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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이부인의 말을 들은 조씨의 웃음이 점점 깊어졌다. 그녀는 몸을 바로 세우고 고여의에게 물었다."어젯밤에는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진왕부(晉王府)에 시집간 지가 삼 년인데 어찌 아이 소식이 없는 게야?"조씨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고여의를 바라봤다. 문 앞에 서 있던 사월이도 참지 못하고 눈길을 돌렸다.고여의는 그 질문에 조금 어쩔 줄 몰라 하다 억지웃음을 짜냈다."아직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하지만 조씨는 단번에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진왕이 잘 못 해주는 게야?"고여의의 눈에 감출 수 없는 쓸쓸함이 서려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어머님, 아닙니다. 진왕께서는 제게 아주 잘해주십니다."조씨는 고여의가 억지로 웃고 있다는 걸 알아봤다. 하지만 이부인 매씨(梅氏)가 있었기에 뭐라고 하지도 못한 채 덩달아 침울해졌다. 순간, 처소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매씨는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걸 눈치채고 웃으며 일어섰다."언니, 저는 회안(懷安)이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추시(秋試)가 코앞이니 열심히 하고 있는지 가봐야겠습니다."조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일어서며 매씨에게 말했다."그럼 살펴 가거라. 회안이 추시는 큰일이잖아."조씨가 그렇게 말하더니 문 앞에 서 있던 사월이를 불렀다."이부인을 보내드리거라."사월이는 그 말에 대답하곤 매씨를 보내줬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고여의가 조씨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사월이는 느린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안에서는 고여의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왕야께서 저는 남녀 간의 재미를 모른다면서... 반 달 동안... 제 처소에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왕부에 있는 미천한 계집이... 아이를 가졌습니다... 해서 이번에 돌아온 겁니다. 왕부에서 그 꼴을 보고 있기도 싫고..."고여의는 그 말을 끝으로 또 조씨에게 안겨 울기 시작했다.고여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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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사월이가 복도에 서서 생각에 잠긴 그때, 추운이가 대야를 들고 다가왔다."빨래를 마쳤으니 나랑 같이 빨래 널러 가자."하지만 사월이는 고개를 저었다."대부인이랑 큰아씨께서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제게 문을 지키라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추운이가 처소 안을 바라봤다. 평소 대부인을 따라다니던 계집도 문발 뒤에 서 있는 것을 본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사월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길래 저리 신비스럽게 구는 거야?""어쨌든 저희와 상관없는 일입니다."사월이가 고개를 젓더니 추운이의 귓가에 대고 작게 대답했다."언니도 물어보지 마요, 모르는 게 더 나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추운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야를 들고 갔다.대부인과 큰아씨는 안에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사월이는 문 앞에만 서있자니 조금 심심해졌다. 하늘은 곧 비라도 오려는 듯 우중충해졌다.가을에는 비가 많이 오는 법이었다. 날이 갠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비가 몰려왔다.아니나 다를까 머지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사월이는 빗물에 신발이 젖을까 봐 안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고회옥이 우산을 든 채 웃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됐다."셋째 도련님."사월이가 얼른 인사를 올렸다.고회옥은 우산을 거두고 사월이 앞에 섰다. 그는 사월이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텅 빈 처소 안을 확인한 고회옥이 사월이에게 물었다."어머니는 안 계시냐?"그러자 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대부인과 아씨께서 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대부인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사월이의 말을 들은 고회옥이 실망한 얼굴로 대답하더니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리곤 허리춤에 찬 두 개의 검은색 패도를 사월이에게 보여줬다."오늘 폐하께서 하사하신 거다. 내가 하니 멋있느냐?"