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51 - Chapter 660

691 Chapters

제651화

지은우는 동그란 눈을 재빠르게 굴리더니 곧장 자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강루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엄마! 아빠가 미쳤나 봐요. 너무 무서워요. 할머니가 미친병은 옮는다고 그러셨거든요. 우리 얼른 도망가요!”강루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맹수 같은 아버지와 순한 양인 척하는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그래, 얼른 도망가자.”지은우는 몇 대 없는 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그러고는 지수현을 향해 노골적으로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내가 안을게.”지수현은 몇 걸음 만에 두 사람을 바로 따라잡았다.그러고는 망설임도 없이 강루인의 품에 안겨 있던 지은우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으로 옮기려 했다.“얘 너무 무겁다니까. 계속 안고 있으면 허리 나가.”“엄마, 나 아빠한테 안 갈래요. 아빠가 때려죽일지도 모른단 말이에요.”아이는 필사적으로 강루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악마 같은 지수현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는 지은우의 통통한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계속 떠들면 길가에 버리고 나랑 엄마만 밥 먹으러 갈 거야.”아이는 재빨리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엄마는 절대 그렇게 안 할 거예요!”지수현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내가 미쳤다고 했으니까 미친 척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어?”지은우는 눈치 하나만큼은 정말 빠른 아이였다.위험 신호를 감지한 그는 곧바로 태도를 바꾸어 지수현의 볼에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아빠, 저 아빠 진짜 많이 사랑해요. 어떻게 저한테 이렇게 좋은 아빠가 있을 수 있죠?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인 것 같아요.”하지만 지수현은 아이의 꼼수에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냉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늦었어. 인제 와서 이런 말 해봤자 안 통해.”지은우는 눈을 깜빡이며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밤이니까 늦은 건 맞죠. 그럼 내일 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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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박정금의 생일은 늘 그렇듯 밖에서 조용히 보냈다.성대한 행사를 열지도 않았고 그저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였다.정확히 말하면 가족만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박정금과 주초원은 각자 사람을 초대했다.박정금은 한지은을, 주초원은 구연정을 데려왔다.두 사람의 의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박정금은 구연정을 보자마자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그녀는 미리 말도 없이 사람을 불러온 주초원도 못마땅했지만 눈치 없이 찾아온 구연정 역시 달갑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크게 다퉜던 주초원이 이제야 겨우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괜히 나무라다 또다시 싸움이 번질 게 뻔했다.모처럼 좋은 날 박정금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구연정을 바라보며 말했다.“구연정 씨, 축하해 주러 와주신 건 고마워요.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요. 다만 오늘은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라 조금 불편하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자리를 마련할게요. 괜찮죠?”말은 정중했지만 사실상 거절이었고 구연정이 준 선물 역시 손도 대지 않았다.이제 박정금은 주영도가 그녀와 더 이상 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도 깊어지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는 자기 아들이 구연정과 다시 시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주영도가 스스로 과거와 선을 긋고 지난 인연을 정리하려 한다면 어머니인 자신도 그 뜻을 존중해야 했고 굳이 구연정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주영도에게 새로운 선택지도 있었다.한지은과 구연정 사이에서 누구를 택할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구연정은 박정금의 노골적인 배척을 모를 리 없었다.그녀의 눈빛에는 순간 난처함과 민망함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이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구연정은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주영도를 마주칠 기회가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구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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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박정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왜 이런 딸을 낳았을까?’구연정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초원아, 사실 나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하지만 주초원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잘라냈다.“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제가 몰라요? 우리 엄마 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괜히 시비 걸고 트집 잡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얼른 앉아요.”그들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 있던 순간 한지은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내밀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생신 축하합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박정금은 한지은을 보자마자 표정이 바뀌었다.어둡게 가라앉았던 그녀의 얼굴에는 순간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박정금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지은이 왔구나. 어서 와서 앉아.”박정금이 한지은을 대하는 태도와 구연정을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그 노골적인 차별에 구연정의 표정은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한지은은 미소를 띤 채 주초원 앞으로 선물을 내밀었다.