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Bab 191 - Bab 200

281 Bab

제191화

주영도는 아주 능숙하게 이수희를 달랬다.그의 능청스러운 말에 이수희는 어떻게 수술실에 들어갔는지조차 잊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게 남자의 말이라고 했다. 이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수술을 마치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수희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강루인은 밤새 할머니 곁을 지키려고 본가 쪽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추워 보이는 밖과 달리 병실 안은 무척 따뜻했다.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자는 할머니를 보던 강루인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할머니의 손 옆에 잠깐 엎드렸는데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불편한 자세 때문인지 잠을 깊이 이루지 못했다. 몸이 갑자기 공중에 뜨는 느낌에 강루인이 번쩍 눈을 떴다. 상대의 멱살을 잡고 고개를 든 순간 주영도의 날카로운 턱선이 보였다.그녀의 멍한 눈동자와 마주친 주영도는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침대에서 자.”“여긴 어떻게 왔어?”다시 돌아온 주영도를 보고 꽤 놀란 듯했다.주영도가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으며 말했다.“푹 자. 할머니는 내가 지킬게.”“...”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침대에 앉아 주영도가 할머니의 손을 이불 안에 넣어주고 정성껏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을 지켜봤다.주영도가 고개를 돌렸다.“왜 그렇게 봐? 안 졸려?”강루인이 입술을 적시고 말했다.“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주영도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그 전에 할머니부터 생각해.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 할머니 지금 충격받으시면 안 된다고.”강루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 문제를 그녀도 이미 생각해봤지만...“할머니한테는 비밀로 할 거야.”그녀만 숨기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주영도는 늘 바빴기에 1년, 아니 6개월 동안 못 본다고 해도 할머니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이혼한 후에 내가 네 뜻에 맞춰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주영도가 피식 웃었다.“강루인,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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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저녁, 강루인은 직접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날씨가 좋지 않아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았다.그녀가 잡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고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걸 본 주영도가 물었다.“여기 가고 싶어?”잡지에 어느 바다 섬의 관광지가 소개되어 있었다. 예전에 강루인은 주영도와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오고 싶었었다.주영도가 말했다.“가고 싶으면 가. 어차피 지금 쉬는 중이잖아.”결혼한 지 어느덧 5년. 강루인은 이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강루인은 잡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처음으로 그에게 제안했다.“같이 갈래?”그 말에 주영도는 잠시 멈칫했다.“이번에는 시간이 안 되고 다음에 같이 가줄게.”그녀의 마음속에 피어오른 기대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괜히 물어봤네.’주영도는 정말로 시간이 없는 듯했다. 다음날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시어머니마저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박정금이 강루인에게 추궁하듯 물었다.“영도 어디 갔는지 알아?”강루인은 사실대로 답했다.“몰라요.”그러자 박정금이 얼굴을 찌푸렸다.“남편이 어디 갔는지조차 모른다고? 네가 그러고도 와이프야?”“어머님, 영도 씨는 누가 자기 행방을 캐묻는 거 싫어해요.”예전에는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하루 일정을 다 알아냈었지만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주영도가 크게 분노했던 적이 있었다.그때 처음으로 그녀에 대한 주영도의 혐오감을 느꼈다. 그 뒤로는 다시는 그의 행방을 캐묻지 않았다.박정금이 눈을 부릅떴다.“그게 무슨 뜻이야? 지금 날 가르치려 드는 거야?”강루인이 시선을 늘어뜨렸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어요.”“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데?”박정금이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으로 강루인에게 삿대질하며 분노를 터뜨렸다.“영도가 네 편을 들어준다고 해서 나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주영도가 언제부터 그녀의 편을 들어줬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박정금은 강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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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진경자는 헬스장에서 미친 듯이 운동하는 강루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탈진할 때까지 운동하는 모습이 전혀 정상적이지 않았다.강루인은 사실 운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울분을 토해내는 중이었다.멈추고 싶지 않았다. 멈추는 순간 사진 속의 장면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으니까.주영도는 분명 구아정과 사적인 감정이 없다고, 구아정을 동생으로만 생각한다고 했었다.하지만 그 말들은 그의 행동으로 인해 모두 거짓말이 돼버렸다.사적인 감정이 없는데 어떻게 단둘이 여행을 갈 수 있단 말인가?대체 어떤 여동생이어야만 설 기간에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을까?모두 헛소리였다.쿵.헬스장 밖에 있던 진경자가 소리를 듣고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사모님!”강루인이 러닝머신을 뛰다가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넘어졌고 러닝머신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진경자가 강루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괜찮으세요?”