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91 - Chapter 700

784 Chapters

제691화

강루인은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선생님과 강루인의 표정은 모두 어두워져 있었고 한 사람은 두려움으로 다른 한 사람은 분노로 굳어 있었다.어린이집이라는 곳은 아이가 하원할 때 반드시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해야 하는 장소였다.그런 곳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강루인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했다.선생님 역시 죄책감과 걱정이 뒤섞인 상태였다.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감정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은우를 데려간 사람이 어머님 친구분이라고 하셨어요. 두 분이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주셨고요. 제가 어머님께 연락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말을 이어갈수록 선생님 스스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느끼는 듯했다.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결국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어린이집 측의 실수였다.강루인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물었다.“상대는 남자였나요 여자였나요? 어떻게 생겼죠?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하고 싶습니다.”이 순간 그녀 역시 마음은 다급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먼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다.“남자였어요.”선생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강루인에게 털어놓았다.그녀는 상대가 풍기는 남다른 분위기와 온몸에서 느껴지는 부유한 기품 때문에 경계를 늦춘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했다.CCTV를 확인한 강루인은 지은우를 데려간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외쳤다.‘주영도!’주영도는 마치 강루인이 CCTV를 확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떠나기 전 어린이집 정문에 설치된 카메라를 잠시 올려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그녀는 화면 속 입 모양을 통해 그가 한 말을 정확히 읽어냈다.‘기다릴게.’강루인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곧바로 영상을 복사한 뒤 경찰서로 향했다.권력도 배경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신고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것은 형식적인 대응이나 소홀한 태도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강루인은 더 이상 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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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지은우는 동그란 눈동자에 의문을 가득 담은 채 물었다.“저희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가 왜 아저씨한테 있어요?”주영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여기가 네 엄마 집이거든.”지은우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물었다.“저희 엄마가 아저씨랑 어떤 사이인데요?”주영도는 여전히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야.”지은우는 하얗게 된 그의 옆머리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아저씨가 저희 엄마의 아빠예요?”주영도는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고 바로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경자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그녀는 아이의 나이만 따져봐도 그의 엄마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최소 스물네 살은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다.주영도는 올해 서른다섯이고 해가 바뀐다고 해도 고작 서른여섯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 큰 손자를 둘 나이는 절대 아니었다.‘도대체 얼마나 늙어 보였으면 아이가 대표님을 할아버지 세대로 착각한 걸까.’진경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영도에게 향했고 특히 그의 머리 위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흰머리에 오래 머물렀다.‘그러고 보니... 확실히 젊어 보이는 모습은 아니네.’주영도는 이 아이가 지수현 같은 사람한테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말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지은우는 가장 순수한 표정으로 주영도가 듣기 싫어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하지만 엄마가 그러셨어요. 엄마는 고아라서 부모가 없다고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저희 엄마 아빠일 리는 없잖아요. 그럼 혹시 제 두 번째 아빠가 되고 싶은 거예요?”강루인이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지은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지수현 역시 그 일 때문에 지금까지도 질투하곤 했고 강루인은 그를 질투 쟁이라고 불렀다.아이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강루인이 말한 말이면 언제나 맞는다고 생각했다.“두 번째 아빠?”주영도는 순간 멈칫했다.지은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네. 엄마를 좋아하는 남자가 엄청 많거든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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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주영도는 더 이상 지은우의 비위를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아이의 맞은편에 앉아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린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그럼 내가 너를 납치한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 따라온 거야?”지은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제가 안 따라와도 되는 거였어요?”주영도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이미 지은우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는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지은우는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생각하는 방식과 논리만큼은 누구보다 분명했다.