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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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주영도는 천천히 눈을 들어 차가운 시선으로 최지호를 바라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됐다.최지호는 그 시선을 읽고도 개의치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며 애매모호하게 말했다.“근데 말이야, 네가 성격이 워낙 더러워서 누굴 건드려도 본인은 절대 모를걸.”주영도는 그의 비꼬는 말에 더 이상 흥미가 없었다.그는 귀찮다는 듯 냉정하게 말했다.“볼일 있어?”최지호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5년이야. 아직도 그 사람 못 잊은 거야?”그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넓은 사무실은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주영도는 얼굴을 굳힌 채 감정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 누구도 지금 그의 마음과 생각을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최지호의 시선은 책상 위 액자에 머물렀다.사진 속 강루인을 바라보며 그는 문득 한때 그들이 한 가족처럼 화목하고 다정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액자를 눕히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래됐잖아. 이제는 놓을 때도 됐어.”강루인은 이미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그렇다면 주영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그저 스스로 고통을 자초할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그 말에 주영도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액자를 다시 바로 세우더니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다른 일 없으면 나가.”그의 태도에는 최지호의 조언을 단호히 거절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주영도는 여전히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최지호가 친구로서 충분한 경고를 건넸음에도 결국 새로운 시작을 거부한 사람은 주영도 자신이었다.넓은 사무실에 홀로 남은 그는 사진 속 강루인을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예전의 그는 과거에 얽매여 추억 속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면 늘 비겁하다고 경멸하곤 했었다.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야 하며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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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큰일 났습니다.”눈이 펑펑 내리는 금요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노윤환은 굳은 얼굴로 급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노윤환은 간결하게 상황을 보고했다.천공 홀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해당 공사는 주영도의 삼촌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젝트로 완공되면 대형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인 정부 주도 사업이었다.사실 공사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일 자체는 드문 일도 아니었다.현장 열 곳 중 거의 아홉 곳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대부분은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며 넘어가곤 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이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이미 외부에 노출되어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순식간에 인터넷에는 테마파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단순 사고가 아니라 살인 가능성이라는 의혹까지 덧붙여졌다.노윤환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현재 공사 현장은 기자들로 완전히 포위된 상태입니다.”착공식 당시에도 이미 많은 기자가 몰렸던 만큼 이번 스캔들은 취재 열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었다.주영도는 냉정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삼촌은 지금 어디에 있지?”노윤환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부대표님은 지금 노르드섬 여행 중이십니다.”삼 일 전 주용준은 오로라를 보러 노르드섬으로 떠났다고 했다.그의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은 노윤환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요즘 젊은이들이 낭만을 즐기는 건 이해하지만 이미 오십이 넘은 주용준이 이렇게 한가롭게 놀러 다닌다는 건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 말을 들은 주영도의 무표정한 얼굴에 아주 잠시 변화가 스쳤고 눈썹 사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움직였다.“이미 부 대표님 비서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전달했습니다. 다만 연락이 잘 안 닿고 있습니다.”주영도의 관심은 더 이상 주용준에게 머물지 않았다.그의 경솔한 행동은 이미 하루이틀이 아니었기에 놀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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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주영도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냉정하게 말했다.“사람 보는 눈이 없어 회사에 벌레 같은 놈을 들여보낸 것도 모자라 공사 현장에서 사람까지 죽게 했으니, 참 대단하시군요.”오기택은 주용준이 직접 데려온 사람이었다.평소에도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한 가족처럼 지내던 사이였다.사실 오기택은 그가 데리고 다니는 내연녀의 오빠였다.이번에 노르드섬 여행을 간 것 역시 그 내연녀와 함께였다.동생은 주용준에게서 이익만 챙겼고 오빠는 회사에서 돈을 빼돌렸으며 남매가 짜고 친 계획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사생활이 얼마나 복잡하든 저는 관심 없습니다. 다만 회사 일을 장난으로 생각하시면 안 되는 거죠.”공사 현장에서 숨진 사람은 공정 책임자였다.사실 이 인물 역시 오기택이 끌어들인 사람이었고 그들과 한패였다.그러나 이익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생겼고 그 끝에 결국 한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숨진 공정 책임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아무리 요구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었기에 결국 그는 내부 폭로로 그들을 협박했다.잔혹하기로 소문난 오기택은 망설임 없이 그를 제거했고 시신을 천공 홀에 넣어버린 뒤 콘크리트를 부어 완전히 묻어버렸다.