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全部章節:第 711 章 - 第 720 章

731 章節

제711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주영도는 몸을 숙여 구연정 쪽의 차 문을 열어 망설임 없이 그녀를 차 밖으로 밀어냈다.강루인이 사라진 5년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왜 그녀를 점점 더 멀어지게 했는지에 대해 반성했다.결국은 주영도가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했고 지나치게 우유부단했던 것이 문제였다.만약 구아정이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그녀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두었다면 강루인과의 결혼생활은 이혼이라는 결말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주영도는 이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하고 그녀들과 분명한 거리를 두기로 했다.그렇게 구연정은 주영도에게 거칠게 차 밖으로 내몰렸다.구연정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노윤환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마침 호텔에서 막 나온 강루인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그저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이 광경을 목격했을 뿐이었다.하지만 강루인의 차갑고 담담한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낯선 사람들의 소란을 구경하는 것보다도 더 무심하고 평온했다.강루인을 발견한 순간 구연정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녀는 마치 자신의 목에 남은 흔적을 강루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무의식적으로 목을 가렸다.하지만 그것은 구연정의 착각일 뿐이었다.강루인은 애초에 그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그들이 있는 방향을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 그곳에 머물지는 않았다.강루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그들을 외면한 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그 순간 주영도 역시 강루인을 발견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그의 음침하고 날카로운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놀라움과 기쁨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그는 다급히 차에서 내려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루인아...”주영도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갔을 때 강루인의 차는 이미 그곳을 떠난 뒤였다.알코올은 주영도가 마음속 깊이 억눌러 두었던 그리움을 더욱 크게 부풀려 놓았다.강루인이 자신에게 차갑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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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주영도는 더 이상 강루인을 쫓아가지 않았다.어쩌면 충격을 받은 것인지도 몰랐다.그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 강루인이 지수현에게 보여주는 다정한 배려와 세심한 보살핌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줄곧 주영도의 뒤에 서 있던 노윤환은 조심스럽게 그의 행동을 살폈다.그는 술에 취한 주영도가 이성을 잃고 강루인에게 달려가 난동을 부리며 억지로라도 그녀를 데려오려 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영도는 아직 이성을 유지한 채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도 아니었고 적어도 마지막 남은 체면만큼은 지키려 하는 듯했다.차가운 바람이 그의 몸에 남아 있던 술기운을 조금씩 몰아낸 뒤에야 얼음기둥처럼 굳어 있던 주영도의 몸도 마침내 움직였다.“선샤인 빌리지로 가.”노윤환은 얼어붙은 두 손을 비비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가는구나. 더 있다가는 정말 얼어 죽을 뻔했네.’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어느 날, 지수현은 강루인 곁으로 다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재미있는 구경 하고 싶어?”강루인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구?”지수현은 망설임 없이 이름을 말했다.“양동운.”강루인은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마무리한 거야?”지수현은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의도를 알아챈 강루인은 강아지를 쓰다듬듯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갠 것은 그저 하늘이 잠시 방심했던 것뿐이었다.정신을 차리는 순간 또다시 거센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양정모는 양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계획까지 세워두었다.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그는 진흙탕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더 깊고 질척한, 양씨 가문을 완전히 집어삼킬 또 다른 거대한 진흙탕 속으로 뛰어든 것이었다.양씨 가문의 모든 자금은 순식간에 묶였고 결국 파산 선고를 피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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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지수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나 당당하게 인정했다.그의 표정에는 능력이 있으면 어디 한번 건드려 보라는 듯한 여유와 도발이 가득했다.양정모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현실을 마주한 듯한 절망도 선명하게 드러났다.그는 당장이라도 지수현에게 따지고 들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지금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양씨 가문의 몰락은 결국 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주었다.모든 것은 결국 그의 방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양씨 가문이 끝없이 추락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급함이 양정모를 서두르게 했고 그 잘못된 선택이 결국 양씨 가문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이미 꺾여버린 양정모의 기세는 더 이상 펼칠 수조차 없었다.그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강루인! 이 천박한 년이...”양동운의 욕설이 막 터져 나오려던 순간 그는 휠체어와 함께 그대로 누군가의 발에 채워 넘어지고 말았다.“동운아!”