“초원 씨, 처음 뵙네요. 제가 작은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주초원에게 건넸다.박정금의 얼굴에는 한지은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했다.“그냥 오면 되는데, 뭘 또 이렇게까지 챙겨왔어.”박정금은 흐뭇한 표정이었지만 정작 주초원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그녀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노골적인 시선으로 한지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선물 상자에 머물렀지만 끝내 손을 내밀지 않았다.주초원은 다소 무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보니까 저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무슨 생각으로 우리 오빠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굳이 재혼남을 선택한 이유가 뭐죠? 재산이라도 바라는 건가요?”박정금은 표정을 굳힌 채 경고의 뜻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주초원!”하지만 주초원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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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주영도가 몸을 돌리려던 순간, 박정금의 손이 이미 그의 팔을 꽉 붙잡고 있었다.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룸 안에서 주영도는 홀로 한쪽에 떨어져 앉아 있었고 나머지 네 사람은 두 사람씩 짝을 이룬 듯한 구도로 자리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삼자대면 심문을 받는 자리처럼 보였다.주영도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그는 이 자리가 생일 축하 자리인지 일부러 소란을 피우기 위한 자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주영도는 그저 빨리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세상일은 늘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세 여자가 모이면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고 했지만 하물며 네 여자라면 그 드라마는 훨씬 더 시끄럽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박정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영도야, 지은이는 처음 안북시에 온 거라 아는 사람도 없고 많이 낯설 거야. 엄마 대신 네가 좀 잘 챙겨 줘.”당사자인 주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초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스무 살도 훌쩍 넘은 사람이 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잖아요. 저는 열 몇 살밖에 안 됐을 때도 유학 가서 혼자 다 해결했었어요. 혼자 못 할 게 뭐가 있어요?”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한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언니 대뇌 발달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예요? 진짜 그런 거라면 제가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있긴 한데...”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정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초원, 그만해!”정말 나이만 먹었지 철은 하나도 들지 않았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고 있었다.“지은아, 얘 말은 신경 쓰지 마. 아직 어려서 그래.”한지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어머님. 이해해요.”박정금의 얼굴에는 한층 더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참 착한 아이야.”박정금은 집안도 좋고 외모도 단정하며 성격까지 온화한 한지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이런 혼사라면 그녀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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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구연정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영도를 챙기는 행동만큼은 멈추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초원이 옆에서 일부러 분위기를 띄웠다.“오빠, 좀 봐봐요. 연정 언니가 오빠를 얼마나 잘 챙기는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오빠가 좋아하는 음식 다 기억하잖아요. 저건 연정 언니가 좋아하는 음식 아니에요? 오빠도 좀 챙겨 줘봐요.”주초원은 그중 한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주영도는 그녀를 힐끗 노려보았다.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경고의 의미는 지나치게 또렷했다.그 모습을 본 구연정은 눈동자에는 잠깐 어두운 기색이 스쳤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다정한 태도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괜찮아. 나 혼자 먹을 수 있어. 굳이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주초원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연정 언니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이젠 좀 부려 먹을 때도 되지 않았어요? 오빠가 예전에는 언니 엄청 챙겨 줬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서운해했고. 남자는 너무 잘해 주면 안 돼요. 잘해 줄수록 버릇만 나빠진다니까요.”“오빠, 예전에 연정 언니를 내 새언니로 데려오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건데요? 결혼하면 내가 들러리 서 줄게.”구연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심스럽게 주영도를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스쳐 지나갔다.주영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 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주초원은 곧바로 받아쳤다.“입은 밥만 먹으라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주영도의 목소리는 더욱 싸늘해졌다.“말 안 한다고 벙어리 취급하는 사람 없어.”구연정은 입술을 더욱 단단히 깨물며 마음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실망이 밀려왔다.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감정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내가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그 시간은 주영도가 자신에게 더 이상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했다.