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Chapter 331 - Chapter 340

362 Chapters

제331화

도진은 전화로 송로철이 도착했다고 말했다.그리고 곧바로 송로철의 사진도 보내 줬다.지설은 사진 속 남자와 문밖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같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송로철 씨예요? 도진 씨 친구요?”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체격이 크고 덩치가 단단했다.이목구비도 투박한 편이었고, 청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맞아요. 지설 씨죠?”송로철은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송로철은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안으로 들어가도 돼요? 도진이가 전화로 길게 말한 건 아니라서 아직 상황을 다 모릅니다.”도진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도 지설은 어느 정도 믿음이 갔다.그래서 지설은 송로철을 방 안으로 들였다.송로철은 지설에게서 처음부터 끝까지 사정을 다 들은 뒤 미간을 좁혔다.“지설 씨는 아마 모를 텐데, 저 어촌은 경찰도 손 못 대는 구역이예요. 게다가 저 사람끼리 엄청 똘똘 뭉쳐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사람 찾는 일이 쉽지 않아요.”“그럼 어떡하죠?”지설은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소식 알아봐 줄 사람들이 있어요. 오늘 밤은 제가 문 앞에 있을 테니까 지설 씨는 먼저 쉬어요.”송로철은 그렇게 말한 뒤 방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지설은 도어스코프로 밖을 내다봤다.송로철은 문 옆에 걸터앉아 작은 목소리로 전화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지설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지설은 그다지 편하지도 않은 침대에 몸을 눕혔다.일단 조금이라도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 것 같아서 긴장이 풀리자 지설은 그대로 깊이 잠들어 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 지설은 무심코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거의 열 시간 가까이 자 버린 뒤였다.지설은 서둘러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그리고 겉옷을 걸친 뒤 문 앞으로 가 도어스코프로 밖을 살폈다.송로철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도진도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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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도진은 원래 겁을 먹고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었다.막말을 내뱉은 저 남자를 당장 한 번 손봐주려던 참이었는데, 지설이 먼저 도진의 팔을 잡아끌며 자리를 떴다.두 사람이 그냥 가려는 걸 보자, 그 남자는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남자는 두 사람 앞을 막아서더니, 몸을 떡 버티고 서서 거칠고 오만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뭐야? 내가 좋게 좋게 술 한잔하자고 했는데, 남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네? 오늘 나랑 제대로 몇 잔 안 마시면 여기서 못 가. 알아들어?”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지설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지설은 속에 눌러 담아 둔 짜증이 한꺼번에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당장 남자를 업어치기라도 해 버릴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려던 그때였다.도진이 더 빨랐다.누구도 도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는 이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도진을 올려다봤다.아까까지 기세등등하던 태도는 완전히 사라졌고, 눈에는 겁이 서려 있었다.도진은 차갑게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제 저희는 가도 되겠어요?”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듯 대답했다.“가, 가셔도 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지설은 도진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갔다.올라가는 길에 지설은 도진에게 말했다.“고마워요.”도진은 담담하게 답했다.“지설 씨랑 저 사이에 그런 말은 안 해도 돼요.”비슷한 말은 도진이 이미 여러 번 했었다.지설도 도진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지설에게는 고맙다는 말 말고 달리 꺼낼 수 있는 말이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뒤, 도진은 다시 밖으로 나가 전화받았다.지설은 방 안에서 계속 기다렸다.밤 11시 반쯤 되었을 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지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도진이 먼저 문을 열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예연숙이었다.