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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Author: 비담
그 과정에 주영도가 쾌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강루인은 전혀 즐기지 못했고 그냥 아프기만 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면서 양심의 가책도 조금이나마 싹트는 듯했다. 처음으로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 씻겼다.

강루인의 피부가 연약해서 조금만 꼬집어도 금세 자국이 생겼다.

주영도는 훨씬 부드러워진 손길로 그녀를 씻겨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우린 부부지, 경쟁자가 아니야. 서로 맞춰가면서 살자.”

그녀는 했던 약속이 떠오른 듯 반박하지 않고 고분고분 대답했다.

“알았어.”

그 대답에 주영도는 어떻게 이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씻은 후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웠다. 주영도는 얘기를 더 하고 싶었으나 강루인은 이미 눈을 감아버렸다. 시간도 늦었던 터라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기에 앞으로 얼마든지 관계를 조율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예전처럼 되돌릴 자신도 있었다.

다음 날.

그녀는 또다시 피임약을 삼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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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536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이 필요한 법이다.이홍섭의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가 된 강루인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업무에 치여 딴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눈을 뜨기 무섭게 원고를 그리라느니, 수정을 하라느니 재촉하는 바람에 강루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일상을 보냈다.“이 서류 가지고 공사 현장에 좀 다녀와.”이홍섭이 강루인에게 서류를 툭 던졌다. 그가 거느리는 공사 팀 직원에게 전달해야 하는 서류였다.강루인이 서류를 챙겨 문을 나서려던 그때 이홍섭이 또 심부름을 추가했다.“오는 길에 행복전집에 들러서 육전 좀 사 와.”공사 현장은 남쪽이고 행복전집은 북쪽이었다. 오는 길에 들르기엔 너무나 멀었다.강루인이 말했다.“스승님, 육전은 너무 기름져요. 연세도 있으신데 소화 안 되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담백한 거 드시면 안 될까요?”너무 멀리 가기 싫었던 강루인이 은근슬쩍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이홍섭이 눈을 부릅떴다.“나 아직 칠순도 안 됐어. 연세가 있긴 개뿔. 넌 나이도 어린 게 어쩜 할머니보다 잔소리가 더 심해? 잔말 말고 얼른 다녀와. 일 좀 시키려 하면 저렇게 싫은 티를 낸다니까. 내가 아직 사지가 멀쩡해서 다행이지, 나중에 늙어서 침대에 누워 수발이라도 받아야 하면 넌 바로 나를 강물에 던져버릴 녀석이야. 맞지?”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로 받아치는 데다 미래의 그녀를 벌써 배은망덕한 제자로 몰아세우는 통에 강루인은 더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꼬리를 내리고 문을 나섰다.뒤에서 이홍섭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2인분 사 와. 1인분으로는 모자라니까.”강루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알았어요.”그녀가 도착한 곳은 개발 구역에 위치한 공사 현장이었다. 주변이 삭막하기 그지없는 그곳에서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넸다.“고마워.”담당자가 강루인의 대학교 선배였다.강루인이 손사래를 치며 바쁘니 얼른 가보라고 했다. 이홍섭에게 육전을 사다주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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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533화

    이홍섭이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주선 그룹이 참여한다면 이번 협력은 없던 일로 하죠.”“스승님.”강루인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이홍섭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단호하게 밝혔다.예상치 못한 반응에 협력 측이 흠칫 놀랐다.협력이 무산됐으니 이 자리를 더 이어갈 이유도 없었다. 이홍섭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루인도 별수 없이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스승님...”“왜 자꾸 불러? 그러다 꿈에 나오겠어.”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연세도 있으신 분이 어쩜 이렇게 화가 많으신지.’그녀가 말했다.“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 없어요.”강루인과 주영도의 악연이지, 이홍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이홍섭이 강루인을 흘겨보더니 웃을 듯 말 듯 했다.“아무리 착각도 자유라지만 원래 이렇게 얼굴이 두꺼웠어? 누가 너 때문이래?”‘고집불통 영감님 같으니라고.’강루인이 되물었다.“저 때문이 아니면 왜 계약을 안 하시는데요?”이홍섭이 툴툴거렸다.“이게 아주 사사건건 간섭이야. 네가 선생이야, 내가 선생이야? 아주 기가 살아서는.”독설이 날아와도 강루인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생글생글 웃었다.“스승님이 걱정돼서 그러죠.”그가 피식 웃었다.“네 앞가림이나 잘해. 난 가질 거 다 가져서 네 걱정 따위 필요 없어.”‘오늘따라 왜 이렇게 화가 많으시지? 아침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교수님, 교수님...”그때 협력업체 관계자가 방에서 쫓아 나왔다.“섣불리 이러시지 마시고 얘기 좀 하시죠.”“더는 할 얘기 없습니다. 앞으로 주선 그룹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면 전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그들과 말을 섞기 싫었던 이홍섭이 강루인과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루인아.”이홍섭을 설득하던 그때 복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강루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협력업체 관계자가 웃으며 그를 반겼다.“주 대표님.”주영도가 다가오는 협력업체 관계자를 지나쳐 곧장 강루인의 앞으로 다가가 이홍섭에게 깍듯하고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532화

