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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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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고용형은 미련 없이 떠났다. 서약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서약지는 그런 고용형을 몰래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를 보며 조금 실망했다.고여의는 입을 가린 채 멀어지는 고용형과 고회옥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약지야, 오라버니 성질 봤지? 너 들어오면 회옥이가 많이 찾아올 거야."서약지는 입술을 깨문 채 듬직한 고용형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인영이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대감께서는 평소에도 저리 냉랭하십니까?"서약지가 고여의에게 팔짱을 끼며 수줍게 물었다."그런 생각 하지 마. 오라버니께서 나와 회옥이한테 늘 저랬으니까. 앞으로 익숙해질 거야."고여의가 서약지를 위로하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약지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고여의와 서약지는 안에서 얘기를 나눴다. 계집들은 문 앞을 지키며 나른하게 돌계단 위에 앉아 있었다.사월이는 머리를 받친 채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계집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다.서약지 곁에 있던 동그란 얼굴을 가진 계집의 나이는 많지 않았다. 활발한 성격을 가진 덕분에 그들은 계단에 앉자마자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그들이 나누던 얘기를 듣던 사월이는 서약지와 고용형의 혼사를 노야가 직접 정했다는 걸 알게 됐다.그때 고용형의 나이도 겨우 열하나쯤 됐고 서약지는 더 어렸다. 겨우 일곱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노야와 서 장군은 하나는 무예의 무식함을 무시했고 하나는 문인의 진부함을 무시했다. 그렇게 조정에서 툭하면 싸우던 두 사람은 벗이 됐고 자연스레 혼사까지 정해졌다.아엽이는 그 말을 듣더니 감탄했다."약지 아씨와 우리 도련님은 정말 인연이구나. 천생연분이 따로 없네."그러자 서약지의 계집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럼요. 아무리 많은 양반댁 규수와 벗이 있으면 뭐합니까. 대감께서는 여인을 일절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아씨와 혼인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계집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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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오후가 되어 어르신은 특별히 서 장군 일가를 남겨뒀다. 여인들은 화원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서 장군은 이 기회를 빌어 자신의 미래 사위인 고용형과 얘기를 나눠보려고 했지만 그는 무척 바빴다. 오후에 내각에서 고용형을 데리러 온 덕분에 그는 서둘러 궁에 갈 수밖에 없었다. 서 장군도 어쩔 도리가 없어 혼자 남은 고회옥을 데리고 무예를 겨루러 갔다.고회옥은 괴로웠다. 서 장군처럼 건장한 사람을 그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저녁이 되어 함께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서 장군은 기어코 고용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결국, 고용형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술시(戌時)가 넘었다.서 장군은 고용형을 보자마자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토닥이며 미간을 찌푸렸다."또 저번 일 때문에 그러냐?"그러자 고용형이 고개를 끄덕였다."장군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대신들을 돌려보냈습니다.""폐하께서 진비마마(珍妃娘娘)를 위해 온천을 짓겠다고 하는데 국고가 급박하니. 대신들도 폐하를 생각해서 그러는 게지."고용형은 서 장군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서 장군에게 직접 술을 따라줬다."대신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헌데 폐하께서 대신들과 맞서고 있는데 억지로 설득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겁니다."고용형의 말을 들은 서 장군이 멈칫하더니 그를 바라봤다."폐하를 말릴 방법이 있는 게냐?"고용형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붓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관건은 진비입니다. 폐하께서는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진비를 예뻐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진비는 견디기 힘들 겁니다. 대신들이 진비가 나라를 망칠 요괴라는 상주서를 올린다면 진비가 견디기 힘들어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서 장군이 웃었다. 그리곤 고용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역시 젊은이들이 더 무서워."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술잔을 들고 서 장군에게 술을 권했다."식사할 때는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서 장군님께 술을 올리겠습니다."서 장군은 자신의 미래 사위가 무척 마음에 들었기에 기분 좋게 단번에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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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자리에 있던 이들은 취기가 오른 서 장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고회옥을 제외하곤 말이다.고회옥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고용형이 그의 손을 잡고 눌렀다.그는 누이에게 정말 사월이를 진왕부로 데려가려는 건지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누르고 있는 고용형을 보니 의아해졌다. '형님은 내가 뭘 물어보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그때, 고용형이 고회옥을 보며 손을 거두었다."네가 이번에 폐하의 총애를 받게 된 것도 서 장군님 덕분이니 얼른 술을 올려야지."고회옥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일어서서 두 손으로 술잔을 잡은 채 서 장군에게 술을 권했다.고용형은 서 장군의 술잔을 채워주더니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장군님께서 회옥이를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서 장군은 고회옥의 술잔을 받아 들곤 소리 내어 웃었다."회옥이가 눈치가 빨라서 내가 조금만 더 가르친다면 다음에는 전장에서 혼자 싸울 수도 있을 거야."