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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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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노비도 알고 있습니다."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여의가 탄식했다."사실 나도 진왕부에서 잘 못 지내고 있다. 널 데려가면 한 사람이라도 더 내 옆에 둘 수 있으니까."사월이는 대부인의 처소에서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고여의는 진왕이 다른 노비를 마음에 품었다고 했다. 사월이는 고여의처럼 예쁜 양반댁 규수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노비가 아씨 곁을 지키겠습니다."사월이가 고여의를 보며 말했다.그러자 고여의가 웃으며 사월이의 머리를 만졌다. "우리 착한 사월이, 나는 널 잘 안다. 너는 너무 착하다. 진왕부에 가면 하인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거기 가면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하고 나이 든 상궁들에게 밉보이지 않아야 한다. 모두 궁에서 온 상궁들이라 나도 조심히 대하는 사람들이니 너도 조심하거라.""노비 명심하겠습니다."사월이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고여의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헌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옆에 붙어있으면 너를 일부러 난감하게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왕야 앞에서 조심해야 한다."고여의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미리 너에게 이런 것을 말해주는 이유는 네가 진왕부에 가서 책 잡힐만한 행동을 할까 봐 그런 것이다. 나는 왕비로서 마땅한 상과 벌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다들 보는 눈이 있어서 널 감싸줄 수만은 없다."사월이는 고여의가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안심시켰다."아씨, 걱정 마세요. 노비는 아씨를 난감하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럼 됐다."고여의가 사월이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그리곤 피곤하다는 듯 베개에 기대어 사월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불빛 아래, 그 얼굴은 조금 앳된 모습도 있었지만 이젠 처녀 티가 나기 시작했다. 사월이는 어릴 때부터 무척 예뻤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계집종이었다.고여의는 사월이가 저런 얼굴로 어찌 고씨 집안에서 무사히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늦었으니 너는 가서 쉬어라. 아엽이를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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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이튿날 아침, 동이 트자마자 고부는 불을 밝혔다. 하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고여의를 떠나보낼 채비를 했다.고여의는 문 앞에 서서 대부인과 어르신에게 인사했다. 고용형과 고회옥은 옆에 서서 물건을 옮기는 하인들을 지켜봤다.이방 사람들까지 나와서 문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월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서서 추운이와 인사했다.머지않아 얼추 채비를 마쳤고 고용형이 고여의와 대부인의 곁으로 다가왔다."이제 떠나도 된다."그 말을 들은 고여의가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를 떠나기가 아쉬운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대부인도 눈물을 보였다. 이번에 가면 또 일이 년은 지나야 볼 수 있었다. 대부인은 고여의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그녀를 마차에 태웠다.사월이는 고여의가 마차에 타는 걸 보곤 얼른 추운이와 인사하곤 아엽이를 따라 뒤에 있던 마차에 올라탔다.마차에 오른 사월이는 문발을 걷고 마지막으로 고부와 고회옥을 보려고 했다. 이번에 가면 또 언제 그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랐다. 어쩌면 고회옥은 다시는 자신을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랐다.그런데 사월이는 문발을 걷자마자 웃을 듯 말 듯 한 고용형의 눈을 마주하게 됐다. 놀라서 잠깐 멈칫한 사월이가 얼른 문발을 내렸다.방금 문 앞에 서있을 때부터 사월이는 고용형이 자꾸 알게 모르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추운이의 옆에 선 거였다.아엽이는 사월이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사월아, 왜 그래?""아니에요."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점점 멀어지는 마차를 보며 고회옥이 탄식했다."누이가 가니 집이 허전하네요."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허전해? 그럼 내가 혼사를 정해주마."그러자 고회옥이 얼른 꼬리를 내렸다."형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이렇게 일찍 혼인하고 싶지 않습니다."하지만 고회옥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부인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찍다니? 너도 이젠 스물이다. 다른 집이었다면 진작 혼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헌데 일찍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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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장림은 고용형이 사월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공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대답을 들은 고용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안으로 들어갔다.