길이가 다른 두 개의 패도에는 금색의 학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단순해 보이는 물건이 아니었다. 사월이가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패도를 만져보니 묵직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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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여의는 대부인 처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가 되어 할머니 처소의 어멈이 고여의를 부르러 왔다. 대부인은 고여의를 데리고 할머니 처소로 향했다.사월이는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그들이 떠난 뒤, 처소를 청소했다.청소를 다 끝낼 쯤에 임 어멈이 처소로 들어오더니 사월이를 보곤 그녀를 불렀다."사월아, 어서 이리 오거라."그 부름을 들은 사월이가 얼른 임 어멈에게 다가갔다."왜 그러십니까?"그러자 임 어멈이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방금 큰아씨께서 넘어지셨다. 계집이 잡아줘서 큰일은 없었지만 옷이 다 젖었다. 나는 늙어서 걸음이 느리니 젊은 네가 얼른 큰아씨 처소에 가서 옷을 찾아서 가져다주거라. 아씨 처소에 가서 옷을 바꾸고 갔다간 늦을 것이다. 지금 아씨가 어르신 처소로 가고 있으니 빨리 움직여라. 고뿔이라도 걸렸다간 큰일이니."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처마 밑에 있던 우산을 들고 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비는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사월이가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뛰어들자마자 귓가에 요란한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도 여러 개의 작은 물웅덩이가 생겨서 발을 내딛자마자 신발이 거의 다 젖었다.사월이는 젖어버린 치맛자락을 봤지만 신경 쓸 틈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고여의의 처소는 구석에 있지 않았지만 정원(正院)과는 꽤 멀었다. 가는 길에 초목도 무성해서 머지않아 사월이의 상의까지 전부 젖었다.힘겹게 고여의 처소에 도착한 사월이는 처마 밑에서 치맛자락의 물을 짜냈다. 그리고 처소 밖에 있던 계집에게 말했다."왕비마마께서 넘어졌다. 어서 깨끗한 옷을 가져와라."한 계집이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대답하곤 옷을 가지러 갔다. 머지않아 계집이 옷을 들고나왔다."길을 알려주십시오. 제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 계집은 고여의를 따라 왕부에서 온 이 같았다. 그러니 이곳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그럼 잘 따라와라. 발밑을 조심하고."그렇게 두 사람은 앞뒤로 처소를 나섰다.드디어 어르신 처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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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사월이는 우산을 주워들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진 우산을 본 사월이는 손바닥의 아픔도 신경 못 쓰고 울먹거리는 계집을 위로했다."잠깐 쓰러진 거니 걱정 말거라. 어서 가자."계집도 이곳에 서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걱정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괜찮습니까? 손에서 피가 나던데.""손바닥이 찢어진 것 같아. 별일 아니야. 가자."사월이가 웃으며 대답했지만 계집은 여전히 걱정된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사월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사월이는 대부인의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계집들이 머무르는 방으로 갔다. 그리고 옷을 바꿔 입고 천을 찢어 손에 난 상처를 감쌌다.그때, 추운이가 갑자기 돌아왔다. 그녀를 본 사월이는 멈칫했다."어찌 돌아온 겁니까?"추운이는 몸의 빗물을 털어내더니 안으로 들어섰다."방금 빨래를 걷으러 갔다가 대부인께서 어르신 처소에 갔다는 걸 들었어. 네가 홀딱 젖은 채로 여기로 오길래 와본 거야."추운이가 그렇게 말하며 사월이 옆에 앉았다."괜찮아?"사월이가 고개를 젓더니 계속 천을 감쌌다."괜찮아요. 조금 찢어진 거예요.""잘 가다가 어찌 손을 그리 만든 거야?"추운이가 사월이의 상처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비가 너무 커서요."사월이가 웃으며 대답하더니 다시 밖을 바라봤다."비가 언제 멈출런지."그 말을 들은 추운이도 밖을 바라봤다."이번에는 이삼일은 이어질 것 같아."추운이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사월이는 이미 침상 위에 누웠다."왜 그래? 비를 맞아서 어디 아픈 거야?""조금 어지러워요."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 속으로 얼굴을 감췄다. 그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추운이는 머리가 젖은 채로 누운 사월이를 보곤 얼른 마른 수건을 가져왔다."그래도 머리는 닦아야지. 늙으면 다 병이야."하지만 사월이는 몸이 추웠다. "이따 닦을게요."