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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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유연은 영미를 향해 말했다.“소영미 씨, 저희 쪽은 정말 진심으로 영미 씨와 같이 일하고 싶어요. 시간 한 번만 주세요. 얘기 좀 나누면 안 될까요?”영미는 차갑게 선을 그었다.“저는 K시에 와서 다른 일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 주세요.”유연은 분한 눈으로 지설을 노려봤다.“너지? 소영미 씨한테 내 얘기 안 좋게 한 거. 지설, 너 진짜 한심하다.”지설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너야? 누가 너처럼 속 좁은 줄 알아?”영미는 바로 경호원에게 연락했다.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유연을 밖으로 안내했다.유연은 그대로 쫓겨나듯 호텔 밖으로 나왔다.유연은 차에 올라탔지만,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때 유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유빈은 다짜고짜 물었다.[어때? 소영미 씨랑 얘기됐어?]유연은 답답한 마음을 삼키며 말했다.“오빠, 소영미 씨가 아예 나랑 얘기할 생각이 없어.”유빈은 요즘 프로젝트 일로 정신이 없었다.시간도 금같이 아까운 판이라, 유빈은 여동생 하소연까지 길게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유연아, 네가 안 되겠으면 다시 알아보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 솔직히 너 꼭 회사 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유빈은 최근 회사가 유연의 어설픈 판단 때문에 꽤 큰 손해를 본 일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렸다.전에는 여동생이 일해 보겠다고 할 때 응원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는 중이었다.어쩌면 유연은 회사에 다니기보다 그냥 편하게 사는 집안 딸로 남는 쪽이 더 맞을지도 몰랐다.유연은 오빠가 정말로 자기를 자리에서 빼려 한다는 걸 듣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오빠, 나 믿어. 내가 꼭 소영미 씨 모셔 올게. 이번 일 내가 반드시 해낼 거야!”유연은 이를 악물었다.‘반드시 보여 줄 거야. 오빠한테도, 소영민한테도.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거.’유연이 오빠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곧이어 영민에게서 전화가 왔다.[지금 집에 없어?]유연은 영민이 갑자기 자기 행방을 묻는 게 이상했다.“응. 일 때문에 나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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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유연은 지설을 이겼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왜 행복하지 않은지, 왜 오히려 사는 내내 더 괴로운 마음만 커지는지 유연 자신도 알 수 없었다.지설은 영미, 주희와 함께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격대가 높은 곳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영미처럼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움직이기에는 오히려 편한 곳이었다.여자 셋이 모여 밥을 먹으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뒷이야기로 흘러가기 마련이었다.주희가 참지 못하고 영미에게 물었다.“야, 연말 특집 무대 때 우리 기준 배우님이랑 같은 무대에 섰잖아. 내가 부탁한 거 물어봤어? 그분 아직 솔로야?”영미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 네가 좋아하는 최기준 배우님도 아직 싱글이야. 올해는 새 영화 홍보 때문에 진짜 열심히 뛰더라.”“예전에는 절대 안 그러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깊게 파인 의상까지 입고 나오고. 사람들도 그거 보고 엄청 웃었어.”주희는 완전히 팬심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그건 우리 기준 배우님이 팬들한테 주는 서비스야, 뭐. 헤헤. 나 올해 그 영화 응원하려고 친구 열몇 명 끌고 극장 가서 같이 봤다니까. 진짜 웃기지?”주희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덕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이번 생에 결혼은 글렀어. 그냥 우리 기준 배우님을 응원하면서 살려고.”영미가 물었다.“최기준 배우님이 결혼하면 어떡하려고?”주희는 능청스럽게 웃었다.“그럼 바로 갈아타야지. 잘생긴 남자는 계속 나오잖아. 나 요즘은 또 숏폼 드라마 배우 중에 조휘재라는 사람한테 빠졌어. 자기 전에 우리 휘재 씨 사진 한 번 보고 자면, 꿈에서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거든.”“푸흡...”지설과 영미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주희 씨, 정말 일편단심과는 거리가 멀어요.”주희는 오히려 으쓱했다.“원래 여자한테는 약간의 변심도 능력이야.”셋은 그렇게 한동안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다 영미가 입을 열었다.“이번에 K시에 온 게 팬미팅 때문만은 아니에요. 