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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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그때의 일을 떠올리던 강루인의 눈빛은 서서히 냉정하게 가라앉았다.주씨 가문 사람들을 믿지 못했던 그녀는 그곳을 벗어난 뒤에도 단 한 순간도 경계를 늦춘 적이 없었다.바로 그 집요한 경계심 덕분에 그녀는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주세웅의 잔인함과 냉혹함은 강루인에게 주씨 가문 사람들의 본성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지수현은 그녀가 강에 빠진 뒤 처음으로 마주한 사람이었다.강루인은 구급차가 통제력을 잃고 충돌하는 순간, 차량이 강으로 추락하기 전에 먼저 몸을 던졌다.하지만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아무리 먼저 뛰어내렸다고 해도 사고 자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고, 그 충격의 여파 역시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다행이라면 그녀가 구급차와 함께 추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강루인의 운명 역시 구급차 안에 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산 채로 물속에 잠겨 시신으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입었을 치명적인 부상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강루인은 지금도 그때의 자신이 어떤 의지로 버텼는지 알지 못했다.갈비뼈 세 대가 부러지고 왼팔과 다리까지 골절된 상태로 어떻게 그 끝을 알 수 없는 강물 속에서 빠져나와 강가에 닿을 수 있었는지.그녀는 가끔 그 일을 떠올릴 때면 자신은 정말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실감하곤 했다.강루인은 늘 그랬듯이 어떻게 짓밟혀도 끝내 살아남았고 죽음의 문턱까지 몰려도 결국 스스로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냈다.그리고 바로 그때 지수현을 만났다.당시 그는 차가 갑자기 고장 나는 바람에 길가에 멈춰 서서 사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 온몸이 물에 흠뻑 젖은 채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강루인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예상치 못한 광경에 지수현은 순간 깜짝 놀랐다.강루인은 지금도 그가 처음 던졌던 첫마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이거 뭐야. 내가 지금 한밤중에 물귀신이라도 본 건가?”방금 물속에서 빠져나온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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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지수현의 성화에 못 이겨 다음 날 강루인은 결국 그의 손에 이끌리듯 할머니를 찾아갔다.할머니를 뵙지 못한지도 이미 오래되었기에 그녀 역시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묘지에 도착해 할머니의 묘비 앞에 선 강루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왔어요.”그녀는 정성껏 관리된 묘비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꽃다발을 내려놓았다.사진 속 얼굴을 마주한 순간 강루인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할머니가 보고 싶었던 것이 분명했다.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것이 불효처럼 느껴진 강루인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지수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도 왔어요.”그는 기다렸다는 듯 열정적으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이름은 물론이고 거의 집안 대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소개할 기세였다.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말은 어쩌면 래퍼보다도 더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아빠, 아빠! 너무 시끄러워요. 이제 그만해요.”꼬마 신사처럼 단정하게 차려입은 지은우가 지수현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불만을 터뜨렸다.“나도 아직 자기소개 못 했단 말이에요. 근데 아빠는...”그는 아이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지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이를 내려다보더니 태연하게 받아쳤다.“말 잘하는 것도 능력이야. 내가 왜 내 입으로 말도 못 해? 하고 싶으면 너도 하면 되잖아. 왜 나보고 그만하래?”이제 겨우 네 살 된 지은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아빠 목소리가 너무 커서 제 말이 다 묻히니까요. 그럼 증조할머니가 하나도 못 들으시잖아요. 그러니까 그 큰 입 좀 다물면 안 돼요?”지수현은 태연하게 받아쳤다.“내 입은 큰 입이라 안 닫히는데? 그러니까 네가 그 작은 입을 더 크게 벌려서 말하든가. 누가 너더러 몸집도 작고 목소리도 작으래?”말을 마친 지수현은 손을 뻗어 정성스럽게 정리해 둔 아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단정하던 머리는 순식간에 새 둥지처럼 엉망이 되어 버렸다.아직 어린아이였지만 지은우는 매번 외출할 때마다 거울 앞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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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지수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왜 장가를 못 가? 네 엄마가 있잖아.”지은우는 고개를 저으며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아니거든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엄마랑 아빠는 결혼한 거 아니라고요. 엄마는 제 엄마이긴 하지만 아빠 아내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한테서 빼앗으려고 하지 마세요. 엄마는 제 거니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현은 분풀이하듯 아이의 머리를 다시 한번 마구 헝클어뜨렸다.방금 강루인이 정성껏 정리해 준 머리는 순식간에 또다시 새 둥지가 되어버렸다.지은우는 예쁜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아빠 미워! 아빠 싫어!”지수현은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싫다는 아빠가 없었으면 네가 지금 여기 있을 수나 있었겠어? 엄마가 있다고 아빠는 잊은 거야? 너 양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지은우는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강루인을 바라봤다.“엄마, 진짜예요?”그녀는 아이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엄마는 우리 은우가 제일 좋아.”그 말에 지은우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밝아졌다.아이는 그제야 기분이 풀린 듯 새침하게 고개를 쳐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봤죠? 할머니 말이 딱 맞아. 