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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551 - Chapter 560

571 Chapters

제551화

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였다.“도진 씨는 왜 오셨어요?”하도진은 민하윤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감쌌다.“울긴 왜 울어?”하도진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고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민하윤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며 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멀쩡히 병원엔 왜 온 거야? 어디 아파?”민하윤은 얼른 고개를 저었고 눈을 내리깐 채, 차마 하도진을 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둘러댔다.“민성현 씨가 여기 입원해 있어요. 위암 말기래요.”하도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민하윤의 차갑고 여린 손을 잡고 차 쪽으로 이끌었다.곧 차는 거리를 따라 조용히 달렸고 민하윤은 창가에 기대어 스쳐 지나가는 고층 빌딩들을 바라봤다.민하윤은 아직도 두피가 조금 욱신거렸다.송해정은 정말 사정이 없었다.민하윤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망설임도 없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한 움큼을 뜯어냈다.그때 하도진이 운전대를 잡고 옆을 흘끗 봤다.조수석의 민하윤은 몸을 웅크린 채, 신발도 벗어 놓고 의자 위에 두 발을 올린 상태였다.얼굴은 무릎 사이에 묻혀 있었고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가느다란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민하윤은 내내 울고 있었다.차는 어느새 생활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골목가에 멈췄다.차 안은 냉기가 충분했지만 민하윤은 울다가 땀이 배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었다.하도진은 티슈를 들어 민하윤의 눈물도 닦아 주고 콧물까지 닦아 줬다.깔끔 떠는 성격인 하도진이었지만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뭐라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콧물이 맺혔다.그 순간, 민하윤은 얼굴이 확 달아올라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하도진은 손으로 민하윤의 턱을 가볍게 받쳐 들었고 또렷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왜 피해? 이것보다 더 창피한 모습도 나한테 보여 줬으면서.”그러고는 태연하게 티슈로 민하윤의 코를 닦아 줬다.“배 안 고파?”하도진은 왜 우냐고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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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흰 가운을 입은 약사가 민하윤에게 어디가 불편한지 무슨 약이 필요한지 물었다.“임신 테스트기요. 제일 정확한 걸로요.”약사는 민하윤을 한번 훑어보더니 상자 하나를 꺼내 바코드를 찍었다.“만 6천 원입니다.”민하윤은 아직도 두피가 당기듯 아파서 무심코 손을 올려 만져 보니 손끝에 피가 조금 묻어났다.민하윤은 포비돈 소독 면봉도 하나 달라고 했다.그러자 약사는 다시 바코드를 찍었다.“2만 원입니다.”결제를 마친 민하윤은 그 자리에서 테스트기 상자를 뜯었고 보니 두 개가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민하윤은 내용물만 옷 주머니에 넣고 포장을 약국 쓰레기통에 버렸다.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켰고 손에는 소독 면봉 상자만 든 채 약국 밖으로 나왔다. 그때 마침 골목 안에서 뭔가를 사 들고 나오는 하도진과 딱 마주쳤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민하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는 걸 느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뒤쪽 약국 간판을 힐끗 올려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좁혔다.민하윤은 숨을 한 번 더 고르고 몇 걸음에 앞까지 달려갔다.워낙 눈치가 빠른 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한번 스치듯 보고는 낮게 물었다.“나한테 숨기는 일이라도 있어? 약국에서 뭘 산 거야?”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며 들고 있던 포비돈 면봉 상자를 그대로 내밀었다.“조금 다쳐서요. 소독 면봉 하나 샀어요.”하도진의 시선은 민하윤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다시 약상자로 내려갔다.표정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완전히 누그러진 건 아니었다.“어디 다쳤는데?”민하윤은 너무 긴장한 탓에 손바닥에 땀까지 맺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조금 긁힌 정도예요.”그러자 하도진은 얼굴이 바로 굳었고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민하윤, 내가 묻잖아. 어디 다쳤어?”하도진의 서늘한 눈빛에는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짓누르는 기세가 있었다.민하윤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그러더니 머리를 살짝 들이밀며 정수리 쪽 머리카락 한 가닥을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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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하도진의 손은 참 곱게 생겼다. 