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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 Kapitel von 사랑한다고 말해줘: Kapitel 521 – Kapitel 530

571 Kapitel

제521화

누군가 옆에서 그 직원의 허황된 꿈을 툭 깨뜨렸다.“무슨 소리야. 재벌 가문이 바보인 줄 알아? 하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 결혼한다잖아. 심씨 가문 쪽은 기사도 별로 없어서 누가 찾아봤는데 원래 상업 쪽 집안도 아니래. 그럼 하씨 집안의 눈에 들려면 뭐가 있어야겠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런 꿈도 꾸지 마. 차라리 오늘 점심 배달앱 쿠폰이 터지길 비는 게 더 현실적이지.”“아...”아까 한탄하던 직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잘못했어. 괜한 꿈을 꿨네.”그 말에 몇 사람이 낄낄 웃었고 엘리베이터는 딩 소리와 함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문이 열렸고 민하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다.그 순간, 커다란 손 하나가 민하윤의 팔꿈치를 받쳐 들었다.“조심해요.”구준오도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던 참이었다.주변에는 태유 은행 고위 임원들이 잔뜩 둘러서 있었고 바로 다음 순간 익숙한 뒷모습이 휘청이는 걸 보고 구준오는 인상을 찌푸린 채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었다.“괜찮아요?”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조심스레 팔을 빼냈다.구준오는 머쓱하게 손을 거두고 헛기침을 했다.그래도 구준오는 한 번 더 민하윤을 돌아봤다.민하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여서 신경이 쓰였다.구준오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민하윤의 주변에 상사들이 둘러서 있는 탓에 입을 열 수 없었다.구준오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회의실로 향했다.구준오는 중앙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하도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단체 대화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열댓 개나 쌓여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구준오는 대화창을 열고 맨 위까지 쭉 올렸다.SNS에 열광하는 진호영이 경제 기사 하나를 던져 놓았다.내용은 짧았지만 제목은 눈에 확 들어왔다.[명원 에스티 그룹 후계자, 비밀 약혼설... 에스티 그룹 주가 하루 만에 폭등!]막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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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민하윤은 일어서더니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은 채, 구준오를 향해 차분히 보고를 이어갔다.구준오는 투자 리스크 프로젝트 문서를 천천히 넘겨봤다.민하윤의 보고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현장 실사부터 리스크 평가와 통제 방안까지 모든 단계에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가 붙어 있었다. 그저 책상머리에서 짜낸 기획이 아니라는 게 한눈에 보였다.“좋습니다. 태유 은행의 성의는 충분히 확인했습니다.”구준오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옆에 앉은 송 행장을 바라봤다.“민하윤 씨는 확실히 실력이 있네요. 하윤 씨 덕분에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스타 라이트의 향후 5년 투자 업무는 태유 은행과 함께 진행하겠습니다.”회의실 분위기가 순간 팽팽하게 굳었다가, 구준오의 말과 함께 조금씩 풀렸다.“스타 라이트의 e스포츠 팀은 하반기에 해남에서 합숙 훈련에 들어갑니다. 관련 산업 체인도 해남 지사에서 맡게 될 예정이고요. 태유 은행 쪽에서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따라갈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주셔야 합니다.”그 말에 송 행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물론입니다. 물론이죠! 구 대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양사 협력이 원만하게 이어지기를 축원합니다!”가장 연배가 높은 송 행장이 먼저 두 손을 내밀어 구준오와 악수했다.이남주는 자기의 허벅지를 꾹 꼬집고서야 비명을 참을 수 있었다.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도 이남주였다.양측 책임자들이 악수하며 협력을 확정하는 순간,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과급도 생기고 오랜만에 단체 일정까지 잡히겠구나 싶은 기대감이 한꺼번에 퍼졌다.회의실은 순식간에 환호와 웃음으로 들썩였지만 딱 두 사람만은 그 분위기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었다.저마다 다른 이유로 썩 즐거워하지 않았다.민하윤은 자기 몫을 다 마친 뒤 조용히 단상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아 멍하니 노트북 화면만 바라봤다.민하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표정은 텅 비어 있었다.