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진열장으로 옮기던 그때 강루인은 고원겸의 전화를 받았다. 이혼에 관한 얘기였다.유리문에 강루인의 가녀린 모습이 비쳤다.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혼할게요.”강루인은 단호하게 결심을 내렸다. 내면이 강하지 않아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오락가락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주영도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는다면 소송하는 수밖에.그녀의 뜻을 이해한 고원겸은 즉시 일을 시작했다.주영도가 막 회의를 끝낸 그때 노윤환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서류를 보내셨어요.”그러면서 서류 봉투를 건넸다.주영도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뭐야, 이게?”‘보석함을 채워줬더니 감사의 인사라도 하려나?’노윤환이 말했다.“안 열어봤습니다.”주영도가 봉투를 열었다. 몇 글자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노윤환도 무슨 서류인지 정확히 봤다. 이혼 합의서라는 글자가 아주 눈에 띄었다.‘사모님이 이혼을?’그는 주영도를 슬쩍 살폈다. 얼굴에 별다른 감정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결국 더 쳐다보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나오자마자 구아정과 마주쳤는데 구아정이 물었다.“오빠 안에 있죠?”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노윤환이 본능적으로 막아섰다.“지금은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그런데 구아정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오빠한테 볼일이 있어요.”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아정을 보며 노윤환은 입을 삐죽였다.‘난 분명히 말렸어. 들어가지 말라고.’아니나 다를까 들어가서 1분도 채 안 돼 쫓겨 나왔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평소 그녀를 아껴주던 사람은 무심하기만 했다.노윤환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봐. 내가 뭐랬어. 이혼당하게 생겼는데 아무렇지 않을 리가. 특히 대표님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가 와이프한테 이혼당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 하필 이 타이밍에 찾아가긴 왜 찾아가. 쌤통이야, 아주.’내선 전화가 울렸다. 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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