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은 마음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품은 채, 이남주를 두어 번 웃으며 놀려 주고는 함께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갑자기 얼굴빛이 확 달라진 민하윤은 한 하이엔드 매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옆에 선 네댓 명의 직원이 각자 롱드레스 한 벌씩을 들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눈부신 조명 탓에 민하윤은 잠시 자기 눈을 의심했다.민하윤의 시선은 드레스를 입어보는 단정한 여자를 스쳐 지나 곁에 서 있는 수척하고 마른 여자에게 곧장 꽂혔다.상대 역시 민하윤을 본 듯했다.입가에 걸려 있던 비굴한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야윈 얼굴에 노골적인 적의가 떠올랐다.심가희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려 드레스를 확인했다.“희수 씨, 이 드레스는 어때요?”그러자 민희수는 입꼬리만 억지로 올린 채 말했다.“예뻐요. 아가씨는 뭘 입으셔도 잘 어울려요.”민하윤은 그대로 굳어 버렸고 더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이남주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 시선을 따라가더니 순간 숨을 들이켰다.“와, 저 드레스들 전부 커스텀 제작인가 봐요. 대체 누가 저렇게 큰손일까요?”그와 동시에 심가희가 한 바퀴 더 돌았다.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매장 앞에 선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심가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생각에 잠기더니 하얗던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그러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말했다.“아, 이 사람들은 아까 주차 자리 가로챈 그 둘이네... 진짜 수준 떨어져.”심가희는 명가의 외동딸답게 사소한 일에도 괜히 심술을 부리는 타입이었다.민하윤은 그 낯선 얼굴을 알지 못했다.주차 자리를 차지한 게 이남주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먼저 입을 열어 사과했다.“죄송합니다.”그 순간, 민희수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민하윤이 또렷하게 말하는 걸 듣는 순간, 민희수는 속이 뒤집힐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이제는 말도 잘하네?”“희수 씨, 아는 사람이에요?”심가희는 금세 눈치를 챘다.평소에는 순한 척하던 송희수가 저 예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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