한편, 사월이는 입을 막고 서둘러 대나무숲의 깊은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세수간에 도착하기도 전, 참지 못하고 게워 냈다.하지만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먹지 않아 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게워 낸 사월이는 서둘러 세수간으로 가서 입을 헹궜다.사월이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식사 자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생각나 그녀는 세수를 하곤 다시 고여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사월이가 조용히 고여의 등 뒤에 섰을 때, 식사는 거의 끝이 났다.아엽이는 안색이 좋지 않은 사월이를 보곤 작게 물었다."사월아, 왜 그래?"사월이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오후에 뭘 잘못 먹었나 봐요. 속이 조금 안 좋네요.""오후에 밥 먹을 때, 얼마 먹지도 않더구만, 뭘 잘못 먹었다고."사월이는 메스꺼움을 참으며 웃었다."모르겠어요. 어제 잘 못 잔 걸 수도 있고요."서 장군은 이미 만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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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사월이는 괴로웠지만 게워 낸 덕분에 그나마 조금 나았다. 고여의의 목욕을 도운 뒤, 물을 버리러 나온 그녀는 고회옥과 마주쳤다.고회옥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가산 옆에 서더니 물었다."사월아, 너 정말 누이를 따라 진왕부로 갈 생각이야?"고회옥은 어둠 속에 우뚝 서 있었다. 머리까지 높이 올려묶어 무척 멋있었다.사월이는 멍하니 고회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회옥은 그 대답을 듣고 나니 조금 급해져서 사월이의 어깨를 잡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머니께서 널 보낸 거지? 네가 가고 싶지 않다면 내 어머니께 말씀드리겠다."사월이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고회옥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그녀와 무척 가까웠다. 그의 호흡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지만 눈은 무척 맑았다.사월이는 고회옥이 왜 이렇게 급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는 정말 자신을 신경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을 그저 가지고 놀기 좋은 계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사월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가 감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이자 귀걸이가 뺨에 닿았다."제가 좋아서 아씨를 따라가는 겁니다."그 말을 들은 고회옥은 멍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사월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상주의 진왕부가 얼마나 먼지 알고는 있느냐?"사월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도 괴로웠다. 고회옥을 떠나기가 아쉬웠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저 아쉬운 거였다.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를 바란 적은 없었다."노비는 그저 계집일 뿐입니다.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해도 장소를 바꿔서 계집 노릇을 하는 것뿐입니다. 노비에게는 다를 게 없습니다."고회옥은 그 말을 듣더니 손을 풀었다.그의 표정에 사월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고회옥은 한숨을 쉬었다."누이가 이제 곧 갈 테니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널 못 볼지도 모르겠구나."고회옥이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작은 장신구 하나를 꺼내 사월이의 손 위에 놓았다."어릴 때 자주 너랑 놀러 왔었는데 내가 많이 울리지 않았느냐. 이걸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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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사월이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들었다."제가 금방 여기에 들어왔을 때, 도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사월이가 금방 고부에 들어왔을 때, 성격이 착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몰래 울었다. 함께 일하는 계집이 괴롭혀도 그녀는 숨어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그때, 고회옥은 사월이를 찾아왔다가 울고 있는 그녀를 보곤 두말 않고 복수해 줬다. 그는 고여의의 처소를 뒤짚어엎었다. 나중에 계집들 사이에서 고회옥이 사월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누구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다.사월이는 마음속으로 고회옥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고마움을 전한 적은 없었다. 고회옥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또 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내가 너보다 두 살 많으니 당연히 돌봐줘야지. 나는 여동생이 없어서 널 여동생으로 여기고 아껴줬었다."고회옥이 웃으며 사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눈시울이 점점 빨개지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궜다. 사월이는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가만히 지켜봤다.고회옥은 그제서야 사월이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얼른 고개를 숙이고 살펴봤다.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발견했다.고회옥은 조금 당황해서 손수건을 꺼내 사월이의 눈물을 닦아줬다."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 게냐?"사월이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눈물에 가려져 흐릿해진 고회옥은 꼭 그녀가 잡을 수 없는 사람 같았다. 사월이는 고개를 젓더니 울먹이며 말했다."도련님께서 노비를 친동생으로 생각해 주는 게 고마워서 그럽니다."사월이의 말을 들은 고회옥은 그제서야 한시름 놓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상주에 가서도 억울한 게 있으면 내게 서신을 쓰거라. 상주가 아무리 멀어도 내 가서 널 도와주마."또다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고회옥을 보며 사월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다.