멀찍이서 민하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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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하도진의 차는 지하 2층에 세워져 있었다.민하윤은 걸음을 멈췄다.검은 코닉세그를 한눈에 알아봤다.남자는 차체에 반쯤 기대선 채, 손끝에 담배를 하나 물고 있었다.구준오는 휘파람을 불며 입을 열었다.“사람은 이미 너한테 데려다줬어. 고맙다는 말은 됐고.”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담배를 비벼 끄더니 곧장 민하윤 쪽으로 걸어왔다.민하윤은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하도진은 단번에 민하윤의 손목을 움켜쥐고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너도 뉴스를 보게 된 거야?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도 이 일은 몰랐어.”구준오는 심술궂은 웃음을 띤 채 휴대폰을 들어 이렇게까지 저자세인 하도진의 모습을 찍어두려 했다.하지만 곧장 하도진에게 들켰다.“꺼져.”하도진이 짧게 욕을 던졌다.구준오는 웃으며 차에 올랐고 차는 금세 출발해 사라졌다.민하윤은 본능적으로 하도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놓아요. 도진 씨는 피곤하지도 않으세요? 한편으로는 온 세상에 심씨 가문의 아가씨랑 약혼한다고 알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저한테 매달리며 다시 시작하자고 하잖아요.”하도진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민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도진 씨의 어머니는 심씨 가문의 아가씨를 정말 좋아하시잖아요. 어젯밤에 르네 별장에 온 사람도 그분들이었고요. 그런 여자라면 늘 저보다 하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에 더 잘 들겠죠.”민하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끝이 조금 떨렸다.“결국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예요.”하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러나려는 민하윤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이 일은 내가 정리할 거야. 하윤아, 설마 내가 무슨 마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알면 뭐가 달라지는데요?”“하윤아, 난 이번 생에 너 아니면 안 돼.”민하윤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우리가 결국 결혼할 수 없으면요?”“그래도 난 널 포기 못 하겠어.”하도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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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이남주는 검지를 민하윤 앞에서 흔들며 말했다.“언니, 이번엔 진짜 달라요. 들으니까 S급 다이아 레벨의 고객들도 다 온대요. 우리 은행이 이번에는 제대로 돈 쓰는 척하더라고요. 스타 라이트 프로젝트가 끝난 김에 해남에서 은행 설립 30주년 행사까지 같이 치른다나...”이남주는 눈을 굴리며 혀를 찼다.“진짜 알뜰하다 못해 쪼잔하다니까요. 그냥 스타 라이트가 잡아 준 전세기 같이 타겠다는 거잖아요? 이런 데서까지 돈 아끼고 싶은 걸까요? 역시 자본가는 자본가네요.”그러자 민하윤이 문득 물었다.“정말 S급 다이아 레벨의 고객도 다 참석하는 건가요?”“아마 그럴걸요? 오늘 오전에 재무팀에 경비 처리 서류 내러 갔다가 매니저님의 컴퓨터에 참석자 명단 떠 있는 거 봤어요. 그 까다로운 하 대표님만 빼고 다른 S급 고객은 다 간대요.”이남주는 민하윤과 하도진 사이의 복잡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그래서 하도진 얘기만 나오면 늘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민하윤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잠깐 멈췄고 입술만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같은 사람은 우리 은행처럼 이렇게 작은 기념행사에는 관심도 없겠죠. 게다가 은행 행사 따위가 약혼 같은 인생 대사보다 중요할 리도 없고요.”이남주는 민하윤의 얼굴이 한순간 하얗게 질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하윤 언니, 제발 저랑 같이 좀 가줘요. 혼자 가서 사려니 너무 민망하단 말이에요.”민하윤은 겨우 정신을 붙잡고 손끝의 차갑고 무딘 감각을 무시한 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이남주는 자기 흰색 중고 비틀을 몰고 가다 타이밍 좋게 임시 주차 자리를 낚아챘다.뒤에서 기다리던 빨간 마세라티 한 대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하지만 이남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남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미안함 따위는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입꼬리만 슬쩍 올라갔다.이남주는 자기 운전 실력에 완전히 취한 얼굴이었다.빨간 마세라티는 여전히 흰 비틀 뒤를 바짝 붙인 채 경적을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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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설마... 그 여자일까?’민하윤의 심장이 덜컥 가라앉았다.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빨라도 출소는 연말쯤일 텐데...’