강루인이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 덜덜 떨었다.“사모님?”대답이 없자 진경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부축했다. 강루인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강루인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괜찮아요.”진경자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가정의를 부를까요?”다리가 새빨개졌고 다친 곳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강루인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아주머니.”그러고는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풀려 또다시 넘어질 뻔했다.진경자가 재빨리 부축해주자 강루인은 그녀의 팔을 잡고 겨우 균형을 잡았다.진경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재벌 며느리로 사는 것도 참 힘들구나.’욕실, 강루인은 땀에 젖은 옷을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했다.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워 얼굴까지 파묻을 정도로 이불을 뒤집어썼다.방 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침대에 누운 강루인이 갑자기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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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소년 모습의 주영도가 골목에 나타났다. 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강루인의 칠흑 같던 세상을 갈라놓는 한 줄기 빛 같았다. 귓가를 맴돌던 나쁜 기운들도 힘없이 흩어졌다.햇살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외투가 강루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그녀에게 체면과 따뜻함을 안겨주었다.소년미가 넘치는 주영도가 강루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 가득 번진 웃음은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강루인은 그의 깨끗한 손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두려움과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소년의 격려에 겨우 용기를 낸 강루인이 손을 잡으려던 그때.“영도 오빠, 아직 안 됐어?”골목길 저편에서 소녀의 맑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주영도가 손을 거두더니 휙 가버렸다.“지금 가.”햇살 아래 주영도는 다른 소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눈 부신 빛 속으로 걸어갔다.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강루인은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 허둥지둥 일어나 희미해져 가는 뒷모습을 향해 울부짖었다.“주영도, 가지 마. 주영도...”“사모님, 사모님, 눈 좀 떠보세요.”누군가 흔들어 깨우자 강루인이 눈을 떴다. 눈빛이 몽롱했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정말 다행이에요.”진경자는 조금 전의 생각만 하면 겁이 덜컥 났다.강루인이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나 왜 차 안에 있는 거죠?”‘분명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열이 심하게 났어요.”진경자는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릴 지경이었다.“마침 차성열 씨가 오셨더라고요. 지금 병원 가는 길이에요.”강루인은 그제야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차성열임을 알아챘다.병원.강루인이 링거를 맞고 있었고 진경자가 옆을 지켰다. 차성열은 진료 접수와 수납을 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병상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강루인을 보던 진경자는 휴대폰을 들어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겨우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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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병원을 분주히 오가던 차성열이 죽을 사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강루인이 다정하게 말했다.“기운 차리게 뭐라도 좀 먹어.”맥없이 축 늘어진 강루인과 다정하고 사려 깊은 차성열을 번갈아 보던 진경자는 마음이 복잡해졌다.월급을 주는 사람이 주영도라 함부로 흉을 봐서는 안 되지만 차성열과 비교하면 주영도는 참 남편으로서 불합격이었다.강루인도 마침 배가 고팠다.“그나저나 무슨 일로 날 찾아왔었어요?”“올해 신인 대회가 아가르타 지역에서 열리는데 참가 의향 있어?”강루인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언제인데요?”“이번 달 안에만 신청하면 돼.”이 바닥에서 실력은 기본이지만 명예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는 그녀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진경자는 두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대회에 대해 함께 상의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주영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주영도는 이틀 뒤에 돌아왔다.만약 정말로 그가 필요한 중요한 상황이었더라면 명이 짧은 사람은 이미 저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른다.“아팠다며? 지금은 좀 어때?”주영도가 이마를 만지려던 그때 강루인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손이 허공에 멈췄지만 주영도는 전혀 난감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둔 다음 화제를 돌렸다.“선물 사 왔어.”그러고는 선물 상자를 건넸다.강루인이 받지 않자 주영도는 스스로 상자를 열어 팔찌를 꺼낸 다음 그녀의 손목에 채워주었다.강루인은 현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팔찌를 보며 물었다.“어디 출장 갔었어?”“이그니스.”주영도는 팔찌의 잠금장치를 채우고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려 칭찬했다.“잘 어울리네.”강루인이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타이탄 섬이 언제부터 이그니스에 있었지?”그 말에 주영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강루인이 손을 빼냈다.“내가 아무리 아는 게 적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바보 취급하면 안 되지.”하지만 주영도는 거짓말이 들통나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놀랍도록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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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그리고 네 할머니를 위해 구한 전문가들도 전부 다 돌려보낼 거야. 