몇 초간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흐르더니 곧 한인숙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어디를 걷어차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양동운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양정모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지수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여유로운 태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눈이 멀었어? 사람 때리고 있잖아. 안 보여?”“그러니까 너희 집안이 이렇게 쫄딱 망한 거지. 가족 전체가 머리에 문제가 있었네.”양정모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우리 가족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아직 안 끝난 거야?”지수현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착각하고 있네. 너희가 지금 이런 꼴이 된 건 나랑 아무 상관 없어.”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양동운에게 돌리며 말을 이었다.“원망하려면 저 쓸모없는 네 동생이나 원망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어디서 참새 주제에 독수리 흉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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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양씨 가문의 파산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도에게도 전해졌다.하지만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그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다.처음부터 양씨 가문이 전 세대의 은혜를 내세워 주세웅에게 사정하지 않았다면 그는 애초에 그들에게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강루인의 원한은 그녀가 직접 갚아준 것이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노윤환은 그의 뒤에 서서 상황을 보고했다.“주이준이 이틀 전에 이사회 사람들과 따로 만났습니다.”주이준은 주영도의 둘째 삼촌이었다.하지만 주영도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그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꾹 눌러 끄며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그 사람은 신경 쓰지 마. 주용준부터 처리해.”주영도도 더 이상 생각 없는 셋째 삼촌이 제멋대로 설치고 다니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주용준은 그에게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하여 주영도는 최대한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그는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강루인을 되찾는 데 쏟을 생각이었다.주용준은 분노를 참지 못한 채 급히 주이준을 찾아갔다.“형, 주영도 그 새끼 이제는 아예 날 삼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아!”사무실 안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주용준과 달리 주이준은 훨씬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그는 느긋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 난리야? 나이가 쉰도 넘었으면 이제는 좀 무게감 있게 행동할 때도 되지 않았어?”하지만 주용준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자신이 이제 완전히 빈 껍데기로 전락할 상황이라는 사실이 눈앞에 닥쳐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주영도를 너무 얕봤다.주세웅이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는데도 주영도는 지금부터 삼촌인 자신을 끝까지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이대로라면 아버지 제삿날이 내 제삿날도 되는 거 아니야?’주용준은 그대로 주이준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형, 이제는 주영도 그 새끼가 제멋대로 날뛰게 내버려둬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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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주이준은 감출 수 없는 흐뭇함이 담긴 눈빛으로 주영도를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너도 이제 서른다섯이구나. 네 아버지가 네 나이였을 때 네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지붕 위까지 올라가며 말썽부렸었는데.”“그러고 보니 지금까지도 혼자네. 다시 좋은 사람 찾아볼 생각은 없어?”주영도는 그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삼촌은 그렇게 바쁘신데도 제 인생사까지 신경 쓰실 여유가 있으신가 봐요.”주이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니 삼촌인 나라도 네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 않겠니.”그 말에 담긴 숨은 의미를 알아들은 주영도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더니 몸을 돌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다니.”주이준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희들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우리 어른들의 바람이야.”주영도의 검은 눈동자에는 비웃음이 스쳤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공교롭게도 당신들을 떠나보내는 것 역시 후배인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이잖아요. 역시 우린 친삼촌과 조카 사이가 맞나 보네요. 생각하는 방식까지 이렇게 똑같으니.”주이준은 그의 날카로운 말에도 그저 웃음을 지었다.“참 효심이 깊은 아이로구나.”주세웅이 수술을 받게 되는 날, 주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병원으로 모여 자리를 지켰고 몸이 편찮은 김옥순마저도 함께였다.유난히 길었던 수술은 아침부터 시작되어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김옥순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따로 마련된 병실에서 먼저 휴식을 취했다.그 뒤로 한 시간쯤 더 지나서야 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리며 주세웅이 의료진에 의해 실려 나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주씨 가문 사람들은 일제히 앞으로 다가갔다.“아버님 상태는 어떠십니까?”“우리 할아버지...”“우리 외할아버지...”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에 의사는 머리가 지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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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주영도.”뒤에서 들려오는 주이준의 목소리에 주영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입으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무심한 눈빛만으로도 무슨 일이냐는 뜻을 충분히 전하고 있었다.