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201 - Chapter 210

281 Chapters

제201화

선샤인 빌리지 밖, 함지율의 차가 멈춰 서 있었다. 강루인이 나오는 걸 보고는 바로 내려서 그녀의 짐을 옮겨주었다.차 안의 따뜻한 온도가 강루인의 몸에 배어 있던 한기를 몰아냈다.함지율은 차를 몰아 강루인의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짐도 함께 정리해줬다.“이것들을 다 팔고 싶은데 어디 아는 데 있어?”강루인이 화려한 보석들을 보며 말했다.“전부 다 팔려고?”함지율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돈으로 바꾸고 싶었다.“아는 데가 있긴 한데 만약 이혼할 생각이라면 이 보석들을 함부로 처리해선 안 돼.”“왜?”함지율이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남자 측에서 여자한테 증여한다는 서명서가 없는 이상 이 물건들은 부부 공동 재산이야. 너의 개인 소유가 아니라.”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주영도가 선물을 줄 때 그런 서류를 작성했을 리 없었다.선물할 때는 통 크게 줬지만 정작 네것 내것을 따져야 할 때는 일전 한 푼도 얻지 못할 것이다.강루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해졌다.“그러니까 이것들을 다 괜히 가져왔다는 거네?”강루인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함지율은 잔혹한 현실을 알려줘야 했다.강루인이 쓴웃음을 지었다.‘이게 뭐야? 5년 동안 일전 한 푼 받지 않고 일하다가 마지막에 사장한테 월급을 다 달라는 꼴이잖아.’그동안 재벌들의 결혼을 수도 없이 본 함지율은 결혼이 결국 게임일 뿐이고 약자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함지율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그것보다 지금은 어떻게 이혼할지를 생각해야 해.”하지만 위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심란해졌다. 이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까지 주씨 가문에 이혼한 선례가 없다고 했던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집안의 사생아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우는 건 주씨 가문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게다가 주영도에게 사생아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문제 될 것이 없었다.하지만 이혼하지 않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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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강루인이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영도 씨를 만나러 온 걸 왜 외부인인 아정 씨한테 말해야 하죠?”그 말에 구아정의 눈빛이 번뜩였으나 뭔가 생각난 듯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대표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알지만 자제 좀 부탁할게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모두의 업무에 방해를 주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그 말인즉슨 강루인이 뻔뻔하고 질척거리는 여자라는 뜻이었다.강루인은 그녀의 뜻을 단번에 알아들었다.“한 번 더 말하는데 당장 비켜요.”구아정의 앞잡이 나지원이 또 나서서 거들었다.“강루인 씨, 제발 그만해요. 좋은 말로 하니까 못 알아듣겠어요? 지난번에 쫓겨나면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 그새 잊었어요?”“아정 씨, 저 여자랑 말 섞을 필요 없어요. 임자 있는 남자한테 달라붙는 내연녀가 얼마나 파렴치한데요. 그냥 내쫓아버려요. 자꾸 말 섞으면 자기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단 말이에요.”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강루인과 달리 구아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고 눈빛에 불쾌감이 스쳐 지나갔다.강루인이 구아정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원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내연녀들이 파렴치하긴 하죠. 아정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나지원은 구아정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비난했다.“파렴치한 걸 알긴 아네요?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건가요?”“지원 씨 상대를 잘못 욕했어요.”강루인의 시선이 구아정에게 머물렀다.“파렴치하다는 단어는 나한테 쓸 단어가 아니에요. 내 말이 맞죠? 구아정 씨?”구아정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강루인을 노려봤다. 하지만 나지원이 서 있는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눈엣가시 같은 너만 없었더라도 영도 오빠 와이프 자리는 내 것이었어. 그런데 감히 나를 모욕해?’강루인은 그녀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었다. 그녀들을 지나쳐 주영도의 사무실로 향했다.“거기 서요! 누가 들어가라고 했어요?”구아정이 반응하기도 전에 나지원이 먼저 나서더니 강루인의 팔을 잡고 끌어내려 했다.강루인이 그녀를 쏘아보았다.“이 손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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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주영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강루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를 이어갔다.“나랑 거기 다녀와야지. 언제 시간 돼?”주영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적당히 해. 여기는 네가 함부로 난동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그 말에 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어떤 곳인데?”그러고는 그의 몸을 훑어보면서 계속 말했다.“내연녀를 숨겨두는 곳인가? 영도 씨의 신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정 씨의 신분이 무엇인지 내가 상기시켜줘야겠어?”강루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상해졌다.‘저게 무슨 말이야? 내연녀라니? 신분은 또 뭐고? 구아정 씨가 대표님의 아내가 아니란 말이야?’구아정 역시 주변에서 쏟아지는 탐색의 시선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주영도의 아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서는 안 되었다.구아정이 낮게 말했다.“오빠, 나 머리 아파...”그 말에 주영도가 나가려 하자 강루인이 다시 앞을 막아섰다.“난 다른 사람들이 알아도 괜찮아.”구아정이 강루인을 노려보았다.‘이 여자가 미쳤나? 