구연정의 시선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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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주영도가 아직 최지호에게 왜 자신을 속였는지 묻기도 전에 룸 안에 있던 함지율도 문밖에 서 있는 주영도를 발견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맞은편 사람을 힐끗 바라본 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긴장감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룸 밖으로 나왔다.그리고 문을 단단히 닫아 주영도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함지율은 주영도를 보기만 하면 늘 그랬듯 핏대를 세우며 거침없이 쏘아붙였다.“간만에 외식 좀 하려고 나왔더니 하필이면 재수 없는 인간을 보게 됐네. 널 보기만 해도 역겨우니까 눈치 있으면 적당히 좀 꺼져 줄래?”최지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지율아, 그만 좀...”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지율이 즉시 받아쳤다.“왜? 너도 같이 꺼지고 싶어?”최지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함지율의 시선은 주영도의 어깨 넘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연정에게로 향했다.그녀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역시 짐승은 짐승끼리 만나네. 두 사람 정말 천생연분이구나.”수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다정해 보이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역겨웠다.구연정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 함지율의 욕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어차피 지난 몇 년 동안 마주칠 때마다 늘 듣던 말이었기에 그녀에게는 이미 익숙할 정도였다.함지율은 더 이상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은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들어가!”그 말은 최지호를 향한 것이었다.최지호는 한숨을 내쉬더니 눈치 있게 순순히 물러났다.룸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주영도와 눈빛을 교환했다.‘친구야,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 여기서 더 있다간 진짜 욕만 먹어. 그러니까 얼른 가.’함지율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의 엉덩이를 발로 툭 걷어찼다.“질질 끌 거면 너도 꺼져!”최지호는 즉시 꼬리를 내리고 조용히 룸 안으로 들어갔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닫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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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함지율은 컵을 상 위에 거칠게 내려놓더니 옆에 있던 최지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최지호는 머쓱한 듯 코끝을 만지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괜히 화풀이 대상이 된 상황이 억울하기만 했다.게다가 주영도가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최지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강루인은 피식 웃으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었다.“됐어. 너 아직 수유 중이잖아. 그렇게 화내다간 몸 상해.”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지호는 서둘러 함지율의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맞아. 강루인 씨 말이 맞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네 몸까지 상하면서 화낼 필요 없어.”함지율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귀찮다는 듯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가서 네 아들이나 챙겨. 내 눈앞에 거슬리지 말고.”그녀는 애초에 그를 데려올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최지호가 끝까지 매달리며 따라온 것이었다.막상 와서는 별다른 도움은커녕 계속 전화만 받았고 하필이면 문 앞을 막고 서서 통화를 하는 바람에 분위기만 더 어수선해졌다.그때 유모차만 들여다보고 있던 지은우가 작은 얼굴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모, 동생은 우리 아빠보다 더 착해요. 챙겨주지 않아도 너무 조용한데요?”그 말을 듣는 순간, 지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속으로 생각했다.‘이놈 진짜 포장해서 버려버릴까? 키워봤자 속만 더 터지네.’지은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함지율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그녀는 조금 전의 날카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우리 은우도 착하지. 이리 와 봐. 이모가 줄 게 있어.”지은우가 다가오자 함지율은 가방에서 선물 박스를 꺼내 금빛 돼지 목걸이를 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번쩍이는 돼지 목걸이를 내려다보던 지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이모, 왜 저한테 돼지를 주시는 거예요? 이모도 제가 뚱뚱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함지율이 설명하기도 전에 지수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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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함지율은 강루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1년 전에야 알게 되었다.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전화기를 붙잡은 채 그대로 펑펑 울어버렸다.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뒤섞인 눈물이었다.그러나 동시에 강루인을 향한 원망도 밀려들었다.살아 있으면서도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픔에 젖어 지냈는지에 대한 서운함이었다.사실 강루인이 연락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외면이 아니었다.그 시기 그녀 역시 자신 하나 지키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잠시 상황이 안정되긴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당장은 연락할 수 없는 상태였다.결국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며 시간만 흘러가 버린 것이었다.현재의 거처를 알게 된 함지율은 곧장 그녀를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러나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 그녀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함지율은 몸 상태와 업무 특성상 생리 주기가 분기별로 오는 편이라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다.