그때 가서 네 할머니 건강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야. 이런데도 이혼할 수 있겠어?”강루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결국에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영도 씨,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난 당신한테 미안한 게 없어. 당신이 먼저 우리 결혼을 배신했지. 그런데 왜 나한테 이렇게 잔인하게 구는 거야?”‘정말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 내려는 심산이야?’주영도가 귀띔했다.“난 사업가야. 나한테 이익이 되는 일만 한다고. 이혼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 우리 집안 명예에 흠집을 냈으니까 그에 대한 정신적 보상을 해줘야 할 거야.”주영도가 이토록 악랄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난 강루인은 손에 잡히는 찻잔을 집어 던졌다.“나쁜 자식아!”그는 고개를 돌려 쉽게 피했다.“말만 잘 들으면 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영원히 네 것이야. 누구도 빼앗지 못해.”강루인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몸을 떨었다.“난 그런 것에 관심 없어.”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전혀 바라지 않았다.주영도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이성적으로 판단해. 아이 낳으면 넌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아이나 키우면 돼.”강루인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온몸으로 저항했다.“난 당신 아이 낳을 생각 없어. 그리고 내 아이가 구아정 씨를 엄마라고 부르게 두지도 않을 거고. 꿈도 꾸지 마.”주영도가 잠시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아이가 아정이를 엄마라고 부르다니? 누가 그래?”“아정 씨가 심장병이 있어서 애 낳다 잘못될까 봐 아정 씨랑 아이를 낳지 않는 거 아니야?”주영도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정신 나갔어? 아정이 심장병이 있든 없든 아정이랑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 없는 소리 지어내서 남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강루인이 비웃듯 물었다.“왜? 마음이 아파? 그럼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이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당신한테 전화해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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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강루인의 울분이 주영도의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발악처럼 보였다.주영도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너 지금 좀 흥분한 것 같아. 진정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이 말을 남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주영도의 싸늘함은 강루인을 더욱 자극했다.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나 흥분 안 했어.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다고. 당신이랑 더는 못 살겠어.”강루인은 손목의 팔찌를 거칠게 잡아채 주영도에게 던졌다.팔찌가 유리 재질이라 단단한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깨진 파편들이 주영도의 발밑에서 굴러다녔다. 그는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주영도!”그녀가 아무리 절규해도 주영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혼 합의서를 들고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주영도의 다리가 길어 금세 그녀와 거리를 벌렸고 그녀가 따라갔을 땐 이미 차에 올라탄 후였다.강루인이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은 그때 주영도가 차 문을 잠가버렸다. 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있었고 강루인이 유리창을 두드려도 그냥 무시한 채 차에 시동을 걸고 가버렸다.눈이 내려 길이 얼어붙었다. 바닥이 미끄러운 나머지 강루인은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넘어진 채 점점 멀어져가는 차를 지켜봤다.“사모님.”진경자가 집 안에서 뛰쳐나와 강루인을 일으켜 세웠다.땅에 떨어진 서류를 줍고 이혼 합의서라는 다섯 글자를 본 순간 진경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모님, 대표님이랑 이혼하시려고요?”눈에 젖은 이혼 합의서를 쳐다보는 강루인의 두 눈에 무력감이 가득했다. 손바닥이 바닥에 쓸려 상처가 생겼다.진경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선 그녀를 부축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내 강루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약을 발라주었다.“사모님, 이혼은 애들 장난이 아니에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해요.”강루인이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경자의 말은 모두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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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이혼할 판인데 왜 감싸고 도는 거지?’양동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걔가 이혼하고 싶다면 하면 되지. 어차피 너랑 어울리지도 않잖아. 이혼하면 이젠 피 빨아먹는 처가도 떼어낼 수 있고 얼마나 좋아.”주영도가 아무 말이 없자 양동운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넌 이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생각해본 적이 없어.”주씨 가문 사람들이 이혼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양동운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혹시 강루인을 좋아해?”주영도는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가 루인이한테 적합해. 할머니도 루인이를 아주 예뻐하시고.”사랑? 그건 중요하지 않았고 적합하면 그만이었다.양동운이 또 물었다.“걔는 왜 이혼하겠대?”최지호가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여자가 이혼을 원할 때면 사랑하지 않아서거나 다른 남자가 생겨서지.”