손가락은 희고 길쭉했고 마디는 또렷했다.하도진이 소독 면봉을 가볍게 꺾자 갈색 소독액이 관을 타고 흘러 반대쪽 솜 끝을 적셨다.하도진의 손길은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민하윤은 여전히 아파서 숨을 들이켰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아파?”하도진이 미간을 좁히며 손을 거두며 묻자 민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축 처진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네...”하도진은 속이 타고 화도 났다.“그 여자가 또 어디를 때렸어?”민하윤은 얼른 고개를 저었고 더는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민하윤은 하도진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송해정이 자기한테 퍼부은 말을 그대로 전하면 하도진은 지금 당장 차를 돌려 병원에 가서 송해정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뽑아 버릴 것 같았다.“너는 손 안 댔어?”하도진이 문득 눈을 들어 민하윤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말해 봐. 또 벙어리가 된 거야?”민하윤은 눈치 보듯 하도진을 한 번 흘겨봤지만 기세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네.”하도진은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따졌다.“왜 안 해? 그 여자가 너한테 한 짓이 얼마나 고약한데... 그래도 엄마니까 존중해야 하고 손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야?”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였다.“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 엄마는 한 분뿐이에요.”하도진은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더니 민하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그런데 민하윤은 그대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파했다.민하윤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다가 이번엔 정수리를 차 지붕에 정통으로 박았다.그러자 민하윤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비명을 질렀다.순간 차 안은 난장판이 됐다.하도진의 얼굴은 당장 터질 듯 굳었고 분노로 새파랗게 질린 채 쏘아붙였다.“하윤아, 너 진짜 바보야? 그 여자가 널 때리는데 넌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지금은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맞을 때는 왜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어? 맞받아칠 자신 없었으면 나한테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그 미친 여자가 네 머리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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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하도진은 화가 난 와중에도 여전히 쪼그려 앉아 민하윤의 신발부터 벗겨 줬다.소매를 걷어 올린 채 소파에 앉아 물 한 잔을 따라 천천히 마셨다.“아직도 안 오는 거야? 거기 서서 벌서는 거야?”하도진은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는 민하윤을 힐끗 봤다.그러자 민하윤은 슬쩍 하도진의 눈치를 보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걸어왔다.“이리 와. 우리 얘기 좀 하자.”하도진은 옆 소파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하도진의 눈매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얼굴에는 얇은 짜증이 남아 있었다. 아직 화가 덜 풀린 게 분명했다.민하윤은 주머니를 한 번 만졌다.“저 먼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하도진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물었다가 문득 민하윤이 제자리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이상하게도 하도진은 화가 반쯤 가라앉았다.하도진은 일부러 민하윤을 놀리듯 눈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왜? 내가 널 안아서 화장실까지 데려다줘?”민하윤은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그러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를 내며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1층에도 화장실이 있잖아?”“저는 2층의 화장실이 더 익숙해요!”민하윤은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객실까지 달려가 문부터 잠갔고 안쪽 화장실 문까지 다시 잠갔다.민하윤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임신 테스트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끝까지 저릴 만큼 긴장돼 있었다.5분이 지났다.한 줄.민하윤은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기에 손을 덜덜 떨며 나머지 하나의 포장지를 뜯으려 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하도진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끝났어?”