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Bab 291 - Bab 300

362 Bab

제291화

지설의 차가운 눈빛에 영민은 또 한 번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영민은 상처받은 듯, 그리고 어딘가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지설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넌 날 전혀 몰라. 그리고 난 네 걱정 필요 없어.”지설은 더는 영민을 보지 않았다.그대로 몸을 돌려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지설은 객석 아래를 바라봤다.은화도 와 있었고, 우란도 보였다.도진도 있었다.세 사람은 모두 지설을 향해 조용히 힘을 실어 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지설은 세 사람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그리고 관객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그때까지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까지, 모두 지설을 의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온라인에는 포장된 이미지로 주목받는 미녀 박사, 미녀 과학자 같은 인물들이 이미 수없이 등장해 왔다.그런데 이제는 미녀 피아니스트까지 하나 더 나온 셈이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지설을 쉽게 믿지 못했다.인결에게 휩쓸린 시청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지설을 욕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설은 그런 시선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지설은 성스럽고 고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고 진지한 태도로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다.의자에 앉은 뒤, 가늘고 긴 두 손을 건반 위에 올렸다.수많은 시선이 쏠린 가운데, 지설은 연주를 시작했다.첫 음이 울리자마자, 지설은 곧장 피아노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갔다.그곳은 한때 지설의 전부였던 세계였다.몸에 밴 감각, 절대 잊히지 않는 손가락의 움직임.지설의 압도적인 연주는 한때 지설을 의심하고 함부로 몰아세우던 사람들의 뺨을 정면으로 때리는 것 같았다.유연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유연은 화면 속 지설의 연주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됐다.이 곡은 연주 난도가 매우 높았다.지설이 이런 곡을 제대로 해낼 리 없었다.‘말도 안 돼.’‘이건 가짜야.’‘분명 뭔가 속임수가 있는 거야.’그때 인결에게서 메시지가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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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도진은 내내 지설만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래도 도진은 지설을 막지 않았다.이건 지설의 일이었다. 도진이 할 수 있는 건, 곁에서 조용히 응원하며 지지하는 것뿐이었다.그때 언론사 대표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기 변호사님, 기사 배포 다 끝났습니다.]도진은 짧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그리고 곧바로 온라인 기사를 확인했다. 이미 인터넷에는 지설을 칭찬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그런 긍정적인 기사들은 앞서 지설을 헐뜯고 깎아내리던 이야기들을 빠르게 덮어 버렸다.인결 쪽은 상황이 심각했다. 인결은 누리꾼들에게 욕을 먹고 구독 취소까지 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사이버수사대까지 인결을 주시하고 있었고, 곧 조사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대회가 끝나자, 도진은 곧바로 지설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기운이 빠진 지설을 그대로 안아 들었다.도진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병원으로 갈게요.”지설은 이미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틴 상태였다. 지설은 도진 품에 기대며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멈추지 못했다.도진이 지설을 안아 가는 모습을 본 영민은 속이 뒤집히는 질투를 느꼈다.영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지설은 도진에게 기대면서 자기에게는 기대지 않는 건지.도진이 지설에게 줄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다고.영민은 건물에서 나왔다.그러자 앞쪽에서 분노로 가득 찬 유연이 서 있었다.유연은 영민을 노려보며 따졌다.“부영민, 심지설한테서 멀어지겠다고 했잖아. 근데 또 여기 나타났네? 약속 안 지킬 거야?”영민은 유연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유연은 이미 다른 남자와 놀아났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영민이 지설을 만나는 걸 막는단 말인가?그런데 영민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유연은 더 억울해졌다. 