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연결음이 울리자마자 몇 초 지나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구연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초원아.”주초원은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입을 열었다.“토요일 저희 할아버지가 팔순 잔치라 연회를 열어요. 저녁 6시에 시작할 거니까 시간 맞춰 와요.”구연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가도 괜찮을까?”주초원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요? 오빠 안 보고 싶어요? 그날 한지은도 온대요.”그 말에 구연정은 곧바로 태도를 바꾸었다.“초원아, 초대해 줘서 고마워.”용건이 끝나자마자 주초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을 듣던 구연정은 휴대전화를 천천히 내려놓더니 창가에 서서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깊은 밤, 짙은 어둠이 그녀의 표정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다.달은 여전히 그달이었지만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주초원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구연정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한때는 언니라 부르며 뒤 따라다니던 어린 소녀는 이제는 자라서 존중은커녕 노골적인 경멸감만 남아 있었다.그럼에도 구연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주세웅의 팔순 연회 당일이 되었다.주씨 가문 사람들은 이른 시간부터 연회장에 도착해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연회장은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한지은은 한철민과 함께 도착했고 그들을 본 주세웅은 직접 나와 맞이했다.한철민은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이봐, 당신은 왜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지?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여.”주세웅 역시 웃는 얼굴로 받아쳤다.“당신은 여전하군.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건 그대로야.”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사이에도 주세웅은 한지은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지은아, 회사 생활은 어떠냐? 불편한 점은 없고?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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