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Bab 181 - Bab 190

281 Bab

제181화

매년 시아버지의 제사에는 가족들만 참석했다. 구아정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참석하려는 것일까?강루인은 주영도가 도우미를 시켜 그녀를 돌려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직접 만나러 갔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영도 뭐 하러 나갔어?”슬픔에 잠겨 있던 박정금도 자리를 뜨는 주영도를 발견했다.강루인이 솔직하게 답했다.“구아정 씨가 왔어요.”박정금은 어이가 없었다.“제사 지내는데 그냥 보내면 어떡해?”‘영도 씨 다리가 내 몸에 붙은 것도 아니고 그걸 내가 무슨 수로 통제해요? 그리고 내가 통제한다고 해서 내 말을 들을 것 같아요?’제사는 계속됐다. 이젠 아들인 주영도가 마무리할 차례였다.주세웅이 물었다.“영도는?”박정금이 서둘러 대답했다.“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통화하러 나갔어요.”주세웅이 뭐라 하기 전에 주승우가 먼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형은 참으로 일을 열심히 한단 말이죠.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도 시간을 내어 일을 처리하다니.”그러고는 강루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구아정이 왔다는 걸 도련님도 알고 있나?’주세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박정금이 강루인에게 어서 가서 주영도를 데려오라고 재촉했다.강루인은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자리에서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사당에서 나와 도우미에게 주영도의 행방을 물은 다음 곧장 그를 찾아 나섰다.앞마당 나한송 앞.구아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주영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영도가 등지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누가 봐도 애틋하기 그지없었다.흰 눈에 빛이 반사되어 강루인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팠다.“루인 언니...”강루인을 본 구아정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주영도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밖에는 왜 나왔어?”“혹시 내가 두 사람 방해했어?”구아정이 바로 말했다.“언니, 우린 아무것도 안 했어요. 괜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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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박정금은 문 쪽을 계속 예의주시했다. 강루인과 주승우가 나란히 들어오는 걸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주영도도 금세 돌아왔다. 제사를 마무리해야 했으니까....다음 날이 바로 설이었다. 강루인이 주씨 가문에서 맞는 다섯 번째 새해였다.주씨 가문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에 자지 않고 밤을 새워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주세웅도 자리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먼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평소 사적인 관계가 어떻든 오늘은 다들 화목하고 단란한 모습이었다.땡, 땡.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하늘에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가 터졌다.강루인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말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 강루인.’그때 주영도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새해 복 많이 받아, 강루인. 자, 새해 선물.”그러고는 반짝이는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어두운 밤도 그 빛을 가리지 못했다.주영도는 강루인의 머리카락을 살짝 걷어내고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었다.그녀는 다이아몬드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그간 품고 있던 의문을 꺼냈다.“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해?”주영도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들어.”‘돈인데 싫어할 리가.’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세웅은 아이들마다 빠짐없이 세뱃돈을 나눠주었다.강루인처럼 이미 결혼한 이들에게도 세뱃돈을 줬다. 그녀는 두 손으로 세뱃돈 봉투를 받아 들고 공손히 인사했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늘 엄격해 보이던 주세웅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내년에는 세뱃돈 받는 사람이 한 명 더 늘도록 노력해봐.”주영도 역시 자신의 몫을 받으며 주세웅의 말에 답했다.“내년에는 꼭 증손주 안겨드릴게요.”아이를 낳으라는 잔소리에도 강루인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들이 물러나자 또 다른 가족이 세배를 올렸다.“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줄곧 투명인간처럼 조용히 있던 주가윤이 불쑥 다가왔다.그녀를 본 순간 강루인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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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하지만 주영도는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겨울은 본래 낮이 짧고 밤이 긴 계절이었다.강루인은 할머니가 오래 기다릴까 봐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강루인이 시간을 확인했다.“먼저 가 있을게. 다 끝나면 그때 와, 그럼.”“알았어. 일 다 처리하고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후 강루인은 직접 운전하여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해 차를 세운 다음 설 선물을 들고 내렸다. 그런데 몇 걸음 옮기지 않은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무심결에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남녀가 여린 여자를 잡아끌고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시간을 얼마나 더 줘야 하는데? 전에도 분명 약속했잖아. 이제 와서 말을 바꾸려고?”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강루인은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 놀랍게도 황다영이었다. 며칠 사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큰아버지, 큰어머니. 