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자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문이 다시 닫혔다. 방 안에 음식을 씹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강루인은 진경자가 차려준 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비웠다. 그제야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밥을 다 먹은 후에는 또다시 침대에 누웠다.밤이 깊어졌을 무렵 눈을 뜬 강루인은 몸을 일으켜 침대 시트를 끌어냈다. 그러고는 시트를 묶어 밧줄처럼 만든 다음 한쪽 끝은 방 안에 단단히 묶고 다른 한쪽 끝은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렸다.손으로 세게 당겨보면서 아무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시트를 꽉 잡고 밑으로 천천히 내려갔다.발이 땅에 닿은 순간 강루인은 주저 없이 선샤인 빌리지의 정문을 향해 달렸다.귀에 바람 소리와 그녀의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 강루인은 1초도 멈추지 않고 길가로 달려 나왔다.길옆의 어느 한 가게에 도착한 후 주인에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깊은 밤, 함지율이 차를 몰고 급히 달려왔다. 맨발로 서 있는 강루인을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강루인이 먼저 말했다.“나 병원에 좀 데려다줘, 지율아.”함지율이 운전하면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야?”강루인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함지율이 크게 분노를 터뜨렸다. 이젠 무슨 말로 주영도를 욕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짐승이라 욕하는 것도 그에게는 너무나 약한 욕이었다.인간으로서 어찌 아내에게 잠자리 파트너가 돼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옛날에 정실부인에게 첩이 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아니, 그래도 다른 점이 있었다. 첩은 명분이라도 있지만 주영도는 명분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정말 인간말종이네.’함지율은 강루인을 병원에 데려다줬다.지금 당장 안북시를 떠나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영도의 애인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강루인이 병원으로 온 이유는 이수희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함지율이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가지러 갔다.한밤중에 깨어난 이수희는 병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