    강루인은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홍섭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강루인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팔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젊은 나이에 벌써 은퇴 생각을 해? 일흔이 넘은 나도 이렇게 현역으로 뛰는데 어디서 스승보다 먼저 은퇴를 입에 올려? 꿈도 야무져, 아주.”이홍섭이 설계 방안 몇 개를 강루인에게 건넸다.“일주일 안에 초안 뽑아내.”“스승님, 저 AI가 아니에요.”“네가 AI였으면 일주일이나 줬겠냐?”강루인이 말을 잇지 못했다.‘아니,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에요?’그녀가 두 손을 펼쳐 보이며 거절했다.“저 못 해요.”일주일이 아니라 보름을 줘도 그리지 못할 것 같았다.강루인의 말에 이홍섭이 눈을 부릅뜨고 화난 척했다.“졸업했다고 이제 내 말이 우스워?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말 몰라?”“스승님...”강루인은 계속 거절하고 싶었으나 머릿속이 엉망이라 그럴 기운이 없었다.이홍섭이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회초리라도 들까?”그때 옆에서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차성열이 입을 열었다.“제가 가져다드릴게요.”강루인은 어이가 없었다.‘선배까지 왜 저래?’이홍섭이 두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넌 좀 맞아야 해.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결국 맞지 않기 위해 강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이홍섭이 역시 사람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는 강루인을 집에 보내지 않고 아예 작업실에서 지내라고 했다.매일 쏟아지는 설계도 수정에 강루인은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없었다. 이홍섭의 끊임없는 지적과 호통에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강루인이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그때 이홍섭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오늘은 그만하고 나랑 어디 좀 다녀오자.”강루인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착실한 학생처럼 짐을 챙겨 그를 따라나섰다.이홍섭이 데려간 곳은 협력업체와의 미팅 자리였다.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138화

    주영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강루인은 적잖이 놀랐다.“여긴 어떻게 왔어?”주영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다쳤어?”“발목을 삐끗했어.”그의 시선이 차성열의 손에 닿은 순간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주영도는 곧바로 강루인을 그의 옆으로 잡아당겼다.“제 아내인데 차성열 씨한테 폐를 끼쳐선 안 되죠.”차성열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여유롭게 약봉지를 강루인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발목에 약 더 뿌려야 해. 자기 전에 한 번 더 뿌려.”“알았어요.”강루인이 약을 받으려 손을 내민 그때 주영도가 이미 봉지를 들고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154화

    강루인은 함지율의 어깨에 조용히 기댔다. 주영도의 차가 쫓아오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젠 정말 너무 지쳤다.시간이 늦어 그들은 내일 떠나기로 했다.호텔 방 두 개를 잡았는데 차성열이 한방을 쓰고 강루인과 함지율이 한방을 쓰기로 했다.주영도는 호텔까지 끈질기게 따라왔다.노윤환이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을 보며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말이 끝나자마자 주영도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 모습을 본 노윤환도 서둘러 그를 따랐다.주영도는 강루인의 맞은편에 방을 잡았다. 하지만 강루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128화

    주선 그룹을 떠난 강루인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돌아갔다.할머니가 깨어나지 않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한편 주영도는 오전 업무를 마친 뒤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루인의 연락이 없는 걸 본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루인이도 강씨 가문을 별로 신경 쓰지 않네.’주영도가 멍하니 있자 구아정이 불렀다.“오빠...”정신을 차린 주영도가 물었다.“왜?”구아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의사 선생님이 검사 보고서를 가지러 오래.”주영도가 그녀의 가슴께를 힐끗 쳐다봤다.“같이 가자.”“나 혼자 갈 수 있어.”“내가 운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화

    원효정이 사회 초년생 같진 않았지만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강루인은 그녀가 왜 다가와 인사를 건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스티븐이 그녀와 몇 마디 더 나눈 것이 원효정의 질투를 부른 것이었다.원효정이 뭐라 더 말하려던 찰나 원기성에게 불려갔다.강루인도 이홍섭 덕에 이 자리에 온 터라 스승의 체면을 깎지 않으려 조용히 듣기만 했다.세미나 일정이 꽤 자유로웠다. 여유 시간에 밖으로 나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홍섭과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차성열과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시간이 맞아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차성열이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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