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본부 사무실 안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겉보기엔 평온했지만 주희재의 신경은 바늘 끝처럼 곤두서 있었다.그는 모니터 속 출렁이는 숫자와 차트에 몰두하는 척했지만, 자꾸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꼭대기 층 회장 집무실 쪽으로 스쳤다.숨 막히는 고요, 돌아갈 길 없는 정적이 흘렀다.‘상식적으로라면 어제 바로, 늦어도 오늘 오전쯤에는 회장님의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져야 했어. 관련 담당자를 전부 불려가서 쏟아지는 질책을 받는 게 순리 아닌가...’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입사한 지 며칠 안 된, 실전 매매 경험도 없는 인턴을 선임 트레이더로 앉혔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업계에서 조롱거리로 남을 일이야. 회장님이 보고를 못 받았을 리는 없는데...’그런데 정작 어제도 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큰 돌을 던졌는데도 파문 하나 일지 않는 듯,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오늘은 토요일이었다.하지만, 이 바닥에서 주말이니 휴식이니 하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하루에도 수십 건의 안건을 처리하는 회장조차 토요일마다 사무실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아랫사람들이 감히 마음 놓고 쉴 수 있겠는가.시장 분석, 보고 정리, 데이터 수집, 하나라도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일투성이였다.주말 특근은 그저 일상이었고 숨 쉬듯 당연한 기본 동작이었다.‘그런데 위에서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니...’주희재는 깊게 숨을 들이켰지만 심장이 ‘쿵쿵’ 요동쳤다.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기대와 추측을 애써 누르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역시 회장님은 알고 계셨던 거야. 회장님은 이미 소현성 씨의 정체를 다 파악하고 있었던 거지. 그 녀석이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분명 알고 계셨을 거야. 내가 대담하게 추측했던 대로 소현성은 그냥 인맥으로 우리 부서에 꽂아둔 허수아비가 아니었어. 아직 출신이 뚜렷하지 않고 정체가 미묘하게 감춰진 비밀 병기 같은 사람일 거야. 그러니 소현성 씨를 직접 밀어 넣고 말도 안 되는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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