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Bab 121 - Bab 130

281 Bab

제121화

...이혼 소송 단계까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강루인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짓자 차성열이 물었다.“후회해?”“아니요.”“원겸이랑 이혼 세부 사항 논의해볼래?”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법정까지 가게 된다면 강루인은 최대한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해결할 생각이었다.그들은 퇴근 후 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고원겸이 말했다.“주영도 씨가 루인 씨랑 이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요?”심리학도 공부한 그인지라 사람의 얕은 속내쯤은 꿰뚫어 볼 줄 알았다.강루인이 대답했다.“그 사람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아요.”주영도가 그녀를 좋아해서 이혼하지 않는 거라고 착각하지 않았다. 단지 할머니와 가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강루인은 더 이상 그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전에 강루인은 연상미가 말한 적절한 기회가 뭔지 몰랐었다. 그러다가 한 달 뒤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강혜미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강루인은 주먹으로 머리를 가격당한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박정금을 찾으러 당당하게 주씨 저택으로 쳐들어갔다. 시어머니가 전화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강루인은 그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연상미가 알랑거리며 말했다.“사돈, 루인이가 주씨 가문에 시집온 지 몇 년이나 됐는데도 아이를 낳지 못해서 남편도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제 됐어요. 영도한테 드디어 아이가 생겼네요. 혜미 뱃속의 아이가 주씨 가문의 첫 증손자예요.”활짝 웃는 연상미와 달리 박정금의 표정은 그야말로 볼만했다.“뱃속의 아이가 우리 영도 아이라고요?”연상미가 웃으며 말했다.“네. 벌써 4주 됐어요.”강혜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의 평평한 아랫배를 내려다보던 강루인은 충격에 머리가 다 어지러웠다.“형부, 언니는 아이를 못 낳아도 전 낳을 수 있어요.”강혜미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주영도를 쳐다봤다.그 모습을 본 박정금은 혈압이 올라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여보!”그녀는 결국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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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주영도는 곧바로 자신이 만만치 않은 사람임을 보여줬다.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 강씨 가문 회사에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거대한 세력 앞에서 강씨 가문은 저항할 힘조차 없는 존재라 압도적으로 짓밟혔다.결국 강규덕은 반나절도 버티지 못하고 강루인을 찾아왔다. 주영도를 찾으러 가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만날 수 없었다.“주영도 대체 무슨 뜻이야? 왜 우리 강씨 가문을 겨냥하는 건데? 혜미가 아이를 가진 것에 불만이 있어서 네가 뒤에서 꼼수를 부린 거 아니야? 너도 강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내가 널 키웠어. 혜미 뱃속의 아이 네 외조카야. 우리 한 가족인데 혜미가 낳든 네가 낳든 뭐가 달라?”솔직히 그가 찾아오기 전까지 강루인은 주영도가 강씨 가문을 압박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에 강루인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그녀의 기분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랑 영도 씨야말로 합법적인 부부예요.”강규덕이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넌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는데도 애를 못 낳았잖아. 이제 혜미가 그 문제를 해결해줬는데 고맙게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이랑 결탁해서 가족을 공격해? 넌 양심도 없어?”이미 익숙해진 터라 강루인은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영도 씨가 강씨 가문을 겨냥했다는 사실을 전 몰랐어요. 제가 시킨 것도 아니고 영도 씨도 제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에요.”강규덕은 그녀에게 그런 재간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럼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혜미가 아들까지 가졌는데.”“저도 몰라요.”‘내가 주영도도 아닌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강규덕이 명령하듯 말했다.“몰라도 상관없어. 영도한테 여기서 멈추라고 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장인한테 이럴 수가 있어?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 거야?”주영도가 남들이 비웃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강규덕이 떠난 뒤 강루인이 주영도에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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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연상미가 맞장구를 쳤다.“내가 저번에 뭐랬어? 걔는 은혜도 모르는 애라고 했지? 그때 그냥 버렸어야 했어. 돈을 가득 쏟아부어도 얻은 건 하나도 없잖아.”가족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강루인을 욕했고 강규덕은 지원군까지 끌어들였다.강루인은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서야 그들이 이 일을 할머니에게까지 얘기했다는 걸 알았다.병원.이수희가 강루인의 손을 잡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많이 속상했지?”그 말을 들은 순간 강루인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일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녀의 감정을 진지하게 헤아려줬다.주영도는 그녀가 그를 속였다고 생각했고 강씨 가문은 그녀가 눈치 없다고 비난했다.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건 그녀였다.이수희가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다 할머니 탓이야. 할머니가 네 아버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사실 이수희는 학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 교사로 일했는데 그땐 여성이 책을 읽는 것조차 드문 시기였다.