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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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눈치 빠른 양동운이 강루인의 말에 숨은 뜻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그는 이것저것 간섭하고 주제넘게 나서는 여자를 제일 싫어했다. 그들의 친엄마도 통제하지 못하는데 그녀가 뭐라고 통제한단 말인가? 강루인은 친엄마를 대신해 멋대로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주영도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담배만 피웠다.양동운이 옆에서 계속 떠들었다.“강루인 같은 건 그냥 차버려. 걔가 가진 게 뭐가 있어? 네 사업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네 덕을 톡톡히 봤지. 너도 걔를 싫어하잖아. 계속 이렇게 안주인 자리에 앉혀둘 거야? 걔를 차버린 다음에 사업에 도움 되는 여자가 없으면 아정이랑 결혼해도 되지 않나?”주영도가 담배 재를 툭툭 털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양동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느 부분이 쓸데없다는 거지? 강루인을 차버리라는 말? 아니면 아정이랑 결혼하라는 말?’주영도가 제대로 말하지 않아 양동운은 혼란스럽기만 했다.그분에게 일이 생긴 후로 주영도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 친구인 양동운조차 가끔 그의 속내를 읽기 어려웠다.예를 들어 액땜 때문에 결혼을 결정할 땐 의식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깨어난 뒤에는 이 관계를 이어가지 않고 바로 정리해야 정상 아닌가?...그날 밤, 각자 다른 속셈을 품고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강루인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도우미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강루인은 이해가 갔다. 처제와 형부가 한 침대에 있었으니 얼마나 큰 구경거리인가? 하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해야 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진경자가 다가왔다.“사모님, 지금 아침 드실 건가요?”강루인은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한술 떴다. 그런데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목으로 넘기기 힘들었다.음식이 맛없는 게 아니라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다.겨우 밥을 다 먹었을 무렵 강규덕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다짜고짜 명령하듯 말했다.“본가로 와.”통화하는 내내 강루인은 한마디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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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강루인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규덕이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이런 작은 일도 처리 못 하겠다는 거야?”그러자 강루인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나한테 결정권이 없어요.”이 일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말에 강규덕이 코웃음을 쳤다.“우리 강씨 가문에 어쩌다가 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가 나왔는지, 참.”줄곧 말이 없던 강혜미의 어머니 연상미가 입을 열었다.“내가 뭐랬어. 쟤한테 기대해봤자 소용없다고 했지? 나중에 때가 되면 우리가 직접 사돈댁에 찾아가면 돼.”강루인은 그들이 말하는 ‘때’가 뭔지 알지 못했다.강규덕이 명령하듯 말했다.“혜미가 주씨 가문에 들어가면 그때 이혼해.”그녀는 그들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강혜미가 주영도의 두 번째 아내가 될 거라고 이리도 확신하는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강씨 가문이 목표를 이루려 한다면 그녀는 그걸 막을 힘이 없었다.강씨 저택을 나선 강루인은 어젯밤부터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속이 메슥거려 차 옆에 쪼그려 앉아 길가에서 토해냈다. 정말 역겹기 그지없었다.강루인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서로 껴안던 장면, 선명한 키스 마크들이 무료 영화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끝없이 채웠다.아침에 억지로 먹은 음식을 전부 토해냈다. 전신주를 붙잡고 일어섰지만 햇빛이 너무 눈부셔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순간적으로 의식이 흐려졌다.정신이 돌아왔을 때 지나가던 행인이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으세요?”강루인은 그제야 자신이 바닥에 쓰러졌었다는 걸 깨달았다. 행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으며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감사합니다.”행인이 말했다.“가족한테 연락해드릴까요?”‘가족?’그녀의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주영도의 이름이 떠올랐다.그녀는 주영도를 가족으로 여겼지만 그는 그녀를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다.강루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바닥에서 일어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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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이수희가 강루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일 바쁘면 자주 안 와도 돼. 할머니는 늘 이 자리에서 기다리니까 시간 될 때 와.”강루인은 그녀의 손바닥에 머리를 살짝 비볐다.이수희는 매일 병실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곤 했다. 오늘은 간병인 대신 강루인이 그 일을 맡았다.가끔 강루인은 안북시가 이렇게 큰 도시인데도 참 우연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이 병원 로비로 내려왔을 때 막 통화를 마친 주영도가 눈에 들어왔다.그날 밤 이후로 거의 보름 만에 만났다. 그동안 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영도야.”이수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주영도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이수희가 웃으며 물었다.“여긴 웬일이야? 나 보러 왔어?”주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구아정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영도 오빠, 나 다 됐어.”