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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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지설은 서지훈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서지훈은 예전에 한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해외에 나가야 할 일이 생겼다고 했다. 주최 측에서는 새 심사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했고, 서지훈은 지설을 추천했다.주최 측은 지설의 이력과 사진을 보고, 지설의 이미지가 대회와 잘 맞는다며 서지훈에게 직접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지설은 서지훈이 자신에게 기회와 인맥을 내어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지설은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감사해요, 서 선생님. 나중에 귀국하시면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그래. 지설 씨. 우리 앞으로 자주 연락해.]서지훈도 지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예전에 지설이 악단에서 다쳤을 때, 서지훈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전화를 끊은 뒤, 지설은 은화에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일을 이야기했다.은화는 웃으며 말했다.“이거 좋은 기회네. 네가 업계에서 평판만 잘 쌓으면, 우리 학원에 음악 배우겠다고 등록하는 사람도 더 많아질 거야.”지설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제가 콩쿠르 일로 바빠지면, 선배 혼자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잖아요. 비서 한 명 더 둘까요?”은화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나 아직 할 만해.”은화는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야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무엇보다 남의 일을 해주는 것과 자기 일을 위해 움직이는 건 느낌부터가 달랐다.은화는 저도 모르게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진짜 우리 내년에는 일 더 크게 잘됐으면 좋겠다. 난 대체 언제쯤 억대 자산가가 되는 걸까?”지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거예요.”은화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우리가 잘 될 것 같아. 언젠가는 그 재수 없는 남자들한테 꼭 보여줄 거야. 우리 여자들도 자기들에게 안 기대고, 우리 힘으로 일 키울 수 있다는 거.”그 뒤로 서지훈은 주최 측 연락처를 지설에게 넘겨줬고, 지설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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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윤항은 말을 이었다.“다들 제 제안서가 형편없다고 하더라고요. 웃기지도 않아요. 저 MBA까지 나온 사람인데, 제 제안서가 형편없을 리가 있나요? 보는 눈이 없는 거죠.”윤항은 돈 버는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후광이 사라지자, 누구도 윤항을 좋게 봐주지 않았다.윤항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내가 만든 기획이 정말 상업적 가치가 하나도 없다는 건가?’지설은 윤항이 얄밉기는 해도, 적어도 이번만큼은 허황된 소리만 늘어놓지 않고 제힘으로 부딪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지설은 딱히 좋은 표정은 짓지 않은 채, 가방에서 2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꺼내 윤항에게 내밀었다.“이걸로 밥 드세요.”윤항은 놀란 눈으로 돈을 내려다봤다.“2만 원이요? 이걸로 뭘 먹어요?”윤항은 한 끼 식비로 기본 10만 원씩 쓰던 사람이었다.지설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2만 원이면 국수도 한 그릇 먹고, 덮밥 같은 것도 먹어요. 드실래요, 말래요?”“어디 가서 먹는데요?”윤항은 싼 식당에서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지설은 정말로 눈을 한번 흘기고 싶었지만, 결국 윤항을 데리고 패스트푸드점으로 갔다.윤항은 들어서자마자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다.딱 봐도 고급스러운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위기라고는 느껴지지도 않았다.지설은 윤항이 선뜻 앉지 않자 비웃듯 말했다.“왜요. 이런 데는 진윤항 씨한테 너무 급이 안 맞아요? 싫으면 그냥 가세요.”윤항은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지설은 윤항 몫으로 간단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2만 원이면 고기 올라간 덮밥도 먹고, 밥은 추가로 더 받을 수도 있어요. 다 먹고 더 먹고 싶으면 한 번 더 받아도 되고요.”윤항은 눈을 크게 떴다.“밥을 더 받을 수 있다고요? 그럼 남는 게 있긴 해요?”지설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윤항은 다시 물었다.“물 한 병도 좀 사주면 안 돼요?”지설은 정수기 쪽으로 가서 종이컵에 물을 받아 윤항 앞에 내려놨다.