그런 문화인이 이런 속물적인 아들을 키워내다니...강규덕은 첫 번째 결혼에서 데릴사위로 들어가 처가를 집어삼킨 뒤 진정한 사랑을 찾겠다면서 강루인의 어머니가 숨을 거두기도 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강규덕의 실패는 이수희의 양육 실패이기도 했다.이수희가 말했다.“루인아, 할머니가 영도 좀 만나야겠어.”“강씨 가문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수희가 또 말했다.“이건 너만의 일이 아니야. 널 벼랑 끝으로 내몰 수는 없어.”강루인은 또다시 코끝이 찡해졌다.뜻밖에도 주영도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고 이수희를 만났다.이수희가 말을 꺼내기 전에 주영도가 먼저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뜻에 따랐다.조심스러운 태도의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강루인은 마음이 아팠다.일흔이 넘은 데다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손주사위인 주영도에게 허리를 굽히며 부탁해야 하는 처지라니...그 순간 강규덕네 식구들이 너무 미웠고 할머니를 이런 곤란한 상황으로 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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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주영도의 태도가 오늘 저녁 메뉴를 논하는 것처럼 덤덤하기 그지없었다.반면 강혜미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그의 차가운 눈빛에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형부, 언니한테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형부 자식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죠. 방금 그 말은 우리 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예요.”딸이 속상해하는 모습에 연상미는 마음이 아팠다.“주 서방, 남자가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렇게 모른 척하면 안 돼.”강혜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인정 안 하면 이 아이 데리고 확 죽어버릴 거예요.”그러더니 문밖으로 달려나가려 했다. 연상미가 황급히 그녀를 붙잡았다.“혜미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죽긴 왜 죽어? 네가 죽으면 나랑 네 아빠 어떻게 살라고. 나한테 딸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어.”모녀는 비극적인 연기라도 펼치듯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연상미는 강혜미를 끌어안고 주영도를 노려봤다.“인정 안 하면 주 회장님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네. 혜미 뱃속의 아이 회장님의 증손자일세. 회장님처럼 자애로운 분이라면 자네가 우리 혜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걸 절대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걸세.”강규덕이 적절히 나서며 아내를 꾸짖었다.“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주 서방은 절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야.”그러고는 주영도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장모 말 신경 쓰지 말게. 혜미를 걱정하는 마음에 너무 급해서 그런 거니까.”그 시각 강루인은 가족이 아닌 남처럼 그들의 가족애를 지켜봤다.갑자기 손등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는데 누군가가 마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들자 할머니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강루인은 억지로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강규덕네 부부는 한목소리로 주영도를 도덕적으로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영도를 압박할 수 있었더라면 몇 년 전에 진작 주씨 가문의 대문을 넘었을 것이다.강규덕이 계속 설득했다.“루인이랑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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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강규덕이 목청을 높였다.“혜미 뱃속의 아이가 자네 아이 아니면 누구 아이겠나?”“전 강혜미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요. 강혜미는 남자가 없어도 아이를 가지는 능력이 있나 봐요?”주영도가 비웃으며 말했다.“우리 주씨 가문은 이 아이를 키울 생각이 없어요.”그 말이 떨어진 순간 주영도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각기 다르게 변했다. 강루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무슨 뜻이지? 두 사람이 잔 걸 분명히 봤는데...’강규덕도 더는 참지 못했다.“자네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인가?”주영도가 대꾸했다.“제 아이도 아닌데 제가 왜 책임을 져야 하죠?”그때 주영도가 데려온 남자가 입을 열었다.“강혜미, 어떻게 내 아이를 다른 사람의 아이로 만들 수 있어?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연상미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우리 딸 명예를 더럽혔다간 경찰에 신고하는 수가 있어.”그러자 남자가 당당하게 말했다.“제가 헛소리를 한 건지 딸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혜미 저랑 몇 번 잤는지 몰라요. 그날 밤에 대표님은 술에 취해서 혜미를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임신 시기를 맞추려고 그날 밤에 저를 찾아왔는데 정말 밤새도록 침대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요.”“혜미가 제 아이를 주씨 가문의 자식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전 감히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혜미한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혹시라도 무슨 일을 꾸밀까 봐 주 대표님께 진실을 밝히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남자는 화살을 강혜미에게 돌렸다.“강혜미, 부모님한테 솔직하게 말해. 그 아이 대체 누구 아이인지.”순간 모든 시선이 강혜미에게 쏠렸다.그녀는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남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주영도가 진실을 알고 있다고? 술에 취해 뻗은 거 아니었어? 날 건드리지 않은 걸 어떻게 안 거지?’