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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Penulis: 팔월설
사월이가 주방으로 돌아가자 추운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월이를 구석으로 끌고 간 추운이는 수육 한 접시를 내밀었다.

"어디서 난 겁니까?"

수육을 본 사월이가 놀라서 물었다.

주방에 있는 다른 이가 보고 집사에게 알린다면 곤장을 맞아야 할 것이다.

추운이는 무서워하는 사월이를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

"뭘 그리 놀라는 거야? 어르신께서 주신 거야. 주방에서 일을 도운 이는 다 있어."

사월이는 그제야 마음 놓고 수육을 한 점 먹었다.

"음식을 아직 다 안 올렸는데 가서 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지. 일단 너랑 한 점 맛보고 싶어서 데려온 거야."

추운이가 접시를 한쪽으로 치우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웃었고 두 사람은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났을 때는 이미 술시가 다 되어갔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니 늦은 밤이 되었다.

계집들이 지내는 방 안, 사월이는 세수를 마치곤 아직 바삐 움직이는 이들을 보곤 구석에 있던 상자에서 두루마기 하나를 꺼내 깁기 시작했다.

"누구 두루마기야?"

세수간에서 돌아온 추운이가 사월이에게 물었다.

"임 어멈 두루마기예요. 큰아씨께서 돌아오셔서 바쁠까 봐 생각난 김에 하려고요."

사월이가 묵묵히 두루마기를 기우며 대답하자 추운이가 입을 삐죽였다.

"저번에는 깔창을 기워달라더니 이번에는 옷이야? 사월이 네가 임 어멈 계집도 아니고. 대부인 곁에 오래 있더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임 어멈은 오랫동안 대부인의 시중을 들었다. 해서 아래 계집들에게 각박하게 굴면서 마음대로 부려 먹기 일쑤였다. 덕분에 많은 계집들이 불만이 많았다.

그때, 자리에 누웠던 한 계집이 추운이의 말을 듣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저번에 그 늙다리가 대부인이 남긴 과일을 집어 먹은 걸 내가 봤는데 오히려 나한테 눈을 함부로 돌린다면서 욕을 했다니까. 에잇, 퉤! 그러니까 아들이 부인도 못 찾지."

그 말을 들은 다른 계집들이 웃었다. 하지만 오늘 다들 피곤했던 탓에 힘이 없어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사월이는 빠르게 마무리를 짓고 기운 두루마기를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리곤 등잔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그럼 불 끄겠습니다."

사월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불을 껐다.

오늘 피곤했던 탓에 불을 끄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잠들었다. 사월이는 그제서야 고회옥이 준 상자를 들고나와 바깥 계단 위에 앉았다.

달빛 아래, 사월이가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두 개의 흙 인형이 나란히 있었다.

두 개의 흙 인형을 꺼낸 사월이는 포동포동한 인형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인형의 등 뒤에는 글이 적혀있었다. 각각 회서라고 쓰여진 인형들을 바라보며 사월이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오라버니와 아버지, 어머니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자신을 찾은 적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경성과 회서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사월이는 턱을 괸 채 생각했다. 고회옥이 회서를 지나쳐 왔다고 했는데 그녀는 그곳이 얼마나 먼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잊고 묻지 못했다.

다음에 언제 또 고회옥과 단둘이 얘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사월이는 조금 울적해져선 또다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두 인형을 상자 안에 넣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녀는 고개를 들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고용형을 보게 됐다.

순간 놀란 사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고용형을 본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 누가 믿을까.

차가워 보이기만 하는 당대 재상인 고용형이 사람들 몰래 비천한 계집을 강요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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