윤항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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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윤항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전 지금 지설 씨한테 관심이 있어요.”윤항은 속으로 잠자리를 함께할 상대를 고르는 기준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지설은 다시 말했다.“저는 만나는 사람한테 바라는 기준이 아주 높아요. 그런데 진윤항 씨는 그 기준에 하나도 못 미쳐요.”그 말을 듣자 윤항은 바로 발끈했다.“제가 뭐가 부족한데요? 전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지설은 비웃듯 말했다.“몸으로만 얻는 즐거움은 끝나고 나면 더 허무한 거 아닌가요? 게다가 진윤항 씨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렇게 막 살았잖아요. 그러다간 나중에 몸도 오래 못 버틸 텐데, 제가 그런 진윤항 씨를 고르면 그게 더 어리석은 거죠.”윤항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제가 나중에 꼭 별로일 거라고 지설 씨가 어떻게 그리 확신해요?”“됐어요. 진윤항 씨 머릿속엔 그런 생각밖에 없는 것 같네요.”지설은 윤항을 대놓고 낮춰 봤다.“진윤항 씨는 저한테 이미 탈락이에요. 제가 밥 사준 건 다른 뜻 없어요. 그냥 불쌍한 거지 하나 도와준 것뿐이니까.”윤항은 지설이 자신을 거지라고 부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저, 진씨 가문 아들이에요. H시 최고 부자인 집안인데, 저한테 거지라고 했어요?”지설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말했다.“그런데 지금은 밥 사 먹을 돈도 없잖아요. 그러면 거지 맞죠.”윤항의 자존심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숨소리까지 거칠어졌다.“저, 전 보여줄 거예요. 꼭 2억 벌 거예요.”지설은 덤덤하게 답했다.“네, 힘내세요.”그 말을 끝으로, 지설은 패스트푸드점을 나갔다.윤항은 지설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분한 마음도 컸고, 화도 치밀어 올랐다.윤항은 패스트푸드점을 나와 길가에 세워 둔 롤스로이스에 올라탔다.뒷좌석에는 윤항 아버지의 비서, 이민철이 타고 있었다.이민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윤항에게 물었다.“도련님, 정말 계속 직접 창업하실 겁니까? 리조트 사업은 손 놓으실 거예요?”윤항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 지금 여자 쫓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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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날, 지설은 주최 측이 마련해 둔 대기실에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연스럽게 급과 인지도를 따져, 다른 두 명의 여성 심사위원부터 먼저 화장을 해줬다.지설은 그쪽 진행 속도를 보다가 끝내 자기 차례까지 시간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접 파우치를 꺼내 들고 익숙한 손길로 금세 옅은 메이크업을 마쳤다.지설의 이목구비는 또렷한 편이었다. 거기에 연한 화장만 더해졌을 뿐인데도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다른 두 여성 심사위원은 지설을 힐끗 보고 자신도 모르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자기들에게 더 공들여 화장해 달라고 재촉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겉으로는 웃으며 알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슬쩍 투덜거렸다.‘화장이란 결국 원래 괜찮은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거지.’‘기본이 평범하면, 손재주만으로 선녀를 만들 수는 없는데.’대회가 시작되자, 주최 측은 촬영팀까지 따로 불러 현장을 찍게 했다. 라이브 방송도 함께 진행됐다.이 콩쿠르는 K시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행사였다. 그래서 K시 현지에서도 꾸준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생중계를 보러 들어온 시청자 수도 상당했다.라이브 채팅창에는 참가한 아이들의 가족과 친척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다들 자기 집 아이를 응원하느라 정신없이 메시지를 올렸다.카메라가 지설을 비추자, 곧바로 채팅창에 반응이 올라왔다. 지설이 너무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심사위원 자리에 앉았느냐, 혹시 연줄로 들어온 것 아니냐는 댓글이었다.지설을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 지설이 예전에 유명 피아니스트 서지훈이 있던 악단 소속 아니었냐는 말이 나왔다.그러자 곧 다른 반응도 따라붙었다. 서지훈의 악단에 들어갈 정도였으면 왜 갑자기 그만뒀느냐, 실력이 부족해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그 바람에 한동안 지설의 실력을 두고 의문을 품는 시선이 이어졌다.대회가 시작되고, 참가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였다.지설은 심사위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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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그런데 막상 지설이 자기 전문 분야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자, 유연은 도저히 질투를 참을 수가 없었다.