유연은 영민 앞으로 달려와 울고불고 매달렸다.“말 좀 해봐. 나 오빠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잖아. 그런데 왜 또 지설이를 보러 온 건데? 오빠는 나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왜? 왜 그러냐고?”영민은 유연의 이런 악다구니 섞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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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여성 간병인이 붙어 있었지만, 도진은 끝내 하루 밤낮을 지설 곁에서 직접 챙겼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은화가 와서 교대했다.은화는 지설에게 말했다.“이번에 네가 대회에서 연주한 영상, 인터넷에서 완전히 터졌어. 우리 학원으로선 공짜로 크게 홍보 한 번 된 셈이지. 근데 네 손이...”은화는 지설의 손을 바라보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지설은 가볍게 웃었다.“전 괜찮아요. 아, 맞다. 저 먼저 깎아내리기 시작했던 그 인플루언서 있잖아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은화는 그 얘기만 나오면 다시 화가 치밀었다.“그 구인결이라는 작자는 진짜 사람이 아니더라. 감히 너를 그렇게까지 더럽히려고 해? 근데 네가 직접 연주해 버리면서 완전히 되치기했잖아.”“지금 그 사람 꼴 좋더라. 예전에도 근거 없이 여러 인플루언서한테 계속 먹칠하고 다녔다더라.”“그래서 지금 여러 명이 연달아 고소장 넣었대. 당장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돈 엄청 깨질 거야.”“팔로워도 많이 빠졌을 거고. 이제 예전처럼 함부로 힘을 휘두르긴 힘들지.”지설은 미간을 좁혔다.“근데 전 그 사람을 아예 모르는데요. 저를 왜 그렇게까지 공격했을까요?”은화도 바로 눈치를 챘다.“누가 시킨 것 같다는 거지?”지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은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혹시 널 짝사랑하다가 실패한 남자들 중 하나 아니야? 너를 못 가지니까 아예 망가뜨리려는 거지. 그런 남자들 생각보다 많아.”“내가 예전에 사회생활 막 시작했을 때, 엄청 예쁜 여자 동료 하나 있었거든. 걔가 어떤 남자의 고백을 거절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걔더러 나이 많은 남자 만나면서 뜬다고 소문 퍼뜨렸어. 결국 그 동료는 버티다 못해서 회사를 그만뒀지.”“더 끔찍한 경우도 있었어. 예전에 내 옆집에 살던 여자도 좀 예뻤는데, 누가 그 사람 사진을 합성해서 나체 사진처럼 만들어 놓고 이상한 사이트에 올린 거야.” “그러니까 수상한 남자들이 그 여자 신상 털어서 찾아오고, 해코지하려고 달려들고 난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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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경찰서에 도착한 인결은, 자기 앞에 앉은 도진을 봤다.도진의 분위기는 단숨에 사람을 눌러버릴 만큼 강했지만, 인결은 겉으로는 전혀 겁먹지 않은 척했다.인결은 건들거리며 말했다.“또 뭘 물어보려고요? 저 이미 처벌받겠다고 했잖아요. 남 명예 좀 훼손한 걸로, 설마 진짜 감옥까지 가는 건 아니죠?”도진은 차갑게 물었다.“누가 심지설 씨를 해치라고 시켰어요?”인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몇 번을 말해요. 그냥 심지설 씨가 꼴 보기 싫어서 제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결의 시선이 도진 손으로 향했다.도진은 서류 한 부를 꺼내 인결 앞에 내려놓았다.그리고 옅게 웃었다.“바로 답 안 해도 돼요. 이거부터 한번 보죠.”인결은 도진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인결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서류를 펼쳐 들었다. 그런데 첫 장을 다 읽기도 전에 인결은 다급하게 파일을 덮어 버렸다.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인결은 도진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이걸... 어떻게...”도진은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도진이 마음만 먹고 문장 하나하나를 따져 들면, 인결이 온라인에 올린 글과 영상 상당수는 감정 선동, 유해한 방향 유도 문제로 걸릴 여지가 충분했다.게다가 인결을 따르던 사람 중에는 아직 학생 신분의 어린 팔로워들도 적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졌다.인결은 정말로 안에서 조사받게 될 수도 있었다.도진은 사적인 감정 하나 섞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제 시간 많지 않아요. 3분 드릴게요. 누가 시켰는지 말할지, 생각해요.”인결은 더 버티지 못하고 바로 외쳤다.“말할게요!”...은화와 우란은 인결의 회사로 찾아갔다.그때 인결은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조금 전 도진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은 뒤, 인결은 도진에게 단단히 경고를 들었다. 앞으로 온라인에 영상이든 글이든 다시 올리면, 인결이 뭘 쓰든 도진이 법적으로 문제 삼을 틈을 끝까지 찾아내서 이 바닥에서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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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유빈이 막 조사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인터넷에는 이미 몇 개의 실시간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올라오고 있었다.