예연숙의 얼굴은 핏기가 없을 만큼 창백했고, 몸에는 자기 몸보다 조금 커 보이는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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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도진은 전용기를 마련해 지설과 예연숙의 귀국을 도왔다.예연숙은 도진에게 좋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 도진이 멀리까지 직접 달려와 지설을 도와주고, 사람까지 동원해 예연숙을 구해 냈으며, 국내로 돌아가는 일까지 챙겨 주자 도진을 보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예연숙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도진에게 말했다.“전에 내가 철이 없어서 도진 씨한테 괜히 못되게 굴었어.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도진 씨는 늘 지설이한테 그렇게 잘해 줬고, 이번엔 나까지 구해 줬잖아. 나 정말 고맙게 생각해. 우리 돌아가서 좀 정리되면, 꼭 밥 한번 사면서 제대로 고맙다고 인사할게.”도진은 차분하고 단정한 태도로 답했다.“어머니, 전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에요. 저는 아무 대가도 바라고 한 게 아니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도진이 지설에게 잘해 주는 건 계산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도진은 진심으로 지설에게 마음이 갔다.그리고 도진은 지설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정말로 마음이 움직여서 자신을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지설은 예연숙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여러 가지 검사를 다 받은 뒤,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지설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다만 예연숙은 크게 놀란 탓에 밤이 되어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결국 간호사가 안정제를 놓아주고 나서야 예연숙은 깊이 잠들었다.지설은 발소리를 죽이며 병실 밖으로 나왔다.병실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도진을 보자, 지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도진은 지설이 나오자 바로 물었다.“어머니는 좀 어때요?”지설은 도진 옆에 앉았다.“일단 잠드셨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걱정하지 말아요. 증거가 확실하니까 꼭 법대로 처벌받게 될 거예요.”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런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다면...’‘앞으로 상처받는 여성들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도진은 지설에게 물었다.“근처 호텔에 방 하나 잡아 뒀어요. 지설 씨도 잠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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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다만 너는 그 사람 집안 형편이 어떤지 는꼭 알아봐야 해. 집이 너무 가난해서 기 변호사가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처지라면, 그건 너도 생각해 봐야 해.”“네가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그 집안 식구들까지 먹여 살려야 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기 변호사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봐야 해.”“형편은 넉넉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체면만 세우고 유난 떠는 시댁 식구들이 제일 사람 피곤하게 하는 거 알지? 돈 있는 사람들보다 더 밉상인 경우도 많아.”“이런 것들이 다 네가 생각해야 할 문제야. 엄마가 왜 자꾸 네한테 한 번에 돈 많은 집으로 시집가라고 했겠어? 사람 마음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돈은 쉽게 안 바뀌거든.”“네가 집안 경제권을 완전히 쥐지 못하더라도, 남편 명의의 고급 빌라나 외제차는 네가 같이 누릴 수 있잖아. 굳이 네가 그렇게 힘들게 악착같이 살아갈 필요도 없고...”“됐어. 이 정도 말했으면 너는 또 엄마가 잔소리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꼭 말해야겠어.”“혹시 기 변호사가 평범한 집안 남자가 아니라 원래부터 재벌가 같은 데서 자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헬리콥터도 그렇고 그 경호원들도 전부 친구 도움이라고 했지. 근데 어느 친구가 그렇게 의리 하나로 자기 자원까지 바로 움직여 가며 도와줘?”“말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까지 해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만약 기 변호사가 돈 많은 남자인데도 너한테 자기 진짜 신분을 말하지 않은 거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야.”“하나는 너를 믿지 못해서 떠보는 거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너를 경계하고 있는 거야. 지설아, 남자라는 사람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아. 너는 정말 기도진이라는 사람을 다 본 거 맞아?”지설은 잠깐 멍해졌다.