저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은 원래 자신이어야 했다.그때 유연은 댓글 창에서 누군가 계속 라이브 방송에 후원 아이템을 쏘고, 줄곧 지설을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유연은 예전에 영민의 핸드폰을 본 적이 있어서 그 아이디가 영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유연은 이를 꽉 물었다.자기는 여기서 영민의 프로젝트 때문에 머리 싸매고 뛰어다니고 있는데, 영민은 라이브 방송에서 지설을 응원하고 있었다.유연은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당장이라도 영민을 찾아가 한바탕 따지고 싶었다.하지만 유연은 꾹 참았다. 싸우더라도 결혼한 뒤에 싸워야 했다.혼전계약서만 손에 쥐고 있으면 영민은 그 안에서 묶일 수밖에 없었다. 유연이 아무리 화를 내도 영민은 절대 먼저 이혼하자고는 못 할 테니까.다만 지금 이 순간 유연은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프로젝트 기획안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유연은 그대로 가방을 집어 들고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프로젝트 매니저가 서류 한 부를 들고 들어오다가, 유연이 나가려는 걸 보고 다급히 물었다.“어디 가시는 거예요? 이따가 회의도 해야 하잖아요!”“무슨 회의야? 나 없으면 너희끼리 하면 되잖아.”유연은 짜증이 가득 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밀치듯 비켜 세운 뒤, 곧장 밖으로 나갔다.프로젝트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전문성도 없는 유연을 끼고 가야 한다니...프로젝트 매니저는 JT그룹 쪽 프로젝트는 애초에 따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연은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짧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치자, 안에 입은 검은 미니원피스가 그대로 드러났다.유연에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는 끊이지 않았다. 유연은 하나하나 거절했지만, 그래도 남자들은 계속 몰려들었다.유연은 온몸이 명품으로 치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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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영민은 어젯밤 술집에 직접 가지는 않았다. 대신 운전기사를 한 번 보내 두긴 했다.운전기사가 돌아와 영민에게 말했다. 유연은 끝내 태우지 못했고, 대신 유연이 어떤 남자와 서로 끌어안다시피 하며 차에 올라타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영민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영민은 깨달았다. 유연은 어쩌면 처음부터 달라진 적이 없었다. 유연은 여전히 감정을 가볍게 여기고,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영민은 문득 역시 지설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설은 영민과 결혼했을 때, 깨끗한 몸으로 영민에게 처음을 내어준 사람이었다.게다가 결혼 후에도 지설은 자기 일에만 집중했다. 다른 남자와 애매하게 얽히는 일도 없었다.그 점만큼은 유연이 아무리 해도 지설을 따라올 수 없었다.어쩌면 유연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유연과 결혼해서 주씨 집안의 자원을 얻는 것이다. 다만 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쪽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민의 재산이 갈라질 게 뻔했다.문제는 유연을 어떻게 속여 가짜 혼인관계처럼 꾸미느냐는 점이었다.영민은 갑자기 이런 계산 자체가 피곤하다고 느꼈다.자기 아내가 될 사람과도 끝까지 서로를 경계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역시 지설이 나았다.영민은 또다시 지설의 단순하고 곧은 면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유연은 인결에게 인터넷 방송 회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인결은 온라인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주로 사람을 세게 몰아붙이거나, 폭로와 검증 콘텐츠를 하면서 몇백만 명의 팔로워를 모은 상태였다.유연은 인결을 새삼 다르게 봤다.“너 그런 재주도 있었어?”인결은 히죽 웃었다.“그러니까. 내 입은 여자들 기분만 맞추는 데 쓰는 게 아니거든. 일할 때도 꽤 잘 유용해.”유연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나 좀 도와줄래? 어떤 여자 하나, 실체를 까발려야 되거든.”“누군데?”유연은 핸드폰을 꺼내 지설이 심사위원으로 나온 라이브 방송 화면을 인결에게 보여줬다.“이 여자.”인결은 화면을 한번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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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지설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이 많다고 해서 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닌가 봐요. 