 하면, 바로 돌아올게요. 어머니 말씀 듣고 권아랑 결혼할게요.”하지만 심주영은 누구보다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승오가 하니를 만나면, 절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그는 늘 이기는 걸 좋아했고, 모든 걸 갖고 싶어 했다.그게 경영권이든, 여성이든.심주영이 길게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가사도우미가 다급하게 뛰어왔다.“사모님, 권아 아가씨가... 방금 쓰러졌습니다.”권아가 쓰러졌다는 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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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심주영은 권아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운전기사 불러줄게. 집에 가서 쉬어.”아직 배 속의 아이를 챙기는 그 태도에, 권아는 속으로 작게 미소 지었다.‘그래... 적어도 이 아이는, 날 강씨 집안에 붙잡아 둘 카드가 돼.’그날 밤, 깊은 새벽이 될 무렵이었다.사설탐정에게서 위치 정보가 도착했다.화면을 들여다본 권아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곳은 자신과 승오가 처음 만난 바로 그 술집이었다.임신한 이후, 승오는 술집에 거의 가지 않았다.그 안에 어떤 여자들이 있는지, 권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화려하게 꾸민, 남자 유혹에 능숙한 여자들.‘저런 애들한테 맡겨두면, 내 자리는... 순식간에 흔들릴 거야.’권아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연달아 다섯 통째, 마침내 신호음이 끊기고 연결됐다.“이 밤중에... 오빠, 집엔 안 들어올 거야?”권아의 목소리는 한껏 서러움을 담고 있었다.“나랑 아기는... 오빠가 보고 싶어. 특히 아기는 요즘 더 움직여. 아마 오빠가 보고 싶어서 그런가 봐. 잠깐이라도 와서 봐주면 안 돼?”그 말이 끝나자 수화기 너머에서 순간적인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이내 맑고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한데요, 강 대표님 지금 저희랑 계시거든요. 대표님 표정 보니, 집에 갈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요? 그쪽은 그냥 푹 쉬세요.]도발적인 억양이 노골적으로 날카로웠다.권아의 얼굴이 단단히 굳었다.“강승오는 내 남자야. 너희 중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다는 거야? 당장 멀리 떨어져!”[흥분하지 마세요. 강 대표님, 전화 좀 받아보세요.]잠시 후, 승오의 목소리가 들렸다.[나 안 가.]한껏 짜증이 묻어 있었다.“안 온다고? 그럼 나랑 애는 어떡하라고?”[알아서 해.]뚝-전화를 끊는 소리가 권아의 귀를 찢었다.권아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만큼 꽉 움켜쥐었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술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술 냄새가 가득 밴 VIP 룸 안.승오는 몸매가 드러나는 짙은 원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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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두 사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네 꼴에 강 대표님이랑 결혼? 웃기고 있네.”“우리 셋의 신분이 뭐가 다르다고? 네가 강 대표님이랑 결혼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거든?”권아의 온몸이 분노로 떨렸다.그녀는 곧장 우희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손이 얼굴과 목으로 거칠게 내려갔다.그 동작엔 상대의 얼굴을 망가뜨리겠다는 의도가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우정이 다가와 억지로 권아를 떼어냈다.“자기 남자 하나 못 지키면서, 왜 남 탓을 해? 그리고 강 대표님은 우리 자매를 좋아하거든. 술자리도 늘 우리랑 같이 하자고 하시잖아. 그러니까 네 꿈은 접어.”그 말에 권아의 손끝이 하얗게 굳었다. 곧장 우정을 강하게 밀쳤고, 우정은 그대로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순간, 우희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그녀는 주저 없이 권아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그제야 승오가 정신을 차렸다.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자, 권아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권아의 눈빛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두 손으로 배를 감싸 쥔 채 치맛자락 사이로 붉은 피가 번졌다.그런데도 우희는 멈추지 않았다. 거친 발길질이 몇 번이나 이어졌고 결국 권아는 고통에 의식을 잃었다.누군가 다급하게 119를 불렀다.권아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승오는 술기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아 머리가 무겁고 흐릿했다.심주영이 숨 가쁘게 달려오더니, 차갑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권아한테 이런 일이 생기게 두다니!”승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저 취했어요. 백권아가 누구랑 싸우든, 그게 어떻게 제 잘못이에요? 애를 가진 몸이면 조신하게 집에 있어야죠. 왜 술집까지 나와서 난리예요?”심주영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상대가 아들이니 더 심하게 나무라진 않았다.곧 수술실 문이 열렸고, 권아는 창백한 얼굴로 실려 나왔다.의사가 승오와 심주영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저었다.“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는 지키지 못했습니다.”“아이를... 잃은 거예요?”심주영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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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네가 뭘 이용할 게 있다고? 넌 하니랑 비교조차 안 돼. 하니는 내 아내고, 넌 우리 사이를 망가뜨린 불청객일 뿐이야. 네가 없었으면, 난 이미 하니랑 결혼했어!]승오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결국 네가 있었기 때문에 하니가 떠난 거야.]권아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서로 원해서 빠져든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나만 미친 사람 취급이라니.’‘강승오... 참 대단해.’그 차가움이 서서히 권아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나 지금 블루스카이 집으로 돌아갈 거야. 거기서 안 나올 거야.”그제야 승오의 표정이 굳었다.그 집은 하니가 직접 정성을 들여 꾸민 신혼집이었다.그곳에 다른 여자가 살고 있다는 걸 깨달으니, 하니가 떠난 이유가 선명해졌다.승오는 단호하게 내뱉었다.[지금 당장 블루스카이 집에서 나가. 거긴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야.]아이가 없어진 뒤, 그는 더 이상 눈치조차 보지 않았다.권아는 감당할 수 없는 말에 숨이 막혔다. 눈빛에 서린 증오를 감춘 채 빠른 걸음으로 밖을 나섰다.