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하필이면 사람들에게 발견되면서 사건이 드러났고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며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그 과정에서 부실 공사 문제까지 함께 폭로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이 모든 것은 결국 주씨 가문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다.오기택은 사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돈을 챙겨 도주했다.주씨 가문의 돈을 빼돌리고 그들에게 빚더미와 문젯거리만 남겨둔 상황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주영도가 주용준에게 좋은 태도를 보일 리 없었다.주용준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자신이 큰일을 저질렀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주세웅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오기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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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원래 담담하던 주영도의 눈빛은 서서히 어둡게 가라앉더니 순식간에 냉정해졌다.“저 두 사람 당장 내보내!”그 말은 주세웅이 주범수에게 내린 지시였다.주범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칼 같은 존재였다.그는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두 사람을 밖으로 안내했다.“회장님께서 지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더는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두 사람은 계속 억지를 부리려 했지만 주세웅의 음침하고 냉혹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주용준의 가족은 실권조차 없는 처지였고 그 역시 가문에 기대어 살아갈 뿐 능력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만약 정말로 주세웅을 끝까지 자극해 가문에서 쫓겨 나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누리던 편안한 삶은 그대로 끝장나게 될 것이다.두 사람은 결국 물러났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도 주영도 주변의 싸늘한 기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주세웅은 그 말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듯 곧바로 화제를 돌려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다.“장 시장 쪽에서 연락 왔어. 네가 직접 다녀와.”주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뒤에서 손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조사해.”주영도는 이번 일은 분명 누군가 뒤에서 판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했다.주세웅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 말에 주영도의 눈빛은 다시 한번 어둡게 가라앉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세웅이 바로 물었다.“왜? 짐작 가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주영도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지수현이 의심돼서요.”이어서 그는 지수현과 상인 그룹 사이의 관계를 차분하게 설명했다.“다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주세웅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그는 다시 마주 앉아 있는 주영도를 바라보더니 앞서 들었던 상대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렇다면 그 적대감의 근원은 무엇일까.주세웅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 제대로 조사해.”적이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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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주영도는 맞은편에 선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서 있는 위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자신이 그들 사이에 끼어든 외부인처럼 보였다.최지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자신의 평온과 행복을 생각하면 감히 강루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섣불리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지금 이 상황은 최지호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어떤 선택을 하든 그는 애매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최지호는 결국 제대로 된 선택지가 없다면 일단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에 맞춰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주영도는 지수현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최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이 사람하고 친해?”지수현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린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최지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아니, 얼굴 한 번 본 정도야.”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실제로 그는 지수현과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지수현은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느긋하게 말했다.“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쪽 친구는...”그는 말끝을 일부러 흐리며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보탰다.“빼앗을 생각 없어요.”그러고는 최지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일부러 친근한 척 말을 이었다.“시간 되면 같이 밥이나 한번 먹죠.”최지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생각했다.‘다들 날 놀리는 건가?’그 말을 끝으로 지수현은 더 이상 두 사람의 반응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그는 이미 분위기를 충분히 흐트러뜨린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주영도의 날카로운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수현 쪽으로 향했다.그는 무심코 방금 지수현이 했던 말을 되새기기 시작했다.겉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고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주영도는 다시 시선을 최지호에게 향했다.