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에게서 그런 인정을 받자, 지설은 마음 한쪽이 조금 따뜻해졌다.“고마워요, 영미 씨.”지설은 피아노를 더 칠 수 없게 된 뒤에도, 자신이 다시 창작이라는 방식으로 음악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프로그램 녹화는 한 달이 넘도록 이어졌고, 그동안 지설과 영미도 조금씩 가까워져 어느새 제법 편한 사이가 됐다.영미는 지설에게 일과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가장 중요한 건, 결국 겁내지 않고 생각한 걸 실행하는 거예요. 제가 데뷔 초에 노래할 때도 다들 안 된다고 했어요.”“우리 엄마조차 절 깔봤고요. 집에 들어와서 시집가고 평범하게 살라고 했죠. 그런데 저는 꼭 성공해서 보여 주고 싶었어요. 심 선생님, 우리는 누구보다 뒤떨어진 사람이 아니에요.”지설은 영미의 말에 힘을 얻었고, 조금씩 새로운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다.영미가 N시를 떠난 뒤, 지설도 서지훈에게 인사를 하고 K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진연과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됐다.지설은 조금 의외였다.진연 남편이 그렇게 돈이 많은데, 진연이라면 당연히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에 탈 줄 알았다. 그런데 어째서 자기와 같이 일반석에 타는지 이상했다.지설은 모르고 있었다.진연이 남편과 크게 다퉜고, 남편이 진연 명의로 쓰던 카드들을 전부 막아 버린 데다, 진연만 남겨 두고 혼자 먼저 K시로 돌아가 버렸다는 사실을.평소 돈을 헤프게 쓰며 살아온 진연은 손에 쥔 현금도 거의 없었다.결국 진연은 일반석 표를 끊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진연은 서럽고 분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다시 남편을 달래야만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기대어 살 수 있었다.진연은 지설을 보자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 지금 이 꼴 된 거 보니까 속 시원하지?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랑 우리 남편이 그렇게까지 싸울 일도 없었고, 카드도 끊길 일 없었어.”지설은 조금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너희 부부 사이 엄청 좋은 줄 알았어. 넌 늘 네 남편 편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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