민하윤은 자기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하지만 이남주가 얼른 민하윤을 붙잡았다.“언니, 이것 좀 봐 봐요. 색깔이 너무 예쁘지 않아요? 저 완전 옛날 중전마마 같지 않은가요? 이 분위기에... 빨간 비키니만 하나 더 사면 끝이에요. 무조건 시선 다 쓸어 담는다니까요? S급 고객 중에 솔로 하나쯤 있으면 저한테 첫눈에 반할지도 모르잖아요. 이 색깔이 진짜 미쳤어요.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네요. 말 한마디 안 해도 온몸에서 중전마마의 기세가 뿜어져 나오잖아요.”이남주는 못생긴 오리 새끼에서 재벌 사모님으로 신분 상승하는 상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민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괜한 생각하지 말자.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출소도 안 한 민희수가 벌써 돌아다닐 리가 있겠어.’“이걸로 할게요. 새 걸로 포장해 주시고 샘플도 두 개만 더 챙겨 주세요. 저 여기 자주 오거든요.”이남주가 매장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자 조금 전까지 넘치던 중전마마 같던 포스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민하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시종일관 기운이 없는 채로 이남주에게 이끌려 2층 의류 매장으로 올라갔다. 비키니 전문 매장은 구석진 곳에 있었고 옆으로는 명품 매장들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이남주는 빨간 비키니 두 벌을 골라 거울 앞에서 번갈아 대 보더니 도무지 결정을 못 하겠는지 민하윤에게 물었다.“좀 많이 야한가요? 그럼 이걸로 할까요? 이것도 빨간색인데...”민하윤은 옆에 있던 다른 옷을 집어 들었다.빨간 원피스형 수영복이었다.가릴 데도 안 가릴 데도 전부 꽁꽁 가려진 디자인이었다.그러자 이남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언니, 요즘 시대가 무슨 시대인데... 이게 무슨 비키니에요? 저는 삼각 비키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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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민하윤은 마음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품은 채, 이남주를 두어 번 웃으며 놀려 주고는 함께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갑자기 얼굴빛이 확 달라진 민하윤은 한 하이엔드 매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옆에 선 네댓 명의 직원이 각자 롱드레스 한 벌씩을 들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눈부신 조명 탓에 민하윤은 잠시 자기 눈을 의심했다.민하윤의 시선은 드레스를 입어보는 단정한 여자를 스쳐 지나 곁에 서 있는 수척하고 마른 여자에게 곧장 꽂혔다.상대 역시 민하윤을 본 듯했다.입가에 걸려 있던 비굴한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야윈 얼굴에 노골적인 적의가 떠올랐다.심가희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려 드레스를 확인했다.“희수 씨, 이 드레스는 어때요?”그러자 민희수는 입꼬리만 억지로 올린 채 말했다.“예뻐요. 아가씨는 뭘 입으셔도 잘 어울려요.”민하윤은 그대로 굳어 버렸고 더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이남주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 시선을 따라가더니 순간 숨을 들이켰다.“와, 저 드레스들 전부 커스텀 제작인가 봐요. 대체 누가 저렇게 큰손일까요?”그와 동시에 심가희가 한 바퀴 더 돌았다.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매장 앞에 선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심가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생각에 잠기더니 하얗던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그러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말했다.“아, 이 사람들은 아까 주차 자리 가로챈 그 둘이네... 진짜 수준 떨어져.”심가희는 명가의 외동딸답게 사소한 일에도 괜히 심술을 부리는 타입이었다.민하윤은 그 낯선 얼굴을 알지 못했다.주차 자리를 차지한 게 이남주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먼저 입을 열어 사과했다.“죄송합니다.”그 순간, 민희수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민하윤이 또렷하게 말하는 걸 듣는 순간, 민희수는 속이 뒤집힐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이제는 말도 잘하네?”“희수 씨, 아는 사람이에요?”심가희는 금세 눈치를 챘다.평소에는 순한 척하던 송희수가 저 예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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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심가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달빛 같은 아이보리빛 어깨끈이 보이는 드레스가 심가희의 피부를 눈처럼 희게 돋보이게 했다.또렷한 이목구비에 환한 얼굴까지 가진 심가희는 누가 봐도 눈길이 가는 비주얼이었다.“됐어요. 이제 쇼핑도 지겹네요.”심가희는 손을 가볍게 저어 보이며 직원들에게 드레스를 전부 포장하라고 지시했다.그러더니 가방에서 붉은색에 금박 장식이 들어간 청첩장을 꺼내 민하윤에게 내밀었다.