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한다고 말해줘: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민하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몸을 가렸다. 유일하게 몸을 가려주던 옷이 하도진의 발치로 떨어졌다.“하고 싶지 않아?”하도진이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민하윤의 턱을 쥐며 억지로 자신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민하윤은 눈물을 글썽이며 긴장한 얼굴로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하도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몸을 숙이며 민하윤의 손등에 입을 맞췄고 그 순간 민하윤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몸을 가렸던 팔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모든 것이 조명 아래 여지없이 드러났다. 하도진은 그것들을 전부 눈에 담았다.민하윤은 팔을 들어 하도진의 목을 끌어안았고 이내 눈앞의 광경이 빠르게 뒤바뀌었다. 조명이 꺼지고 방 안에는 오직 어두운 스탠드 불빛만 남았다.하도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입고 있던 가운을 바닥에 대충 벗어두었고 민하윤은 하도진의 넓은 어깨 너머로 천장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걸 보았다.한참 뒤, 민하윤은 더는 협조할 여력이 남지 않아 하도진의 목에 맺힌 땀방울을 대충 닦아주며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하도진은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다른 손으로 민하윤의 이마 위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방 안에는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민하윤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그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 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 배가 위아래로 심하게 출렁였다.수면 위에는 뜨거운 태앙이 내리쬐었고 이따금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괴로웠던 민하윤은 몇 번이나 배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배는 끊임없이 바다 위에서 출렁였고 흰 물보라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민하윤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동이 터올 때쯤에야 배는 천천히 항구에 도착했다.민하윤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옆에서는 하도진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고 창밖으로는 날이 밝아오는 게 보였다. 붉은 해가 수면 위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민하윤은 온몸이 욱신거리고 팔다리가 저렸다. 뭔가에 심하게 짓눌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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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하도진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하도진은 민하윤이 자신의 가족들과 많이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민하윤은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느꼈고 사교는 그녀에게 꽤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하도진은 고개를 숙이며 애잔한 얼굴로 자신의 품속에서 자는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하도진은 민하윤이 하씨 가문에 녹아들기 위해 힘들어하는 걸 원치 않았다.처음에는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웠었다. 하도진은 민하윤에게 육체적으로 끌렸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젠 민하윤을 향한 감정이 살짝 달라진 게 느껴졌지만 그걸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었다.어찌 됐든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마음이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마침 벨 소리가 울려 민하윤이 잠에서 깼다. 하도진은 언짢은 얼굴로 휴대전화 화면을 힐끗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이불을 젖혔다.하도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가운을 걸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네 자리는 내가 직원들한테 얘기해서 마련해 뒀어. 세리 엔터는 에스티 엔터 쪽 지사야. 매니저도 톱스타 수준으로 맞춰줬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민하윤은 이불로 얼굴을 가렸고 긴 속눈썹이 팔락였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낸 하도진은 지금 전 여자 친구의 일을 신경 쓰고 있었다.“위약금은 내가 냈어... 그건 이미 지난 일이야. 널 괴롭힌 사람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고은율... 갚을 생각은 하지 마. 7년 간의 정을 생각하면 나는 네게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민하윤은 어젯밤의 모든 것에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방금 하도진의 말 몇 마디에 그녀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민하윤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깊이 잠든 척했고 하도진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이불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이때 민하윤의 마음은 완전히 식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전 하도진이 한 말을 떠올렸다.“7년 간의 정을 생각하면 나는 네게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7년간 연애한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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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고은율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하도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하도진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하도진은 씻은 뒤 외출 준비를 했다. 고개를 들어 2층 객실 쪽을 바라본 그는 나지혜에게 간이 심심한 음식을 준비해 주라고 분부했다.“오늘 주말이죠? 하윤이한테 본가로 돌아가서 식사해야 한다고 전해주세요.”“대표님께서 사모님을 데리러 오시는 건가요?”