“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사내대장부라면 일단 위기부터 피해야 한다고요.”강루인이 한 말이면 뭐든 잘 듣는 착한 아이였기에 그는 당연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지은우는 강루인이 반드시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믿었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따라온 것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차갑고 무뚝뚝하던 주영도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그는 강루인의 영리함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곧 씁쓸함이 내려앉았다.‘이렇게 아이는 잘 가르치면서 왜 나한테는 고집을 조금만 내려놓으라고 말해주지 않은 거야.’만약 그때 강루인이 조금이라도 상황을 더 살피고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두 사람은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잃고 지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그때 문밖에 있던 경호원이 안으로 들어오며 보고했다.“대표님, 경찰이 찾아왔습니다.”지은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소파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더니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엄마가 왔어요.”아이는 짧은 다리로 멀리 달려가기도 전에 주영도의 손에 뒷덜미를 붙잡혔다.지은우는 작은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뭐 하시는 거예요? 이거 놔줘요.”하지만 주영도는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데리고 올라가서 놀아.”경호원을 향한 말이었다.지은우는 작은 병아리처럼 그대로 들린 채 2층으로 끌려 올라갔다.경호원에게 들린 지은우는 큰 소리로 외쳤다.“나쁜 사람! 빨리 내려줘요! 저희 엄마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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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주영도는 강루인을 정말 많이 그리워했다.그녀에게 이곳의 모든 것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견디기 힘든 공간이었다.그때 쨍그랑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진경자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다.“귀신이야!”진경자는 두 눈을 크게 부릅뜬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앞에 서 있는 강루인을 바라보았다.들떠 있던 주영도의 기분은 진경자의 고함과 함께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갑자기 소리는 왜 지르시는 거죠?”“저, 저...”진경자는 강루인을 가리킨 채 입술만 달싹이며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아주머니.”강루인의 냉정한 목소리에는 미세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사, 사모님...”진경자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다 문득 시야 한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서야 눈앞에 있는 강루인은 귀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강루인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진경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는 주영도의 마음을 다시 한번 들뜨게 했다.진경자가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그때 강루인이 차갑게 선을 그어 말했다.“아주머니, 저는 이제 주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과 결혼 했거든요.”주영도의 들뜬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강루인의 차갑고 단호한 태도에 그의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은 이내 식어버렸다.계속 이어지는 충격적인 소식에 진경자의 머릿속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설마 지금 데려온 아이가... 사모님의 아들인 건가? 그렇다면 이 아이가 혹시 대표님 아이일지도...’그 생각에 이르자 진경자의 얼굴은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해갔다.놀람과 당혹감, 혼란이 한꺼번에 뒤섞인 표정이었다.“은우야.”강루인의 부름에도 지은우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그때 주영도가 조심스럽게 나서며 말했다.“아이는 위층에서 자고 있어.”강루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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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비밀 문은 방과 그 공간을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로 갈라놓았다.강루인의 경호원이 문을 강제로 차고 들어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텅 빈 방뿐이었다.경호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주영도는 이미 이런 상황까지 예상했고 미리 경호원에게 지은우의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지시해 두었다.강루인이 보이지 않자 지은우는 경호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저희 엄마는요?”강루인이 사라진 방에는 이미 주영도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경호원은 지은우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실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사모님은 이 방에 들어오신 뒤 사라지셨어.”현장에 있는 주영도의 사람들은 이 방 안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가 경찰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런 선택을 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감히 경찰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납치하다니, 정말 거침없고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행동이었다.결국 선두에 있던 경찰은 잠시 뒤로 물러나 상급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지시를 받기 위해서였다.비밀 공간이라면 지은우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었다.그는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공간을 자주 드나들었다.해외에 있는 집에도 이런 공간이 여러 개 있었고 지수현은 그곳은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라고 말해주었다.‘아저씨가 엄마를 비밀 공간에 숨긴 거야?’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지은우는 화가 치밀었다.그는 누군가 강루인을 빼앗아 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설령 그 사람이 지수현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삼촌, 여기 다 부숴버려요.”