사월이가 고개를 저었지만 추운이는 억지로 그녀를 앉히더니 뒤에 앉아 머리를 닦아줬다.사월이의 부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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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대부인은 밤늦게 비가 조금 멎고 나서야 돌아왔다. 소나기 때문에 날이 빨리 어두워진 바람에 처소에도 일찍이 불을 붙였다.사월이는 옆에 서서 아춘(阿春)이 건네주는 젖은 옷을 받아들었다. 아춘은 그녀와 추운이에게 따뜻한 물을 내오라고 했다.젖은 옷을 빨래방에 둔 사월이는 대야를 들고 물을 뜨러 갔다.비는 잦아들었지만 가랑비가 날리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대야로 머리 위를 덮은 채 빗속에서 달렸다. 그런데 주방에는 이방 부인의 계집이 먼저 와 있었다. 두 계집은 두 개의 나무통을 들고 있었다. 사월이와 추운이는 물이 조금씩 없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곧 물이 없어질 것 같자 추운이가 얼른 막아섰다."조금 남겨줘, 대부인께서도 쓰셔야 해."사월이는 그 계집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사월이와 같은 해, 이곳에 온 계집이었다."아도 언니."아도는 사월이를 보더니 다시 추운이를 한 눈 봤다. 그리고 사월이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월아, 내가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라 우리 주방을 못 쓰게 돼서 여기로 따뜻한 물을 받으러 온 거야. 그리고 우리 부인께서 아이를 가져서 요즘 입덧이 심해. 땀도 많이 나서 목욕 준비 중이거든."사월이는 아도가 이방 부인의 계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부인이 아이를 가졌다는 걸 들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순서로 따져봐도 자신이 늦게 왔기에 아무 말 없이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도가 떠난 뒤, 추운이는 대야 하나도 안 되게 남은 물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이거 봐. 물을 끓여서 가면 우리만 욕먹게 생겼잖아."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물을 들고 돌아가자 임 어멈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곤 두 사람을 보자마자 욕을 했다."물 받아오는 것도 할 줄 모르는 게냐? 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신데 뭘 꾸물대는 게야?"추운이는 욕을 먹으니 억울해져서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러자 임 어멈은 더욱 화를 냈다. 그리고 주름진 손가락으로 두 사람의 이마를 힘껏 밀었다."대방의 일이 중허냐, 아니면 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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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임장청(林長青)은 고씨 집안 집사의 아들이다. 그는 임 집사를 따라 고씨 집안 안팎의 일을 처리하며 물건을 사러 나갈 때도 많았다."지금 비 내리잖아요. 시간도 늦었고, 내일 가요. 어쩌면 내일 나을지도 몰라요."사월이가 추운이를 잡고 말했다."몸이 이런데도 미루는 거야? 내일 더 심해질 것 같은데. 그리고 오라버니는 착하잖아. 너는 기다리고 있어."추운이는 그 말을 끝으로 우산을 들고 나갔다.그러자 같은 방에 있던 아춘이가 웃었다."둘이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네. 그런데 고뿔 무시하지 마. 질질 끌면 너만 힘들어."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말할 힘도 나지 않았다.머지않아 추운이가 돌아오더니 웃으며 사월이에게 말했다."내가 오라버니는 착하다고 했잖아. 너 아프다는 거 듣고 마침 자기한테 고뿔을 낫게 하는 약재가 있다고 하면서 일단 돌아오라고 했어. 오라버니가 약을 달여서 가져오겠대."추운이의 말을 들은 아춘이가 웃었다."장청 오라버니는 사월이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나 몰라."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아춘이가 함부로 말하고 다닐까 봐 얼른 입을 뗐다."언니, 이상한 생각하지 마요. 장청 오라버니가 착해서 그런 겁니다. 다른 사람이었어도 오라버니는 똑같이 했을 겁니다."아춘이는 자신의 농담에 사월이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올 줄 몰랐다."나 그냥 농담한 거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사월이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 까, 한 계집이 들어와서 말했다."사월아, 장청 오라버니가 약 가져왔어."사월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이부자리 밑에 있던 은전 몇 개를 들고 나갔다.밖에 나가보니 임장청은 약을 들고 서 있었다. 사월이는 그를 보자마자 얼른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장청 오라버니."밤이라 임장청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지 말고 얼른 약 먹어. 내일 약을 주방에 두라고 할 테니까 밥 먹을 때 같이 먹어."