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지설은 비틀거리는 도진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천천히 단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잠시 기다리자, 곧 문이 ‘띵’ 소리와 함께 열렸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도진의 몸이 한층 더 무겁게 기울어 오더니 고스란히 지설의 어깨에 기대었다.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도진이 갑자기 고개를 숙여, 지설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코끝이 은은하게 흩날리던 향기를 스치며 가볍게 움직였다.“머리 향기... 좋다.”낮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취기와 함께 은근한 기류를 띠고 있었다.지설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 이상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전류가 온몸을 스쳐 지나가며, 낯설고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놀란 지설은 반사적으로 도진을 살짝 밀어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도, 힘을 잃은 도진은 그대로 휘청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두 눈 가득 서린 건 억울함과 서운함이었다.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말없이 지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 어떡해...’지설도 순간적으로 죄책감이 밀려왔다. 자신이 민 탓에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괜스레 무거워졌다.그녀는 서둘러 몸을 낮추어 손을 내밀었다.“일어나요.”애써 부축해 다시 일으켜 세운 뒤, 그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황금빛 털을 가진 강아지가 화살처럼 튀어나와 지설에게 달려들었다.“왈! 왈왈!”“호두야...!”호두는 앞발로 지설의 다리를 붙잡고 얼굴을 마구 핥아댔다.간절하게 그리워했다는 듯, 꼬리를 힘껏 흔들며 연신 반가운 울음소리를 냈다.“호두, 진정해. 지금 바빠.”지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한 손으로는 호두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도진을 부축했다.호두는 지설의 말이 들린 듯, 그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두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거실을 지나, 침실 문 앞까지,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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