이수희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살짝 굳었다.구아정은 그제야 강루인과 이수희를 발견한 척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루인 언니도 여기 있었어요?”그러고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황급히 손을 뗐다.“언니, 오해하지 말아요. 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영도 오빠가 직원 챙기는 마음으로 같이 와준 거예요.”환자복을 입은 구아정을 본 순간 주영도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강루인의 눈빛에 비웃음이 스쳤다. 할머니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주사위로서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역시 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면 그 주변 사람에게도 관심이 없는 법.강루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부하 직원 챙기는 건 주선 그룹의 기업 문화니까 이해해요.”그러고는 시선을 거둔 다음 이수희의 팔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저기 가서 산책할까요?”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구아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영도 오빠, 루인 언니 기분 나빠하는 거 아니야? 가서 설명할까? 나 혼자 검사받아도 돼.”하지만 주영도는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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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강루인은 주영도가 오늘 밤에도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녀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들어왔다.심지어 먼저 말까지 걸었다.“오늘 저녁에 내부 비즈니스 파티가 있어. 같이 가자.”그 말에 강루인은 잠시 멈칫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었는데.“다른 여자 파트너를 찾는 게 낫지 않을까?”그녀는 이런 자리에 익숙지 않았다.주영도는 파티에 참석할 때 여자 파트너가 필요하면 늘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갔다.“할아버지 지시야.”강루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할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을.주영도는 초대가 아니라 통보, 명령하듯 말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가 별장으로 와 그녀의 스타일링을 시작했다.한 시간 뒤 강루인은 주영도와 함께 집을 나섰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주차를 해주는 도어맨이 다가왔다.주영도는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준 다음 팔을 내밀었다. 강루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팔짱을 꼈다.연회장이 참 화려하고 북적였다.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누군가 주영도에게 다가와 인사했다.“이분은 누구시죠?”강루인이 자신을 주영도의 비서라고 소개하려던 찰나 주영도가 먼저 말했다.“저의 아내 강루인입니다.”강루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아내?’“사모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상대가 손을 내밀자 강루인은 몇 초 망설이다가 악수했다.“안녕하세요.”아내라는 소리를 들은 후로 강루인은 계속 정신이 멍했다.오늘 밤 주영도는 그녀를 소개할 때마다 아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했다.결혼 사실을 줄곧 숨기던 그가 왜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만약 이 일이 강루인이 마음을 접기 전에 일어났다면 자면서도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설레지 않았다.연회장이 비즈니스 파트너들로 가득했고 강루인은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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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형수를 부추겨 바람을 피우라고 할 리 없었다.강루인이 말했다.“당신들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요.”주씨 가문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야말로 각자 속셈을 품은 전쟁터였다.“여기서 뭐 해?”주영도가 다가왔다.주승우는 몸을 곧게 펴고 역광 속에 서 있는 주영도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형수님이 혼자 있는 게 심심해 보여서 말동무나 해주려고 같이 있었어. 형이 왔으니까 이만 가볼게.”주영도의 옆을 지나가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형수님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목소리는 낮았지만 두 사람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강루인은 할 말을 잃었다.‘역시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야.’주승우가 떠난 후 주영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방금 무슨 얘기 했어?”“영도 씨가 싫다고 하던데?”‘영도 씨 사촌 동생이 나더러 영도 씨한테 복수하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주영도가 그 말을 믿든 안 믿든 강루인은 상관하지 않았다.주영도가 말했다.“승우랑 쓸데없이 가까이하지 마.”주승우가 주영도를 싫어하듯 주영도도 마찬가지였다.두 집안의 경쟁을 떠나 개인적으로도 어릴 때부터 그와 대립했던 사촌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강루인은 반박하지 않았다.“알았어.”이혼하면 주승우는 물론 이 전남편과도 멀리 떨어질 생각이었다.연회장에서 한 시간 정도 더 머물다가 그들은 자리를 떴다.강루인의 다리가 나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 저녁 하이힐을 신고 버티다 보니 종아리가 아프고 발목이 붉게 부어올랐다. 차에서 내리다 발목에 갑자기 통증이 밀려와 휘청이며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그 순간 주영도가 그녀를 붙잡아 일으켰다. 강루인은 그의 팔을 잡고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고마워.”주영도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를 보더니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번쩍 안아 올렸다.강루인은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으려고 그의 목을 감쌌다.