아빠는 역시 거짓말쟁이야. 맨날 사람 속이잖아요.”지수현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야, 꼬맹이. 너 맞고 싶은 거지?”지은우는 재빨리 강루인의 다리 뒤로 숨으며 말했다.“엄마, 빨리 저 좀 지켜줘요. 아빠가 때리려고 해요!”지수현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흘렸다.“뒤에 숨는다고 해결될 줄 알아? 소용없어.”강루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무거운 감정은 두 사람의 소란 속에서 어느새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오랜만에 되찾은 듯한 따뜻한 기운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그녀는 마침내 원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강루인은 허리를 숙여 지은우를 품에 안아 올리며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됐어. 다 큰 어른이 왜 애랑 계속 싸워.”지수현은 억울하다는 듯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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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지수현은 백미러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차량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매혹적인 눈빛 속에 짙은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이내 두 차량은 서로를 지나쳐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주영도는 제물을 들고 이수희의 묘비 앞으로 향했다.이미 묘비 앞에 놓여 있는 제물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는 잠시 멈칫했다.그러고는 이내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얼굴에는 감추지 못한 다급함이 어려 있었고 누군가를 찾는 듯한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노윤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왜 그러십니까?”주영도는 다시 묘비 앞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강루인이 왔었어.”그의 말에 노윤환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주변에 늘어선 어두컴컴한 묘비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강루인이 정말로 땅속에서라도 기어 올라온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해가 저물기 전이라 다행이지 어두운 밤이었다면 등골이 오싹해졌을지도 몰랐다.주영도는 묘비 앞에 놓인 제물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전부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떡이야. 강루인이 아니면 누가 이걸 알고 가져다 놨겠어?”노윤환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그는 잠시 침묵한 뒤 차분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의 친한 친구 함지율 씨가 있지 않습니까.”그 한마디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강루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함지율은 아직 살아 있으니 그 관계를 생각하면 이 정도 배려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주영도는 힘이 빠진 듯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반쯤 내려앉은 눈꺼풀이 그의 어두운 눈동자를 가렸고 얇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그런가?”노윤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그 순간 주영도의 눈빛은 더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사진 속 이수희를 바라보았다.주영도는 문득 자신에게 지난 5년이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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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주영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김옥순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요. 당신도 그만 좀 해요. 영도가 우리한테 얼마나 효도하는데요. 왜 자꾸 애한테 그런 말을 해요?”주세웅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효도? 지금 저 녀석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알아?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그러더니 곧장 주영도를 향해 화살을 돌렸다.“내가 지은이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 좀 시켜주라고 했는데, 너 왜 내 말 안 들었어?”주영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전 가이드가 아닙니다.”주세웅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우리 집에 온 손님이잖아! 주인 노릇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냐?”주영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무심했다.“할아버지 손님이지 제 손님은 아닙니다.”그 말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데려온 사람이 알아서 챙기라는 뜻이었다.“너, 너 이 녀석이...”주세웅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당신이 좀 봐봐! 이제는 내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안 하려고 하잖아!”김옥순은 끝까지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의사 선생님이 화내지 말라고 했잖아요. 편한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고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주세웅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나도 그러고 싶지. 근데 이 녀석이 자꾸 사람 열받게 하잖아!”“알았어요. 이제 그만해요.”김옥순은 부드럽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영도야, 지은이 기억 안 나니? 한철민 할아버지 손녀야. 어릴 때 같이 놀기도 했었는데.”주영도는 관심 없다는 듯 짧게 답했다.“기억 안 납니다.”김옥순은 그의 무심한 태도에도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말을 이었다.“지은이는 그동안 계속 해외에서 공부했고 작년에 졸업했어. 이제는 한국에서 자리 잡고 싶어 한다더구나. 안북시에 정착할 생각이라서 한철민 할아버지가 네 할아버지께 부탁하신 거야. 주선 그룹에서 일할 수 있게 말이지.”“회사 들어가면 네가 잘 챙겨 줘. 괜히 남에게 상처받거나 하면 어른들도 난처해지니까.”