제발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돈 꼭 마련해서 갚을게요. 반드시 갚을게요...”황다영이 큰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자가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갚긴 개뿔! 얼마 안 되는 푼돈까지 전부 네 아버지 병원비로 쓰고 있잖아. 무슨 돈으로 갚을 건데?”“갚을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든 꼭 갚을 겁니다.”“그래. 그럼 지금 당장 갚아.”“제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지금 당장 돈을 갚든지, 아니면 기현재한테 시집가든지 하나를 선택해. 기현재랑 결혼하면 우리한테 빌린 돈은 퉁 쳐줄게.”기현재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황다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고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싫어요. 그 사람한테는 절대 시집 안 가요. 돈은 제가 꼭 갚을 테니까...”큰어머니는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황다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에 태우려 했다.황다영이 애처롭게 울면서 애원했지만 가족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강루인은 본래 남의 일에 끼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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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황다영은 겨우 몸을 바로잡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감사합니다.”“천만에요.”강루인은 짧게 대답한 후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입원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다영 역시 그녀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병문안 오신 거예요?”강루인이 답했다.“할머니가 여기 입원해 계세요.”황다영은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우리 아빠도 여기에 계세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물었다.“그 제안 왜 거절했어요?”“네?”황다영이 멈칫하자 강루인이 계속 말했다.“아까 어떤 남자한테 시집가라고 하던데.”대리모까지 하려 했다는 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황다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더니 수치심과 당혹감이 뒤섞였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겨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도 제가 형편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시는 거죠?”“그냥 궁금해서요.”황다영이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그 남자 가정 폭력이 심한 사람이에요. 앞서 세 명의 아내들 모두 그 사람한테 맞아서 심하게 다쳤어요.”시집갈 수는 있으나 죽고 싶진 않았다.주씨 가문의 아이를 낳아주는 건 그저 도덕에 어긋나는 일일 뿐이지만 기현재와 결혼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그리고 죽으면 아무도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나서서 풀어주고 싶어도 결국 함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하긴. 이렇게까지 거부하는 걸 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겠지.’강루인은 황다영의 눈빛에 담긴 깊은 절망을 읽었다.“아버님은 무슨 병인데요?”“백혈병이세요.”“큰아버지한테 얼마를 빌렸는데요?”“1억요.”황다영은 큰아버지가 이렇게 큰돈을 빌려준 건 고마우나 기현재와 결혼하는 건 정말 싫었다.돈은 반드시 갚을 테지만 그들의 조건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강루인이 말했다.“그 빚 내가 갚아줄게요.”황다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 환청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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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강루인은 가슴속에서 찬 바람이 휑하니 불어 뼛속까지 시린 냉기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모든 서글픔을 깊이 묻어두고 감정을 다잡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병실 문을 열었다.“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루인을 보자마자 이수희의 얼굴에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왔구나.”그녀의 시선이 강루인의 뒤로 향했다. 혼자 온 것을 확인한 순간 얼굴에 미세한 아쉬움이 스쳤다.그 모든 것을 지켜본 강루인이 먼저 나서서 설명했다.“영도 씨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 마무리되면 바로 올 거예요. 이 선물 다 영도 씨가 준비한 거예요.”그러고는 주영도가 준비한 선물들을 보여주었다. 이수희는 진실 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강루인이 이렇게 말하니 더는 묻지 않았다.“그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구나.”강루인은 절에서 특별히 구해온 평안 펜던트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이건 제가 할머니를 위해 특별히 구한 거예요. 목에 걸어드릴게요.”“작년에도 하나 구해왔잖아.”강루인이 낡은 펜던트를 빼며 말했다.“새해인데 당연히 새것으로 해야죠.”할머니의 만수무강을 바라며 절에서 진심을 다해 불공을 드렸다.강규덕이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강루인은 일부러 주방에 몇 가지 음식을 부탁하여 가져왔다. 이것으로나마 설 식사를 대신했다.강루인은 주영도가 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모습을 드러냈다.“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주영도가 차가운 겨울 공기를 안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강루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를 보자마자 이수희의 얼굴에 다시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어른으로서 가장 바라는 게 바로 자식의 행복이었다. 강혜미의 일이 있은 후에 그녀는 둘 사이에 혹시라도 금이 갈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이수희가 주영도에게 말했다.“어서 와. 마침 밥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먹자.”세 사람은 작은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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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할머니의 모습에 강루인은 마음이 아팠다.