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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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은화는 아침부터 지설의 사무실로 찾아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나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엄청나게 잘생긴 사람 봤어. 말도 엄청 잘하더라. 기 변호사님 대학 동기라던데, 우리 점심 같이 먹기로 했어.”지설은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이요한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은화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너도 이미 만났어?”“네. 도진 씨 집에 있더라고요. 어젯밤에 봤어요.”은화는 흡족한 듯 말했다.“믿을 만한 사람이 사귀는 친구면, 그 친구도 어느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보기엔 사람 괜찮던데, 란이한테 소개해 주면 어떨까 싶어. 우리 란이도 불러서 같이 점심 먹자.”지설은 흥미롭다는 듯 은화를 바라봤다.“선배가 직접 마음에 들어 하실 줄 알았는데, 우 변호사님한테 소개해 주고 싶으신 거네요.”은화는 고개를 저었다.“아냐. 저 사람은 너무 밝고 너무 외향적이야. 나는 좀 신비로운 느낌 있거나, 아니면 약간 수줍은 스타일이 좋거든. 저런 타입은 내 취향 아니야.”“오히려 란이한테 어울릴 것 같아. 근데 란이는 워낙 쉽게 마음 주는 사람이 아니라서, 좋아할지는 모르겠다.”지설은 작게 웃었다.“선배 눈에는 잘 어울려 보여도, 우 변호사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죠.”은화는 갑자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하, 내가 차라리 저런 타입을 좋아했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내가 끌리는 쪽은 꼭 이상하게 문제 있는 남자가 많아. 난 원래 좋은 연애랑은 인연이 없는 사람인가 봐. 나 좀 이상하지? 스스로 고생길만 골라 가는 것 같아.”점심시간이 되자, 지설과 은화는 근처 꼬리곰탕집으로 갔다.도진과 요한, 우란도 뒤이어 도착했다.도진과 우란은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업무를 먼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반면 요한은 오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식당 휴지를 슬쩍 밀어 두더니, 자기 가방에서 직접 챙겨 온 비닐 포장의 휴지를 꺼냈다.그러고는 그 휴지로 테이블을 한 번 꼼꼼히 닦았다.그다음에는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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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은화는 뜻밖에도 어려 보인다는 요한의 말을 듣고, 아까만큼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지설은 내내 입술을 다문 채 웃고 있었다.도진은 지설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요한이는 원래 저래요. 좀 시끄럽고, 좀 피곤한 사람이에요.”지설은 소리 죽여 웃었다.“아니에요. 전 좀 재밌는데요.”도진은 괜히 또 마음이 걸렸다.“재밌다고요?”지설은 도진이 어디를 신경 쓰는지 어쩐지 알 것 같았다.지설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선배가 우 변호사님한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는 오히려 이요한 씨랑 선배가 더 잘 맞을 것 같아요.”도진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지설이 요한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음식이 나오자, 요한은 마치 미식 평론가처럼 이것저것 따져 본 뒤 입을 열었다.“도진아, 이 집은 진짜 별로야. 네가 왜 굳이 K시에 와서 일하는지 모르겠네. 집값 비싸지, 물가 비싸지. 차라리 Y시가 훨씬 낫지 않아? K시보다 가성비가 훨씬 좋은데...”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차츰 요한의 쉴 새 없는 텐션을 실감하고 있었다.누구 하나 굳이 입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밥만 먹었다.그런데도 요한은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혼자 말을 이어 갔다.“오늘 저녁에는 다들 도진이네 집으로 와요. 제가 밥해 줄게요. Y시에서 특산물도 엄청 가져왔거든. 오늘 제가 제대로 솜씨 보여 줄게요. 완전 장인급이에요.”은화가 물었다.“이요한 씨는 일 안 하세요?”요한은 태연하게 답했다.“저는 집에서 월세 나오는 게 있어서요. 꼭 회사 다니지 않아도 돼요.”은화는 바로 말했다.“그래도 사람은 자기 일 하나쯤은 있는 게 낫죠.”요한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왜 다들 저한테 똑같은 소리 하죠? 우리 할머니도 그러고, 엄마도 그러고, 외할머니도 그래요. 왜 그렇게들 일하면서 고생하는 걸 좋아하세요? 저는 싫어요. 돈도 충분하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뭐가 문제예요?”은화는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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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유연은 이민철을 따로 불러 식사를 함께했다.