주이준은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타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성격이 너무 급해.”주영도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먹물을 풀어놓은 듯 짙은 그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스쳤다.“제가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삼촌 뜻에 더 부합되는 거 아닌가요?”주이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삼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처럼 보이니? 우리는 한 가족이야. 난 그저 우리 가족이 잘되길 바랄 뿐이야.”정의로운 사람이라도 된 듯 당당하게 말하는 주이준의 모습에 주영도는 다시 한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삼촌, 오랜 세월 가면을 쓰고 살다 보니 이제는 본래 모습조차 잊어버린 건 아닌가요?”겉으로는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인 척하는 그의 모습에 주영도의 눈빛에 담긴 비웃음은 더욱 짙어졌다.“호랑이를 그리려면 겉모습은 따라 그릴 수 있어도 뼈까지 그리기는 어렵다고 하죠. 삼촌은 우리 아버지의 겉모습조차 따라가지 못합니다.”주영도는 주이준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모든 일의 시작은 결국 질투였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주이준의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에는 미세한 변화가 일었고 눈빛 깊은 곳에는 숨길 수 없는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주영도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지나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르는 법이니까요.”그는 자신의 앞에서까지 위선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주이준을 더 이상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주영도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오영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주영도 저 녀석은 정말 위아래도 모르는군. 우리를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잖아요. 이제는 완전히 제멋대로야. 저 기세를 꺾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회사에서 설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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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깊은 밤, 술을 마시고 잠든 주영도는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목이 타들어 갈 듯한 갈증에 잠에서 깬 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열로 정신이 흐릿해진 주영도는 앞에 있는 테이블에 발이 걸려 균형을 잃은 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꽃병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맑고 날카로운 파편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며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그 소리에 깊이 잠들어 있던 진경자가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서둘러 방에서 나온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테이블 다리에 등을 기대고 있는 주영도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대표님?”주영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목소리는 열기에 짓눌린 듯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물 좀 주세요.”“네, 잠시만요.”진경자는 급히 주방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나왔다.“대표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그의 얼굴은 너무 붉게 달아올랐다.주영도 본인 역시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지끈거리며 어지러운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야 그는 타들어 가던 갈증과 불편함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듯했다.“이마가 너무 뜨거워요.”진경자의 손은 이미 주영도의 이마 위에 닿아 있었다.손끝으로 전해지는 열기는 마치 계란을 익혀도 될 정도로 뜨거웠다.진경자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 서둘러 와달라고 부탁했다.하지만 하필 상대는 휴가 중이었고 현재 안북시에 없는 상황이었다.진경자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얼른 병원에 가야 해요.”이대로 고열이 계속된다면 몸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처음에 주영도는 병원에 가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다.하지만 진경자가 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거듭 설득하자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에게는 아직 자기 몸을 잘 돌봐야 할 이유가 있었다.진경자는 쉬고 있던 운전기사를 불러 깨웠고 두 사람은 함께 주영도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한편, 강루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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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여보, 나 너무 힘들어.”지수현의 목소리는 열기에 잠겨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강루인은 부드럽게 그를 달래며 말했다.“조금만 참아. 이따가 링거 맞으면 괜찮아질 거야.”지수현은 눈을 감은 채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렸다.“그럼 나랑 같이 있어 줘.”강루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알았어. 내가 옆에 있을게.”진경자는 주영도를 바라보다가 다시 강루인이 멀어져 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저 사람이 사모님의 지금 남편이고 아이의 아빠였구나. 대표님보다 훨씬 어려 보이고 외모도 준수하네. 두 사람... 제법 잘 어울려.’그런 생각이 들자 진경자는 다시 주영도를 바라보았다.‘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하는군. 흰머리를 검게 염색했어도 세월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젊은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가네.’눈시울까지 붉어지는 주영도의 모습에 진경자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도 링거 맞으러 가시죠.”주영도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강루인이 사라진 방향만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수액 실 안에도 사람은 적지 않았다.