민하윤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포장지를 뜯던 손도 그대로 멈췄고 숨조차 크게 못 쉬었다.머릿속엔 오직 한가지 생각뿐이었다.‘이걸 어디에 숨기지? 그냥 버릴까? 안 돼...’하도진 같은 사람이라면 진짜 쓰레기통까지 뒤질 수도 있었다.‘그러면 어디에 숨기지?’긴장한 탓에 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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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민하윤은 그 뒤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이어졌는지조차 잘 몰랐다.정신을 차려 보니 하도진에게 안겨 욕실로 들어와 있었고 물소리는 요란하게 쏟아지고 있었으며 민하윤의 의식은 조금씩 흐려지고 흩어졌다.거의 끝에 다다랐을 무렵, 민하윤은 욕조의 가장자리를 짚은 채 문득 생각에 잠겼다.‘어차피 임신은 아니니까 겁낼 것도 없겠지.’민하윤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조금 서툴긴 했지만 어딘가 달래고 맞춰 주려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민하윤의 그런 모습이 하도진을 더 기쁘게 만들었다.“다음부터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 앞으로 또 누가 널 괴롭히면 어쩔 건데?”하도진은 몸을 숙여 민하윤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도진 씨를 찾을게요.”하도진은 민하윤의 그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에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그래. 이제 좀 배웠네.”물방울이 다시 사방으로 튀었고 민하윤은 지쳐서 한 마디도 제대로 이어 말하지 못했다.그저 하도진의 팔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졸랐다.“침대에 가서 좀 누우면 안 돼요?”그러자 하도진은 민하윤을 번쩍 안아 올려 수건으로 단단히 감싼 뒤 침대로 데려다 눕혔다.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다가 민하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배고파?”하도진은 시선을 내리깔고 코끝으로 민하윤의 이마를 가볍게 스쳤다.그러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흰 셔츠를 집어 걸치며 물었다.“조금 더 누워 있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내려갈래?”“조금만 더 누워 있을래요. 피곤해요.”민하윤은 눈을 반쯤 감은 채 대답했다.이불자락 아래로 새하얀 피부가 넓게 드러나 있었고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른하게 풀어져 있었다.은근한 어리광이 섞인 민하윤의 말투에 하도진도 속수무책이었다.순간 하도진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하도진은 다시 침대 옆으로 몸을 기대듯 눕더니 민하윤을 품에 안았다.그러고는 민하윤의 손목을 잡은 채, 마치 마술이라도 부리듯 손바닥을 펼쳤다.하도진의 손에는 커다란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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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늦었어!”하도진은 밖에서 보이던 차가운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고 있었다.어찌나 좋아하는지 정말 웃음이 얼굴 가득 번졌다.하도진은 긴장한 채 카펫 위에 무릎을 꿇고 아주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반지를 민하윤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감정이 도무지 가라앉질 않은 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감싸 쥔 채 고개를 숙여 손등에 입을 맞췄다.“그렇게 좋아요?”민하윤은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짠해져 손을 들어 하도진의 목덜미를 살짝 쓸었다.하도진은 기분이 너무 좋았고 온몸이 가볍고 상쾌했다.하도진은 고개를 들어 민하윤에게 길고 깊은 입맞춤을 졸랐다.“웨딩드레스는 명품 오트 쿠튀르가 좋아? 아니면 디자이너가 너만 위해 맞춤으로 만드는 게 좋아? 차라리 다음 달에 해외로 가서 브랜드 디자이너 직접 만나 보자.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몇 벌 맞추면 되잖아. 결혼식은 그래도 해야 해. 우리 집안은 아무래도 체면 때문에 국내에서 식을 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신혼여행은 세계 일주로 가면 되지. 아니면 우리 결혼식을 두 번 올릴까? 한 번은 어른들의 취향을 맞춰서 전통식으로 하고 한 번은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웨딩드레스 입고 서양식으로 하자. 넌 성당 예식이 좋아? 아니면 야외 잔디 예식? 이번에는 전부 네 뜻대로 하자. 아니면 이번 주말에 본가로 갈까? 할머니가 분명히 정말 좋아하실 거야. 하윤아, 이번에 우리 진짜 잘해 보자. 끝까지 백발이 될 때까지 같이 가자. 이가 다 빠지고 머리도 하얗게 세고 눈도 침침해져도 서로 꼭 잡은 두 손 놓지 말자.”하도진은 혼자 신이 나서 계속 떠들었지만 잡고 있는 민하윤의 손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잠깐 사이에 하도진은 벌써 두 사람의 칠팔십 먹은 미래까지 다 그려 버렸다.하도진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눈매는 휘어 있었고 늘 냉정하던 얼굴에도 웃음이 어려 있었다.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고 눈가에는 어딘가 망설이는 빛이 스쳤다.“도진 씨, 우리... 결혼식은 먼저 안 하면 안 돼요?”