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가 강루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일 바쁘면 자주 안 와도 돼. 할머니는 늘 이 자리에서 기다리니까 시간 될 때 와.”강루인은 그녀의 손바닥에 머리를 살짝 비볐다.이수희는 매일 병실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곤 했다. 오늘은 간병인 대신 강루인이 그 일을 맡았다.가끔 강루인은 안북시가 이렇게 큰 도시인데도 참 우연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이 병원 로비로 내려왔을 때 막 통화를 마친 주영도가 눈에 들어왔다.그날 밤 이후로 거의 보름 만에 만났다. 그동안 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영도야.”이수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주영도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이수희가 웃으며 물었다.“여긴 웬일이야? 나 보러 왔어?”주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구아정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영도 오빠, 나 다 됐어.”이수희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살짝 굳었다.구아정은 그제야 강루인과 이수희를 발견한 척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루인 언니도 여기 있었어요?”그러고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황급히 손을 뗐다.“언니, 오해하지 말아요. 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영도 오빠가 직원 챙기는 마음으로 같이 와준 거예요.”환자복을 입은 구아정을 본 순간 주영도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강루인의 눈빛에 비웃음이 스쳤다. 할머니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주사위로서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역시 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면 그 주변 사람에게도 관심이 없는 법.강루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부하 직원 챙기는 건 주선 그룹의 기업 문화니까 이해해요.”그러고는 시선을 거둔 다음 이수희의 팔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저기 가서 산책할까요?”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구아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영도 오빠, 루인 언니 기분 나빠하는 거 아니야? 가서 설명할까? 나 혼자 검사받아도 돼.”하지만 주영도는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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