심가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9월 28일이에요. 민하윤 씨, 꼭 와주세요.”민하윤은 손끝이 차갑게 식어 가는 걸 느끼면서도 끝까지 체면을 잃지 않고 그 초대장을 받았다.직원들이 몇 벌의 맞춤 드레스를 포장하자 민희수가 얼른 앞으로 나서서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예전의 오만함과 독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것 같았다.이제 민희수는 심가희의 뒤를 따라다니며 짐이나 드는 시중꾼처럼 보일 뿐이었다.심가희는 가방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꺼내 썼고 민희수는 쇼핑백을 양손에 든 채 심가희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음산한 눈빛이 민하윤에게 길게 꽂혔다.사람들이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이남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사람들이 한 말 말이죠... 저는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요? 기사에 나온 하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결혼한다는 얘기가... 그러니까 저 여자가 당사자라는 거죠? 그런데 전남편은 또 무슨 소리예요?”민하윤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초대장을 손에 쥔 채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 섰다.이남주는 민하윤의 얼굴을 살피더니 더는 캐묻지 않았다.“됐어요. 언니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그러고는 민하윤의 손을 살짝 잡아 봤다가 깜짝 놀랐다.민하윤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민하윤은 이남주를 바라보며 힘겹게 고마움을 담아 말했다.민하윤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거의 애원하듯 들렸다.“먼저 가요. 저 좀 혼자 있고 싶어요.”이남주는 더는 민하윤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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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민하윤은 하도진을 똑바로 노려보며 옆에 놓인 와인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거짓말하지 마세요!”하도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 여자, 아직 완전히 취한 건 아니네.’하도진은 웃음을 거두고 일부러 정색한 얼굴로 겁을 줬다.“있으면 어때? 오늘 밥은 내가 계산할 거야. 난 술 취한 사람이랑 밥 먹기 싫어.”민하윤은 입을 삐죽였지만 막상 뭐라고 받아칠 말이 떠오르기도 전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민하윤은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고 접시 위 스테이크를 잔뜩 성난 손길로 썰기 시작했다.칼날과 접시가 부딪히며 듣기 괴로운 소리가 연신 났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참고 견디면서도 재빨리 자기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랐고 두 사람의 접시를 바꿔 놓았다.민하윤은 그제야 얌전해졌고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잘게 썰린 스테이크를 살금살금 먹었다.사실 민하윤은 정말 배가 고팠다.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데다가 정신은 취해 있어도 몸은 배고픔을 속이지 못했다.그래서 민하윤은 금세 스테이크를 다 먹어 치웠다.하지만 하도진은 별로 식욕이 없었다.거의 손도 대지 않다가 자기 접시에 남은 스테이크 절반을 다시 민하윤 쪽으로 밀어줬다.민하윤은 아무 말 없이 그것까지 다 먹었다.그러자 하도진이 물었다.“더 먹을래?”민하윤은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포크와 나이프를 탁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다른 여자랑 잔 남자를 내 침대로 끌어들이고... 자기가 먹던 스테이크도 나한테 남겨 주고... 제가 무슨 재활용 수거함이에요?”하도진은 어이없고 웃기기도 했다.오늘 민하윤을 불러낸 본래 목적은 머릿속에서 진작 사라진 지 오래였다.“하윤아,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하도진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술 좀 마셨다고 또 정신 놓지 마... 너 지금 내가 누군지는 알아?”민하윤은 하도진을 흘겨보더니 벌떡 일어났다.그러더니 손가락으로 하도진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하도진! 진짜 뻔뻔한 사람 같으니라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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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민하윤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곧장 가방에서 새빨간 금박 청첩장을 꺼내더니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하도진은 청첩장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심장이 순간 욱신거리듯 아려 왔다.하도진은 민하윤의 발치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들어 민하윤을 바라봤다.하도진의 눈빛은 아련하고도 복잡했다.“누가 준 거야?”