‘저게 사람이 할 소리야? 아들로서의 도리를 하기는커녕 부정 탄다니.’강루인이 나서서 말했다.“아버지, 우리 지금 할머니랑 같이 저녁 먹고 있어요.”“설에 왜 병원에 모여서 밥을 먹어? 주 서방, 나가서 먹는 게 어떻겠나? 안 그래도 마침 일적으로 할 얘기가 있는데...”강루인은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이수희가 입을 열었다.“규덕아, 설인데 일 얘기는 설 지나고 하면 안 돼?”“어머니가 일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세요?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세요. 설 지나면 늦는단 말이에요. 어머니가 지금 집안 살림을 맡지 않아서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모르죠? 어머니 병원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아요? 말은 쉽게 해도 지금 돈 벌기 얼마나 어려운데요.”도덕심이 높은 노인은 자식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느꼈다.강규덕의 말에 이수희는 말문이 막혀 순간 얼굴이 붉어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보다 못한 강루인이 나서서 한마디 했다.“아버지, 할머니 병원비 아버지 혼자만 내시는 게 아니잖아요.”“나 혼자 내는 게 아니라고? 그럼 네가 냈어?”‘아버지가 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할머니는 아버지를 낳고 길러준 친엄마인데.’“아버지는 할머니 치료비를 안 내셔도 돼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네가? 무슨 돈으로? 네 돈도 결국 다 우리 집 돈이잖아. 지금까지 집에 일전 한 푼 가져다주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돈 많은 척 허세를 부려? 집안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땐 왜 아무 말도 안 했어?”강루인은 그제야 강규덕이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뻔뻔하게 주영도의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구걸하는 듯한 태도에 강루인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피만 쪽쪽 빨아먹는 친정이 너무나 싫었다.시선이 다시 주영도에게 향했을 때 강규덕의 얼굴에 능글맞은 미소가 번졌다.“주 서방, 내가 괜찮은 식당 하나 아는데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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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이수희가 수술실에 들어갔는데도 강규덕은 여전히 사리 분별을 하지 못했다.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직 사업에 대한 열망만이 가득했다. 주영도가 전화를 받으러 나갔을 땐 안절부절못하며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이따가 영도 돌아오면 나 좀 도와줘야 해. 알았어?”수술실의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강루인은 할머니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그녀의 시선에 강규덕이 눈을 부릅떴다.“뭘 봐? 아버지 말 안 들려? 지난번에 네가 혜미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아서 우리 집안이 이렇게 된 거 아니야. 강씨 가문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 혜미가 앞으로 어떻게 좋은 집에 시집가겠어?”강루인이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강규덕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왜 말이 없어? 네가 주 서방이랑 결혼했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뭐라 해도 난 네 아버지야. 널 키워준 아버지라고. 인간이라면 보답할 줄 알아야지.”코끝의 소독약 냄새와 귓가에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극심한 대비를 이루었다.강루인이 물었다.“할머니 지금 수술 중이신 거 알고 계세요?”하지만 이 말은 강규덕의 양심을 건드리지 못했고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졌다.“지금 나한테 가르치려 드는 거야?”강루인이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두 분이 오지만 않았어도 할머니는 쓰러지지 않았어요.”강규덕이 눈을 부릅떴다.“대체 무슨 배짱으로 아버지한테 대들어? 감히 아버지의 자유를 제한하다니. 버르장머리 없는 것.”연상미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쟤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우리가 키워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잘 살 수 있었겠어?”그녀는 양녀 강루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염한 얼굴이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고아 주제에 내 딸보다 더 좋은 집에 시집갔다는 게 말이 돼?’가여운 딸만 생각하면 연상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강루인이 없었더라면 강혜미가 주씨 가문에 시집갔을 것이다. 주영도를 속이려다 결국 들켜서 지금 이 꼴이 될 일도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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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주영도는 강규덕네 부부를 덤덤하게 쳐다봤다.“루인이는 저의 아내이고 주씨 가문의 사람입니다.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권력 앞에서는 더 이상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주영도의 싸늘한 한마디에 강규덕도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억울함만 삼켰다. 연상미 역시 입을 다물었다.강루인은 주영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산처럼 든든한 뒷모습에 넋이 나간 나머지 강규덕네 부부가 떠난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바보야? 다리가 없어?”갑자기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루인은 정신을 차렸다.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때리려 하면 피해야지.”강루인이 손을 빼내면서 말했다.“그 사람 내 아버지야.”그의 시선이 강루인의 손에 닿았다.“그래서?”“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주영도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강루인의 마음이 온통 수술실에 향해 있었던 터라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간절한 기도 속에 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렸다.