그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두 사람은 분명 함께 식사 약속까지 했던 관계라는 것이다.주영도는 의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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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강루인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미간에 깊게 잡힌 주름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목소리는 쉰 듯 거칠었다.“아니, 먹고 싶지 않아.”지수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그대로 옆으로 누웠다.그는 등 뒤에서 강루인을 감싸안은 채 단단히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풀어냈다.이어 자신의 팔을 그녀의 손바닥 안에 넣어 주며 힘들면 그 팔을 붙잡아도 괜찮다는 듯 그대로 맡겨 두었다.강루인의 몸은 그의 품 안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통증 때문에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그때 지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쪽 일 다 끝나면 우리 돌아가자. 응?”강루인은 그의 팔을 움켜쥔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좋다거나 싫다거나 말할 힘조차 남이 있지 않았던 것이다.그녀는 그저 밀려오는 통증을 버티기 위해 남은 힘을 전부 끌어모으고 있을 뿐이었다.강루인의 몸 상태는 마치 겉만 화려하게 포장된 불량품과도 같았다.겉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속은 이미 오래전부터 망가져 있었다.그날의 교통사고는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았지만 대신 긴 고통을 남겼다.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면 강루인은 뼈마디마다 얼음물에 잠긴 듯 저렸고 그 통증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날카로웠다.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진통제를 대량으로 먹어야만 겨우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존성이 생긴 탓인지 약효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지수현은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채 눈빛 깊숙한 곳에 걷잡을 수 없는 안쓰러움이 번져갔다.도와주고 싶었지만 이 문제만큼은 자신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통증에 지친 건지 강루인은 결국 지수현의 품 안에서 몽롱한 상태로 잠에 빠져들었다.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확인한 뒤에야 그는 방 안의 난방 온도를 조금 더 올렸다.강루인이 완전히 깊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뒤, 지수현은 조심스럽게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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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지수현은 주영도의 생각을 흔들어 놓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모든 신경이 지수현에게만 묶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회사의 업무는 여전히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고 주영도의 일상생활 역시 보기에는 평온하고 안정적이었다.올해는 주세웅의 팔순 잔치가 예정되어 있었고 당연히 성대하게 치러질 연회였다.주씨 가문은 이미 일 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생일 한 달 전부터는 집안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분주해졌다.그만큼 이번 연회는 가문에서도 특별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당일 연회에 참석하는 이들 또한 모두 이름 있는 인물들로 채워질 예정이었다.가문의 맏며느리인 박정금은 이 일로 매일같이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녀는 밤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외박까지 하는 주초원을 볼 때마다 미간은 점점 깊게 찌푸려졌다.“너희 할아버지 팔순 잔치가 얼마 안 남았어. 그러니까 요즘은 좀 조용히 지내. 밖에서 사고라도 치면 또 혼나게 될 거야.”주초원은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도우미에게 외투를 툭 던지며 말했다.“제가 뭘 하든 할아버지는 다 마음에 안 들어 하실 거잖아요. 그럼 제가 왜 착한 척을 해야 하는데요?”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주씨 가문은 사람을 유용한 쪽과 쓸모없는 쪽으로 나누지만 그 기준은 결국 남자들 중심의 논리일 뿐 여자들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아내는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역할만 잘하면 되고 딸은 때가 되면 혼사를 준비하면 그만이었다.누구도 그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주초원은 어차피 언젠가는 팔려나갈 처지라면 지금이라도 마음껏 놀겠다는 생각이었다.그녀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지만 통장 잔액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박정금이 이내 말을 받아쳤다.“요즘은 내 곁에 있으면서 할아버지 팔순 잔치 준비나 도와.”주초원이 입을 삐죽이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보이자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정금이 먼저 약점을 찔러 말했다.“싫으면 이번 달 용돈은 없는 거로 할게.”그 말을 듣는 순간 주초원은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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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통화연결음이 울리자마자 몇 초 지나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구연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초원아.”주초원은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입을 열었다.“토요일 저희 할아버지가 팔순 잔치라 연회를 열어요. 저녁 6시에 시작할 거니까 시간 맞춰 와요.”구연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가도 괜찮을까?”주초원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요? 오빠 안 보고 싶어요? 그날 한지은도 온대요.”그 말에 구연정은 곧바로 태도를 바꾸었다.“초원아, 초대해 줘서 고마워.”용건이 끝나자마자 주초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을 듣던 구연정은 휴대전화를 천천히 내려놓더니 창가에 서서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깊은 밤, 짙은 어둠이 그녀의 표정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다.