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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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선샤인 빌리지.주영도는 진경자에게 꿀물을 타 달라고 부탁했다.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인 오용주가 부엌에서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제멋대로야, 아주. 애를 가질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맨날 취해서 들어오다니. 가질 생각이 있긴 한 거야?”그러고는 나중에 박정금에게 이 일을 자세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안방.주영도가 강루인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던 그때 손이 그녀의 허리를 스쳤다. 그제야 강루인이 많이 야위었다는 걸 알아챘다. 예전에는 살집이 적당하게 붙어있었는데 이젠 뼈가 만져질 정도였다.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이렇게 말랐으니까 병이 생겨 수술까지 했지.’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진경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대표님, 꿀물 가져왔어요.”“이리 가져와요.”주영도가 꿀물을 받아들었다.“내가 먹일 테니까 아주머니는 이만 가서 쉬어요.”진경자는 꿀물을 건넨 후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주영도가 강루인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부부끼리 싸우는 건 흔한 일이다. 관계를 이어가려는 마음만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주영도는 그녀를 일으켜 그의 몸에 기대게 한 다음 턱을 살짝 잡았다.“일어나서 꿀물 좀 마셔.”그 소리에 강루인이 비몽사몽 눈을 떴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듯 표정이 멍하기만 했다.“뭘 봐? 빨리 마셔.”주영도가 컵을 그녀의 입가에 가까이 가져다 댄 그때 강루인이 낮게 중얼거렸다.“이거 꿈이지?”목소리가 너무 낮아 주영도는 알아듣지 못했다.“뭐라고?”강루인이 다시 눈을 감았다.“분명 꿈이야. 주영도가 이렇게 다정할 리가 있겠어?”이번엔 주영도도 똑똑히 들었다.“...”‘내가 평소에 그렇게 못 해줬나?’“꿈 아니니까 빨리 마셔. 안 그러면 내일 숙취 때문에 힘들어.”강루인은 눈을 뜨고 주영도의 준수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빨리 마셔.”순한 양이 돼버린 강루인은 그의 손에 의지해 얌전히 꿀물을 마셨다.“입 닦아.”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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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쬤다.강루인은 밤새 꿀잠을 잤다. 깨어났을 때 목이 좀 마른 것 빼고는 숙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며 소리쳤다.“지율아, 물 좀 가져다줘.”“여기요, 사모님.”진경자가 따뜻한 물이 담긴 잔을 들고 다가왔다. 그 소리에 강루인은 기지개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왜 여기에...”그제야 지금 선샤인 빌리지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나 언제 들어온 거죠? 아니, 어떻게 온 거예요?”‘어젯밤에 분명 지율이네 집에서 술을 마시고 거기서 잤는데?’진경자가 웃으며 물잔을 건넸다.“대표님이 사모님을 안고 오셨어요. 어제 얼마나 다정하시던지. 저더러 꿀물을 타오라고 하더니 사모님한테 직접 먹여주기까지 하더라니까요? 그리고 사모님이 깨어나면 목이 마르실 거라고 운동 나가시기 전에 저한테 물을 꼭 챙겨드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진경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영도의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려고 아주 애를 썼다.따뜻한 물을 마시자 바짝 말랐던 목이 촉촉해졌다. 그제야 한결 편안해졌다.띄엄띄엄 기억나는 어젯밤의 장면들이 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강루인이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때 마침 주영도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운동복 차림이었는데 온몸에서 생기 넘치는 활력이 뿜어져 나왔다.남편의 외모는 아내의 자부심이 된다.원래는 자랑스러워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젠 부담만 될 뿐이었다. 남편의 외모가 너무 뛰어난 바람에 달라붙는 여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통제하기도 어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루인은 주영도를 통제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생각에 잠겨 멍하니 있는데 아침 이슬이 맺힌 꽃다발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주영도가 말했다.“꽃집 사장님이 여자들이 이 꽃을 좋아한다고 하더라.”요염하게 핀 장미꽃을 내려다보던 강루인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기념일도 아닌 날에 꽃을 선물한 것이었다.강루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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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주영도가 솔직하게 답했다.“싫어하진 않아. 아이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그들과 같은 재벌이라면 가문을 잇는 후계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강루인이 물었다.“내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네 몸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낳아?”‘영도 씨랑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까.’강루인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덤덤하게 웃었다.“몸에 문제가 없긴 하지.”주영도는 그녀가 전에 했던 수술 때문에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걱정하지 마.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몸조리 잘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주영도는 말한 대로 약속을 지켰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녀와 함께 주말 데이트를 즐기러 나갔다.솔직히 강루인은 이 모든 게 비현실적이고 낯설게 느껴졌다.그들의 결혼은 평범한 연애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시작부터 함께 산 지 오래된 부부처럼 지냈다.쇼핑하고 밖에서 점심을 먹은 뒤 주영도가 그녀에게 물었다.“영화 볼래?”강루인이 대답했다.“그래.”오늘 주영도와 함께한 모든 것들은 사실 강루인이 한때 그에게 바랐던 것들이었다. 그 꿈이 이젠 이루어졌다.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 요즘 흥행하는 코미디 영화를 골랐다.