“내려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그녀는 이런 배려가 필요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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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주영도는 강루인에게 다가가 들고 있는 약병을 빼앗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강루인은 흠칫 놀랐지만 겉으로는 차분함을 유지했다.“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준 비타민이야.”병에 영어로 된 긴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그녀 말대로 비타민이었다.강루인은 그가 뭘 알아챌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약병을 미리 바꿔놓았으니까.주영도가 약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어디 아파? 왜 이걸 처방해줘?”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이런 관심 나한테 말고 구아정 씨한테나 줘.”강루인에겐 필요가 없었다.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에도 주영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할아버지께서 증손주 보고 싶어 하시니까 몸조리 빨리해.”‘아직도 나랑 아이를 낳고 싶다는 거야?’강루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영도 씨, 이혼하자고 했던 거 농담 아니야.”그녀를 쳐다보는 주영도의 눈빛이 차갑고 어두웠다.“주씨 가문의 결혼은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그때 그와 결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녀의 복 있는 팔자 덕이었다.강루인이 물었다.“내가 어떻게 해야 이혼해줄 거야?”주영도의 시선이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에 머물렀다.“먼저 아이를 낳아.”강루인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강루인은 주영도가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익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세상 구경’을 시키는 걸 직접 보니 마음이 저도 모르게 차갑게 식어버렸다.주세웅이 말했다.“이번 해명 그룹과의 협력을 회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보고 있으니까 실수가 있어선 절대 안 돼.”처음엔 강루인도 이런 비즈니스 자리에 왜 그녀를 불렀는지 몰라 그저 옆에서 주세웅에게 차를 따라주기만 했다.주세웅이 또 말했다.“루인아, 이번 해명 그룹 협력 건 담당자가 가족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영도랑 호흡 잘 맞추도록 해봐.”그 말에 차를 따르던 강루인이 멈칫했다.‘이것 때문이었구나.’“루인이는 네 아내고 나랑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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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강루인은 주승우가 이간질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비록 사실이긴 해도 그들 사이의 거짓 도화선이 될 마음 따윈 없었고 괜한 죄를 뒤집어쓸 생각도 없었다.강루인은 그의 도발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주승우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형수님 도망갔는데 안 쫓아가? 형이 싫다면 내가 대신 쫓아갈까?”주영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내 성격 안 좋은 거 너도 알 텐데.”이 말을 끝으로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주승우의 얼굴에 걸린 장난기 어린 미소는 그들이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다.“승우 형, 또 영도 형 화나게 했어? 내가 인사했는데도 완전히 무시하던데?”그때 셋째네 아들 주강훈이 나타났다.주승우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붙임성 좋은 내가 그럴 리가 있겠어? 제정신이 아닌 놈이랑 인사 나눴는데 대꾸하면 더 이상한 거 아니야?”주강훈은 주영도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동의했지만 주승우가 붙임성이 좋다는 말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두 사람 모두 정상이 아니야. 어딘가 다 문제 있어.’주승우의 시선이 주강훈에게 향했다.“그나저나 본가에는 무슨 일로 왔어?”주강훈은 본가에 오는 걸 제일 싫어했다. 평소 피할 수 있다면 무조건 피했다.그 말에 주강훈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가 보자고 하셔서 왔어.”주승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이번엔 또 얼마나 잃은 거야?”주강훈이 툴툴거렸다.“내 생활비가 쥐꼬리만 한데 잃어봤자 얼마나 잃겠어.”‘몇억 가지고 왜 다들 날 못살게 굴지 못해 안달인 건데? 승우 형 말대로라면 주씨 가문 손주 세대에 제대로 된 인간이 없겠어.’주승우가 말했다.“계속 도박하다가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저승에 계신 조상님들이 벌떡 일어나 널 혼쭐 내러 오실걸?”주강훈은 할 말을 잃었다.‘대낮에 저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쯧쯧. 역시 비호감인 녀석이야.’...차 안, 주영도가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산부인과 예약해 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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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30분이 지나서야 주영도가 돌아왔다.강루인은 겉으로는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대체 할 얘기가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오래 통화한 거야?’주영도가 아까 하려던 말을 이어 물었다.“왜 지금 아이를 가져선 안 된다는 겁니까?”의사가 안경을 살짝 올리더니 가볍게 헛기침했다.“사모님께서 자궁근종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지금은 회복이 우선입니다.”주영도가 놀란 얼굴로 강루인을 돌아봤다.“언제 일이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강루인이 덤덤하게 말했다.“영도 씨 바쁘잖아.”‘내연녀랑 데이트하느라 언제 나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있었다고.’주영도가 그 수술이 강루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묻자 의사가 답했다.“큰 문제는 없습니다. 3개월 정도 더 몸조리하신 후에 임신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약은 먹어야 하나요?”“아니요. 평소 화를 내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기만 하면 됩니다.”병원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주영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 우리 부부잖아.”