지은우가 말한 삼촌은 경호원 중에서도 가장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그는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고 오히려 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강루인의 경호원들은 곧바로 방안을 부수기 시작했다.쨍그랑!우당탕!던져서 소리를 낼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바닥으로 내던졌다.던져도 깨지지 않은 물건은 뜯어서라도 두드려 부쉈다.눈에 보이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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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곳에는 두 사람의 결혼사진과 혼인신고서, 강루인이 입었던 옷과 사용했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임신 검사 결과보고서와 그녀가 아이를 위해 직접 떠준 옷까지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강루인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주영도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간직해 두었다.마치 이 모든 것을 잘 간직하고 있어야만 강루인이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주영도는 자신이 소중히 지켜왔기에 하늘도 그의 기도를 들은 것이고 그를 불쌍히 여긴 탓에 결국 사람을 다시 돌려보내 준 것이라 믿었다.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던 강루인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더니 냉정한 얼굴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손끝으로 하늘색 작은 니트를 집어 들더니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제 중년이라고 불릴 나이가 된 대표님께서 아직도 순정남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이렇게 연기하는 거 안 피곤해?”말이 끝나자마자 한때 강루인이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작은 니트는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졌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주영도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강루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니트를 짓밟은 채 다시 손을 들어 주영도가 보관해 둔 각종 임신 검사 결과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그는 정말 정성 들여 간직하고 있었고 심지어 앨범 안에 끼워두기까지 했다.그녀는 그중 한 장을 꺼내 위에 적힌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그리고 종이 위에 남겨진 손톱만 한 크기인 작은 생명의 흔적을 바라보더니 눈동자에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곧 냉정하게 표정을 굳힌 뒤 종이를 그대로 내리 찢었다.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비밀 공간 안에서 유난히 선명하고 날카롭게 들렸다.“그만 찢어!”강루인은 이미 찢어진 종잇조각을 그대로 주영도의 얼굴에 내던졌다.가볍게 흩날리는 종잇조각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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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주영도는 강루인을 끌어안고 싶었다.그리고 다시는 놓치지 않도록 그녀를 자신의 뼛속 깊이 새겨 넣고 싶었다.그 포옹에는 지난 5년 동안 쌓여 온 그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주영도가 그토록 바랐던 소망이자 꿈이었고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그는 강루인을 더욱 힘껏 끌어안으며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깊이 묻은 채 익숙한 체온을 느끼며 향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그 순간만큼은 모든 갈등과 상처가 말끔히 사라지고 다툼조차 없었던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주영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듯한 이 순간을 조용히 만끽했다.바로 그때였다.주영도의 몸은 갑자기 굳어버렸고 그는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옷감이 찢어지고 칼날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강루인은 그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여 낮고 냉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것도 내가 널 처음 본 순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칼을 힘껏 뽑아내고 주영도를 거칠게 밀어냈다.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본능적으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손바닥에 묻어난 축축한 감촉은 강루인이 방금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말해주고 있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깨끗한 니트 한 벌을 집어 들더니 칼날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루인아...”주영도의 검은 눈동자에는 짙은 고통이 서렸다.‘정말 내가 죽기를 바랄 만큼 날 미워하는 걸까?’옷은 피로 얼룩졌지만 칼날은 다시 깨끗해졌다.그 칼은 지수현이 그녀에게 호신용으로 준 것이었고 사용해 보니 충분히 날카로운 제법 괜찮은 물건이었다.“난 평생 무슨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맞았든 틀렸든 사실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하지만 넌...”강루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었어. 만약 이 세상에 후회 약이라는 게 있다면 난 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을 거야.”칼에 찔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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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주영도의 얼굴은 놀라울 만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루인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말을 이어갔다.“죽음을 앞둔 사람이 무슨 수로 개과천선하겠다는 거야?”게다가 그가 변하고 싶다고 해서 그녀가 반드시 기회를 줘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네가 뭔데? 하느님이라도 돼? 내가 왜 네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데?’주영도가 끝까지 문을 열지 않자 강루인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그가 과다출혈로 죽는 것조차 두렵지 않다면 그녀 역시 끝까지 버텨 누가 먼저 무너지나 지켜볼 생각이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기도 전에 선샤인 빌리지의 경보음이 갑작스럽게 울렸다.화재 경보였다.