유연이 지난 몇 년 동안 투자했던 피부관리실, 피트니스 학원, 음악 학원, 동물병원까지 줄줄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종사자 자격증 위조,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이나 가짜 약품 사용, 의료사고 같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원래 피해자들은 돈을 받고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도 자기 피해 사실을 함께 털어놓기 시작했다.유연의 신상 정보까지 온라인에 퍼졌다.유연을 악덕 자본가라고 욕하는 사람이 쏟아졌고, 그중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직접 유연을 찾아와 해코지하기까지 했다.유연은 기사를 보자마자 온몸이 떨릴 만큼 화가 치밀었고, 바로 유빈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오빠, 일 처리 제대로 하는 거 맞아? 지금 인터넷에서 다들 나만 물어뜯고 있잖아. 나 진짜 미치겠어! 이제는 밖에도 못 나가. 나 이러다 답답해서 숨 막혀 죽겠다고.”“누가 일부러 나 엿 먹으라고 끌어내리려는 거야. 오빠가 꼭 뒤에 있는 사람 찾아내서 내 억울함 풀어줘야 해.”“그리고 경찰에도 신고해. 나한테 손댄 사람들 전부 잡아넣어. 다 대가 치르게 해야 해. 내가 주유연이라는 걸,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줘.”그 시각 유빈도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바쁜 상태였다. 그런데 동생의 원망까지 듣자, 유빈은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유빈이 유연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주유연, 너 대체 왜 이래! 인터넷에 뜬 내용들 전부 사실이잖아. 아무 데나 막 투자해 놓고 뭘 잘했다고 그래? 투자했으면 끝까지 관리도 해서 책임졌어야지.][지금 일 터져서 이렇게 추문이 줄줄이 나오고, 주신그룹까지 같이 끌려 들어가고 있잖아. 너 때문에 요즘 홍보팀이 얼마나 정신없는지 알아?][너도 이제 다 컸잖아. 제발 연애 생각만 하지 말고, 일에도 좀 신경 써. 돈 벌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쓰기만 해. 괜히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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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유연아, 오해는 하지 마. 아까 내가 너무 급해서 말이 헛나왔어. 내가 결혼식을 취소할 리는 없잖아.][다만 지금 유연이한테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터져서 FH그룹이 괜히 영향받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러니까 우선 오빠랑 상의해서 이 일부터 빨리 정리해. 그다음에 결혼 얘기는 다시 하자.]유연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친오빠도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데, 영민이 도와주길 바라는 건 무리였다.그제야 유연은 조금씩 알 것 같았다.영민도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자기 자신이 먼저인 사람이었다.영민이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유연은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유연은 서운함을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오빠한테 빨리 해결하라고 할게. FH그룹한테 피해 가게 하진 않을 거야.”[그래, 그렇게 해야지. 아, 그리고 JT그룹 프로젝트도 잊지 마. 곧 입찰 시작하잖아. 네가 도와주기로 한 거, 맞지?]유연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자기가 이렇게까지 코너에 몰려 있는데, 영민 머릿속에는 아직도 JT그룹 프로젝트뿐이었다.영민과 통화를 마친 뒤, 유연은 답답한 마음에 머리카락을 마구 움켜쥐었다.인터넷에 올라온 악성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그 악플러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고 싶었다.유연은 다시 지설의 SNS에 들어가 확인했다. 그런데 지설은 자신과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자신은 욕을 잔뜩 먹고 있었다.반면 지설은 네티즌들에게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자신이 투자한 사업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대조적으로 지설의 일은 오히려 더 잘 풀리고 있었다.사람 일이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 비교되기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지.유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자기가 주씨 집안 딸인데, 그래도 지설보다 못한 꼴이 될 수는 없었다.그때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팀장님, JT그룹 프로젝트 건은 계속 진행할까요?]