이민철은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자, 잔뼈 굵은 실무자였다.몇 마디 주고받은 게 전부인데, 유연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세 파악했다.유연이 노리는 건 JT그룹 리조트 사업이었다.하지만 이민철은 그렇게 쉽게 회유되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번 프로젝트만 제대로 성사돼도 받게 될 성과급이 적지 않았다.굳이 유연이 내미는 자잘한 이익 때문에 자기 커리어와 윤항 아버지의 신뢰를 걸 이유가 없었다.이민철은 미소를 띤 채 유연의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말투는 여전히 점잖고 정중했다.“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신다니, 과분할 정도로 감사하네요.”유연은 이민철이 직접 차까지 따라 주고, 말도 이렇게 부드럽게 하자 마음이 움직인 줄 알았다.유연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 비서님이 저한테 기회만 주시면, 제가 훨씬 더 크게 보답해 드릴 수 있어요. 이 프로젝트, 다른 데 주느니 저한테 주는 게 낫잖아요. 남들이 할 수 있는 건 저도 더 잘할 수 있고, 남들이 못 하는 건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이민철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이민철도 인터넷을 안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미 온라인에 퍼진 기사들만 봐도, 유연이 실속 없는 속 빈 강정 타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저런 사람과 손잡았다가는 프로젝트 전체가 틀어질 가능성이 컸다.이민철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말했다.“주 팀장님이 저랑 편하게 식사하시거나, 남녀 사이에서 할 법한 가벼운 놀이를 즐기고 싶으신 거라면 저는 언제든 환영이에요.”이민철은 수입이 적지 않았고, 먼저 다가오는 여자도 많았다.게다가 여자에게 감정적인 만족감을 주는 데도 능숙한 편이라, 집안 좋은 여자와 연애해 본 적도 있었다.그러니 이민철에게 유연은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이민철은 곧바로 말을 끊어 정리했다.“하지만 일 이야기는 다릅니다. 사적인 관계로 프로젝트를 바꾸는 일은 없어요. 그건 불가능합니다.”이민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연을 거절했다.“저는 윤항 도련님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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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홍영희는 마침내 수련 일정을 끝내고, 흡족한 마음으로 시내로 돌아왔다.홍영희는 곧바로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식사하자고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도진은 한창 바쁜 모양이었다.도진은 집 주소만 간단히 보내 주면서, 집에 사람이 있으니 벨 누르고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홍영희는 의아했다.“집에 사람이 있다고? 누군데? 네 친구냐?”도진은 막 회의에 들어가려는지 짧게 답했다.[네. 요즘 제 집에 머물고 있어요. 배고프면 걔한테 밥해 달라고 하세요. 어차피 요한이는 하는 일 없어요.]그 말을 들은 홍영희는 도진이 사귀는 사람이 집에 와 있는 줄 알고, 괜히 궁금해졌다.한번 직접 보고 싶었다.혹시라도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도진에게 다시 예린 쪽을 생각해 보라고 권할 참이었다.아무래도 예린이 도진이랑 사주가 더 잘 맞는 편이었으니까.도진이 사는 동으로 올라간 홍영희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도진이 지설과 이웃으로 지내고 있었다.정말 묘한 인연이었다.그러면 이따가 지설 얼굴도 잠깐 보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홍영희는 벨을 눌렀고,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 주었다.문 앞에 선 사람은 요한이었다.요한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손에는 볶음용 뒤집개가 들려 있었다.홍영희를 본 요한은 바로 눈치를 챘다.도진이 전에 집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여 준 적이 있어서, 요한은 한눈에 홍영희를 알아봤다.친구의 할머니면 곧 자기 할머니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요한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오셨어요? 얼른 들어오세요.”원래 요한은 어른들하고 금방 가까워지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보기 드물게 벽에 부딪혔다.홍영희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입술까지 떨면서 홍영희가 물었다.“지금... 여기서 우리 손자랑 같이 사는 거야?”요한은 ‘같이 산다’라는 표현이 조금 묘하게 들렸지만, 지역마다 뉘앙스가 다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요한은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Y시에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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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홍영희는 지설을 보며 말했다.