양동운이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강루인이 구아정을 질투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순간 뭔가 떠오른 양동운이 말했다.“강루인 걔 너랑 아정이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이혼으로 협박하는 거 아니야?”주영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양동운은 현장에 없는 당사자인 구아정보다 더 흥분했다.“걔 무슨 자격으로 그러는 건데?”“영도의 아내니까. 또 주씨 가문의 며느리이기도 하고.”최지호가 대신 대답했다.“아내면 뭐? 그냥 명목뿐인 아내인데.”양동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아정이 연정이 친동생이야. 친한 정도를 따지면 당연히 아정이가 강루인보다 훨씬 중요하지. 영도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강루인이 앉을 자격이나 있었겠어?”최지호는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그 황당한 액막이 결혼이 아니었다면 강루인은 주씨 가문에 시집오지 못했을 것이다.주영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아픔을 감추려 시선을 늘어뜨렸다....깊은 밤, 선샤인 빌리지.주영도가 술기운을 풍기며 집으로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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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동정심 때문에 베풀어주는 것처럼 들렸다.강루인이 그의 말을 요약했다.“영도 씨 말은 내가 말을 잘 듣고 아정 씨에 대해 더 이상 캐묻지 않으면 우리 사이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아정 씨랑 결혼하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돌봐줄 거고.”“너도 아정이를 동생이라 생각하면 돼. 그게 싫다면 다신 네 앞에 나타나게 하지 않을게.”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모르는 척한다고 해서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아.”그리고 강루인이 보기 싫다고 해서 정말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주영도가 설명했다.“가족을 잃으면서 큰 충격을 받아 지금 정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루인이 대신 결정을 내렸다.“아정 씨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영도 씨를 아정 씨한테 돌려주려는 거잖아.”주영도의 차분한 얼굴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난 단지 아정이를 여동생이라 생각하고 돌보고 있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지저분한 관계가 전혀 아니야.”강루인이 비꼬았다.“영도 씨 친동생은 주초원 하나뿐이야. 자기 친동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나쁜 길로 들게 했으면서 남의 동생한테는 왜 이렇게 책임감이 넘쳐?”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비아냥거리지 마. 나 진지해.”“비아냥거렸다니? 사실을 말한 건데.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바로 손해를 멈춰야 한다는 거야.”그녀는 더 이상 정리되어야 할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강루인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나랑 이혼한 다음에 동생을 어떻게 아끼든 마음대로 해.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 그건 영도 씨 일이니까.”“지금 너랑 상의하고 있잖아.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할까?”주영도는 고집이 센 그녀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원래 이렇게 속 좁은 사람이었나?’“상의?”강루인이 가볍게 비웃었다.“상의하는 거 맞아? 통보 아니고? 나한테 결정권이 있긴 해? 내가 반대 의견을 내자마자 주제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이게 영도 씨가 말한 상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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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구아정이 무슨 메시지를 보냈는지 주영도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가려 했다.강루인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지금 안 가면 이혼 안 할게.”주영도가 발걸음을 멈췄다. 정말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그를 조용히 지켜보며 결정을 기다렸다.그러나 이번에도 그녀를 실망시키는 결말이었다. 주영도의 휴대폰에 또 메시지가 도착하자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다시 그녀를 버리기로 했다.주영도가 말했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샤인 빌리지를 떠났다.강루인은 앞을 멍하니 쳐다봤다. 난방이 따뜻하게 틀어져 있었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루인아, 강루인.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어?’이젠 다 확인했고 단념할 때가 됐다.부엌에 있던 진경자는 두 사람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대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진경자가 씁쓸한 표정의 강루인에게 다가갔다.“사모님...”강루인은 그녀를 돌아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그동안 보살펴줘서 고마워요.”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진경자는 어리둥절했다.‘나한테 왜 고맙다는 거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강루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경자를 와락 안았다가 놓아주며 말했다.“나 이 집에서 나갈 거예요. 앞으로 몸 잘 챙겨요.”진경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모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강루인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말 그대로예요. 선샤인 빌리지를 떠날 거예요. 영도 씨랑 이혼할 생각이고요.”진경자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즉시 그녀를 말렸다.“사모님, 진정하시고 다시 천천히 생각해 봐요. 이혼은 작은 일이 아니에요.”“이미 충분히 생각했어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진경자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설득할 핑계조차 찾을 수 없었다.“그럼 앞으로 어디서 지내시려고요?”강씨 가문의 상황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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