유연이 일을 손에서 놓아 버린 뒤로, 프로젝트 매니저들 역시 가망이 없다고 느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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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유연은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그래도 한 겹 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윤항에게 연락했다.“너희 아버지 비서 이민철 연락처 좀 줘. 식사 한번 해야겠어.”윤항은 한창 돈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갑자기 그 사람은 왜 찾는데? 우리 진씨 가문 그 프로젝트 때문이야? 그거면 괜한 수고 하지 마. 그 사람은 공사 구분이 철저해서 우리 아버지 말밖에 안 들어. 나도 걔한테 자주 한 소리 듣거든.]유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자신 있게 말했다.“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윤항은 유연 성격을 잘 알았다.연락처를 안 주면 줄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게 뻔했다.윤항은 바로 이민철의 연락처를 유연에게 넘겼다.유연은 웃으며 고맙다고 한 뒤, 지설을 얼마나 공략했는지 물었다.윤항은 그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한참 뜸을 들이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너는 네 일이나 잘 챙겨. 내 일에 참견 좀 하지 마.]유연은 입술을 삐죽였다.“내가 무슨... 오래된 친구니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아, 맞다. 내 예쁜 친구들 몇 있는데, 네가 K시에 있을 때 심심하면 내가 걔들 불러서 같이 놀아 주라고 할까?]유연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그중 몇은 예전부터 윤항에게 관심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다만 그때는 윤항이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을 뿐이었다.윤항은 유연의 그 친구들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인상의 인플루언서들이었다. 그는 생각만 해도 흥미가 식었다.[됐어. 그런 타입은 별로 안 당겨.]유연은 윤항의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윤항은 눈이 높은 편이었다.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 윤항이 유일하게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그건 곧 자기가 가장 예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유연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이민철 하나쯤은 못 넘어오게 할 리 없지.’...우란과 은화는 지설을 보러 갔다.지설 역시 인터넷에 퍼진 유연과 관련된 기사를 이미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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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은화는 한숨을 쉬었다.“난 언제쯤 기 변호사님 같은 남자 만나 보냐?”말을 마친 은화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근데 나 진짜 연애만 하면 너무 쉽게 빠져. 흔히 말하는 연애 뇌 같은 거 있잖아. 맨날 별로인 남자만 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남자운은 지지리도 없는지 모르겠어.”지설이 물었다.“지난번에 트레이너 하는 연하 남자 만난다고 하셨잖아요. 그분이랑은 결국 어떻게 됐어요?”은화는 입맛이 쓴 듯 입술을 비틀었다.“아, 걔 얘긴 하지 마.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한테 잘해 주려고 했지. 근데 시간 지나니까 점점 쩨쩨해지더라고. 나 돈 쓰게 할 생각만 하고. 내가 연애하는 거지, 어린 남자애 키우는 건 아니잖아. 생각할수록 좀 짜증 나더라.”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네요. 그러면 그분은 선배랑 잘 맞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은화는 지설을 빤히 보다가, 부러운 듯 웃었다.“내가 너처럼 예쁘게 생겼으면, 돈 많은 집 애들 두셋쯤은 어떻게든 낚았겠다. 하하.”지설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선배도 아시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저를 제대로 만날 생각이 아니라, 데리고 놀 생각만 해요. 저는 누구 장난감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은화는 크게 웃었다.“예쁜 사람은 예쁜 사람대로 또 골치 아픈 게 있네.”밤 열 시가 되자 은화는 슬슬 일어날 채비를 했다.“난 이제 갈게. 내가 여기 더 있으면 안 되겠다. 이따 기 변호사님 분명 오실 텐데, 괜히 내가 가운데 끼어서 눈치 없는 사람 되긴 싫거든. 흐흐.”지설은 그 놀림에 굳이 맞장구치지 않고 은화를 현관까지 바래다주었다.아니나 다를까,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도진이 찾아왔다.도진은 오늘 유난히 격식을 차린 차림이었다.연미복 스타일의 정장에 머리도 단정히 넘겨 고정해 두었고, 몸에서는 희미한 술 냄새가 났다. 막 연회 자리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보였다.지설이 물었다.“술 마셨어요? 제가 해장국이라도 끓여줄까요?”