“저 녀석 때문에 속이 다 터진다. 내가 걔 하나 바로잡아 보겠다고 사람도 없는 산골까지 가서 공들였는데, 결국 하나도 못 고쳐 놨어. K시 부처님은 영 신통치 않은가 봐. 난 B시로 돌아갈 거야. 우리 B시 부처님한테 다시 빌어야겠어.”지설은 속으로 잠깐 의아해졌다.‘부처님도 지역 따라 다른 건가?’그래도 홍영희는 그저 절에 다니며 손자를 위해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손자한테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것도 아니었고, 억지로 갈라놓으려 드는 것도 아니었다.그 점만 봐도 충분히 점잖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지설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돌아가시는 것도 괜찮죠. 전에 증손자 있다고 하셨잖아요. 가셔서 증손자 안아 보시면 기분도 좀 풀리지 않겠어요?”홍영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이 손자는 영 못났지만, 나한텐 다른 손자들도 있잖아.”그러고는 지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아, 맞다. 근데 참 신기하더라. 너랑 우리 손자가 집이 그렇게 가까운 줄은...”홍영희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전화는 도환에게서 온 것이었다.[할머니, 큰일 났어요. 본가에 모셔 둔 불상 있잖아요. 우한이가 그걸 잘못 건드려서 떨어뜨렸는데, 깨져 버렸어요. 할머니 화나신 거 아니죠?]홍영희는 그 불상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었다.늘 애지중지하던 물건이었다.하지만 아무리 불상이 귀해도, 어린 증손자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홍영희는 바로 물었다.“우한이는 안 다쳤어?”도환은 홍영희가 화를 내지 않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친 데는 없어요. 근데 엄청 놀랐는지 계속 울어요. 누가 달래도 안 되고, 저희도 어쩔 줄 모르겠어요.]홍영희는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다 너희가 제대로 못 보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하나같이 애 하나도 제대로 못 돌보고, 결국 내가 가야 되는구나.”도환은 속으로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이참에 홍영희를 B시로 모셔오는 편이 나았다.괜히 또 사람도 없는 데 가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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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지설은 웃었다.예전에 도진이 지설에게 버블티를 사다 주면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팥죽은 속도 편하고 몸도 따뜻하게 해 주고, 배숙은 목에도 좋고 먹고 나면 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있고, 호박죽이나 고구마라테 같은 건 속도 든든하고 편해요...”이제 보니, 그런 건 전부 요한의 영향이었다.도진은 남의 장점을 잘 보고, 또 잘 배우는 사람이었다.어쩌면 도진은 요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랐다.그래서 그 방식을 자기 식으로 익혀, 지설에게도 마음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지설은 도진의 그런 점이 좋았다.은화는 지설을 보다가 물었다.“왜 갑자기 웃어? 좀 이상한데.”요한이랑 조금 친해지고 나더니, 은화 말투에도 어느새 요한의 말투와 비슷한 리듬이 묻어 있었다.지설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선배가 마음에 안 들면 우 변호사님한테 다시 소개팅하라고 할까요?”그 말에 은화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되지. 저 사람 단점이 좀 많긴 한데, 장점도 많단 말이야.”험난한 연애로 상처를 여러 번 받아 본 여자가, 어떻게 요한 같은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요한은 정말 사람을 세심하게 챙길 줄 알았다.늘 연애에서 먼저 주기만 하고, 돌아오는 건 늘 부족했던 은화에게 사람을 돌볼 줄 아는 남자는 쉽게 놓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은화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번에는 설마 또 잘못 걸리진 않겠지?’대추생강차까지 마신 뒤, 지설과 우란은 먼저 일어나려고 했다.그런데 은화는 남아서 요한과 게임하겠다고 했다.도진은 두 사람이 너무 시끄럽다며 질색했고, 결국 지설의 집으로 건너와 일을 하기로 했다.혼자 남은 우란은 괜히 웃음이 났다.은화와 요한은 어쩌다 보니 지설과 도진이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한 번 더 밀어준 셈 같았다.지설은 소파에 앉아 가족들이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쓰고 있었다.