소식을 듣는 순간 그녀의 첫 반응은 지워야 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최지호가 어디서 들었는지 임신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특유의 말솜씨로 끈질기게 그녀를 설득했고 결국 그녀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다.그렇게 함지율은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꾸었다.애초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아이 하나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더구나 최지호의 유전자는 꽤 괜찮은 편이었기에 그의 아이를 갖는 것 역시 손해 볼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임신 사실이 알려진 이후부터 최지호는 그림자처럼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붙어 다니며 그녀의 의식주까지 챙겼다.함지율은 처음부터 최지호에게 강루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아무리 피해 다니며 강루인과 연락을 주고받았어도 결국 그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말았다.최지호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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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함지율은 눈앞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을 바라보며 강루인이 잘살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강루인은 어쩌면 불행 속에서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얻어낸 듯했다.최지호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우리 친구는 이제 정말로 가망이 없겠네.’식사 자리에서 지수현이 강루인을 세심하게 챙기고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함지율은 마치 사위를 보는 장모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지수현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강루인만한 여자라면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당연했고 반대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맞는다고 여겼다.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함지율은 강루인의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저 사람, 너한테 잘해 줘?”굳이 묻지 않아도 그 사람이 지수현을 가리킨다는 것은 분명했다.강루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다 봤잖아.”두 눈으로 보긴 했지만 그래도 강루인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던것이다.함지율은 한 걸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더니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지금 이렇게 네가 잘 지내는 모습 보니까 나 진짜 너무 기뻐.”그녀는 한때 죽음의 끝자락에서 겨우 살아남던 강루인을 떠올렸다.그런 기억 때문에 함지율은 지금처럼 희망을 안고 밝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벅차올랐다.“우리 루인이 드디어 돌아왔네.”강루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고통 속에서 간신히 건진 목숨이지만 새로 얻은 삶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함지율은 눈물을 훔친 뒤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며 물었다.“또다시 돌아가는 거야?”강루인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내가 떠나는 거 아쉬워?”함지율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아쉽지”그녀에게는 아직 묻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강루인은 웃음을 유지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는 우리 자주 볼 수 있을 거야.”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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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주초원은 모퉁이를 돌아 복도 안으로 들어섰지만 텅 빈 복도에는 그녀가 찾던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요한 공기는 조금 전까지의 장면이 마치 환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자리에 멈춰 선 채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뒤늦게 따라온 박정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너 제발 정신 좀 차려!”주초원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저 방금 진짜 강루인 봤어요.”비록 옆모습뿐이었지만 그건 절대 착각일 수 없었다.설령 강루인이 재가 되어버린다 해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박정금은 여전히 날카로운 태도로 말했다.“너 방금 술 얼마나 마신 거야?”요즘 들어 주초원은 감정적으로 날뛰는 것도 모자라 음주까지 가까이하기 시작했다.박정금은 그녀가 해외에 있던 몇 년 동안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주초원은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내가 정말 술에 취해서 잘못 본 건가?’박정금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집에 가서 해장국이나 먹어.”“영도나 너나 둘 다 말썽이야. 하루라도 속 편한 날이 없어.”한편, 이 모든 소동의 중심인 강루인은 자신이 방금 전 시누이인 주초원과 거의 마주칠 뻔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주선 그룹에서는 노윤환이 주영도에게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지수현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상인 그룹과 주씨 가문은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했고 누구라도 두 회사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새로 설립된 상인 그룹은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 배후의 스턴 가문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존재였다.해외에서 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 가문은 본거지가 국내는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기반과 영향력만큼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현재까지는 주씨 가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일은 없었지만 노골적인 적대감은 여전히 주영도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대표님, 제가 상인 그룹 쪽 책임자에게 먼저 연락해서 한 번 얘기해 볼까요?”결국 장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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