그 짧은 순간에도 하도진의 머릿속에는 수백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하도진은 애초에 심가희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단 한 번도 이 일을 둘 사이의 장애물이라 여기지 않았다.그런데도 민하윤이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로 청첩장을 내던지는 걸 직접 보고 나니 하도진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쓰렸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차갑게 식은 손을 잡아 자기 뺨에 가져다 댔다.깊게 숨을 들이쉰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가짜야.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내가 약속할게.”민하윤은 하도진의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민하윤은 천천히 몸을 숙여 이마를 하도진의 정수리에 맞댔다.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그 순간 하도진은 두 사람의 영혼이 같은 곳을 향해 울리고 있다는 걸 아주 선명하게 느꼈다.민하윤이 어딘가 몽롱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올리자 볼에 작은 보조개가 나타났다.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린 하도진은 다른 손으로 민하윤의 어깨를 감싸안고 보조개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도진은 민하윤을 데리고 그대로 별장으로 돌아갔다.하도진은 여전히 민하윤의 아파트에서 쓰는 침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민하윤을 안방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혀 놓은 뒤, 하도진은 예전에 민하윤이 쓰던 방으로 가 실크 슬립 잠옷을 찾아왔다.그러더니 직접 민하윤에게 갈아입혀 주었다.하도진은 곤히 잠든 민하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한없이 약해졌다.그러다가 침대 끝에 놓인 청첩장으로 시선이 옮겨가자 입가에 걸린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하도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구든 상관없었다.하도진은 자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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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딱 한 번만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설령 보여 주기 식인 부부로 사는 거라고 해도 저는 그런 연극에 맞춰 줄 생각이 없습니다. 심가희 씨를 우리 집에 데려와 놓고 차갑게 내칠 바에는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게 맞죠. 애초부터 저는 그 여자랑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요.”채선화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완전히 잠이 달아난 얼굴이었다.“도진아, 이 일은 엄마 아빠가 네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건 맞아. 하지만 이제 와서 물은 이미 엎질러졌어. 다음 주면 결혼식이야. 준비할 건 다 끝났고 가희도 이제 드레스까지 맞췄대. 혼수 정리도 끝났고 예물 목록도 다 나왔어.”하도진은 뒤돌아 닫힌 방문을 한번 바라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젖힌 채 잠시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엄마가 저를 죽이고 싶으신 거면 계속 그렇게 밀어붙이세요. 저는 그 여자 안 만납니다. 아니면 그냥 아들이 없는 셈 치셔도 돼요.”“도진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줄은 알고 하는 거니?”채선화는 드물게 완전히 평정심을 잃은 채, 분에 못 이겨 쏘아붙였다.그러자 하도진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엄마, 저는 엄마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씨 집안의 외아들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엄마의 그런 단호한 교육 방식 덕분이니까요.”그 말에 채선화는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하도진은 채선화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만해!”채선화는 급히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반사적으로 침실 쪽 닫힌 문을 돌아봤다.하지만 하도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갑게 말을 이었다.“엄마, 식만 안 올리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청첩장이 명원시 상류층의 집안마다 다 들어갔는데 뭘 어떻게 수습하라는 거야!”하도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신부만 바꾸면 저 결혼해요.”그 순간, 채선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누구랑?”하도진이 입을 열었다.민하윤이라는 이름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도진은 다시 말을 삼켰다.사실 하도진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준비도 끝나기 전에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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