말해봤자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영도 오빠의 심기를 건드리면 오히려 득이 될 게 전혀 없을 텐데.’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적당히 해. 미친 짓 하지 말고.”‘구아정이 안 좋은 소문에 시달릴까 봐 그렇게 걱정돼?’강루인은 가방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주영도의 가슴팍에 확 던졌다.“여기에 사인만 해주면 더 이상 미친 짓 하지 않을게.”합의서가 그의 가슴팍에서 미끄러져 구아정에게 떨어졌다가 결국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호기심에 머리를 쑥 내밀었다. 눈치 빠른 노윤환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보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가리고 이혼 합의서를 주워들었다.대표가 이혼당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가까이 있었던 구아정도 합의라는 두 글자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구아정의 두 눈에 빛이 스치더니 너그러운 척했다.“오빠, 그냥 루인 씨랑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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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노윤환이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이혼은 작은 일이 아니에요.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어떨까요?”강루인은 그를 돌아보면서 대답 대신 질문을 건넸다.“노 비서님은 아내가 매일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나요?”“...”노윤환이 아무 말이 없자 강루인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다들 못 참으면서 왜 나한테만 참으라고 하는 거죠?”‘내가 그 정도로 가치가 없는 사람이란 말이야?’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한 후 강루인은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왔다.노윤환은 억울하기만 했다.‘아니, 아직 솔로인 나한테 저주하는 것도 아니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사모님, 어디 가시는데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결혼 생활이 불행한 사람과는 굳이 따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강루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괜찮아요. 앞으로 주영도의 아내가 될 사람한테나 잘해줘요.”사실 노윤환에게 화풀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아무리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도 사람을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는 건 무례한 행동이었다.노윤환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사무실 동료들은 노윤환이 올라오자마자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우르르 몰려갔다.“노 비서님, 강루인 씨가 했던 말이 다 무슨 뜻이에요? 구 비서님이랑 대표님은 무슨 사이이고 강루인 씨랑 대표님은 또 무슨 사이예요? 그리고 아까 그 서류는 또 뭔데요?”노윤환이 그들을 훑어보며 덤덤하게 물었다.“궁금해요?”다들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노윤환이 또 말했다.“대표님한테 직접 여쭤봐요, 그럼.”순간 공기가 썰렁해졌다. 주영도에게 직접 묻는다는 건 웬만한 배짱으론 불가능했다.노윤환이 가버린 뒤에도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계속 수군거렸다.나지원은 끝까지 구아정의 편을 들었다.“뭘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구 비서님이랑 강루인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누가 더 중요한지 모르겠어요?”“누가 중요한지 궁금한 게 아니라 구 비서님이 진짜 대표님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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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기억 속의 그녀와 약간 닮은 구아정을 내려다보던 주영도는 잠시 멍해졌다.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억 속의 그 사람은 너무나 밝았고 활기가 넘쳤다. 흐릿한 기억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모든 장면이 그의 심금을 울렸다.그러다 결국에는 강루인의 고요하고도 다정한 모습으로 변했다. 강루인은 항상 말없이 그의 곁을 지켰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불렀었다.“영도 씨.”기억 속의 그 목소리가 순식간에 주영도를 현실로 끌어들였다.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그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마음속의 모든 감정을 털어냈다.“난 루인이랑 이혼하지 않아. 루인이는 내 아내고 나중에 생길 내 아이의 엄마야.”구아정의 반짝이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를 위해 기뻐하는 척했다.“오빠가 잘 지내는 걸 알면 언니도 기뻐할 거야.”구연정 얘기에 주영도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움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슬픔이 드리워졌다.“그렇겠지.”구아정은 이불 아래에서 손을 꽉 움켜쥐었다. 두 눈에 질투심이 스쳐 지나갔다....저녁, 주영도는 직접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면서 얘기를 잘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싸우는 건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다.선샤인 빌리지.주영도가 외투를 벗자 진경자가 다가와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돌아서는 진경자를 보던 주영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예전에 이런 일들은 모두 강루인이 직접 했었다. 그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녀가 완벽하게 챙겨줬었다.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강루인이 성질을 부리면서 그에게 무관심하기 시작했다.자세히 생각해보니 구아정이 돌아온 후부터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던 것 같았다.주영도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히 명확하고 알아듣기 쉽게 얘기했는데 왜 계속 알아듣지 못하고 그와 싸우려 하는 걸까?예전에는 아주 말을 잘 들었고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달라졌을까?