좋아하는 사람 하나 마음대로 못 좋아하잖아요.”은화가 말했다.“그래도 할머니 손자는 최소한 책임감은 있네. 결혼 안 하는 게, 속이고 결혼하는 것보단 낫잖아?”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아요.”졸지에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는 도진은, 그 시각 뜬금없이 재채기를 한 번 했다.그때 우란이 문을 두드렸다.도진은 휴지를 들어 코끝을 닦고, 들어오라는 뜻으로 말했다.우란이 안으로 들어와 도진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대표님, 감기 걸리셨어요?”도진은 다 쓴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답했다.“아니에요. 무슨 일이에요?”우란은 서류를 도진에게 건넸다.“서 회장님 건은 거의 마무리 단계예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지설 씨가 요즘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있잖아요.”“저희가 마지막 회차 때 응원 겸 찾아가서 꽃도 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으려고 하는데 대표님도 같이 가실 거예요?”도진은 요즘 워낙 바빴던 탓에 지설이 심사위원으로 나가고 있다는 소식까지는 챙기지 못한 상태였다.도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시간 비워볼게요. 그때 다시 말해줘요.”우란은 도진이 지설 일이라면 신경을 쓸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때 제가 꼭 말씀드릴게요. 아, 그리고 괜히 지설 씨 라이브 방송은 보지 마세요. 보다 보면 대표님 화나실 수도 있어요.”도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제가 왜 그걸 보면 안 돼요?”우란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었다.“제 말 안 믿기시면, 대표님이 직접 한 번 봐요. 보면 바로 알 거예요.”우란이 그렇게 말한 탓에, 도진은 정말 업무 시간 중에 틈을 내서 지설이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라이브 방송을 찾아봤다.그런데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몇몇 시청자들이 지설을 응원한다며 후원 아이템을 마구 쏘아 올리고 있었다.지설에게 공개적으로 마음을 전하는 댓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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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우란은 잠깐 생각해 보다가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여겼다.그 아이디가 후원한 금액은 슬쩍 보기만 했어도 2억 원을 훌쩍 넘겼다. 도진처럼 늘 딱딱하고 진지한 사람이, 고작 후원 순위 1위 자리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돈을 쓸 리는 없었다....지설은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 일정을 마치고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길에서 또 윤항과 마주쳤다.윤항은 지설을 보자마자, 뼈다귀를 본 강아지처럼 금세 달라붙었다.지설이 물었다.“또 밥 사 먹을 돈 없어요?”윤항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지설은 윤항을 데리고 길가 포장마차로 갔다.그리고 만 원짜리 비빔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윤항은 어이없는 얼굴이 됐다.“지난번엔 그래도 고기라도 있었잖아요. 이번엔 진짜 면만 있어요?”지설은 기가 막혔다.“지난번에 진윤항 씨가 저한테 그렇게 불쾌하게 굴어 놓고, 제가 안 때린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아세요. 그런 사람한테 이렇게 국수 사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데 뭐가 또 불만이에요?”윤항은 별수 없이 국수 한 그릇을 꾸역꾸역 비웠다.다 먹고 나서야 윤항은 작게 중얼거렸다.“제가 전에 지설 씨한테 잘못한 건 맞아요. 그건 사과할게요. 요즘 밖에서 직접 돈 벌어보려고 돌아다녀 보니까, 돈 버는 게 진짜 쉽지 않네요.”지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아시겠어요? 아버지 없었으면 진윤항 씨는 진작 밥값도 못 내고 살았을 거예요.”윤항은 여전히 미련 가득한 눈으로 지설을 바라봤다.“그래도 전 지설 씨가 제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지설 씨는 너무 예쁘고, 전 아직도 지설 씨를 갖고 싶어요.”지설은 헛웃음을 흘렸다.“그럼 꿈에서나 그러세요. 꿈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윤항은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까지 자기에게 단단하게 철벽 치는 여자는 지설이 처음이었다.‘이 정도로 어려운 여자라니.’윤항은 문득 지설의 전남편도 그렇고 유빈도 그렇고 왜 지설을 끝내 제대로 붙잡지 못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윤항은 지설에게 물었다.“지설 씨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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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윤항은 낯빛을 잔뜩 구긴 채 말했다.“내가 아직 돈을 못 벌었잖아.”이민철은 가차 없이 받아쳤다.