하나 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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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여자는 살아가는 시기마다 결혼과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진다.하지만 모태솔로는 예외였다.주희가 딱 그런 경우였다.연애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고, 결혼 속에서 겪는 풍파를 몸으로 지나온 적도 없다 보니, 주희가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소녀 같은 환상에 가까웠다.그래서 주희는 영미의 말에 아주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굳이 반대 의견을 내지도 않았다.세 사람은 한동안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그때 지설은 영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번쩍한 빛을 포착했다.지설이 곧바로 말했다.“혹시 파파라치가 몰래 사진 찍는 거 아니에요?”영미는 미간을 좁혔다.“저는 양지오랑 정리한 뒤로는 파파라치도 저 안 따라붙었어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또 찍는 걸까요?”주희가 얼른 말했다.“일단 돌아가자!”지설과 주희는 영미를 감싸듯 막아서며 영미를 차에 태웠다.유연은 이미 파파라치에게서 사진을 넘겨받은 상태였다.유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소영미 씨 임신했네? 그것도 전남편 아이야?”파파라치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배 나온 걸 보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왜 갑자기 몸매 관리 안 하고 살이 붙었나 했죠. 임신이었던 거예요.”파파라치는 점점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요즘 소영미 씨 일정도 서서히 줄이고 있잖아요. 제 생각엔 아이를 몰래 낳으려는 것 같아요. 양지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건 또 엄청 큰 기삿거리가 되겠죠!”유연은 가볍게 웃었다.“이거 잘만 쓰면 소영미 씨를 움직이게 할 카드가 되겠네. 이 기사, 내가 살게. 다른 데는 말하지 마. 가능하지?”유연은 수표 한 장을 꺼내 적은 뒤 파파라치에게 툭 던졌다.파파라치는 적힌 금액을 확인하자마자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건 제 입 밖으로 절대 안 나갑니다.”...지설은 영미를 숙소까지 데려다준 뒤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은화와 요한은 영화를 보러 나가고 집에 없었다.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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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네, 알았어요.]...지설은 퇴근하자마자 곧장 호텔로 향했다.영미의 안색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주희가 옆에서 영미를 위로하고 있었다.지설이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주희는 핸드폰을 열어 지설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었다.어젯밤 세 사람이 함께 식사하던 때 몰래 찍힌 사진이었다.사진 속 영미가 입은 니트는 몸선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옷이었다.그래서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영미가 임신한 상태라는 걸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배가 도드라져 보였다.주희가 말했다.“지설 씨, 주유연이 파파라치까지 붙여서 몰래 사진을 찍게 했어요. 그러고는 영미가 자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신 기사부터 풀겠다고 했고요.”“영미는 원래 이번 팬미팅까지만 마치고 한동안 쉬면서 아이 낳은 뒤에 다시 복귀하려고 했거든요.”“그런데 양지오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퍼지면, 영미 개인 이미지나 일상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지설도 영미가 왜 그렇게 망설이는지 알 수 있었다.영미가 양지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면, 경진의 집안에서도 영미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보통의 집안이라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일을 버겁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지설은 이를 악물었다.“제가 주유연이랑 얘기해 볼게요.”영미는 지설을 말렸다.“괜찮아요. 노래 한 곡 부르면 되는 정도의 일이잖아요. 그냥 받아들이죠. 그런 사람하고 계속 얽혀 봐야 시간만 아까워요.”영미는 품이 넉넉한 옷만 입으면 배를 충분히 가릴 수 있었다.다만 협박받고 무대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 영미의 마음에 걸렸다.그런데 지설은 물러서지 않았다.“저는 주유연의 약점 하나 쥐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영미 씨한테 상처 주게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지설은 호텔 밖으로 나가 유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유연은 지설 말을 듣고도 쉽게 응하지 않았다.[네가 보자고 하면 내가 꼭 나가야 해?