생각을 거두고 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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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강루인은 흠집 있는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남편을 다른 여자와 나눠 갖는 건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주영도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나랑 아정이 특별한 사이인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오빠 동생 사이예요. 그리고 루인이랑 이혼할 생각도 없고요.”진경자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저한테 설명해봤자 소용없어요. 대표님이랑 이혼하려는 사모님한테 설명하셔야죠.’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진경자는 그래도 주영도가 강루인을 잘 달래서 데려왔으면 했다.‘대표님이 사모님한테 마음이 있으신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지? 난 두 분의 아이까지 돌봐줄 생각이었다고.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나?’강루인이 갈 만한 곳이 몇 군데 없었다. 누구보다 잘 알았던 주영도는 강씨 가문 본가와 병원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함지율네 집으로 향했다.함지율이 웬일로 흔쾌히 문을 열어주었다. 팔짱을 낀 채 현관 벽에 기대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어머, 귀한 분이 오셨네요? 이 누추한 곳에 오시다니, 아주 영광입니다.”‘영광이긴 개뿔.’주영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루인 어디 있어요?”함지율이 씩 웃었다.“백마 탄 왕자님이 데려갔어요.”주영도의 눈빛이 싸늘해져도 함지율은 조금도 겁먹지 않고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째려봐요? 대표님만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고 우리 루인이는 다른 남자 만나면 안 돼요? 루인이한테 대시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국내에서부터 해외까지 줄을 섰다고요. 대표님이 루인이의 전부인 줄 알았죠? 정신 차려요. 널리고 널린 게 남자인데. 대표님을 떠나면 루인이는 오히려 더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어요.”‘자기가 뭐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주영도가 집안을 둘러봤지만 강루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더 머물지 않고 나오려 했다.그러다가 함지율을 지나가면서 걸음을 멈추고 한마디 경고했다.“지율 씨의 그 그릇된 생각들 루인이한테 주입시키지 말아요. 루인이는 바르고 정직한 여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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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이렇게 나오겠다? 내가 당하기만 할 것 같아?’경찰서로 끌려간 주영도는 강루인에게도 경찰을 보냈다.강루인은 현관 외시경으로 관리사무소 직원과 그 뒤에 제복 차림의 경찰 두 명이 서 있는 걸 봤다.그들이 결과를 알려주려고 온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강루인을 잡으러 온 것이었다. 그것도 절도 혐의로.그녀가 집안의 액세서리를 훔쳤다고 경찰에 신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주영도는 신분까지 밝혔다. 주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경찰은 즉각 움직였다.주영도가 문 뒤에서 걸어 나오더니 강루인의 영역으로 당당하게 침입했다. 그러고는 문밖에 서 있는 경찰들을 돌아보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저희 부부가 좀 다퉜거든요. 여러분의 귀한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부부싸움이라는 소리에 경찰들은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하여 상황을 마무리한 후 자리를 떠났다.강루인이 주먹을 꽉 쥐고 주영도를 노려봤다.“주영도, 이 파렴치한 놈아!”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분노해도 주영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짐 싸. 집에 가자.”방으로 들어간 강루인은 캐리어 하나를 들고나와 주영도에게 건넸다.“영도 씨 물건 가지고 내 집에서 나가.”캐리어 안에 강루인이 선샤인 빌리지에서 가져온 보석들이 가득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다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주영도가 캐리어를 보며 말했다.“괜한 짓만 안 한다면 다 네 것이 될 수 있어.”강루인이 피식 비웃었다.“영도 씨, 난 거지가 아니야.”그의 보잘것없는 동정 따위 필요 없었다. 거지에게도 자존심이 있었으니까.날을 세운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지쳐버린 주영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제발 그만 좀 하면 안 돼?”그는 항상 이랬다. 그녀의 요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억지를 부린다고만 생각했다.그에게는 돌봐야 할 사람이 많았지만 그중에 강루인은 없었다. 강루인이 조금이라도 감정을 표현하면 말을 못 하게 막았고 물러서기를 강요했다.주영도는 차분한 목소리로 논리를 따졌다.“내가 어떻게 하면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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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두 사람이 서로 뒤엉키는 와중에 강루인의 잠옷 어깨끈이 흘러내리며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강루인의 글래머한 가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몸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주영도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눈빛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그는 절대 자신을 박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진 지도 꽤 오래된 터라 순간 모든 생각이 아랫도리로 쏠리는 것 같았다. 주영도가 몸으로 누르자 강루인이 저항했다.“영도 씨를 성폭행으로 신고할 수도 있어.”주영도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에 고정했다.“우린 아직 법적으로 부부야.”그의 입술이 그녀의 하얀 어깨에 닿았다.“만지지 마. 더러워.”주영도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여 입맞춤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부부로 지낸 지 몇 년이지만 실제로 입을 맞춘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영도에게 키스는 매우 친밀한 스킨십 중 하나였다.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꽤 좋았다. 