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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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 하도진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다정한 웃음이 스쳤다.“조금 더 자. 이따가 내려와서 밥 먹어.”민하윤은 얼굴을 이불에 파묻은 채, 속눈썹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민하윤의 촉촉한 두 눈은 여전히 맑게 빛났다.하도진은 몸을 숙여 민하윤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러더니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우리 예쁜이.”민하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방금 입 맞춤이 닿은 곳을 손으로 쓱 문질렀다.아주 미세한 동작이었지만 하도진은 놓치지 않았다.하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괜히 민하윤을 놀리고 싶어진 하도진은 침대 가장자리에 두 손을 짚고 몸을 숙여 민하윤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에 천천히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민하윤은 피하려 했지만 발목을 붙잡은 하도진의 큰 손 때문에 꼼짝할 수 없었다.결국 울상인 얼굴로 침대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싫어?”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민하윤을 빤히 바라봤다.민하윤은 고개를 비켜 작게 중얼거렸다.“아닌데요.”하도진은 당연히 믿지 않았고 손으로 민하윤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억지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거짓말쟁이.”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였다.“말을 좀 예쁘게 하세요. 툭하면 얼굴에 침 묻히면서 뽀뽀하지 말고요.”민하윤의 마음은 계속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욕실 수납장 안에 숨겨 둔 임신 테스트기가 자꾸만 떠올랐다.하도진은 길게 찢어진 눈을 가늘게 좁히더니 한 손으로 민하윤의 발목을 천천히 문지르며 느긋하게 떠보듯 말했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자꾸 딴생각하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하도진은 말을 천천히 했지만 민하윤이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고 있는 민하윤은 어딘가 잔뜩 경직되어 있었다.하도진은 조금 뜻밖이라는 듯 민하윤을 바라봤다.“내 말이 맞았네? 진짜 숨기는 일이라도 있어?”민하윤은 들킬까 봐 얼른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러자 하도진은 농담처럼 툭 던졌다.“욕실에 사람이라도 숨겨 놨어? 왜 자꾸 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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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그렇지만 민하윤은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지금도 SNS에서 관련 검색어만 치면 조회수가 백만이 넘는 고은율 왼손 약지의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그때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셜록 홈스가 되어 두 사람을 파헤쳤다.고등학생 때부터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캠퍼스 커플이었다는 얘기부터 고은율이 사귀던 상대가 명원시 최고 재벌 가문의 후계자라는 이야기까지 전부 끌어냈다.민하윤은 혼자 몰래 인기 게시글을 전부 훑어본 적이 있었다.자칭 측근이라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두 사람이 학창 시절부터 서로만 바라봤고 나중에는 하도진이 사랑 때문에 명원을 떠나 고은율이 있는 해외까지 갔다는 이야기까지 다 봤다.7년, 하도진은 한 여자와 7년이나 얽혀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자 민하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민하윤은 이제 와서 이런 무의미한 과거에 다시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율이 라이브 방송에서 끼고 나왔던 그 반지와 하도진의 손에 있던 반지는 분명 한 세트였다.사실 민하윤도 이런 불편한 옛이야기를 꺼낸 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막 다시 하도진과 관계를 회복한 참이었으니까 말이다.그런데도 하도진이 너무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민하윤의 여린 마음을 괜히 더 찔렀다.그래서 더더욱 입을 열고 싶어졌다.이제 막 겨우 가까워진 사이여도 이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기억 안 나세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민하윤은 비웃듯 웃었다.“그때 라이브 방송에서 고은율 씨가 말 많던 그 반지를 끼고 수백만 명이 보는 앞에서 도진 씨한테 전화했잖아요. 그리고 도진 씨는 그 전화를 받았고요.”하도진은 눈빛을 낮게 가라앉힌 채 민하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작게 웃었다.“뭐가 그렇게 웃겨요?”민하윤이 겨우 끌어올린 기세는 웃음소리에 맥없이 꺾였다.하도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계속 낮게 웃기만 했다.한참 웃고 나서야 겨우 몸을 바로 세웠다.