어디서 불이 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리는 비밀 공간 안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비밀 공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되어 있었다.화재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순간 비밀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었다.문이 열리자 강루인은 더 이상 이곳에서 주영도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나가기 전 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더니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다음에 또 내 아들을 건드리면 그때는 진짜 죽여 버릴 거야.”비밀 공간 밖에서는 주씨 가문 경호원들이 숨겨진 출입구를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이대로 주영도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 집은 정말 완전히 무너져버릴 것이다.다행히도 마침내 비밀 공간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대표님.”경호원들은 주영도의 옷에 번진 선명한 핏자국을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그들의 임무는 주영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그런 그들에게 고용주가 다쳤다는 사실은 곧 자신들의 직무를 다하지 못한 명백한 실책이었다.강루인은 그들의 깊은 충성심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자기 아들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방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건... 설마 도둑이라도 든 건가?’집 안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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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주영도는 처참하게 망가진 집을 바라보며 얼굴 근육까지 일그러졌다.그는 강루인이 자신을 향한 증오를 과소평가했고 지은우의 제멋대로인 행동 역시 얕봤다.어린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의 행동은 놀라울 만큼 거침없었다.선샤인 빌리지는 지은우 때문에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고 그 소란은 모두를 정신없게 만들었다.하지만 선샤인 빌리지를 휩쓴 그 혼란은 강루인 모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두 사람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강루인은 지은우와 함께 데려온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통통이는 여전히 강루인을 기억하는 듯 반려동물 가방에서 나오자마자 그녀의 발치에 몸을 비비며 떨어질 줄 몰랐고 연신 울음소리를 냈다.지은우는 작은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엄마, 고양이가 아직 엄마를 기억하고 있어요.”강루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통통이에게 반응해주었다.고양이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그녀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통통이에게 많은 정성을 쏟은 적도 없었다.애초에 이 고양이는 주영도가 데려온 길고양이였기에 강루인은 통통이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늘 거리감을 느끼곤 했다.그녀는 자신이 무심코 베풀었던 작은 보살핌을 고양이가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짐승조차 받은 은혜를 알고 기억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강루인은 다시 한번 지은우에게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아이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들은 뒤에야 그녀는 반려동물용품을 구매해 주었다.통통이는 타고난 사교성으로 낯선 환경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태연하게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공간을 익히려는 듯 구석구석 살피고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쳤다.잠시 소화를 시키고 난 뒤 강루인은 욕실로 들어가 지은우를 씻겨 주었다.하얗고 보드라운 작은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한때는 마르고 여위어 안쓰럽기만 했던 작은 아이가 이제는 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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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그런 마음과 더불어 두 사람 사이의 정이 깊어질수록 강루인은 지은우가 다른 아이들처럼 밝고 환하게 아무 걱정 없이 자라기를 바랐다.지은우는 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제가 나쁜 짓 한 거예요?”그는 자신이 물건을 부수고 망가뜨리면 그녀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지은우는 그곳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싶었다.강루인은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엄마를 지키려고 한 일이니까.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 이런 일은 경호원 삼촌들한테 맡겨도 돼.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밥 잘 먹고 잘 자고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자라는 거야.”“그게 엄마의 바람이고 아빠의 바람이기도 해.”지은우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 저 말 잘 들을게요.”강루인은 몸을 숙여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말했다.“우리 착한 아들.”입맞춤 한 번에 지은우의 기분은 금세 풀어졌다.“엄마, 오늘 밤 저랑 같이 자면 안 돼요?”지수현이 있을 때는 아이가 강루인과 함께 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겉으로는 지은우에게 이제 다 컸으니 혼자 자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질투 때문이었다.아이는 그녀와 함께 잘 수 있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그는 그 특별한 시간을 아이 혼자 독차지하게 둘 수는 없었다.지수현은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강루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허락을 받은 지은우는 기쁜 나머지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더니 스스로 한쪽 구석으로 몸을 옮겨 강루인이 누울 자리를 넓게 만들어 주었다.“엄마, 빨리 와요.”아이는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두 사람은 나란히 아이 침대에 누웠다.따뜻한 노란빛 조명이 두 사람을 포근하게 감쌌고 은은하게 번지는 빛은 방안을 한층 더 아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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