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상미는 강혜미의 표정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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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강혜미의 애인이 떠난 후 방 안에는 강씨 가문 사람만 남게 되었다.강혜미가 흐느끼는 소리와 강규덕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동이 끝났으니 강루인도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와 함께 떠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강규덕이 소리를 질렀다.“거기 서!”강루인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볼일이 더 있나요?”그러자 강규덕이 거만하게 명령했다.“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셈이야?”“아버지, 저한테 할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처음부터 끝까지 강루인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강규덕의 늙은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주영도가 계속 우리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우리 가문 사람 아니야? 내가 없었더라면 넌 진작 굶어 죽었을 거라는 걸 잊지 마. 배은망덕한 것 같으니라고.”강루인이 말했다.“다섯 살 전까지는 엄마가 절 키우셨고 다섯 살 이후로는 할머니가 절 키우셨어요.”“내 돈이 없었더라면 무슨 돈으로 널 키워?”“그 돈도 우리 엄마가 준 거잖아요.”강규덕이 어머니의 재산을 몽땅 집어삼켰다. 만약 강루인의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사업은커녕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찰싹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루인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갔다.이수희가 놀라 소리쳤다.“강규덕, 너 지금 뭐 하는 거야?”강루인의 볼이 눈에 띄게 붉게 부어올랐다. 이수희는 마음이 아파 손으로 어루만질 수조차 없었다.연상미가 급히 화난 강규덕을 달랬다.“됐어. 화내지 마. 내가 뭐랬어? 쟤 은혜도 모른다고 했지? 어머님이 기어코 입양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인간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어?”“어머님, 이 사람이 그동안 루인이한테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아세요? 그런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사람 노릇도 못 하는 것 좀 보세요. 우리야말로 한 가족인데 피도 안 섞인 남을 왜 걱정하고 그러세요?”이수희가 강루인의 손을 꼭 잡았다.“그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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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할머니!”강규덕이 다가가려 하자 연상미가 그를 붙잡았다. 수십 년 부부로 살았기에 눈빛만 봐도 서로의 뜻을 알았다.강루인이 다급히 말했다.“아버지, 빨리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가야 해요.”이익과 효도 사이에서 강규덕은 전자를 택했다.“주영도를 막을 방법을 찾아.”“아버지!”강루인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인간으로서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강규덕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똑똑히 봤다.강루인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알았어요. 약속할게요.”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언제 깨어날지는 할머니의 상태에 달렸다.강규덕이 재촉했다.“네 할머니도 괜찮아졌으니 지금 당장 주영도한테 가서 빌어.”강루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할머니 깨어나시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오늘 밤까지 시간 줄게. 내일에는 깨어나든 못 깨어나든 무조건 가서 빌어.”그 말을 툭 내뱉고는 나쁜 기운이라도 피하듯 1초도 더 머물지 않고 떠나버렸다.강루인은 마음 아파하며 할머니의 마른 손을 잡았다. 할머니가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병원에서 밤새 할머니를 지켰고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할머니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강규덕은 전날에 말했던 대로 해가 뜨자마자 재촉했다.결국 어쩔 수 없이 간병인에게 꼼꼼히 부탁한 뒤 주영도를 찾아갔다.주선 그룹.대표 사무실까지 올라와 보니 노윤환이 자리에 없었다. 누군가 그녀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다.“주영도 씨 만나러 왔어요.”구아정이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강루인 씨, 예약하셨어요?”“아니요.”주영도가 전화도 안 받는데 어떻게 예약을 한단 말인가?구아정이 말했다.“그럼 죄송하지만 대표님을 만날 수 없어요.”구아정의 앞잡이가 끼어들었다.“아정 언니, 왜 저런 사람한테 예의를 갖추고 그래요? 무슨 일로 왔는지 딱 보면 몰라요? 대표님한테 꼬리나 치려고 왔겠죠.”구아정이 가식적으로 말했다.“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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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주선 그룹을 떠난 강루인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돌아갔다.할머니가 깨어나지 않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한편 주영도는 오전 업무를 마친 뒤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루인의 연락이 없는 걸 본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루인이도 강씨 가문을 별로 신경 쓰지 않네.’주영도가 멍하니 있자 구아정이 불렀다.“오빠...”정신을 차린 주영도가 물었다.“왜?”구아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의사 선생님이 검사 보고서를 가지러 오래.”주영도가 그녀의 가슴께를 힐끗 쳐다봤다.“같이 가자.”“나 혼자 갈 수 있어.”“내가 운전할게.”그의 관심에 구아정의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였다.병원.강루인은 무거운 마음으로 아직 혼수상태인 이수희를 쳐다봤다. 의사는 이번에 쓰러진 바람에 가뜩이나 안 좋은 상태가 더 악화됐다고 했다.병실에서 나온 강루인은 다리가 후들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벽을 짚어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바로 그때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에게는 한없이 차가웠던 그가 지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고개를 들자마자 구아정이 주영도의 품에 기대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던 탓인지 구아정도 그녀를 발견했다.