그런데도 멍한 눈으로 자기를 보고 있는 이토록 순진한 민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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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그때 하도진이 시킨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하도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음식을 받아 오고 겸사겸사 삼색이에게 사료도 챙겨 줬다.민하윤은 오른손을 들어 그 분홍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만히 들여다봤다.정말 아름답고 맑았고 흠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민하윤은 보석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이 핑크 다이아몬드가 어디서 난 건지, 몇 캐럿인지도 몰랐고 이런 등급의 컬러 다이아가 경매장에서는 얼마나 비싼 값에 팔리는지도 몰랐다.한참 반지에 정신이 팔렸던 민하윤은 갑자기 욕실 벽장 안에 숨겨 둔 물건이 떠올랐다.민하윤은 슬리퍼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카펫을 밟고 화장실로 뛰어갔다.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문부터 잠갔다.‘이 테스트기를 대체 어떻게 버리지?’하도진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취미는 없었다.‘하지만 혹시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보게 되면 어떡하지?’민하윤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고 다급해진 나머지 코끝에는 얇은 땀까지 맺혔다.‘됐어. 일단 테스트기부터 다른 데로 옮기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버리자.’민하윤은 생리대 포장 안에 숨겨 둔 테스트기 두 개를 꺼냈다.하나는 막 포장만 뜯은 새것이었고 아직 쓰지도 않은 상태였다.다른 하나는 휴지에 싸서 버릴 생각이었다.그런데 그 순간, 민하윤은 제자리에 얼어붙었고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머리로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손에 들고 있던 테스트기 하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민하윤은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조금 전까진 한 줄이었잖아. 왜 갑자기 두 줄이 된 거지?’민하윤은 거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내가 산 테스트기가 가장 정확하다는 제품이 아니었나?’민하윤은 차라리 자기가 속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임신이라는 쪽으로는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겨우 숨을 고른 뒤, 민하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의 테스트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등불 아래에서 자세히 보니 정말 두 줄이었다.다만 한 줄은 연한 분홍빛의 흐릿한 한 줄이었고 아주 옅었다.민하윤은 다시 해 보기로 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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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민하윤은 차가운 바람이 몸에 닿는 감촉이 시원하고 좋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람이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더위를 식히진 않는다.민하윤은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먹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손 하나가 불쑥 가로챘다.“아, 왜요!”“속이 안 좋다면서 찬 걸 먹어? 네 몸이랑 원수졌냐?”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하도진이 젓가락으로 그릇 안의 달걀물을 휘젓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이 사람은 진짜 아무리 봐도 요리를 못 하는 도련님 같지는 않은데...’민하윤은 지난번에 죽을 태워 먹은 것도 하도진이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확신했다.‘아마도 나랑 선배의 전화를 끊게 하려고 그런 거겠지.’잠시 뒤, 윤기 흐르고 부드러운 달걀찜 한 그릇이 민하윤의 앞에 놓였다.민하윤은 숟가락을 쥐고 한입 떠먹었다.“맛있어요!”민하윤은 아낌없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하도진은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간장과 참기름만 조금 넣은 단순한 달걀찜이었는데 민하윤은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하도진은 괜히 성취감이 생겼다.하도진은 소파에 기대앉아 전화회의를 이어 가면서도 기분이 한결 좋아진 채 민하윤을 품에 끌어안았다.민하윤은 곁들여 온 과일 접시를 들고 있다가 하도진에게 포도 한 알을 먹여 줬다.하도진은 시큼한 맛에 미간을 찌푸리며 옆으로 민하윤을 봤다.“너무 셔.”그러자 전화회의에서 하도진한테 보고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대체 자기가 어디서 잘못 말했기에 대표가 저렇게 표정이 굳었나 싶어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로 물었다.“하 대표님, 혹시 견적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아니에요. 계속하세요.”하도진은 마이크를 음소거한 뒤 고개를 돌려 민하윤을 바라봤다.그리고 민하윤의 손에 든 과일 접시로 시선을 내리더니 말했다.“너무 셔. 먹지 말고 그냥 버려.”민하윤은 곧바로 하도진을 흘겨봤다.턱으로 그냥 일을 계속하라는 뜻을 슬쩍 보인 뒤, 과일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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