사월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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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처소로 돌아간 사월이는 그제서야 이화헌으로 오라던 고용형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가지 않는다면 고용형은 화를 낼까?멍하니 침상 위에 누워있으니 사월이는 더 어지러워졌다.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잘 걷다가 어지러웠고 조금 메슥거리기도 했다.추운이는 사월이가 누웠는데도 안색이 좋지 않자 물었다."장청 오라버니 약이 효과가 없는 건가?"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웃음을 터뜨렸다."어찌 효과가 그리 빠르겠습니까? 내일이나 돼야 알 수 있죠."추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월이 손의 천에서 피가 스며 나오자 몸을 일으켰다."손 감는 천을 하나 바꿔줄게."사월이는 자신의 손을 한 눈 봤지만 머리가 어지러워서 손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추운이가 자신의 손을 감싸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월이는 정신이 없어 말하는 것도 힘겨웠다."언니, 대충 하면 돼요. 언니도 얼른 자요.""이 예쁜 손에 상처가 나니까 얼마나 눈에 띄어. 그런데 흉터까지 남기고 싶어?"추운이가 사월이를 보더니 나무랐다.손에 남은 상처는 깊었지만 길지 않아서 피만 멎으면 금방 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월이는 말할 힘이 없어 손을 내민 채 추운이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머지않아 추운이는 천을 다 감쌌다. 그리고 사월이의 침상 앞에 앉아 그녀의 이마를 만져봤다. 이마는 여전히 뜨거웠다."늦었으니까 말 안 걸게. 딱 봐도 힘이 없어 보이네. 그러니까 너도 얼른 자. 내일이면 다 나을 거야."추운이가 다정하게 사월이를 위로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도 이불을 꼭 덮은 채 허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언니도 자요."사월이의 말에 대답한 추운이는 촛불을 끄곤 자리에 누웠다.그날 밤, 사월이는 잘 자지 못했다. 선잠을 자는데 자꾸 어릴 적의 일이 꿈에 나왔다.사월이는 예전의 일을 거의 다 잊었다. 그래서 꿈에서 목소리가 들렸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또 상사절(上巳節)날에 있었던 일을 꿈꿨다. 가족들은 사월이를 데리고 꽃등을 보러 갔다. 화려한 꽃등과 수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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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튿날 아침, 추운이는 빨간 얼굴을 한 사월이를 보곤 걱정스럽게 그녀의 이마를 만져봤다. 사월이의 열은 어제보다 더 심했다. 침상 위에 웅크리고 누운 사월이를 본 추운이가 그녀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사월아, 오늘은 쉬어. 내가 대부인께 말씀드릴게."사월이는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팠다. 정신도 없어서 대충 머리만 끄덕였다."고마워요, 언니."추운이는 그런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한숨을 쉬곤 이불을 정리해 준 뒤, 처소를 나섰다.대부인은 사월이가 아프다는 걸 듣곤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일단 쉬라는 말만 했다.그때, 옆에 있던 큰아씨 고여의가 사월이를 걱정했다."어찌 갑자기 고뿔에 걸린 게냐?"추운이는 어제 사월이가 옷을 가져다준 이야기를 했다.그러자 임 어멈이 끼어들었다."그 계집도 참, 몸이 너무 약합니다. 비를 좀 맞았다고 고뿔에 걸리다니."그 말을 들은 고여의가 임 어멈을 한눈 보더니 찻잔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날이 차고 비까지 맞았으니 고뿔에 걸릴 수도 있지. 사월이가 처음 내 처소에 왔을 때도 사흘에 이틀꼴로 아팠는데. 음식도 많이 가리고. 기름진 거, 느끼한 거, 매운 거, 짠 거 다 못 먹었지만 생긴 건 정말 예뻤지. 사월이가 어느 양반댁 규수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있었을 거야. 수많은 계집을 봤지만 사월이처럼 예쁜 아이는 처음이었어. 그때는 아직 아이였는데도 커서 무조건 예쁠 거라고 생각했어."고여의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대부인이 추운이에게 손짓했다."나가보거라."그리고 추운이가 나가고 나서야 그녀가 고여의에게 말했다."내가 사월이가 널 못 따라가게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예쁜 계집은 처음 봤다. 회옥이가 그 계집을 감싸고도는 걸 보고 커서 사내를 꼬실 계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진왕부에 보냈다가 진왕 마음에라도 들면 네가 얼마나 머리 아프겠느냐."그 말을 들은 고여의는 한숨을 쉬더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그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그 말을 듣긴 했지만 그 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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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고여의의 말을 들은 대부인은 한참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이것도 방법이긴 하지. 