그러고는 도진에게서 느껴졌던, 평범한 남자들과는 다른 단정하고 품위 있는 기운을 떠올렸다.저런 분위기는 보통 집안에서 자라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지설도 한때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 봤기에 알고 있었다.사람이 지닌 분위기와 태도는 결국 돈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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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집으로 돌아온 지설은 은화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짐을 싸고 있는 걸 발견했다.“무슨 일이에요? 누가 보면 시한폭탄이라도 삼킨 줄 알겠어요.”은화는 세안제를 가방 안으로 거칠게 집어던지며 이를 악물었다.“나 그 이씨랑 헤어질 거야.”지설은 의아했다.‘두 사람은 사귄 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한창 좋을 때잖아.’‘대체 무슨 갈등이 생겼길래 헤어지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건가?’“무슨 일인데요?”지설이 물었다.은화는 답답하다는 듯 속내를 쏟아냈다.“어제 내가 요한 씨 데리고 동창 모임 갔거든. 근데 애들이 요한 씨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거야.”“그래서 내가 눈치 줬지. 대충 아무 직업이나 말하라고. 그래야 나도 좀 체면이 서잖아, 안 그래?“근데 요한 씨가 끝까지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더니 자기는 백수라고 하는 거 있지. 나 진짜 친구들 앞에서 너무 창피했어.”“내가 얼른 수습했잖아. 요한 씨는 Y시 최고 명문대 로스쿨 나왔고, 요즘은 사업 준비 중이라 농담처럼 백수라고 한 거라고.”“근데 동창 모임 끝나고 나오자마자 요한 씨가 나더러 허영심 많다고 하더라. 자기가 직업 없는 게 그렇게 창피하냐고 묻는 거야.”“내가 진지하게 말했어. 일은 좀 알아보라고. 사람은 살아가면서 뭐라도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맞잖아?”“그랬더니 나더러 자기를 전혀 이해 못 한다고 하는 거야. 맨날 남 눈치만 보면서 스스로 피곤하게 산다고도 하고.”“나 진짜 너무 열받아. 나는 자기 여자친구니까, 인생 좀 제대로 생각해 보라고 말한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한 일이야? 계속 그렇게 되는대로 살면 그게 괜찮은 거야?”지설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한쪽은 상대를 바꾸고 싶어 했고, 다른 한쪽은 바뀌고 싶어 하지 않았다.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도 서로 전혀 맞지 않았다.지설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도 두 분이 제대로 한번 이야기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음이 있으면, 헤어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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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렇게까지 어렵게 생각하지 마요. 나는 심 선생이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나중에 심 선생이 더 이상 연주를 못 하게 되더라도 음악에 대한 재능까지 묻어 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창업하든, 뒤에서 기획하는 일을 하든, 그 역시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서 선생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아니에요. 나도 심 선생처럼 좋은 인재를 아끼고, 추천하고 싶으니까.”서지훈은 웃으며 지설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이건... 심 선생 우선 받아요.”지설은 웃으며 그 봉투를 받았다.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뒤, 지설은 은화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이야기했다.은화는 요한과 다툰 일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 감정이 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서지훈 선생님이 너한테 음악 기획 맡기겠다고 한 거면 완전 좋은 일이지. 당연히 가야 해. 너는 우리 학원 공동 창립자잖아.”“네가 업계에서 인정받고 이름이 더 알려질수록 우리 학원 가치도 훨씬 올라가.”은화는 지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네 어머니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시간 나는 대로 자주 들러볼게.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다녀와.”지설은 다시 한번 은화와 함께 창업하기로 했던 선택이 참 잘한 일이었다고 느꼈다.은화는 책임감 있게 버텨 주는 사람이었다.은화가 곁에 있으니 지설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한결 덜했다.지설은 N시 방송국 스태프와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곧 상대 쪽에서 프로그램 녹화 일정표를 보내왔다.프로그램은 미리 녹화해 두는 방식이었고, 3월 방송에 맞추려면 지설도 며칠 뒤에는 N시로 출발해야 했다.지설은 떠나기 전에 도진에게 밥을 한 끼 사기로 했다.지난번 자신을 도와준 일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하고 싶었다.도진은 지설이 한 달 동안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곧 지설의 일을 응원해 줬다.