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달빛 아래, 사월(四月)이는 고개를 숙인 채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사월이의 손에 들려있는 옥비녀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이는 고용형(顧容珩)이 사월이에게 하사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발밑에 바짝 엎드린 채 비굴하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그가 하사한 옥비녀를 받았다.사월이는 고용형의 잠자리 시중이나 드는 계집일 뿐이었다. 첩에도 끼지 못하는 그녀는 그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고용형이 그저 기분이 좋아서 하사한 물건을 사월이는 보물 대하듯 애지중지했다. 이런 평범한 옥비녀는 사월이같은 사람이 평생 갖지 못하는 거였다.그때, 맞은편에 있던 계집 아도(阿桃)가 사월이를 보고 그녀를 불렀다."사월아."그 목소리에 사월이는 얼른 비녀를 소매에 감추며 아도를 바라봤다."이리 늦었는데 어딜 가는 거야?"아도가 주방에서 따뜻한 물을 들고 나오며 물었다."도련님께서 서책을 대부인(大夫人) 처소에 두고 오셔서 제게 가져다 달라고 하셨습니다."달빛 아래, 하얗고 말끔한 얼굴을 한 사월이가 대답했다.그 대답을 들은 아도는 사월이의 손에 있던 책을 보며 웃었다."그럼 어서 가봐. 나도 가봐야겠다, 대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신다."아도의 말을 들은 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든 서책을 꼭 잡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어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사월이의 발걸음은 무척 느렸다. 달빛 아래의 다락방을 보니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길목에서 발걸음을 멈춘 사월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용형은 한 달 동안 사월이를 찾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서책을 가져다 달라고 한 거였다. 곧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사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때, 이화헌(梨花軒)의 문을 지키고 있던 계집이 등롱(燈籠)을 들고 사월이에게 다가왔다. 따뜻한 불빛이 사월이의 얼굴을 비췄고 계집이 사월이를 놀렸다."사월아, 여기 한참 서 있던데 길이 안 보여서 그래?""밤이 너무 깊어서요."사월이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녀는 오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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