지금 급한 건 진왕이 그 천한 것을 미워하게 만들어야 하니. 진왕이 정말 사월이를 마음에 둬서 아이를 낳는다면 네 아래로 들이면 그만이니까."그 말을 들은 고여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말했다."헌데 사월이가 그러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고여의의 말을 들은 대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한낱 계집 생각이 뭐 중요하다고. 싫다고 하면 집사한테 기생집에 팔아버리라고 하면 그만이지. 정말 똑똑하다면 진왕부에 가서 부귀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헌데 싫다고 한다면 계집 따위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해야 할 거야.""어머니, 그러는 건..."고여의가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대부인은 얼른 고여의의 말을 끊었다."여의야, 기억하거라. 주인은 영원히 주인이야. 노비는 주인의 말만 잘 들으면 되는 거고. 진왕부에서도 똑같다. 왕비로서의 기세를 보여줘야 한다, 누구도 네 말에 토를 못 달도록. 아랫것들이 널 인정해야 네가 왕부에서 뭘 하기도 좋지."대부인의 말을 들은 고여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계집이 차를 올리러 들어왔고 처소 안은 고요해졌다.대부인 처소에서 나온 고여의는 갑자기 문 앞에 있던 추운이에게 물었다."사월이는 어디 있느냐?"그 말을 들은 추운이는 얼른 고여의를 데리고 하인들이 머무르는 처소로 갔다. 처소에 도착한 고여의는 추운이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월이는 눈을 감은 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도 앵두같이 빨갰다. 사람의 마음을 홀릴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고여의가 그때 사월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건 어머니의 말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오라버니 고용형의 말도 한몫했다.고용형처럼 매사에 무관심해 보이는 사람도 사월이의 외모가 너무 아름답다고 했으니 진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사월아."고여의가 사월이의 침상 옆에 앉으며 사월이를 불렀다.그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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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고용형은 밤이 되어 돌아왔다. 자신의 처소로 향하던 그는 멈칫하더니 대부인의 처소로 향했다.등롱을 들고 고용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호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얼른 그 뒤를 따라갔다.처소 안, 대부인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임 어멈은 대부인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계집이 고용형이 왔다고 알리자 대부인이 눈을 떴다.조씨는 몸을 바로 세우고 얼른 어멈을 데리고 나갔다.고용형은 이미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랜만에 내 처소에 들렀구나."대부인이 상석에 앉으며 웃었다.그러자 고용형이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가녀린 그 여인을 보지 못했다."이틀 뒤면 할머니 생신이라서 어머니께 명단을 보냈는데 첩자(帖子)를 다 보내셨습니까?""걱정 마라, 내 다 보냈다. 자리도 다 봐뒀다. 사람이 오면 계집들이 자리를 안내해 줄 거다."웃으며 말을 하던 대부인이 고용형을 바라봤다."앞으로 집안일은 걱정 말거라. 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로 크고 작은 일을 네가 모두 신경 쓰지 않았느냐. 이젠 회옥이도 자리를 잡았으니 너는 조정의 일을 신경 쓰거라."말을 하던 대부인이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오늘 회옥이가 네가 상주서를 올려서 폐하의 노여움을 샀다고 하던데 사실이더냐?"고용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고회옥이 이리 빨리 말을 전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일이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대부인의 걱정이 깊어졌다."너는 당대 재상이 아니냐. 다들 앞에서는 널 대접해 줄지 몰라도 뒤에서는 네 꼬투리를 잡으려고 할 거다. 네가 폐하의 노여움을 사서 누가 이간질이라도 한다면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네 아버지처럼 재상이라도 아무 일에나 끼어들지 말거라. 조정에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찌 그걸 다 해결할 수 있겠느냐. 해서 네 아버지는 병이 난 게야. 폐하께서는 위로 몇 마디만 건넸지, 네 아버지가 충신이었다는 걸 기억이나 할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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