도우미가 길을 막아섰지만, 권아는 뿌리치듯 밀쳐냈다.그리고 블루스카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니가 애써 꾸며놓은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이하니... 죽어버려!”욕설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끄러운 소리에 놀란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잠시 후, 문가에 서 있는 승오의 그림자가 보였다.그는 무표정하게, 권아가 만들어놓은 난장판을 훑었다.“애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까지 굴어? 내가 돈 안 주는 것도 아니잖아. 넌 결국 돈이 전부인 여자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그 말에 권아의 온몸이 떨렸다.“돈이면... 날 버려도 돼? 그럼 애초에 왜 나랑 약속했어?!”권아의 시선이 매섭게 승오를 찔렀다.“이하니가 겨우 떠났는데, 오빠는 날 버리겠다고? 그 여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아!”그 순간, 승오가 손을 들어 권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난 반드시 하니를 데려올 거야. 그 전에 모든 방해물을 치워야지... 너도 포함해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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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꺼져.”승오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눈빛엔 권아를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여긴 나랑 하니의 집이지, 네 자리가 아니야.”거실 한가운데 널브러진 부서진 물건들, 벽에 걸린 채 기울어진 액자.승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하니...’머릿속엔 하니의 모습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는 이미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후회가 서린 눈물이 조용히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권아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이유 모를 통증이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하니는 힘겹게 눈을 떴다.허리를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녀의 시선이, 이미 갈아입혀진 낯선 옷으로 떨어졌다.‘이게... 뭐지?’하니의 눈에 당혹감이 가득 번졌다.‘왜 이런 일이...?’고개를 갸웃하던 하니는 마치 어제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은 듯한 통증에 무릎이 꺾였다.‘설마... 어제 술 마시다가 이상한 놈을 만난 건가?’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분명 어제는 동료들이 집까지 데려다줄 상황이었다.하니는 급히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주방 쪽에서 나는 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유리문 너머,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남자가 앞치마를 두른 채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건빈의 차갑고 고고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는 하니를 한 번 스윽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와서 밥 먹어요.”하니의 어깨가 움찔거렸다.“어제... 나를 데려다준 게... 당신이에요?”그리고 눈에 의아함이 번졌다.건빈이 자기를 집까지 데려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여전히 몸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에, 하니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눈을 치켜들어 분노 섞인 시선으로 건빈을 노려봤다.“설령 날 몇 번 구해줬다고 해도 이렇게... 마음대로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나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요?”하니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외쳤다.건빈은 비웃듯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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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하니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건빈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날 구한 거예요?”건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당신이 먼저 내 품에 안겨서, 집에 데려가 달라고 했잖아요. 잊었어요?”그 말에 하니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빠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스르륵 되살아나더니, 곧 두 눈이 커졌다.“나...”‘세상에, 낯선 남자한테 여보라고 부른 기억이라니...’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게 있을까?’“이제 와서 부끄러워진 거예요?”건빈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하니는 그를 노려봤다.“그래도... 그쪽도 이득 봤잖아요!”“정확히 말하면, 그쪽이 날 강제로 곤란하게 만든 거죠.”건빈이 태연하게 받아쳤다.하니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미... 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억울함 서린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은, 조금만 더 말하면 당장 울어버릴 것 같았다. 건빈은 입가를 살짝 말아 올렸다.“다 먹으면 데려다줄게요.”여전히 절제된 품격을 지닌 그의 태도에, 하니는 안도감이 스며들었다.차에 오르자마자 하니는 창밖을 보다가 주차된 차를 보며 멈칫했다.‘여기... 두 번째다. 내가 취했을 때 날 구해준 부건빈 씨...’그가 정말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기회는 이미 수없이 많았다.그렇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이 사람... 그런 부류가 아니야.’차는 단지 입구를 한 바퀴 돌더니 멈춰 섰다.하니가 놀란 듯 건빈을 봤다.“혹시... 나랑 같은 단지에 살아요?”이곳은 도시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거지.보안이 아주 철저했고, 이것이 하니가 이곳의 집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설마 같은 곳에 사는 건 아니겠지?’“이하니 씨, 이제 내려도 돼요.”건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내리기 직전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조용한 목소리와 그 말에 곁들여진 반짝이는 밤하늘 같은 눈빛.건빈은 잠시 시선을 빼앗겼지만, 이미 하니는 차 문을 닫고 걸어가고 있었다.하니는 집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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