세심한 나지혜가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자신의 질문이 부적절했다고 여겨 말을 보탰다.“사모님께서는 평소 외출하실 때 택시를 자주 타시더라고요. 이동하는 게 조금 불편하시지 않을까 해서 여쭤본 거예요.”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 점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민하윤에게 출퇴근할 마땅한 교통수단이 따로 없는 듯했다.민씨 가문은 비록 명원의 상류층에 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중상위권에는 속했고, 민씨 가문에서 애지중지하는 입양아 민희수는 수억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다.서명인의 조사를 통해 하도진은 민하윤의 개인 정보를 대략 파악하고 있었다.양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양어머니는 죽고 양아버지는 크게 다쳤다. 친부모는 입양한 딸을 편애했고 그 입양한 딸은 아주 못됐다. 심지어 민하윤의 전 약혼자 진서우는 쓰레기였고 민씨 가문에 입양된 민희수는 진서우와 오래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민하윤은 본인의 실력으로 명문대에 합격했고 복수 전공으로 졸업한 뒤에는 선배 임형섭의 추천을 통해 태유 은행 신용대출팀에서 일하게 되었다.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끔찍한 일과 시련을 겪은 뒤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민하윤은 비록 유약하고 가련해 보이지만 사실 내면은 굉장히 강인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얻기 위해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하도진은 민하윤의 강인한 모습이 안쓰러웠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자꾸 다가가고 싶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민하윤이 그와 거리를 두면서 차갑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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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서명인이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르네 별장으로 운전기사를 보내서 민하윤을 본가까지 데려다주라고 해.”“네. 또 다른 분부 있으십니까?”서명인은 똑똑했기에 하도진의 말투만 듣고도 그에게 할 말이 더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하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차 하나 골라 줘. 너무 비싼 건 말고 여자들이 평소 외출할 때 쓰기 적당한 걸로. 안전성이 좋아야 하고 성능도 좋아야 해.”서명인은 습관적으로 오른손으로 해야 할 일을 메모했다. 그런데 하도진이 고민하던 것이 그것일 줄은 몰랐다. 서명인은 눈에 띄게 흠칫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평소 여자들이 외출할 때 쓰기 좋은 차, 안정성이 훌륭하고 성능도 좋은 차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그러나 하도진의 비서로서 당연히 더 많은 걸 고려해야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그 차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집에 있는 사모님일까? 아니면 이제 막 그들의 회사에 들어온 고은율일까?세리는 업계 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연예기획사로 소속 연예인만 백 명 정도였고 그중에는 아주 유명한 톱스타들도 많았다.최근 2년 사이 두각을 나타내며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신예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인터넷에서는 세리가 꿈을 이뤄주는 곳이라고 하면서 세리와 계약한 아티스트들은 반드시 뜨게 된다고 했다.잘나가는 대형 기획사인 만큼 세리와 계약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업계 전체를 통틀어도 세리의 대우와 지원은 최고 수준이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세리와 계약하려고 했다.그러나 실제로 세리와 계약한 연예인들은 많지 않았다. 세리에는 톱스타들이 열 명뿐이었는데 그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선 사람들이었다. 작품이든, 실적이든, 팬덤 규모든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서명인이 그렇게 황당한 생각을 한 이유는 하도진이 직접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피아니스트를 세리로 영입하려고 하고 그 피아니스트에게 톱스타의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그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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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잠깐.”그 말에 서명인은 또 한 번 바짝 긴장했다.“운전면허증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봐. 운전할 줄 모른다고 하면 운전기사 한 명 붙여주고.”서명인은 빠르게 대답한 뒤 전화가 끊긴 걸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도진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고 차를 두 대 사서 양쪽에 한 대씩 선물로 주라고 할 줄 알았다.메일을 클릭한 서명인은 숫자를 보았다. 뭔가 날짜 같아서 잠깐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중 하나는 기억이 났다.하도진과 민하윤이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서명인은 노트북 화면에 있는 숨겨진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민하윤에 관한 기본 정보가 들어 있었는데 민하윤의 생일과 메일 속 숫자가 똑같았다. 다른 하나는 바로 민하윤의 생일이었다.한쪽은 7년 동안 연애한 전 여자 친구이고 다른 쪽은 혼인신고를 마친 아내였다.서명인은 자기도 모르게 투덜댔다. 전 여자 친구에게는 톱스타급의 최고 대우를 해주고 집과 차도 최고로 좋은 것으로 준비해 주었으면서 아내에게는 적당한 가격의 차를 사주라고 하다니.에스티에 있어 아무리 비싼 차라고 해도 푼돈에 불과했다. 그런데 하도진은 왜 이렇게 인색한 것일까?설마... 민하윤보다 전 여자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일까?그러나 서명인도 남자다 보니 하도진이 정말로 민하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줄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도진은 차를 고를 때 안전성과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번호판까지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날짜로 했다.반대로 전 여자 친구인 고은율에게는 비싼 차를 주긴 했지만 그것들은 전부 회사 쪽에서 준비한 것이지 하도진이 신경 쓴 것은 하나도 없었다.물론 유능한 직장인인 서명인은 하도진의 남녀 관계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 쓸데없는 상상을 지우고 빠르게 민하윤을 위해 차를 고르러 갔다.