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지설은 유연이 어디를 건드리면 제일 흔들리는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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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유연은 영미를 섭외하는 일을 끝내 실패했다.고구마를 열 개 먹은 듯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어차피 영민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결국 유연은 바로 술집으로 가 술을 마셨다.유연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하자 기사에게 연락해 데리러 오라고 했다.겨우 차에 올라탄 직후였다.유연은 아랫배가 갑자기 비틀리듯 아파 오는 걸 느꼈다.유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기사에게 말했다.“병원부터 가주세요!”기사는 유연의 힘없는 모습을 보고 놀라 급히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유연은 통증을 간신히 버티다가, 문득 다리 사이로 피가 흐르는 걸 알아차렸다.유연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영민이 유연의 어머니 남승예에게서 전화받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연은 막 소파수술을 마친 뒤였다.남승예는 화가 난 얼굴로 영민에게 쏘아붙였다.“부 서방, 유연이가 임신한 것도 모르고 있었나? 그런 애를 혼자 술집까지 가게 두고, 결국 아이도 잃고 몸도 크게 상했잖아. 자네가 유연이를 하나도 안 돌본 거야? 얼른 들어가서 위로해 줘. 유연이가 더 상처받지 않게 해.”영민은 유연과 단둘이 있을 때는 거칠게 굴어도 장모인 남승예 앞에서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병실 안으로 들어선 영민은 침대에 누운 유연을 봤다.유연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핼쑥했다.그런데도 영민은 짜증부터 났다.영민은 일만으로도 이미 지쳐 있었다.그런데 유연이 또 일을 만들었다. 임신까지 했으면 집에서 가만히 쉬면 될 텐데, 왜 굳이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는지 영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좀 조신하게 지낼 수는 없는 건가 싶었다.영민의 못마땅한 기색을 보자, 유연의 눈에서는 눈물이 더 쏟아졌다.유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영민은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차갑게 구는 걸까?‘내가 영민 오빠한테 잘해 준 게 아직도 부족한 건가?’“주유연.”영민은 문을 닫고 유연 곁에 앉더니 말했다.“너도 알잖아. 내가 널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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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유연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자기가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전부 영민 때문이었다.자기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영민만 아무렇지 않게 잘사는 꼴은 도저히 못 볼 것 같았다.‘나만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내가 망가지면 부영민도 절대 편하게 못 살아.’유연은 이를 악물었다.‘이번 생에 부영민은 절대 안 놔줘.’...영미와 경진은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날, 지설과 주희를 불러 함께 식사했다.지설은 그날 처음으로 경진을 직접 봤고, 적잖이 놀랐다.경진도 가수였다.영미만큼 이름이 크게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실력파 가수였다.지설은 예전에 경진이 부른 노래 한 곡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때도 목소리 결이 참 맘에 든다고 생각하며 놀랐던 기억이 났다.다만 이상하리만큼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던 사람이었다.경진은 온화한 태도로 지설과 주희를 맞았다.“영미가 요즘 몸도 좀 힘들고 마음고생도 했는데, 두 분이 곁에 있어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오늘은 제가 가족 입장에서 꼭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오랜 팬의 자리에서 이제는 가족이 된 사람답게, 경진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주희가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두 분 결혼식도 하실 거예요?”영미가 답했다.“결혼식은 따로 안 하려고 해. 나중에 친한 분들 모시고 식사나 한번 하려고요. 지금은 너무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요.”양지오는 얼마 전 재혼 소식을 크게 알리며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그 과정에서 영미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다시 언급됐다.영미는 기자들에게 또 마음대로 이야기를 덧붙일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더 조용히 움직이려 했다.경진이 부드럽게 말했다.“아이 태어나고, 당신 몸도 다 회복되면 그때 외국에서 식 올리자. 아이랑 같이 우리 행복한 날을 보면 더 좋잖아.”영미도 같은 온기로 경진을 바라봤다.