도진은 옆쪽 책상에 조용히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도진은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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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심지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없었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질 일도 없었어!”유연은 지설을 향해 악을 쓰듯 소리쳤다.오늘은 유연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고 꼴사나운 날이었다.JT그룹 입찰은 실패로 끝났다.주신그룹 기획안을 몰래 빼돌린 일로 유빈에게 된통 혼났고, 카드까지 전부 막혀 버렸다.영민은 결혼식을 당분간 미루자고 했다.차는 누군가에게 엉망으로 망가졌는데, 정작 범인은 잡히지도 않았다.유연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진 적이 없었다고 느꼈다.지설은 그런 유연을 보자마자 바로 문을 닫아 버리고 싶었다.술 취해 이성을 잃은 사람과 할 이야기는 없었다.하지만 유연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끝까지 버티며 지설에게 해명을 내놓으라고 소란을 피웠다.“네가 영민 오빠한테 안 붙었으면 오빠는 원래 나만 기다렸을 거야. 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꼬일 일도 없었다고. 나랑 오빠는 원래부터 딱 맞는 사이였어. 근데 왜 네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지설은 미간을 좁혔다.영민과의 일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이야기였다.그런데도 영민과 유연은 마치 아무 일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번번이 찾아와 지설을 흔들었다.대체 누가 누구의 인생에 끼어든 것인지, 지설은 알 수 없었다.그때 도진이 다가와 지설 앞을 막아섰다.“안으로 들어가 있어요. 제가 처리할게요.”유연은 도진을 보더니 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심지설, 너 옆에 다른 남자도 있으면서 영민 오빠는 왜 자꾸 붙잡고 있는데? 너 같은 여자가 또다시 염치도 없이 나서기만 해 봐. 그땐 내가 진짜 가만 안 둬.”말이 끝나자 유연은 발에서 하이힐을 벗어 지설에게 집어던지려 했다.도진은 곧바로 유연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리고 유연을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고 가 안으로 밀어 넣었다.유연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댔다.명색이 재벌가 딸이라는 체면도 다 잊은 채, 꼭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날뛰었다.“이런 되먹지 않은 남자! 여자한테 이래도 돼?”도진은 바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1층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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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지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불편하시면 그냥 집에 가서 갈아입고 오셔도 되는데요?”도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아까 주유연이 한바탕 소란을 피웠잖아요. 그런데도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지금 다시 문 두드려도 안 열어 줄 것 같아요.”그 말이 나오자 공기가 조금 어색해졌다.지설은 그 말에 딱히 뭐라고 받지 못했다.잠깐 정적이 흐른 뒤, 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불 끄실 때 무드등은 켜 두세요. 그러면 바퀴벌레가 덜 나올 거예요.”“네.”도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처음이었다.왜인지 두 사람 다 조금씩 어색했다.지설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괜히 귓바퀴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저 좀 졸려서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네.”도진은 지설의 방문이 닫히는 걸 보고서야 소파에 몸을 뉘었다.도진 역시 귀가 조금 붉어져 있었다.도진은 손으로 가슴 부근을 한번 쓸어내렸다.갑자기 괜히 후회가 밀려왔다.‘괜히 샤워했나?’그러지 않았으면 이런 잠옷을 입을 일도 없었을 텐데.방금 그 차림은 분명 너무 우스웠다.지설이 이 우스운 꼴을 다 봤으니, 괜히 더 정이 떨어진 건 아닐까 싶었다....다음 날 아침, 은화는 요한의 잠옷을 입은 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크게 하품을 한 은화는, 요한의 ‘한밤중 서비스’에 꽤 만족한 기색이었다.‘이 남자 의외로 제대로네.’그런데 주방 쪽에서 지설의 잠옷을 입은 도진이 커피를 내리고 있는 걸 보고, 은화는 그대로 눈이 커졌다.도진도 꽤 난감해 보였다.도진은 은화에게 가볍게 고개만 한번 숙인 뒤, 곧장 욕실로 들어가 자기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더 머물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지설이 잠에서 깼을 때, 도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대신 은화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왜 그러세요? 기 변호사님은 집으로 가셨어요?”은화는 바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까 다 봤거든. 