주영도는 맞은편에 앉은 두 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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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주영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주세웅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 네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내게 부탁한 일이니까 괜히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주영도는 그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한지은이 주선 그룹에 들어오든 말든 애초에 그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김옥순이 무사한 것만 확인되자 주영도는 더 이상 본가에 머물 이유도 없었다.“할머니, 저는 따로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그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주세웅이 다시 불러 세웠다.“잠깐. 지은이랑 같이 가. 회사에 데리고 가서 인사도 시켜주고.”주영도는 담담하게 말했다.“바로 회사에 갈건 아니라서요.”한지은도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할아버지, 괜찮습니다.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도 됩니다.”하지만 주세웅은 물러서지 않았다.“네가 회사에 가든 안 가든 일단 데려다줘.”주영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한지은 쪽으로 옮기더니 더 이상 거절하지도 않았다.그는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주세웅은 그 태도가 거절의 의미는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다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은을 바라봤다.“가 보거라.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영도 찾아가도 되고 나를 찾아와도 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한지은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마친 뒤 곧장 주영도의 뒤를 따라나섰다.방을 나온 뒤 한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영도 오빠.”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제 시간 되시면 어제 공항까지 와주신 것도 감사 인사드릴 겸 제가 밥이라도 대접할게요.”앞서 걷던 주영도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뒤따라가던 한지은도 따라 멈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세요?”주영도는 곁눈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저 그쪽이랑 같이 밥 먹을 정도로 친하지 않습니다.”그 말에 한지은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잠시 굳었다.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십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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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그 말을 끝으로 주승우는 그들을 뒤로한 채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고 민아라도 그의 뒤를 따랐다.그의 태도가 못마땅한 민아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당신, 아주버님 전처랑 도대체 무슨 관계야? 왜 그렇게까지 감싸는 건데?”주승우가 강루인 때문에 주영도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한두 번이면 단순한 비아냥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마주칠 때마다 그는 늘 그 일을 빌미로 삼아 주영도를 흔들었다.그녀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가라앉은 표정으로 집요하게 물었다.“설마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다는 그 여자, 강루인이었어?”민아라는 주승우가 마음속에 누군가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하지만 민아라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따지고 들었다.“강루인이 아니면 누구야?”주승우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결혼 전에 이미 말했잖아. 난 네 사생활에 관심 없으니까 너도 나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라고.”민아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우리 결혼한 지 벌써 2년이야.”주승우는 무심하게 답했다.“알아. 나 치매 아니야.”민아라는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결국 본론을 꺼냈다.“엄마가 물어보셨어. 우리 언제쯤 아이 가질 거냐고.”주승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했다.“집에 가서 내가 발기부전이라고 해.”화가 치밀어 오른 민아라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주승우!”주승우는 그녀의 소리를 뒤로한 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애초에 민아라와 아이를 가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한편, 주영도 쪽도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차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정적이 흘렀다.그 침묵을 먼저 깬 건 한지은이었다.“영도 오빠, 승우 오빠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일은 오빠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냥 사고였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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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주영도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더니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그 남자에게서는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지수현 대표님, 어서 앉으시죠.”거래처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지수현을 자리로 안내했다.원형 테이블에 세 사람이 각자 한 쪽씩 자리를 차지하며 자연스럽게 삼각 구도가 형성된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주영도의 시선은 날카롭게 상대를 향해 있었다.상인 그룹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상대는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였다.정확히 말하면 이 프로젝트를 두고 들어온 침입자에 가까웠다.주영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거래처 대표를 바라보았다.