도진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술 냄새가 나서 안에 안 들어가는 게 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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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지설은 문득 궁금해졌다.“이요한 씨는 가족들이랑 설 안 보내세요? 왜요?”도진이 담담하게 답했다.“결혼하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요.”지설은 바로 알아들었다.미혼인 사람들은 명절에 사정이 다 비슷했다요한은 본가에 가지 않고 짐을 잔뜩 챙겨온 것이 거의 집을 통째로 옮겨 온 수준이었다.거실이 짐으로 가득 찬 걸 본 도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요한은 도진 집 거실을 한 번 둘러보더니 툭 내뱉었다.“너 집 너무 작은 거 아냐? 내가 세놓은 집 반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한은 Y시 시골에 건물이 열 채가 넘었다.본업은 임대업이었고, 부업처럼 변호사 일을 했다.로펌도 하나 운영하고 있긴 했다.다만 요한의 로펌과 도진의 로펌은 결이 완전히 달랐다.가끔 지인 소개가 들어오지 않으면, 요한의 로펌은 거의 일감이 없는 수준이었다.그렇다고 요한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그저 변호사 일을 하는 이유 자체가 집안 어른들 성화 때문이었다.번듯한 직업 하나는 있어야 잔소리를 덜 듣는다고 생각해서였다.도진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요한은 말을 받아 주면 받아 줄수록 더 길어지는 사람이었다.요한이 다시 말했다.“나 토퍼도 가져왔어. 이따 너 나랑 같이 옮겨. 알지? 나 다른 침구에서는 잘 못 자.”“알았어.”도진은 무심하게 답했다.지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지설이 알던 도진은 늘 혼자 움직이는 사람이었다.평소 생활도 거의 일로 꽉 차 있었다.그래서 이렇게 유쾌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느껴졌다.요한은 지설을 바라보며 대뜸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제수씨, 아니, 지설 씨는 우리 도진이랑 연애하느라 힘들겠어요. 완전 답답한 스타일이잖아요.”“분위기도 잘 모르고. 예전에 얘가 우리 기숙사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진짜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가 있었다니까요.”요한은 혼자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이런 애가 법 공부한다고 했을 때 우리 다 궁금했어요. 나중에 법정 가서 대체 말을 어떻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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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요한이 갑자기 방에서 튀어나왔다.발에는 Y시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슬리퍼가 신겨져 있었다.“둘이 뭐 그렇게 소곤소곤해? 빨리 나 좀 도와서 토퍼 옮겨. 그거 없으면 나 오늘 밤 잠 못 자!”도진은 지설을 향해 말했다.“저 요한이랑 잠깐 내려갔다가 올게요. 지설 씨는 들어가서 쉬어요. 아마 오늘은 저녁 내내 좀 바쁠 거예요. 요한이 꽤 사람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지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지설은 도진이 친한 친구 앞에서 평소와는 꽤 다르다는 걸 느꼈다.입으로는 계속 귀찮아했지만, 요한을 챙기는 손길은 다정했다.그런 도진의 모습은 지설에게 꽤 낯설고도 새로웠다.지설이 들어간 뒤, 요한은 도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도진아, 아까 너랑 지설 씨 같이 서 있는 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 내가 티는 안 냈지만, 그분 불편할까 봐 얼마나 조심했는데. 너 여자친구 생겼냐?”“와, 진짜 충격이다. 넌 진짜 남자 좋아하는 줄 알았어. 내가 오랫동안 짝사랑 당한 줄 알았는데, 설마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냐?”도진은 대놓고 질색하는 얼굴로 요한의 손을 쳐냈다.“너나 그런 소리 해. 난 원래 여자 좋아했어. 그리고 지설 씨랑 나는 아직 그런 사이 아니야.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야.”“연인은 아닌데 친구 이상? 하하, 너 안 좋아하는 여자도 있구나? 와, 그분 진짜 대단하다. 하하!”도진은 갑자기 요한이 몹시 시끄럽게 느껴졌다.이 인간이 여기서 설까지 보내고 갈 생각이라고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학생 때도 그랬다.다들 도진의 차가운 표정을 어려워했지만, 요한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도진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알면서도 거리낌없이 건드리곤 했다.그런 둔감함 덕분에, 요한은 오히려 도진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요한은 제집처럼 익숙하게 욕실로 들어가 도진의 폼클렌저로 세수했다.그러고 나와서 물었다.“도진아, 너 팩 없어?”도진은 요한이 가져온 각종 특산품을 정리하느라 손이 바빴다.“없어.”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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