여러 곳을 비교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서명인은 8000만 원대의 벤츠를 골랐다. 흰색 차에 풀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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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민하윤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는 하도진이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차를 사주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서명인은 온화한 얼굴로 웃으면서 두 손으로 민하윤의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았다.“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아주 비싼 건 아니니까요. 평소 출퇴근 시 쓸 때 적당한 차입니다.”운전기사는 본가 밖에 차를 세웠다. 앞에는 하도진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하도진은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눈치가 빠른 서명인은 민하윤을 대신하여 차 문을 연 뒤 트렁크 안에서 찻잎 두 박스와 영양제들을 꺼냈다.“이건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겁니다. 들고 들어가시면 됩니다.”곧바로 상황을 깨달은 민하윤은 선물을 건네받고 하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방금 사찰에서 돌아온 김옥자는 기운이 넘쳐 보였다. 그녀는 민하윤을 보자마자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민하윤의 손을 잡았다.“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밥은 잘 먹고 있는 거니?”민하윤은 수줍게 웃으며 들고 있던 선물을 옆에 내려놓았고, 김옥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가족인데 뭘 이런 걸 다 가져오니? 집에 오는 건데 말이야. 역시 하윤이 네가 제일 철이 많이 들었어.”김옥자는 오해했다. 그 선물은 사실 하도진이 준비한 것이었고 민하윤은 그저 서명인의 말대로 그것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온 것뿐이다.민하윤은 조금 초조한 얼굴로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는 하도진을 가리키면서 수화를 했다.[오해하셨어요. 이 선물들은 제가 아니라 도진 씨가 준비한 거예요.]김옥자는 수화를 몰랐기에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옆에 있던 하도진을 바라보았다.“너 또 하윤이를 괴롭힌 거야? 이건... 무슨 뜻이니?”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민하윤을 힐끗 바라보다가 평온하면서도 나른한 어투로 말했다.“별로 비싼 선물은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효도하고 싶어서 챙겨온 거라고 하니 거절하지 말고 받아달라네요.”김옥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연신 민하윤의 손을 토닥였다.“네 마음도, 선물도 모두 감사히 받을게. 하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않아도 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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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네 사적인 일을 잘 처리하도록 해. 나는 너와 그 여자에 관한 루머를 기사를 통해 보고 싶지 않아. 그것 때문에 회사 주가까지 계속 하락했잖아.”하준혁은 진심으로 화가 났지만 어른들이 자리에 있어 심한 말을 하지 못했다.김옥자의 안색이 순간 달라졌다. 그녀는 빠르게 키워드를 파악했다.“여자? 무슨 여자? 도진아, 너 설마 밖에서 다른 여자랑 만나고 다니니?”“어머님, 그런 거 아니에요. 도진이는 몸가짐이 바른 아이예요. 이번에는 고은율의 편을 들어주느라 그런 건데 기자들이 기사를 이상하게 쓴 거예요.”채선화는 자신의 남편을 매섭게 노려본 뒤 웃는 얼굴로 김옥자에게 설명했다.“어머님께서도 은율이를 아시잖아요. 도진이랑 은율이는 오래 사귀었어요. 도진이는 은율이가 괴롭힘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뿐이에요. 도진이는 아무 잘못 없고 여론도 잠잠해졌어요.”“고은율?”현명한 김옥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입가를 닦으면서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걔는 애가 속셈이 너무 많아. 나는 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지금 도진이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야. 그러니까 현실을 직시하고 터무니없는 꿈은 꾸지 말아야지. 원래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파렴치한 짓은 하면 안 되는 법이야.”채선화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예전에 고은율을 좋아하지 않았다. 고은율은 집안이 변변찮았고 고은율의 어머니가 그들의 가정부로 일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채선화는 명문가 출신이었고 남편도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채선화는 좋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자신의 아들이 한낱 가정부의 딸과 만난다는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면 체면이 깎일까 봐 싫었다.고은율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실력으로 국비 유학 자격을 따냈고 지금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채선화는 말을 못 하는 며느리보다는 채선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심지어 그녀는 얼마 전 전 여자 친구인 고은율과 다시 잘해보라고 하도진을 부추겼었다. 그만큼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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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이 영화 투자자가 도망갔대. 지금 한창 촬영 중인데 제작사에서는 위약금을 배상할 처지가 안 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거야.”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했다.“이 프로젝트는 임원들이 지정한 거야. 하지만 필요한 심사 절차와 서류는 하나도 빠뜨리면 안 돼. 그래서 우리가 오후에 직접 촬영장에 나가서 확인해 봐야 해.”세심한 임형섭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민하윤이 먼저 나가게 했다.민하윤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눈앞의 텅 빈 자리들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요즘 그 인턴들 왜 안 보이는 거예요? 순환근무가 끝난 건가요?]임형섭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주 빨리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나 기민한 감각을 지닌 민하윤은 그의 눈동자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혐오를 보았다.