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들이 마당에 얼마나 서 있었을까, 처소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홍엽이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문 앞에 있던 계집에게 말했다."어서 음식을 내오거라. 왕비마마께서 진지를 잡수기로 했다."홍엽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마당을 둘러봤다. 그리고 아엽이와 사월이를 보며 말했다."너희 둘은 따라 들어오거라."사월이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처소 안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의자와 탁자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고 융단이 펼쳐진 바닥에는 여러 개의 도자기가 깨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도 뻔했다.고여의는 침상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머리를 풀어 헤친 채였다. 고여의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취농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문질러주고 있었다.고부에서 온화하기만 하던 고씨 집안 아씨가 왕부에 시집와서 이렇게 살고 있다니. 사월이가 속으로 탄식했다.그때, 홍엽이가 고여의 옆에 서서 사월이와 아엽이를 보며 말했다."사월아, 아엽아, 처소 좀 치워줘."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청소하기 시작했다.머지않아, 음식이 도착했고 사월이도 얼추 정리를 마쳤다. 홍엽이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사월이가 문을 열자 계집들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고여의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한 눈 보더니 다시 힘없이 눈을 감았다."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마마, 조금 드십시오. 몸 상합니다."홍엽이가 고여의를 설득했다. 그러면서 사월이를 바라보자 사월이가 얼른 고여의에게 다가갔다."마마, 조금이라도 드십시오."고여의는 사월이의 목소리를 듣더니 그녀를 바라봤다."푹 쉬었느냐?""네."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여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밥상 앞에 앉았다. 홍엽이와 취농은 그녀를 위해 음식을 집어줬다.홍엽이와 취농도 전에 고부에서 따라온 계집이었기에 고여의가 제일 믿는 계집들이었다.고여의는 밥을 먹자마자 피곤하다는 듯 의자에 기대었고 그 누구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다른 계집에게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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