강루인의 주변에는 이미 빈자리가 없었기에 주영도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서 두 줄 떨어진 뒤쪽 자리에 앉았다.지수현은 계속해서 강루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강루인은 미리 챙겨 온 마스크를 꺼내 그에게 씌워주려 했지만 지수현은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써. 다른 사람한테 옮길 수도 있잖아.”강루인이 아이를 타이르듯 말하자 지수현은 못 이기는 척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네가 씌워줘.”강루인은 결국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지수현은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써.”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루인은 당연히 쓸 생각이었다.아직 어린 지은우가 집에 있었기에 그녀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차가운 수액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자 지수현의 손등은 금세 차가워졌다.강루인은 간호사에게 부탁해 약주머니에 따뜻한 물을 담아 들고 돌아왔다.“손 여기 올려놔.”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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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주영도가 쓰러져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수액 한 병이 다 들어가기도 전에 그는 다시 의식을 되찾았다.희미하게 눈을 뜬 순간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어른거렸다.주영도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루인아...”“어머, 대표님. 깨어나셨어요?”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경자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은 그대로 막혀버렸다.“아주머니가 왜 여기에 있어요?”그녀 말고 이곳에 있을 사람은 없었다.주영도는 그제야 자신이 병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응급실까지 실려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크지 않은 공간이라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가 보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사람은요?”진경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구요?”질문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주영도의 표정에서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열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정신까지 흐려진 거야? 이미 결혼까지 한 강루인 씨가 이제 자신이 돌봐야 할 사람이 따로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잖아.’진경자는 더 이상 그의 마음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대표님, 지금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의사 선생님을 다시 불러드릴까요?”주영도는 초점 하나 없는 눈빛으로 새하얀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고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듯 허전하고 씁쓸했다.진경자는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그 순간 주영도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러세요? 일어나서 뭐 하시려고요?”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한 손에는 수액 병을 든 채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진경자는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가며 속으로 투덜거렸다.‘아픈 사람이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거야. 또 무슨 난리를 피우려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그녀가 계속 따라오자 주영도는 귀찮다는 듯 미간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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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그 순간 남자 화장실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지수현과 주영도와 함께 있던 화장실 이용객들은 이미 바지를 추켜올린 채 황급히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강루인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들은 하나같이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며 마치 억울하게 피해를 볼 뻔한 사람처럼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강루인은 그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의 모든 관심은 오직 두 사람에게만 향해 있었다.이 난장판을 만들어낸 당사자인 두 사람은 마치 싸움에 달려든 닭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손등에 꽂혀 있던 수액 줄은 이미 뜯겨 나간 상태였고 각자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강루인이 들어와 소리치는 순간 두 사람은 마침 서로를 향해 발길질을 날린 뒤였고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강루인은 비틀거리는 지수현을 재빨리 붙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다.반면 주영도는 지수현만큼 운이 좋지 않았다.그는 그대로 뒤로 밀려나 허리가 세면대에 세게 부딪히며 낮은 신음이 입가로 흘러나왔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루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그녀의 목소리에 지수현의 눈빛 깊은 곳에 자리했던 살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여긴 왜 들어왔어?”강루인도 일부러 들어온 건 아니었다.그녀는 말없이 수액을 맞았던 지수현의 손을 들어 살펴보았다.손등은 이미 퍼렇게 부어 있었고 바늘이 꽂혔던 자리에서는 아직 피가 멎지 않은 채 흘러나오고 있었다.눈에 거슬릴 정도로 선명한 붉은 피였다.강루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몸 안 챙길 거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납게 몸싸움을 벌이던 지수현은 온데간데없었고 그는 어느새 순한 양처럼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잘못했어.”지수현의 태도에 강루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매번 입으로는 잘못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고칠 생각은 없었다.한편 주영도는 두 손에 힘을 주어 세면대를 짚은 채 멍하니 그녀가 지수현을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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