“걔들은 채용되지 못했어. 얼마 전에 불시 점검이 있었는데 업무 능력 미달로 전원 해고됐어.”임형섭은 아주 가볍게 말했으나 민하윤은 분명히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 인턴들은 민하윤의 뒤에서 그녀의 험담을 했고 민하윤은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결국 참다못해 모든 자료를 정리하여 인사팀에 전달했다.인사팀의 셀리나는 민하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었기에 절대 그녀의 메일을 읽고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온 걸 보면 임형섭이 전부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 대신 화풀이를 해주려고 나선 걸지도 몰랐다.민하윤은 임형섭을 바라보았고 임형섭은 굳이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온화하게 웃어 보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가서 일 봐.”11시쯤, 임형섭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밥 먹고 오후에 촬영장으로 가자.][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릴게.]민하윤은 서류를 저장해 놓은 뒤 노트북을 껐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임형섭은 민하윤이 다가오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임형섭의 검은색 아우디는 지하 2층에 있었다. 다정한 임형섭은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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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임형섭의 말에 민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갈등했다.계약서에는 그녀와 하도진의 관계를 밝혀서는 안 된다고 똑똑히 적혀 있었다.그동안 임형섭은 민하윤을 꾸준히 보살펴 주었고 민하윤은 임형섭을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자신의 친오빠처럼 여겼다.민하윤은 둔하지 않았다. 그동안 임형섭의 오랜 보살핌이 고맙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평범한 친구의 범위를 넘어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민하윤이 임형섭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하지만 임형섭은 어떨까?임형섭도 그녀를 단순히 여동생으로 여길까?“너한테는 같이 지내는 룸메이트가 없잖아. 그 사람 정말로 하도진 씨야?”빨간불이 켜지자 임형섭은 천천히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 민하윤을 바라보았다.민하윤은 그제야 임형섭이 회식 날 하도진이 메시지를 보내왔던 일을 얘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날 민하윤은 실수로 두 사람의 대화창을 에스티 재무팀 팀원에게 보여주었고, 상대방은 하도진의 카톡 프로필 사진과 이름을 알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당시 조급했던 민하윤은 룸메이트가 보낸 메시지라고 대충 핑계를 대며 얼버무렸었다. 임형섭은 민하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자리에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임형섭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용히 기다렸다.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고 막혔던 길이 천천히 뚫렸고 민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형섭은 더 따져 묻지 않았다. 민감한 주제는 그렇게 뛰어넘었으나 답은 확실했다.촬영장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제작진들은 금방 촬영을 마쳤고 스태프들은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임형섭은 시간을 확인한 뒤 일단 민하윤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두 사람은 촬영장 근처에 있는 비교적 유명한 가게를 찾았다. 종업원은 두 사람을 2층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죄송해요. 룸은 이미 예약돼 있어서요.”임형섭은 민하윤에게 메뉴판을 건네주며 온화하게 웃었다.“네가 좋아하는 걸로 시켜.”민하윤은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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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한 입도 먹으면 안 돼. 알레르기 생기면 너만 힘들어져. 지난번에 캐비어 조금 먹었다가 늦은 밤에 발진이 생겼었잖아. 벌써 잊었어?”혼내는 듯하지만 목소리에서 조금의 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를 달래려는 듯한 어투였다.여자도 금방 포기하고 순순히 대답했다.“알겠어.”세상은 참 좁았다. 이런 곳에서도 하도진을 만나게 되다니. 그가 도심에서 차를 타고 촬영장까지 온 이유는 전 여자 친구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서였다.누구라도 그 상황을 봤다면 순애라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하도진은 유부남이었다. 아니, 어쩌면 하도진은 처음부터 민하윤과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가 집었던 생선 살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민하윤은 황급히 티슈를 뽑아 멍한 얼굴로 닦아냈다.임형섭은 민하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본인이 직접 일어나서 테이블을 닦았다. 그러고는 직접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 주기까지 했다.“무슨 생각해? 밥 먹어야지.”임형섭은 눈치가 매우 빨랐기에 민하윤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러나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왜 갑자기 표정이 굳은 것일까?민하윤은 뜬금없이 고개를 들어 임형섭을 바라보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하도진을 비난할 처지가 아니었다.그녀도 이성과 함께 밥을 먹으러 왔으니 말이다.겨우 밥 한 끼일 뿐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계약서 한 장으로 맺어진 유명무실한 결혼이니 말이다.민하윤은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씹었다. 이따금 병풍 뒤에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잠시 넋을 놓은 사이, 직원이 음식을 가져오다가 실수로 민하윤의 몸에 국을 쏟았다. 상대방은 화들짝 놀라면서 연신 사과했고 민하윤은 미소 띤 얼굴로 직원을 위로한 뒤 손을 움직였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아요.]가방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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