“도련님, 밖에 나가서 돈 벌겠다고 다닌 지가 며칠인데, 아직 만 원도 못 버신 겁니까?”윤항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H시 최고 부잣집 아들이 이런 모욕을 당해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윤항은 속이 터질 것 같았다....지설이 주최 측 건물에 막 도착했을 때, 갑자기 기자들이 몰려들어 지설의 앞을 막아섰다.지설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못 한 채 잠시 멈춰 섰다. 그런데 상대는 시작부터 비꼬는 말투로 질문을 퍼부었다.“심지설 씨, 대학 시절에 부정행위를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수상 경력도 부풀려졌고, 예전에 서 선생님 악단에 들어간 것도 연줄 덕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에 심사위원 맡은 것도 결국 인맥으로 들어간 거 아닙니까?”다른 기자도 곧바로 말을 이었다.“심지설 씨 명의로 학원도 운영 중이시잖아요. 결국 학생 모집하려고 이번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 자리 맡으신 거 아닌가요? 그렇게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분이 아이들을 맡는 게 정말 맞다고 보세요?”질문이 연달아 쏟아지자, 지설은 잠깐 어지러울 정도로 당황했다.누가 또 뒤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건지, 지설은 알 수 없었다.지설이 입을 열어 해명하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지설을 세게 밀쳤다.지설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아이를 데리고 대회장으로 들어오던 학부모들, 그리고 주최 측 스태프들까지도, 다들 미심쩍은 눈으로 지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여론이란... 사람 하나를 무너뜨리는 건 순식간이었다.지설은 이를 악물고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지설은 이미 한 번, 거짓말과 비방 속에서 무너진 적이 있었다.그때의 지설은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어서 피하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지설은 이번만큼은 쓰러지지 않을 생각이었다.지설은 또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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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전 연주할 거예요.”지설은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직접 나타나서 연주하지 않으면, 여론은 저한테 더 불리하게 돌아갈 거예요.”은화는 답답한 듯 소리쳤다.[그래도 네 손은 어떡해!]지설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손이 망가진다고 해도, 저는 꼭 칠 거예요.”예전에 지설의 손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때 의사는 앞으로 더 정교한 동작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 뒤로 지설은 재활을 꾸준히 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손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은화는 끝내 지설을 말리지 못했다. 결국 은화는 한숨을 삼키고 지설 편에 섰다.[지설아, 네가 그렇게까지 하겠다면 해 봐. 대신, 진짜 안 되겠으면 절대 무리하지 마.]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라이브 방송에는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그 사람들 대부분은 독설로 이름난 인결의 팬들이었다. 대놓고 지설을 욕하러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까지 휩쓸리면서 지설의 인성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마침 도진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댓글 창을 훑어보던 도진은 미간을 좁혔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설을 공격하고 있는지, 도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도진은 인결이라는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이 사람이 앞장서서 지설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도진은 곧바로 전해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전해호는 당연하다는 듯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마친 뒤, 도진은 지설이 있는 건물로 곧장 차를 몰았다.가는 길에 도진은 지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설 씨, 저도 기사 봤어요. 지설 씨 손은 지금 연주하기에 좋은 상태가 아니에요. 무리하지 말아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지설은 핸드폰을 꽉 쥔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도진 씨는 저 믿어요? 저... 이번 연주 해낼 수 있어요.”도진은 숨이 턱 막혔다.그때 지설의 손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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