“언니.”주영도도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눈빛에 담겼던 따뜻함이 사라졌다.그는 그녀에 대한 불만을 항상 숨김없이 드러냈다.강루인은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만 피해자고 그녀는 전혀 억울하지 않단 말인가?주영도와 강혜미의 일이 거짓이었다면 구아정과의 관계는?구아정이 말했다.“언니, 우리 따라 병원까지 쫓아온 거예요?”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강루인은 똑똑히 알았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우리 할머니가 이 병원 입원동에 있어.”주영도에게 한 말이었다.“얘기 좀 할 수 있을까?”주영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대신 구아정이 다정하게 말했다.“오빠, 언니가 정말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얘기 좀 나눠보는 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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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 말에 강루인은 잠시 멍해졌다가 몸조리를 잘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뜻임을 이내 깨달았다.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원치 않았지만...“알았어. 약속할게.”이것이 거래 조건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일단 약속하고 이후에 임신할 수 있을지는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주영도에게서 더 이상 강씨 가문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들은 후 강루인은 강규덕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렸다.“알았어. 널 키운 보람이 이제야 좀 있네.”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할머니가 깨어났는지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불효자도 이런 불효자가 없었다. 강규덕은 천벌을 받을까 두렵지도 않는 걸까?강루인은 전화를 끊고 병실로 돌아갔다.침대 앞에서 이수희의 마른 손을 잡고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제겐 할머니밖에 없어요. 꼭 깨어나셔야 해요.”다리 부상으로 차성열네 회사를 오래 쉬었다. 이제 다 나았으니 더 이상 빠질 수 없었다.일은 사람의 대부분 에너지를 분산시켜 잡념을 줄여줬다.퇴근 시간이 되자 차성열이 다가왔다.“원겸이한테서 들었는데 소송을 취하했다며?”강루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요, 선배.”남이 좋은 마음으로 사람을 소개해줬는데 그녀가 중간에 발을 뺐다. 다소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차성열이 말했다.“원겸이 거의 패배한 적이 없어. 주영도가 복수할까 봐 두려워서 그래?”강루인이 고개를 저었다.“그거랑 상관없어요.”“그럼 주영도를 아직 포기하지 못한 거야?”갑자기 침묵이 흘렀다.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아직 주영도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놓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게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아니었다.그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더 이상 좋아하고 싶지 않았다.강루인은 그 화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선배, 고 변호사님한테 미안하다고 밥 사고 싶다고 전해줘요.”고원겸이 그렇게 애를 썼는데 그녀가 ‘장난친’ 꼴이 됐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차성열이 말했다.“밥은 됐어. 원겸이가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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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함지율네 집.강루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너 언제 최지호랑 눈이 맞았어?”그녀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은 물과 불처럼 상극이었다.최지호가 주영도의 친구라 강루인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말이 잘 통할 것처럼 보여도 실은 교활한 인물이었다.다들 변호사가 정의를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철저히 이익을 좇는 사람이었고 돈만 충분히 준다면 검은 것도 하얗게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함지율이 나른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전신 마사지기 같은 존재지, 뭐. 쓸모 있으면 돼.”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너무 보수적인 건가?’함지율은 강루인이 가져온 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그나저나 갑자기 왜 왔어?”“술 마실 데가 없어서.”“또 주영도 때문에 속상한 거야? 아니지, 속상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강루인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나 되게 한심하지?”함지율은 거짓말할 줄 몰랐다.“이제야 알았어?”강루인은 자신을 비웃으며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더 마셨다.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 상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자기 기만했다.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결혼 전의 무력함만 남아있을 뿐 결혼 후에도 여전히 사랑 같은 건 없었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강루인은 함지율네 집에서 잠들었다.정신이 말짱한 함지율은 옆에서 주정뱅이를 돌봤다.강루인은 취해도 무척이나 조용했다. 소란스럽지도, 시끄럽지도 않았다. 울어도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함지율은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 바보야.”‘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그녀는 평생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하여 남자 때문에 울고 아파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강루인을 보니 평생 이런 감정은 겪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유를 사랑했고 남자에게 감정적으로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강루인을 침대에 눕히자마자 초인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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