강루인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너무 오래 움직이지 않은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주영도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조심해.”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강루인은 다급하게 의사에게 물었다.“선생님, 저희 할머니 어떠세요?”의사가 대답했다.“환자분께서 뇌졸중 증상을 보이십니다. 앞으로 다시는 흥분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 각별한 주의와 안정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요.”강루인이 창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할머니는 병상에 가만히 누워 숨만 쉬고 있었다. 들썩이는 가슴을 보지 않았다면 살아 있는지조차 의심할 뻔했다.병실은 할머니가 쓰러지기 전 그대로였다. 미처 다 먹지 못한 음식들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몇 시간이 흘러 차갑게 식어버렸다.설 이튿날이라 간병인도 쉬어야 했기에 강루인이 밤에 할머니의 곁을 지켰다.주영도 역시 떠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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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주영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병실 안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의 숨소리가 다 들릴 정도의 적막이었다.그가 먼저 침묵을 깼다.“오늘 명절인데...”강루인은 그에게서 짙은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오늘 정말 회사에 간 거 맞아?”주영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날 미행했어?”강루인이 씁쓸하게 웃었다.“나한테 그럴 재간이 있을 리가.”그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아정 씨가 말해줬어. 점심때 아정 씨 부모님이랑 함께 있었다고.”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이 자리를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고. 난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이혼만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왜 두 여자 사이에서 힘든 일을 자초하는 걸까? 지치지도 않나?주영도는 지치지 않아도 강루인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쳤다.그가 시선을 거두고 설명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또 같은 대답이었다.“그런 게 아니면 뭔데? 대체 뭐가 그리 중요해서 친정에 가야 하는 날까지 날 내팽개치고 아정 씨 부모님을 만나러 간 건데?”주영도가 입술을 깨물었다. 두 눈에 찰나의 감정이 스쳤다.“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아정이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제발 오해하지 마.”‘이렇게 설명할 바엔 하지도 마. 아가씨를 만났는데 바지만 내렸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불륜의 정도도 깊고 얕음이 있는 거야? 아니면 하려다 만 것과 한 것을 구분하는 거야?’강루인이 말했다.“내가 오해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난 그냥 끝내고 싶을 뿐이야. 어차피 우리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고 영도 씨도 우리 결혼에 만족하지 않았잖아. 이젠 바로잡을 때라고 생각해.”“이혼은 안 된다고 했어.”“난 이혼하고 싶어.”주영도가 느긋하게 대답했다.“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강루인은 할 말을 잃었다.“소송을 걸면 법원에서 받아줄 거야.”“안북에서 너의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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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때의 강루인은 설령 주영도가 죽는다 해도 평생 그의 곁을 지키며 과부로 살겠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한 여자만 바라볼 수 없는 남자에게서 벗어나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강루인이 말했다.“이제 더는 영도 씨를 좋아하고 싶지 않아.”그 말이 떨어진 순간 병실 안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천지가 개벽할 만한 비밀이 태양 아래 폭로된 것처럼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다.“날 좋아한다고?”주영도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강루인은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보며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그의 주변 사람들 모두 강루인이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인 그만 몰랐다. 얼마나 둔감하고 그녀에게 무관심했기에 그렇게 티를 냈는데 몰랐단 말인가?만약 좋아하지 않았다면 생사도 불분명한 그를 위해 액막이로 결혼했을 리 있겠는가?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의 의식주를 챙기고 지극정성으로 돌봤을 리 있겠는가?차라리... 좋아하지 말걸.좋아하지 않았다면 신경 쓰이지도, 상처받지도, 괴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안주인으로서 그의 돈을 쓰기만 하면 됐을 텐데.결국에는 강루인이 너무 욕심을 부렸고 너무 많은 것을 원했다.강루인이 말했다.“이젠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고.”주영도는 그녀의 고백을 처음 들었다. 충격과 의아함에 어안이 벙벙해졌고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강루인이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자신의 집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주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액막이인 결혼을 절대 했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 이 결혼의 목적이 결국 부와 명예 때문이 아니었던가?과거를 되짚어보며 강루인이 잘해주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주영도는 그제야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를 너무 나쁘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난 정말 몰랐어...”“중요하지 않아, 이젠. 예전에 내가 영도 씨를 좋아한 걸 봐서라도 제발 이혼해줘.”주영도는 그녀에게 다가가 시선을 늘어뜨리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 마음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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