진한 스킨십을 나누고 싶은 주영도와 달리 강루인은 그의 뜻대로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입을 벌려 주영도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주영도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신음할 정도로 아픈데도 입맞춤을 멈추지 않았다. 강루인이 세게 문 바람에 피비린내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입안을 휘저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영도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서로를 정복하려는 듯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승패를 가릴 수 없던 그때 외부의 개입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구아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발신자를 보자마자 강루인의 두 눈에 조롱이 스쳤다. 주영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커다란 손으로 부드러운 그곳을 어루만졌다.그래도 몇 년간 한 이불을 덮고 잔 터라 서로의 예민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강루인이 아무리 저항해도 생리적인 반응은 참을 수 없었다. 낮은 신음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주영도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귓불을 문 채 속삭였다.“이것 봐. 너도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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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주영도가 하다 말고 가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라 강루인은 놀라지도 않았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몸을 웅크렸다.다음 날 욕실의 거울 앞.주영도가 남긴 키스 자국이 희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해졌다. 강루인은 컨실러로 모두 가리고 나서야 출근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원효정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루인 씨도 신인 대회에 지원했다면서요?”‘루인 씨도? 그럼 너도 지원했단 말이야?’강루인의 생각이 바로 사실로 확인되었다. 원효정이 턱을 치켜들고 거만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있는 한 루인 씨가 주목받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강루인이 말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 몰라요? 그리고 효정 씨 경쟁자는 나 하나뿐이 아니에요. 나한테 허세를 부릴 시간에 효정 씨 작품에나 집중하는 게 좋을걸요?”“지금 겁먹어서 이러는 거 다 알아요.”강루인은 어이가 없었다.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원효정에게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머리가 좀 텅 빈 것 같았다.강루인은 아침부터 멍청이와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 먼저 탕비실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내렸다.그때 차성열이 밖에서 들어왔다.“수고했어.”강루인은 순간 멈칫했다. 뭘 수고했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네?”차성열도 커피를 한 잔 내렸다.“원효정 말이야.”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멍청이에게 시달리는 게 얼마나 피곤한 건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왠지 차성열이 그녀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강루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가 더 수고했죠.”사람들은 누구나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법. 강루인도 예외가 아닌지라 바깥을 힐끗 보며 말했다.“선배 앞으로의 반쪽이 효정 씨예요?”가족의 부탁이라고 말했던 걸 보면 그 가족이 원효정의 아버지인 원기성은 아니었다.외국에 있을 때 원기성을 거절했기에 차씨 가문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차성열이 답했다.“아니. 난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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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두 사람이 이젠 못하는 얘기가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았다. 이런 얘기까지 한 걸 보면.강루인의 표정을 살피던 구아정은 몰래 속으로 기뻐했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구아정이 또 말했다.“내가 도와줄 수 있어.”“날 도와준다고?”“응.”강루인은 그녀가 잡고 있던 손을 거두었다.“필요 없어.”갑자기 찾아와 이런 말을 하다니, 절대 좋은 일일 리가 없었다.구아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왜? 이혼하기 싫어?”강루인이 무심하게 답했다.“내가 이혼하든 안 하든, 언제 하든 너랑은 상관없어.”‘쓸데없는 오지랖은 사양이야.’말을 마치고는 곧장 돌아섰다.그런데 구아정이 강루인을 다시 잡으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강루인의 두 눈에 짜증이 가득 찼다.‘왜 또 잡아? 끝이 없어, 정말.’“이거 놔!”구아정이 강루인의 뒤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팔을 힘껏 꼬집었다.순간 밀려온 고통에 강루인은 본능적으로 구아정의 팔을 뿌리쳤다. 바로 그때 구아정이 줄 끊어진 연처럼 뒤로 넘어지려 했다.강루인이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왜 또 이래?’그러다가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주영도가 슈퍼맨처럼 쏜살같이 달려와 바닥에 넘어진 구아정을 번쩍 일으켜 세웠다.그는 강루인을 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왜 사람을 밀고 그래?”강루인의 시선이 ‘나약한’ 구아정에게 향했다.구아정은 착한 척하면서 강루인을 대신해 설명했다.“내가 중심을 못 잡아서 넘어진 거야, 루인 언니랑은 상관없어.”강루인이 무표정하게 말했다.“들었지? 나랑 상관이 없다잖아.”하지만 그의 눈빛에 책망의 뜻이 담겨 있었다.“아정이가 널 위해서 상관없다고 한 건데 그걸 덥석 받아들여?”‘언제부터 이렇게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졌지?’강루인이 말했다.“원래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주영도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강루인, 언제부터 이렇게 독해졌어? 사람을 미는 것도 모자라 책임까지 전가해?”그녀는 보잘것없는 일에 감정을 낭비하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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