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모습의 주영도가 골목에 나타났다. 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강루인의 칠흑 같던 세상을 갈라놓는 한 줄기 빛 같았다. 귓가를 맴돌던 나쁜 기운들도 힘없이 흩어졌다.햇살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외투가 강루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그녀에게 체면과 따뜻함을 안겨주었다.소년미가 넘치는 주영도가 강루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 가득 번진 웃음은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강루인은 그의 깨끗한 손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두려움과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소년의 격려에 겨우 용기를 낸 강루인이 손을 잡으려던 그때.“영도 오빠, 아직 안 됐어?”골목길 저편에서 소녀의 맑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주영도가 손을 거두더니 휙 가버렸다.“지금 가.”햇살 아래 주영도는 다른 소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눈 부신 빛 속으로 걸어갔다.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강루인은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 허둥지둥 일어나 희미해져 가는 뒷모습을 향해 울부짖었다.“주영도, 가지 마. 주영도...”“사모님, 사모님, 눈 좀 떠보세요.”누군가 흔들어 깨우자 강루인이 눈을 떴다. 눈빛이 몽롱했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정말 다행이에요.”진경자는 조금 전의 생각만 하면 겁이 덜컥 났다.강루인이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나 왜 차 안에 있는 거죠?”‘분명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열이 심하게 났어요.”진경자는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릴 지경이었다.“마침 차성열 씨가 오셨더라고요. 지금 병원 가는 길이에요.”강루인은 그제야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차성열임을 알아챘다.병원.강루인이 링거를 맞고 있었고 진경자가 옆을 지켰다. 차성열은 진료 접수와 수납을 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병상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강루인을 보던 진경자는 휴대폰을 들어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겨우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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