아엽이는 물을 버리러 갔던 사월이가 돌아오지 않자 방금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한 것이 생각나서 무슨 일이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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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고여의가 잠자리에 든 뒤, 사월이와 아엽이는 그녀의 처소에서 나왔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장림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사월 낭자, 저와 얘기를 좀 나누시겠습니까?"사월이는 장림이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막을 줄은 몰랐다. 순간, 안색이 창백해진 그녀는 아엽이에게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줬다.장림은 고용형의 호위였기에 얼굴이 꽤 알려졌다. "사월아, 장림이 왜 널 찾는 거야?"아엽이가 사월이에게 묻자 그녀는 난감해졌다. 사월이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엽이에게 말했다."오늘 제가 잃어버린 물건을 장림이 찾아서 그걸 돌려주려고 그런 거예요. 먼저 가세요. 절 기다릴 필요 없어요.""맞습니다, 아엽 낭자."사월이의 말을 들은 장림이 덧붙였다.아엽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월이에게 말했다."그럼 나는 먼저 갈게, 사월아, 조심해서 와."아엽이가 떠난 뒤, 사월이가 장림을 보며 말했다."장림,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해요.""낭자, 이리로 가시죠."장림이 미소를 지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대나무숲을 가리켰다.두 사람이 숲에 도착하자 사월이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도련님께 오늘 제가 당직이라서 못 간다고 말해주면 안 되겠습니까?"사월이의 말을 들은 장림은 조금 난감해졌다."그게... 저는 감히 대감을 속일 수 없습니다. 낭자, 저를 난감하게 하지 마세요."장림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가는 여전히 빨갰다. 장림이 봐도 불쌍한 모습이었지만 그도 한낱 호위였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제가 오늘 몸이 좋지 않습니다. 가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저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사월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장림을 지나쳐갔다. 깜짝 놀란 장림은 얼른 사월이의 앞을 막아섰다."사월 낭자, 한낱 하인인 저를 난감하게 하지 말아주세요."사월이는 괴로워졌다. 자신을 강요하는 고용형을 생각하니 역겨웠다. 그녀는 답지 않게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저는 노비일 뿐입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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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사월이는 조금 무서워졌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뭘 하는 겁니까. 내려주십시오. 안 내려주시면 소리 지를 겁니다."하지만 고용형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재촉하며 싸늘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하거라. 고회옥이 네가 내 품에 안긴 걸 보고 무슨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하구나."사월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멈칫했다. 후두둑 떨어진 눈물이 고용형의 가슴을 적셨다. 그리고 그녀가 이를 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도련님이 밉습니다..."하지만 고용형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이화헌 다락방에 도착하자마자 고용형이 사월이를 침상 위로 던졌다.사월이는 두려워하며 몸을 일으키곤 울 것 같은 얼굴로 애처롭게 말했다."뭘 하려는 겁니까?"고용형은 사월이에게 그 어떤 반항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간 그가 사월이의 얼굴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내가 뭘 하려는 것 같으냐?"고용형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숙여 사월이의 입술을 집어삼켰다.삽시간에 강렬한 술 냄새가 느껴졌고 사월이는 괴로움에 몸 위의 이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녀가 밀어낼수록 고용형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사월이는 무력하게 모든 것을 감당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용형은 다시 고개를 들고 빨개진 사월이의 눈과 코를 바라봤다. 빨개진 입술은 조금 부어있었다. 그 어느 곳 하나 매혹적이지 않는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유독 사월이의 눈물을 볼 수 없었다.사월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가 갑자기 하찮다는 듯 웃었다."방금 고회옥 앞에서 구슬프게 우는 걸 봤다. 헌데 어찌 내 앞에서는 꼭 괴롭힘당한 사람처럼 구는 것이냐? 회옥이가 널 동생으로 생각해서 괴로웠던 게냐? 보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만큼 구슬프게도 울더구나. 내가 고회옥 침상으로 널 보내주랴? 그게 네 소원이 아니더냐?"사월이는 고용형이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할 줄 몰랐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를 때리려고 했지만 고용형이 그녀의 손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품지 말아야 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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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사월이는 한참 울고 나서야 진정했다. 넓디넓은 처소 안에서는 사월이가 훌쩍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고용형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사월이는 이상함에 눈물을 머금은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던 고용형을 마주했다.고용형은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흐릿한 촛불에 감춰진 반쪽 얼굴과 꾹 다문 입을 보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월이는 어둠 속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물을 매단 채 이런 고용형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그녀는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다.고용형은 말없이 몸을 일으켜 앉은 사월이를 바라봤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고 머리카락도 눈물에 젖어 어지럽게 볼에 붙어있었다. 