지설은 영미와 경진 사이에 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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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그날 저녁, 지설은 도진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도진은 식사 중에도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다.지설이 물었다.“많이 바쁘면 그냥 먼저 들어가요. 이제 다 먹었어요.”도진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해요. 처리 못 한 일이 좀 있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지설 씨는 더 먹어요. 나는 이따가 들어가서 마저 하면 돼요.”두 사람 다 바빴다.이렇게 마주 앉아 한 끼를 먹는 시간조차 쉽지 않았다.도진 역시 어렵게 낸 이 시간을 일로 다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마침 그때 앞쪽에 고급 세단 한 대가 멈춰 섰다.영민이 젊은 여자 하나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그 여자는 유연이 아니었다.얼굴을 보니 지설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영민도 지설을 알아봤다.영민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영민 옆에 있던 여자가 궁금한 듯 물었다.“왜 그래, 영민 씨?”영민은 금세 늘 하던 것처럼 태연하고 단정한 표정으로 돌아갔다.영민은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지설과 도진 앞까지 걸어왔다.“이렇게 또 마주치네요. 기 변호사님, 지설이랑 여기서 식사했나 봐요. 소개할게요. 제 여자친구 원정인 씨예요.”지설은 영민의 뻔뻔한 태도를 보며 새삼 다시 느꼈다.유연이라는 사람이 어떻든, 지금 부씨 집안은 주씨 집안에 기대어 있는 형편이었다.그런데 영민은 밖에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한때 그렇게 뜨겁게 유연을 원하던 남자였는데, 결국 그 마음도 고작 이 정도였던 셈이었다.이제는 지설과 조금 닮은 여자를 또 여자친구라며 데리고 나다녔다.대체 누구를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건지 지설은 알 수 없었다.원정인도 금세 자기 얼굴이 지설과 닮았다는 걸 알아챘다.정인은 지설을 조용히 훑어보며, 지설과 영민 사이가 어떤 관계였는지 짐작해 보았다.지설은 담담하게 말했다.“우연이네. 우리는 이만 갈게.”지설은 그 말을 끝내고 도진과 함께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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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나도 그냥 너랑 데이트하고 싶었던 거고,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던 거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그리고 너도 분명 8시까지 온다고 했잖아. 나는 영화관 앞에서 한 시간이나 널 기다렸어! 못 올 거면 진작 말했어야지, 왜 사람을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그래, 미리 말 안 한 건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나도 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갑자기 일이 그렇게 몰릴 줄 누가 알았냐고. 그리고 나도 예전에 너 기다린 적 있잖아. 한 번 기다린 걸로 그렇게 화낼 거야?”“지금 내가 그 일 하나 때문에 화난 줄 알아? 문제는 네 태도야. 넌 내 기분이 어떤지 전혀 신경 안 쓰잖아!”“그럼 넌 내 기분 신경 쓴 적 있어? 소은화 씨, 맨날 나만 너 위로해 주잖아. 넌 한 번이라도 내 마음 신경 쓴 적 있어?”“그렇게까지 불만이면 그냥 헤어지면 되겠네!”“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지, 뭐!”“...”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각자 집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아 버렸다.지설과 도진은 서로를 마주 봤다.두 사람 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저 둘은 툭하면 싸우고, 걸핏하면 헤어지자고 말했다.정말 지겹지도 않은지 알 수가 없었다.지설이 어이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은화 선배 좀 보고 올게요.”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나도 요한이 좀 보고 올게요.”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은화는 소파에 앉아 씩씩거리며 혼자 화를 삭이고 있었다.지설이 들어오자, 은화는 바로 불만을 터뜨렸다.“너도 봤지? 이요한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야?”지설은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며 은화 말에 맞장구쳤다.“그러게요. 너무했네요.”은화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요한은 진짜 너무 못됐어. 걔가 기 변호사님 절반만큼만 점잖고, 절반만큼만 나를 받아줬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않았을 거야.”지설은 우유를 데운 뒤, 은화에게도 한 잔 건넸다.“도진 씨는 요한 씨보다 더 바쁜데요. 그럼 선배는 또 다른 걸로 서운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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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지설이 도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도진은 핸드폰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말했다.