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은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세면용품과 옷을 챙겨서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때 나지혜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사모님, 늦은 시간에 외출하시는 건데 운전기사 불러드릴까요?”민하윤은 고개를 저은 뒤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하도진과 마주칠 것 같았다.민하윤이 예약한 택시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민하윤은 휴대전화를 켜서 목적지 주소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수정했다.민하윤은 자신이 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숨이 자꾸만 막혔고 더는 하도진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하도진은 피곤한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 별장이 환히 밝혀진 걸 본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하도진은 마음을 정리한 뒤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졌고 차에서 내린 뒤 그것을 발로 비벼 껐다.나지혜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민하윤이 돌아온 줄 알고 서둘러 그녀를 맞이하러 갔다.“사모님, 뭐 두고 가신 거라도 있으세요?”하도진의 얼굴을 본 나지혜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그에게서 겉옷을 건네받으며 말했다.“대표님, 돌아오셨어요? 손 씻고 저녁 드세요.”하도진은 고개를 들어 2층 객실 쪽을 바라보았다.“하윤이는요?”나지혜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사모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았어요. 별말씀은 하지 않으셨고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한 뒤에 방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오셨어요.”하도진이 차가운 얼굴로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로 간 거죠?”태유 은행은 회사 규정을 엄격하게 지켰고 직원 복지가 아주 좋은 곳이라서 직원들을 야근시키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건... 얘기하지 않으셨어요.”나지혜는 하도진이 언짢아하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하도진은 식탁 위 저녁을 힐끔 보았다. 나지혜는 국 하나에 반찬 네 가지를 준비했는데 모두 민하윤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하도진은 민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잠시 뒤 다시 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