사람들은 코미디의 본질이 비극이라고 했다. 강루인은 영화를 보는 사람 또한 가엽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녀처럼.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주영도의 휴대폰이 울렸다. 구아정이 또 심장이 불편하다고 했다.주영도가 웬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미안함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과 한마디만 던지고는 급히 영화관을 떠났다.예상했던 선택이라 강루인은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해졌다.하지만 마음은 아직 그녀의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는 듯했다. 가슴이 찌릿찌릿 아픈 게 너무나 불편했다.사람은 기대와 욕망을 가지는 순간 가장 약해진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품으면 쉽게 상처를 받게 된다.주영도가 그냥 계속 차갑게 굴어도 됐을 텐데 이따금 호의를 베풀어 강루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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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실내 공기가 빨려 나간 듯 숨소리마저 멈췄다.주영도는 화가 치밀었지만 강루인의 뾰족한 턱선을 본 순간 다시 사그라들었다.“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어. 우린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많잖아. 다음에 보상해줄게. 하지만 무고한 사람은 끌어들이지 마. 아정이 몸이 약해서 자극을 받으면 안 돼.”그가 말한 보상이라는 말이 강루인에게는 그냥 그녀를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결국에는 그녀가 그의 애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강루인이 차분하게 말했다.“난 아정 씨한테 아무 짓도 안 해.”구아정에게 무슨 짓을 하겠는가? 해봤자 굴욕만 자초할 뿐 아무 의미가 없는데....세상이 참 좁았다. 한 다리 건너면 누구의 친구고 누구의 먼 친척일 정도로 다 아는 사이였다.강루인은 구아정과 원효정이 절친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원효정은 박정금의 먼 친척 동생의 딸이었다.그렇게 얽힐 일이 없는 세 무리의 사람들이 본가에 모였다. 그리고 박정금은 큰며느리인 강루인을 불러 손님을 접대하게 했다.구아정과 다정하게 붙어있는 원효정을 보고 나서 강루인은 박정금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단번에 알아챘다.원효정이 달콤하게 웃으면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인사했다.“언니, 전 영도 오빠의 친척 동생 원효정이에요.”원효정이 처음 만난 척하자 강루인도 까발리지 않고 호흡을 맞췄다.“만나서 반가워요.”박정금이 말했다.“효정이 안북에 처음 왔으니까 영도 대신 네가 좀 잘 챙겨줘.”시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이상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알겠어요.”원효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그동안 신세 좀 질게요, 언니.”말은 그렇게 했지만 행동은 전혀 예의 바르지 않았다.구아정과 쇼핑을 나가면 강루인에게 가방을 들라고 했고 밥을 먹으러 가서도 그녀에게 계산을 떠넘겼다. 심지어 머리를 하러 갈 때도 강루인을 불러내 시중들게 했다.원효정이 일부러 물었다.“언니, 제가 귀찮은 건 아니죠?”강루인이 화를 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귀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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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원효정의 머리를 손질하던 헤어 디자이너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원효정이 거울로 상태를 날카롭게 째려봤다.구아정은 엄청나게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바로 그때 원효정이 소리를 질렀다.“오빠, 여기야.”그 소리에 강루인이 고개를 돌렸다. 주영도가 미용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었다.“아정이랑 나 거의 다 돼가.”원효정이 도발 섞인 눈빛으로 강루인을 곁눈질했다.주영도는 강루인도 이곳에 있는 줄 몰랐다.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넌 왜 머리 안 했어?”강루인이 차분하게 대답했다.“난 저런 화학 제품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아.”그러고 보니 함께한 몇 년 동안 다른 헤어스타일을 한 걸 본 적이 없었다. 늘 검은 긴 생머리만 고집했는데 청순한 스타일이 그녀에게 어울렸다.강루인이 말했다.“영도 씨가 왔으니까 효정 씨는 더 안 챙겨도 되겠네.”주씨 가문에 시집온 후 친척들을 다 만나봤지만 원효정은 처음이었다. 하여 주영도가 이 먼 친척과 별로 친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그가 지금 여기 온 건 분명 구아정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영도가 강루인의 손목을 꽉 잡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에 강루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주영도가 말했다.“아정이랑 효정이 집에 데려다준 다음에 우리 같이 집에 가자.”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은 걸 본 순간 구아정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강루인은 그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애인이 화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래?’생각은 그렇게 해도 구아정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보고는 동의해버렸다.평소 주영도가 구아정의 편만 드는 것에 익숙해졌었는데 구아정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문득 자신이 점점 비뚤어지는 것 같았다.구아정은 강루인보다 훨씬 쉽게 무너졌다. 주영도가 딱 한 번 관심을 가져줬을 뿐인데 기분이 상했는지 머리를 하자마자 뾰로통한 얼굴로 집으로 가버렸다.강루인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오늘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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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이 대답은 강루인의 예상 밖이었다.이전까지 주영도의 변명은 강루인에게 그저 핑계 혹은 궤변일 뿐이었다.하지만 주영도가 사람의 죽음을 이용하여 구차한 변명을 할 정도로 비열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강루인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친구의 죽음이 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도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영도 씨,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의리 있는 친구가 되려는 건 반대할 생각이 없어. 