“N시는 K시와 날씨가 달라요. 이맘때도 꽤 추우니까,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해요.”도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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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영민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봤다.기억 속에서 지설은 한 번도 자기 취향을 먼저 말한 적이 없었다.그리고 영민 역시 그런 걸 알려고 한 적이 없었다.영민의 인식 속에서 지설은 늘 욕심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는 여자였다.정확히 말하면 예전의 영민은 지나치게 오만하게 믿었다.지설은 자신과 결혼해 자기 곁에서 맞춰 주고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으니, 영민이 굳이 지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까지 살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그제야 영민은 깨달았다.자신이 지설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었던 기회를 이미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걸.지설과 도진은 메뉴를 다 골랐다.두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은 거의 비슷했다.유연은 웃으며 말했다.“기 변호사님, 두 분은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네요. 진짜 잘 맞나 봐요.”도진이 답했다.“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싫어하는 것도 거의 비슷해요.”지설은 도진과 눈을 마주쳤다.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웃었다.영민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지설이 다른 사람과 저렇게 잘 맞는 모습을 보는 게 영민은 견디기 어려웠다.마치 원래는 자기와 지설 사이에 있어야 했던 친밀함을 누군가 빼앗아 간 것만 같았다.음식이 나오자 유연은 영민에게 응석을 부리듯 말했다.자기를 먹여 달라는 뜻이었다.영민은 그 말을 받아들였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유연에게 먹여 줬다.유연은 바로 달콤하게 웃었다.“영민 오빠는 요즘 나를 꼭 어린애 돌보듯 챙겨 줘. 그래서 나 가끔 어릴 때 생각나. 그때도 영민 오빠가 늘 이렇게 나 챙겨 줬잖아.”“우리 진짜 오래 알았는데, 영민 오빠는 하나도 안 변했어.”지설은 묵묵히 밥만 먹었다.유연의 말을 들어도 지설은 아무렇지 않았다.영민과 함께했던 그 삼 년의 결혼생활은 지설에게 이미 완전히 끝난 과거였다.그때 영민이 도진을 향해 물었다.“기 변호사님 로펌은 꽤 잘되나 봅니다. 1년에 얼마쯤 버세요? 20억 원? 50억 원쯤은 버십니까?”말을 마친 영민은 비웃듯 짧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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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유연은 발끈했다.“변호사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자꾸 저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세요?”도진은 여전히 차분했다.“주유연 씨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제가 찔리는 부분을 건드려서 그런 거예요?”유연은 원래 이 자리를 빌려 영민과의 애정을 자랑하고, 자기 우월감도 드러내고 싶었다.그런데 지금은 도진의 말에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연은 호흠이 거칠어질 만큼 화가 치밀었다.영민도 기분이 상해 있었지만, 곧바로 비꼬듯 받아쳤다.“기 변호사님은 참 계산이 빠르시네요. 나중에 지설이 기 변호사님이랑 함께하게 되면, 지설이는 별로 챙겨 받지도 못하겠는데요.”도진은 점잖게 웃었다.“지설 씨가 저와 함께해 준다면, 그건 제가 더 큰 이익을 보는 거죠. 그리고 제 계산은 바깥사람한테만 적용됩니다. 제 사람한테는 안 그래요. 그러니 부 대표님이 그 부분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영민은 차갑게 웃었다.“기 변호사님은 말솜씨 하나는 정말 대단하십니다.”영민은 지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런 사람이 네 취향이구나. 솔직히 좀 의외네. 나는 네가 적어도 나랑 크게 차이 안 나는 남자는 만날 줄 알았어.”영민의 말에는 도진 정도로는 자신과 비교할 급이 아니라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지설은 망설임 없이 도진 편에 섰다.“재산만 놓고 보면 기 변호사님이 부 대표님보다 부족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사람됨으로 보자면, 나는 기 변호사님이 훨씬 좋은 사람이니까...”“그리고 기 변호사님이랑 친구로 지내고 나서부터 내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고, 일도 점점 더 잘 풀리고 있어.”“사람은 결국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 곁에 있어야 인생도 발전하는 거 아니겠어?”영민은 이를 악물었다.“나랑 있을 때는 네가 그렇게 별로였다는 거야?”지설은 비웃듯 말했다.“지난 일은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내 주변 사람들 다 그러더라. 요즘 내가 훨씬 예뻐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부 대표님 눈에는 어때?”