그 어떤 감정 기복도 없는 그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주영도의 시선을 마주한 거래처 대표는 머쓱한 표정을 하더니 곧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주영도 대표님, 지수현 대표님 쪽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투자 의향이 있으시고 원자재 공급도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이후에는 해외 유통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누가 봐도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하지만 주영도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다만 지수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을 뿐이었다.주영도는 지수현을 뚫어지게 살피고 있었고 반대로 지수현 역시 그를 노골적으로 관찰하고 있었다.그 순간 지수현의 눈에 비친 주영도는 인간이라기보다 상품에 가까웠다.그것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불량품을 평가하는 듯했다.지수현의 표정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드러나 있었고 주영도는 불량품 중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폐기물로 취급되고 있었다.주영도 역시 그 경멸을 느끼지 못할 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상대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표정은 주영도를 몹시 불쾌하게 만들었고 상대의 개입 자체가 그 불쾌함을 더욱 짙게 했다.주영도가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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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지수현은 주영도의 경고를 조금도 개의치 않아 하며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주영도 대표님은 안북시를 자기 세상인 줄 아시나 봅니다. 꼰대 기질이 좀 있으시네요.”주영도는 지수현을 처음 보는 사이였고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그는 바로 냉정하게 받아쳤다.“사업을 하려면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그 말에 지수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도발적으로 되받아쳤다.“그건 좀 곤란하겠는데요. 저는 원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라서요. 어쩌죠?”순간 룸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얼어붙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살벌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거래처 대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 두피가 바짝 조여드는 듯했다.그는 덥석 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이 거래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주영도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감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은 채 마치 그와 말다툼을 벌이는 것조차 가치가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주영도 대표님!”거래처 대표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협상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결국 거래처 대표는 다시 몸을 돌려 지수현을 바라보았다.“지수현 대표님...”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일 회사로 오시죠. 세부 사항은 담당자와 논의하시면 됩니다.”그 말은 곧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뜻이었다.“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바로 찾아뵙겠습니다!”그때 마침 레스토랑 직원이 들어오더니 식사 준비 여부를 물었다.거래처 대표는 계약이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분위기를 축하 자리로 바꿔 보려 했다.“지수현 대표님,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지수현은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었기에 단칼에 거절했다.게다가 곧 다른 약속도 있었다.거래처 대표 역시 개의치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지수현을 배웅했다.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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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지수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그의 눈빛에는 서운함을 넘어 원망까지 어려 있었다.강루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지수현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넌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내가 이름도 말 안 했는데. 어떻게 바로 알아맞힌 거야?”강루인은 그저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지수현은 주영도를 언급할 때마다 늘 그런 식으로 말했다.그 정도면 알아채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그는 못마땅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 그러는 거 아니야.”“뭐가 아닌데?”강루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그러나 지수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두 사람을 번갈아 올려다보던 지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는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지수현은 이를 드러내며 아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네가 뭘 안다고.”지은우는 곧바로 그의 손을 밀어내더니 어른 흉내를 내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질투 나면 질투 난다고 하면 되잖아요. 왜 인정 안 해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아빠는 하나도 안 멋있어요.”지수현을 한바탕 몰아붙인 지은우는 다시 작은 고개를 번쩍 치켜들며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강루인을 향해 말했다.“엄마, 나 엄마 진짜 많이 사랑해.”강루인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며 말했다.“엄마도 은우 많이 사랑해.”지은우는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파고들었다.지수현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결국 지수현은 대놓고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는 손을 뻗어 강루인의 손바닥을 비비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빼내며 말했다.“이 녀석! 사람 빼앗는 거 취미야?”그는 자기가 만지면 질색하면서 강루인이 쓰다듬으면 강아지처럼 달라붙는 지은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지은우는 나름 공평한 아이였다.그는 아주 형식적인 태도로 다시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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