강루인은 부부라는 두 글자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말하라고? 말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자궁외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제일 먼저 주영도에게 연락했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했었나? 강루인의 절박한 부탁도 무시한 채 애인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그녀가 화를 내자 오히려 억지를 부린다며 탓하기까지 했었다.이게 바로 그가 말한 부부라는 건가?방금도 마찬가지였다. 진실이 드러나려는 순간 주영도는 강루인과 구아정 중 구아정을 택했다. 단 1초도 그녀를 위해 머물지 않았다.어차피 주영도가 알 리 없는 일이니 계속 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가 걱정할까 봐라는 핑계를 대며 의사와 짜고 그를 속였다....해명 그룹 담당자는 아내와 함께 비즈니스 미팅에 나왔다. 첫 식사 자리인지라 주영도도 강루인을 데리고 갔다.원래는 구아정이 파트너 자리를 차지하려 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그 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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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예전에는 주영도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걸 왜 몰랐을까?만약 강루인이 기억을 잃었다면 그의 다정한 말에 진짜로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른다.저녁 식사는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흘러갔다. 주영도는 심지어 이튿날에 함께 놀러 가자고 제안까지 했다.호텔을 나와 방원걸 부부를 차에 태워 보낸 뒤 그들도 차를 타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강루인의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영도에게 병원에 데려달라고 말하려던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예상대로 구아정의 전화였다.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강루인이 잘 협조해줘서 그런지 이번엔 웬일로 너무 매정하진 않았다.“아정이한테 잠깐 갔다가 다시 데리러 올게.”강루인은 말없이 그를 쳐다보면서 그의 뻔뻔한 태도를 마음속에 새겨 넣었다.“괜찮아. 혼자 택시 타고 갈게.”그러고는 곧장 길가로 택시를 잡으러 갔다.주영도도 예의상 한 말인지 강루인이 택시를 잡기도 전에 차를 몰고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강루인은 제자리에 서서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차를 멍하니 쳐다봤다.솔직히 말해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기대를 품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를 위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오늘 밤의 따뜻함은 주영도의 연기에 불과했다.‘루인아, 강루인. 넌 왜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착각에 빠져있어?’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어리석은 희망을 품은 자신을 비웃었다.그러다 가려움증이 그녀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수액을 맞고 다시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 11시였는데 주영도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굳이 생각할 것도 없이 구아정과 함께 있는 게 분명했다.강루인은 그가 돌아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게스트룸으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잠을 청했다.주영도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저 쓰기 편한 도구일 뿐이었다.다음 날, 주영도의 부하가 집으로 그녀를 데리러 왔다.골프장.주영도는 방원걸과 사업 얘기를 나눴고 강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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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아정 씨 울었어.”강루인이 주영도가 내민 팔을 잡지 않자 직접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팔에 얹었다.“그럼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영도 씨 마음은 대체 뭐로 만들어졌어?”애정 앞에선 구아정이 먼저였고 이익 앞에선 또 강루인이 먼저였다.강루인은 모든 게 주영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결론을 지었다.구아정의 실수는 작은 해프닝으로 지나갔고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늘 협상도 아주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저녁 식사 자리, 강루인과 구아정이 주영도의 양옆에 앉았다.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주영도는 강루인을 아주 잘 챙겨줬다. 만약 그녀의 의지가 단단하지 않았다면 다정한 태도에 정말로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강루인은 구아정을 힐끗거렸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갑자기 공용 젓가락으로 주영도에게 음식을 집어줬다.“나만 챙기지 말고 영도 씨도 좀 먹어.”주영도도 호흡을 맞췄다. 그럴듯한 연기에 누가 봐도 사이가 무척 좋은 부부처럼 보였다.식사하는 내내 구아정이 하도 뚫어지게 쳐다봐서 끝날 무렵 강루인은 얼굴이 다 구멍 날 지경이었다. 구아정이 참지 못하고 소란을 피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아무 일도 없었다.방원걸 부부를 배웅한 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강루인이 의아해하던 그때 구아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오빠, 나 너무 무능하지? 사소한 일도 제대로 못 하고 골프장에서 오빠 망신까지 시키고...”주영도가 그녀를 달랬다.“괜찮으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구아정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말했다.“루인 언니는 오빠를 대신해서 협력업체 사람도 잘 챙기는데 난 그런 것도 못 하고... 내가 너무 무능한 것 같아.”“넌 루인이랑 달라. 루인이는 경험이 많아서 노련해. 넌 아직 경험도 적고 성격 자체가 순하잖아.”강루인은 주영도가 그녀의 능력을 깎아내리면서 구아정을 위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단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구아정은 금세 진정되었다.기분이 좋아진 구아정과 달리 강루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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