영민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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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도진이 전화를 마치고 몸을 돌리자, 그 자리에 영민이 서 있었다.도진은 영민을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부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영민은 자신감이 넘치고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은 도진을 보며 속이 거슬렸다.도진이 변호사 업계에서 꽤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고 해도 결국 자본 앞에서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영민은 생각했다.‘기도진이 무슨 자격으로 나와 지설 사이에 끼어드는 거야?’영민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얼마를 드리면 지설이 곁에서 물러나겠습니까?”영민은 지설 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도진은 그 말이 우스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부 대표님이 돈으로 제 감정을 사겠다는 겁니까?”“맞습니다. 지설이와는 이미 이혼했지만, 제 마음에는 아직 지설이가 있습니다.”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부 대표님은 스스로를 속이는 데도 재주가 있으시네요. 다른 여자와 결혼할 사람 아닙니까? 조금 전에도 주유연 씨와 저희 앞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셨죠.”“그런데 이제 와서 마음속에 지설 씨가 남아 있다고 하니, 부 대표님의 연애관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영민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시죠. 원하는 금액이나 말씀하세요.”도진은 영민을 내려다보며 비웃듯 웃었다.“부 대표님은 지설 씨를 향한 본인의 마음을 지나치게 크게 보고 계시고, 제 감정은 너무 가볍게 보시는군요.”“저는 부 대표님과는 다릅니다. 적어도 제 감정은 돈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도진은 기씨 가문에서 태어나, 기씨 가문에서 자랐다.몇 대에 걸쳐 쌓아 온 막대한 자산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도진이 언제 돈 때문에 고개를 숙여 본 적이 있었겠는가.영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기 변호사님은 참 고고하시군요. 하지만 돈으로 못 사는 감정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값이 아직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죠. 나중에도 기 변호사님이 지금처럼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길 바랍니다.”도진은 바로 뜻을 읽었다.“제 일을 건드리시겠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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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지설은 장경은의 전화를 그대로 끊어 버린 뒤, 번호까지 차단했다.라희는 지설의 목숨까지 노렸던 사람이었다.지설은 살인미수범을 선처해 줄 만큼의 관용은 없었다....2월 초, 지설은 N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이번 출장은 한 달이 조금 넘게 이어질 예정이었다.비행기에서 내린 뒤, 지설은 도진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남겼다.도진은 짧게 답장을 보냈다.조심하라고.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규칙 같은 게 생겨 있었다.누가 출장을 가든, 도착하면 꼭 서로에게 무사 도착했다는 말을 전했다.아직 좋아한다는 말만 꺼내지 않았을 뿐,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연인과 다를 게 없었다.호텔에 도착한 지설은 체크인을 마쳤다.그런데 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진연이었다.진연은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있었다.입고 있는 원피스도, 손에 든 가방도 전부 이름만 대면 아는 브랜드였다.아마 지난번 동창 모임에서 받은 자극이 아직도 남은 모양이었다.이번에 진연이 걸친 것들은 죄다 그 시즌 신상품처럼 보였다.지설은 진연을 보고 조금 놀랐다.“너도 N시에 왔네? 진짜 우연이다.”진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우리 남편이 N시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 하나 후원했거든. 나는 어차피 한가하니까 마케팅본부장이랑 같이 와서 광고 후원 쪽 진행 상황 좀 보려고.”그 말을 들은 지설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싸해졌다.‘설마... 진연이 남편이 후원한 프로그램이...’‘내가 들어가기로 한 그 프로그램이랑 같은 거 아니겠지?’진연은 다시 물었다.“근데 너는? 지설아, 너 학원 차렸잖아. 그런데도 N시에 놀러 올 여유가 있네?”지설은 어색하게 웃었다.“나 놀러 온 거 아니고 출장 왔어.”“아, 그래?”진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말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따가 같이 밥 먹을래?”지설은 바로 거절했다.지난번 분위기가 너무 험하게 끝났고, 진연이 지설을 보는 눈빛도 여전히 곱지 않았다.지설은 굳이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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