하지만 나야말로 영도 씨의 아내라는 걸 잊지 마.”친구의 유언을 지키려고 아내를 배신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죽은 사람과 맞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구아정은 멀쩡하게 살아있었고 가끔 튀어나와 그녀를 도발하는 연적이었다.그런 구아정의 존재를 도무지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주영도가 갑자기 무릎 위에 놓여 있던 강루인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미안해. 전에는 내가 너무 소홀했어. 앞으로는 더 신경 쓰도록 노력할게.”강루인은 그의 말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느꼈다.하지만 이 사과는 그녀 마음속의 답답함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여전히 뭔가가 목에 걸린 듯했다. 답답한 이유가 구아정이 아직 주영도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주영도는 친구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기에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구아정의 마음까지 통제하는 건 어렵지 않은가?강루인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어느덧 밤이 깊었다.선샤인 빌리지, 안방.주영도가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은 덕분이었을까, 둘의 관계가 전보다 한결 좋아졌고 오늘 밤은 유난히 뜨거웠다.그들은 다시 사이좋은 부부로 돌아왔다.모든 것이 끝나고 강루인이 잔잔한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주영도의 휴대폰이 고요함을 깨뜨렸다.이젠 벨 소리만 들어도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받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서 구아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똑같은 말투, 똑같은 수법이었다. 몸이 좋지 않다면서 주영도에게 함께 있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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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이홍섭이 말했다.“안색이 좋은데? 드디어 이혼하고 고생 끝인 거야?”강루인이 멈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남들은 이혼하지 말라고 난리인데 스승님은 저를 이혼시키지 못해서 안달이시네요?”이홍섭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태도를 보니까 이혼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지금 잠시 이혼할 생각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강루인이 어떻게 대답할지 정리하고 있는데 이홍섭이 먼저 말했다.“온 바닷물을 다 먹어야 짠 줄 아는구나.”그러고는 뒷짐을 진 채 차성열과 강루인의 사이를 지나치면서 차성열에게 말했다.“쓸모없는 놈.”차성열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이홍섭의 말을 계속 되새겼다.사실 강루인은 자신이 얼마나 고집이 센지 잘 알고 있었다. 주영도의 설명을 믿고 그에게 기회를 한번 주고 싶었다. 지난번에 강혜미와의 일이 터졌을 때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않았던가?새 프로젝트가 확정되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 터라 퇴근 시간이 전보다 늦어졌다.어느덧 저녁 9시가 된 걸 보고 차성열이 말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은 이만 퇴근하자.”강루인도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늦은 걸 보고는 바로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래 앉아 있은 탓에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나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들은 차성열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강루인은 차성열의 팔을 잡고서야 겨우 균형을 잡고 고개를 내저었다.“괜찮아요.”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발을 다시 움직이자 발목에서 통증이 밀려와 참지 못하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는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다시 앉힌 다음 쭈그려 앉아 신발을 벗겼다.강루인이 말릴 틈도 없이 왼쪽 신발이 순식간에 벗겨졌다.차성열은 그녀의 발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발목을 살짝 눌렀다. 강루인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짧은 신음을 내자 차성열이 움직임을 멈췄다.“발목을 삔 것 같아. 잠깐만 기다려. 내가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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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주영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강루인은 적잖이 놀랐다.“여긴 어떻게 왔어?”주영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다쳤어?”“발목을 삐끗했어.”그의 시선이 차성열의 손에 닿은 순간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주영도는 곧바로 강루인을 그의 옆으로 잡아당겼다.“제 아내인데 차성열 씨한테 폐를 끼쳐선 안 되죠.”차성열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여유롭게 약봉지를 강루인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발목에 약 더 뿌려야 해. 자기 전에 한 번 더 뿌려.”“알았어요.”강루인이 약을 받으려 손을 내민 그때 주영도가 이미 봉지를 들고 있었다.그러고는 군말 없이 강루인을 번쩍 안아 들고 차에 태운 다음 차성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기회도 주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차 안.강루인이 운전하는 주영도를 보며 조금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여긴 어떻게 왔어?”주영도가 되물었다.“오면 안 돼?”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금 기쁘기도 했다.“두 사람 평소에도 이렇게 지내?”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강루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주영도가 또 말했다.“계속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냐고.”“발목을 삐어서 날 부축해준 거야.”주영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네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지 마.”강루인은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는데 그의 말에 확 다운되었다.