“안에는 안 들어갈게요. 집에 일이 생겨서 내가 직접 B시에 한번 다녀와야 해요.”지설은 바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심각한 일이에요? 지금 마음이 좀 불안하면 직접 운전하지 말고 그냥 택시 타고 가요. 괜히 걱정돼요.”도진은 지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네, 걱정하지 마요. 택시 타고 갈게요. 지설 씨는 푹 쉬어요. B시에 도착하면 문자 보낼게요.”“그래요.”도진이 떠난 뒤, 지설은 문을 닫았다.은화는 침실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기 변호사님 벌써 갔어?”지설이 답했다.“집에 일이 생겨서 B시에 가 봐야 한대요.”은화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근데 나는 기 변호사님 보면 다른 남자들이랑 좀 결이 다른 것 같아. 뭔가 집안도 꽤 괜찮은 데서 자란 사람 같은 느낌 있잖아.”“지설아, 너는 기 변호사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일지 안 궁금해?”지설은 웃으며 말했다.“아직은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아요. 그래도 도진 씨가 평소에 행동하는 거나 사람 대하는 태도 보면, 가족들도 분명 좋은 분들일 것 같아요.”도진을 그렇게 반듯하게 키운 걸 보면, 도진의 부모는 분명 지혜로운 사람들이겠다고 지설은 생각했다.은화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기 변호사님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를 아는 느낌이야. 어려서부터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 같잖아.”그러고는 은화는 또 혼자 부아가 치밀었다.“이요한이랑은 다르지. 걘 사람 열받게 하는 것만 잘해.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가 봐.”지설은 웃으며 말했다.“요한 씨를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무슨 철부지 도련님 같은 성격도 아니고, 밥도 잘하고 국도 잘 끓여 주잖아요.”은화는 콧소리를 냈다.“그래도 연애 상대로는 사람 속 터지게 하는 스타일이야.”...B시.도진은 전용기를 타고 본가로 돌아왔다.그 시간이었는데도 기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 잠들지 못한 상태였다.저택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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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늘 차갑고 말수가 적던 아들이 기쁨이라는 감정을 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왕미영은 아직 아들이 만나는 그 여자를 직접 본 적도 없지만 이미 마음 한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엄마라는 존재는 원래 그런 법이었다.자식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면, 먼저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었다.도진은 원래 감정 이야기를 남에게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 몇 마디를 더 꺼냈다.“네. 여자친구 덕분에 제가 많이 행복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그 사람에게 같은 마음을 받는 일도 이렇게 좋은 거였다는 걸 저는 이제야 알았어요.”지설을 만나기 전까지 도진은 평생 누군가에게 마음이 크게 흔들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도진은 원래 일 욕심도 많은 사람이었다.그래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여긴 일이 많았다.어차피 형인 도환이 결혼도 했고, 가문의 대를 이을 아이 문제도 형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설이 도진의 삶 안으로 들어오면서, 도진의 마음속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이 연애는 도진에게 처음 겪는 설렘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참 다행이다. 엄마는 그게 제일 좋네.”왕미영은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아들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리고 도진이 아주 어렸을 때 모습도 아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도환과 도진은 어릴 때부터 서로 달랐다.도환은 활발하고 밝은 아이였고, 도진은 말수가 적었다.왕미영은 한때 도진이 혹시 말이 너무 늦는 건 아닐지 걱정한 적도 있었다.그런데 도진이 조금 더 자라고 나서도, 여전히 말은 많지 않았다.도환은 이미 옆집의 어린 윤하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난도 치고 정을 붙이고 있었다.반면 도진은 또래 아이들에게 거의 관심이 없었다.왕미영은 그때도 꽤 마음을 졸였다.혹시 도진은 정서가 무딘 아이가 아닐까 싶어서였다.그렇다고 도진이 무감한 아이는 아니었다.도진은 평소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을 뿐, 영리했고 자기 뜻도 분명했다.대학과 전공 모두 스스로 골랐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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