그래서 너희도 어젯밤에 뭐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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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검사 더 해 봐야 알 수 있대.” 남승예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이제 술은 끊어. 너는 곧 엄마 될 사람인데, 언제까지 그렇게 제멋대로 굴 거야. 내가 영민이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 와서 네 옆 좀 지키라고.”남승예는 말을 마치고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걸었다.유연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문 쪽만 바라봤다.정말로 한 시간쯤 지나자 영민이 병실에 나타났다.남승예는 전화로 분명하게 말했다.영민이 오지 않으면, 주씨 집안이 부씨 집안에 대던 자금 지원을 전부 끊겠다고.영민은 유연보다 남승예가 훨씬 영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남승예를 적으로 돌려 봐야 좋을 게 없었다.결국 병원에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오는 길에 영민은 비서에게 꽃다발도 하나 사 오게 했다.영민이 직접 오기까지 한 데다 꽃까지 내민 걸 보자, 유연은 금세 기분이 풀렸다.영민이 꽃을 사 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유연은 웃으며 영민의 품으로 파고들어 응석을 부렸다.“영민 오빠, 역시 나를 제일 아끼는 건 오빠라니까. 나 오빠한테 좋은 소식 하나 있거든? 나 오빠 애 가졌어. 오빠 이제 아빠 된다.”그 말을 들은 영민의 몸이 아주 잠깐 굳었다.유연이 바람피운 일은 영민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누구의 아이인지도 불분명한 아이를 자기 아이로 떠넘기려는 건가?영민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하지만 지금 영민에게는 여전히 주씨 집안이 필요했다.그러니 당장은 유연의 장단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영민은 애써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연아, 나 진짜 뜻밖이야.”유연은 고개를 들어 영민을 올려다봤다.“안 기뻐?”말끝에는 불안이 살짝 묻어 있었다.영민은 바로 웃었다.겉으로 보기엔 진심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러운 미소였다.“아니, 기뻐. 당연히 기쁘지.”유연은 만족한 듯 웃었다.“그럴 줄 알았어. 아기 태어나면 우리 진짜 행복한 세 식구 되는 거다?”영민은 유연을 안고 있었다.입가엔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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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흥.”유연은 속으로 비웃었다.역시 윤항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았다.저런 부류의 남자는 늘 그렇다.손에 닿지 않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었다.유연은 윤항에게 물었다.“너희 집 리조트 사업 있잖아. 그거 나 좀 도와줘. 나 진짜 그거 꼭 따내고 싶어.”윤항은 심드렁하게 답했다.“그 프로젝트는 원래 XS그룹 쪽으로 가는 거 아냐? 나한테 말해 봐야 소용없어. 이민철은 나도 못 움직여. 굳이 방법이 있다면...”유연은 바로 되물었다.“뭔데?”윤항은 입꼬리를 비틀었다.“XS그룹이 알아서 빠지게 만들면 되지.”그 말을 들은 유연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XS그룹 평판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만 있다면, 그 프로젝트를 자신이 가로챌 수도 있을 것이다.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유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어. 고마워. 나 먼저 간다.”윤항도 굳이 붙잡지 않았다.윤항은 이제 지설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돈은 못 벌어도 그만이었다.윤항도 자기가 그쪽으로는 능력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지설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좀 추하게 매달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체면보다 지설을 붙잡는 쪽이 훨씬 중요했다.퇴근하던 지설은 건물 앞에서 윤항과 마주쳤다.한동안 보이지 않길래 포기한 줄 알았는데, 윤항은 또 불쑥 다가왔다.“지설 씨, 저 지설 씨 제대로 만나 보고 싶어요. 억지로 뭐 하자는 거 아니에요. 지설 씨 뜻 존중할게요. 부담 안 주고, 지설 씨 한 사람만 보면서 제대로 만나 볼게요. 그러면 되잖아요?”윤항은 오기 전에 나름대로 준비까지 해 왔다.그동안 윤항의 연애는 대부분 단순했다.호텔에서 만나고, 가볍게 즐기고, 끝나는 식이었다.여자와 진지하게 감정을 쌓아 본 적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지설을 만나려면 제대로 순서를 밟아야 한다고 윤항은 결심했다.그래서 일부러 영화표 두 장도 사 왔다.“이 영화 보러 갈래요? 요즘 여자들이 이 남자 주인공 엄청 좋아하던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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