달은 여전히 그달이었지만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주초원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구연정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한때는 언니라 부르며 뒤 따라다니던 어린 소녀는 이제는 자라서 존중은커녕 노골적인 경멸감만 남아 있었다.그럼에도 구연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주세웅의 팔순 연회 당일이 되었다.주씨 가문 사람들은 이른 시간부터 연회장에 도착해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연회장은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한지은은 한철민과 함께 도착했고 그들을 본 주세웅은 직접 나와 맞이했다.한철민은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이봐, 당신은 왜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지?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여.”주세웅 역시 웃는 얼굴로 받아쳤다.“당신은 여전하군.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건 그대로야.”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사이에도 주세웅은 한지은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지은아, 회사 생활은 어떠냐? 불편한 점은 없고?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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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오빠.”주초원의 목소리가 구연정의 생각을 현실로 끌어냈다.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주영도를 보는 순간 그녀는 눈빛이 환하게 빛났다.“영도야.”주영도는 담담한 시선으로 구연정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원래라면 그녀는 초대받을 수 없는 자리였다.구연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주초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연정 언니를 초대한 거예요.”주영도의 검은 눈동자에는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그 표정을 바라보던 주초원은 말을 덧붙였다.“연정 언니는 제 친구 자격으로 여기 온 거예요.”주영도와는 상관없다는 뜻이 분명했다.“영도야.”그때 뒤에서 주세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주세웅이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주영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닿는 순간, 그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그러나 그는 결국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한철민은 주영도를 보자마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이 녀석, 몇 년 사이 더 듬직해졌구나.”주영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한철민은 부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당신, 손자 하나는 정말 잘 키웠네. 우리 집 못난 자식들이 영도처럼만 했어도 내가 벌써 은퇴했을 텐데.”주세웅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못난 게 아니라 당신이 아직 손을 안 놓는 거지. 이제 우리도 늙었어. 지금부터는 얘네들 세상이야.”그 말에 한철민은 고개를 돌려 한지은을 바라보았다.“영도는 능력 있는 아이야. 옆에서 많이 보고 배워라.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네, 할아버지.”한지은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주영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영도 오빠, 앞으로 혹시 번거로운 일이 생겨도 조금만 봐줘요. 저도 최대한 빨리 실력을 키우고 오래 폐 끼치지 않도록 할게요.”그 말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자리에 있던 네 사람 모두 모를 리 없었다.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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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멀지 않은 곳에서 주영도를 지켜보던 구연정은 강루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눈을 번쩍 뜬 채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휘청거렸다.‘강루인이 살아 있었다고? 어떻게 된 일이지? 강루인이 돌아온 거면 난 어떡하지?’구연정은 무의식적으로 주영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측면만 겨우 보였을 뿐인데도 그녀는 그의 표정에서 흥분과 기쁨, 그리고 억눌렸던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그녀는 주영도의 그런 모습을 본 지 오래였다.그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한때 구연정이 가장 원하던 것이기도 했다.하지만 그 감정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그 사실이 그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어쩔 수도 없었다.구연정의 마음은 점점 비어가는 듯했다.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들이 더 멀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잡을 수조차 없다는 생각뿐이었다.구연정의 놀라움과는 달리 주초원은 레스토랑에서 봤던 그 여자가 바로 강루인 이었다는 사실을 확신한 표정이었다.그러고는 이내 얼굴을 굳히더니 어둡고 냉정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강루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죽었다고 했으면 어디 숨어서라도 조용히 살 것이지. 감히 여기 다시 나타나다니!’연회장에는 강루인을 알아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그녀는 과거에도 주영도와 함께 각종 연회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었다.살아 돌아온 강루인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동시에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번져갔다.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주영도가 미친 사람처럼 변해버렸다는 소문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주영도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눈동자에는 억눌러왔던 감정이 거세게 일렁이고 있었다.그는 그리움을 억누른 채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애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루인아...”지수현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주영도 대표님, 제 아내를 아십니까?”눈앞의 거슬리는 지수현을 바라보던 주영도는 머릿속을 누군가 쇠망치로 세게 내리친 듯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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