“결혼한 지 5년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내가 그렇게 아무 남자한테나 꼬리 치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이나?’주영도가 말했다.“넌 그럴 마음이 없어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아무도 몰라.”그가 말한 상대가 누구인지 강루인이 모를 리 없었다.“선배는 점잖은 사람이야. 유부녀한테 관심 가질 사람이 아니라고.”‘점잖은 사람?’주영도가 코웃음을 쳤다.“한마디만 경고할게. 주씨 가문 얼굴에 먹칠하지 마.”강루인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차가 집 앞에 멈춰 선 후 강루인은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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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강루인은 이수희의 손톱을 깎아주며 주영도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이수희가 말했다.“할머니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강루인이 웃으며 답했다.“저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까 할머니도 괜한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에 신경 쓰세요.”강혜미의 일로 인해 이수희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루인은 강루인이고 강씨 가문은 강씨 가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명확하게 구분했다.강혜미가 주영도를 손에 넣으려고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했다가 들통나고 말았다. 결국 그 아이를 지웠고 지금은 몸조리 중이었다.그 일로 강규덕네 식구도 당분간은 잠잠할 것이다. 아마 강루인을 귀찮게 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어쨌거나 주영도라는 큰 산이 있으니 어찌 함부로 경거망동하겠는가? 다른 일을 또 벌이더라도 전의 일이 잊힐 시간이 필요했다....이번 여행을 위해 강루인은 일주일 전부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좋아하는 강루인을 볼 때면 주영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그렇게 좋아?”강루인이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여행을 떠나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지.”방 안의 따뜻한 조명이 강루인을 부드럽게 감쌌다. 주영도가 그녀와 수년간 함께한 이유가 단지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그녀는 따뜻한 물과 같아서 그의 차가운 몸을 금세 녹여주었고 그가 짜증을 낼 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짐을 정리하는 강루인을 보면서 주영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침을 꿀꺽 삼키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그대로 옷장 쪽으로 밀어붙여 입술에 키스했다.강루인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숨결을 빼앗겼다.부부로 함께한 지 5년, 이젠 서로의 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강루인은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숨결이 한데 얽혔다.주영도가 그녀의 귓불을 부드럽게 깨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 가질까?”이미 정신이 몽롱해진 강루인은 감각에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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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주영도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강루인은 노윤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24시간 항시 대기 중이던 노윤환마저 전화를 받지 않았다.순간 불안해진 강루인은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그 생각이 스치자 표정이 확 굳어졌다.심지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교통사고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찾아보기도 했다.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 있을까, 한 시간 전 공항으로 오는 길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사진 속에 여러 대의 차량이 충돌했는데 그 광경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강루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의자 등받이를 붙잡고 나서야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정신을 차린 후 강루인은 공항을 뛰쳐나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사고 현장을 이미 통제한 상황이라 택시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길에 내려 직접 뛰어갔다.울음소리, 비명소리, 구급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데다가 연기까지 자욱하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강루인은 정신없이 현장으로 달려가며 주영도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여긴 출입금지 구역입니다.”통제선 밖에서 지키던 경찰이 강루인을 막았다.“저희 남편이 안에 있어요.”조급한 나머지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멀리서 주영도의 차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원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가 심하게 찌그러졌다.하지만 경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부상자는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니 병원에 가보세요.”강루인은 명령을 받은 로봇처럼 지시를 받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은 혼란 그 자체였다.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는데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었다.주영도와 연락이 닿지 않아 의료진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명암 고속도로에서 실려 온 부상자들은 어디에 있나요?”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간호사는 그녀에게 한 곳을 가리켜준 후 계속 갈 길을 갔다. 강루인은 간호사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강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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