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은 원래 겁을 먹고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었다.막말을 내뱉은 저 남자를 당장 한 번 손봐주려던 참이었는데, 지설이 먼저 도진의 팔을 잡아끌며 자리를 떴다.두 사람이 그냥 가려는 걸 보자, 그 남자는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남자는 두 사람 앞을 막아서더니, 몸을 떡 버티고 서서 거칠고 오만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뭐야? 내가 좋게 좋게 술 한잔하자고 했는데, 남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네? 오늘 나랑 제대로 몇 잔 안 마시면 여기서 못 가. 알아들어?”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지설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지설은 속에 눌러 담아 둔 짜증이 한꺼번에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당장 남자를 업어치기라도 해 버릴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려던 그때였다.도진이 더 빨랐다.누구도 도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는 이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도진을 올려다봤다.아까까지 기세등등하던 태도는 완전히 사라졌고, 눈에는 겁이 서려 있었다.도진은 차갑게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제 저희는 가도 되겠어요?”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듯 대답했다.“가, 가셔도 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지설은 도진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갔다.올라가는 길에 지설은 도진에게 말했다.“고마워요.”도진은 담담하게 답했다.“지설 씨랑 저 사이에 그런 말은 안 해도 돼요.”비슷한 말은 도진이 이미 여러 번 했었다.지설도 도진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지설에게는 고맙다는 말 말고 달리 꺼낼 수 있는 말이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뒤, 도진은 다시 밖으로 나가 전화받았다.지설은 방 안에서 계속 기다렸다.밤 11시 반쯤 되었을 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지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도진이 먼저 문을 열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예연숙이었다.예연숙의 얼굴은 핏기가 없을 만큼 창백했고, 몸에는 자기 몸보다 조금 커 보이는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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