그중 하나가 빨개진 입가에 붙어있어 보기에 무척 귀여웠다.훌쩍이는 소리는 점차 멎었다. 사월이는 소매로 눈가를 마구잡이로 닦더니 아무 말 없는 고용형을 한 눈 보곤 쉰 목소리로 말했다."가보겠습니다."그리곤 다락방을 나서려고 했다.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고용형에게 팔을 잡히고 말았다. 그가 힘을 조금 주자 사월이는 힘없이 고용형의 품에 안겼다.사월이는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녀는 의자의 팔걸이를 잡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허리에 자리 잡은 손이 사월이를 단단히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고용형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월아, 내 오늘 술을 마셨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멍하니 고용형을 바라봤다. 그가 왜 지금 이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사월이를 바라보는 고용형의 눈에 무언의 감정이 서렸다. 그는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내 다음에는 억제할 것이다."사월이는 여전히 고용형의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돌아가고 싶었다."돌아가고 싶습니다."마음속의 생각을 내뱉은 사월이가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고용형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금 자신이 먼저 꼬리를 내렸는데도 사월이는 못 들은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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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고용형이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월이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내가 뭘 할 것 같으냐?"순간, 사월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용형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꼭 껴안고 있는 것이 여인이 아니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인 것처럼.사월이는 이런 고용형이 두려웠다. 그의 생각을 알 수도 없었고 그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고용형은 사월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말했다."사월아, 부끄러운 게냐?"고용형의 숨결에 사월이는 귀가 간지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용형의 가슴을 짚은 채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그러자 고용형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사월이를 안고 침상으로 가서 앉았다."지금 이런 꼴로 돌아가서 뭐라고 할 것이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바라봤다. 방금 전, 고용형이 마구잡이로 잡아당겨서 하얀 속곳이 드러나 있었다.황급히 옷을 정리한 사월이는 새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했다.눈물을 매단 불쌍한 얼굴 옆으로 드리워진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고용형은 참지 못하고 그 얼굴을 만졌다. 그의 눈빛은 복잡했다.손바닥의 뜨거운 온도에 사월이는 흠칫 몸을 떨더니 고용형을 경계하듯 쳐다봤다. 그 눈빛에 고용형은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식사 자리에서 안색이 안 좋던데 왜 그런 것이냐? 고뿔이 아직 안 나은 게야?"그가 사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사월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자신을 쳐다봤을 고용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곤 고개를 저었다."다 나았습니다."고용형은 그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월이의 손목에 있던 팔찌를 만지며 물었다."어찌 내가 준 팔찌를 안 한 게야?""큰아씨께서 주신 겁니다. 제게 하고 다니라고 했습니다.사월이가 팔찌를 보며 대답했다.그러자 팔찌를 만지던 손가락이 멈칫했다."귀걸이도 고여의가 하라고 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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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이튿날 아침, 고여의는 계집들에게 물건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고 몇 명의 계집만 남겨둔 채 어르신의 처소로 향했다.그곳에는 대부인이 이미 와 있었다. 고여의가 들어서자마자 대부인이 그녀를 자신의 옆에 앉혔다.사월이는 묵묵히 고여의의 옆에 서서 가끔 차를 올려줬지만 속에서는 또 메스꺼움이 치고 올라왔다.그 괴로운 느낌을 참고 있던 사월이는 갑자기 대부인의 입에서 들려온 자신의 이름을 듣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다. 혹여라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를까 봐서였다.대부인은 고여의의 뒤에 서 있던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고여의에게 물었다."그동안 이 계집을 데리고 다니면서 불편한 데는 없었느냐?""제 마음에 쏙 듭니다."고여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대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월이를 유심히 훑어봤다.사월이는 그 눈빛에 불편해졌다. 다행히 대부인은 곧 눈길을 돌려서 어르신과 얘기를 나눴다.사월이는 그제서야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어찌 된 건지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없고 느끼한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이 올라왔다.다행히 아침에만 그런 증상이 심해서 견딜 만했다.고여의는 어르신의 처소에서 밥을 먹은 뒤, 돌아가는 길에 사월이에게 말했다."사월아, 내일 아침에 상주로 돌아갈 것이다."이는 사월이가 이곳에 온 뒤로 처음으로 떠나는 먼 길이었다."아씨, 여기에서 상주까지 가려면 며칠이나 걸립니까?""마차로 가는 길이 순조롭다면 나흘이나 닷새가 걸릴 거다.""그렇게 멉니까..."고여의의 대답을 들은 사월이는 시무룩해졌다.그러자 고여의가 그런 사월이를 보며 웃었다."그리 먼 것도 아니다. 상주는 그나마 가깝다. 그리 외진 곳은 아니다. 너도 가보면 알 거다."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여의는 돌아가자마자 사월이에게 물건을 정리하라고 했다. 안에서 나온 사월이는 흐린 날씨를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았다.사월이가 계집들이 머무르는 처소로 가보니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침상 밑에 뒀던 상자를 꺼냈다. 이곳에 십여 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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