상주로 가는 길, 흔들거리는 마차 안에 앉아 있던 사월이는 또 토를 하려는 듯 입을 가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아엽이는 사월이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가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처음 먼 길을 떠나는 거니 멀미가 나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나한테 기대서 좀 자면 괜찮을 거야."사월이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녀는 괴로움에 말을 할 힘조차 없어서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참(驛站)에 도착하자마자 마차에서 내려 구석으로 가서 토를 했다.고여의는 그런 사월이를 보곤 물었다."어찌 된 것이냐?"그러자 아엽이가 대답했다."마차를 타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아엽이의 말을 들은 고여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조금 힘들었기에 부축을 받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잠들었다.사월이는 토를 하고 입을 헹군 뒤, 아엽이에게 다가가 불안하게 말했다."언니,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자꾸 토하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아엽이가 사월이를 위로했다."적응되지 않아서 그런 걸 거다. 상주에 도착하면 나을 거야. 상주의 진왕부에 의원이 있으니 불편하면 그 의원을 찾아가면 돼."사월이는 그제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계집들도 지쳤기에 마차를 정리하곤 잠자리에 들었다. 사월이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었다.이튿날 고여의는 아침 일찍 다시 길을 떠났다. 다행히 길은 멀었지만 진왕부의 마차는 꽤 순조롭게 나아갔다. 길이 좋지 않아 마차가 흔들리는 것 외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사월이도 점차 적응하며 토하고 싶을 때마다 물을 몇 모금 마시곤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하면 많이 좋아졌다.며칠이 지났을까, 사월이가 아엽이에게 기대어 자고 있을 때, 누군가 갑자기 자신을 미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흥분한 아엽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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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주위에서 질서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월이도 얼른 따라서 인사를 올렸다.그녀가 몰래 고개를 들어 고여의를 바라보니 평소에는 그나마 친절했던 얼굴이 지금은 냉랭했다. 고여의가 고고하게 손을 올리자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더니 함께 왕부로 들어갔다.사월이도 그 뒤를 따라가며 몰래 왕부를 살펴봤다.아엽이도 고개를 숙인 채 사월이 옆으로 가서 작게 말했다."왕부에 들어가면 앞으로 아씨를 왕비마마라고 불러야 해. 상궁에게 책잡히면 마마께서도 널 못 구해주실 거야. 예전에 귀비마마 옆에 계시던 상궁이라 한낱 계집인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사월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걱정 마요. 잘 기억하겠습니다."주원에 도착하자마자 고여의는 목욕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온 계집들에게도 돌아가서 씻고 쉬다가 저녁을 먹은 뒤에 오라고 했다."왕비마마, 사월이는 어디로 보낼까요?"아엽이가 고여의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곤 공경하게 물었다.고여의는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옆에 서 있던 사월이를 바라봤다. 그녀도 며칠 동안 고생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예뻤다."상 상궁이 지내던 방으로 가거라."잠시 고민하던 고여의가 말했다.상 상궁도 궁에서 온 상궁이었다. 특별히 고여의에게 규율을 가르치러 온 상궁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궁으로 돌아가서 그 처소는 비어 있었다.하지만 그 처소는 상궁을 위해 준비한 처소였기에 그 안의 물건은 계집이 쓰는 것보다 좋았다. 새로 온 사월이의 처소를 그곳으로 정한 것이 아엽이는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아엽이는 그런 티를 내지는 못했다."그럼 제가 사월이를 그리로 데려가겠습니다."계집들이 지내는 곳은 주원과 멀지 않았다. 그들은 고여의의 곁에서 시중을 들어야 했기에 편리를 위해 바로 옆에서 지내고 있었다.자신의 처소에 도착한 사월이는 그곳을 둘러봤다. 침상 외에도 탁자와 의자가 있었고 구석에는 궤짝까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계집이 지내는 곳 같지는 않았다."언니, 이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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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사월이는 가져온 짐이 많지 않았기에 머지않아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그녀는 문밖을 나서자마자 무릎을 꿇고 있던 계집들을 보게 됐다.사월이는 눈치가 빨랐기에 얼른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화려한 자색 옷을 입은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계집들이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진왕야를 뵈옵니다."'진왕이었구나.'사월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지 못했다. 진왕이 가고 나서야 계집들이 일어났다.사월이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아엽이를 보곤 그녀에게 다가갔다."방금 진왕야를 봤어?"그러자 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감히 못 봤어요.""앞으로 보게 될 날이 올 거야. 헌데 왕야께서는 침전에 잘 안 계시고 거의 서평재(西平齋)에서 지내시거든. 지금 침전으로 가신 것도 왕비께서 돌아왔다는 걸 듣고 오신 걸 거야. 어쨌든 왕야께서 한 번 와보는 게 맞으니까.""그럼 방금 문 앞에서는 왜 왕야가 안 보였던 겁니까?"사월이가 묻자 아엽이가 웃었다."왕야께서 밖에서 소식을 듣고 서둘러 돌아오신 걸 거야."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여의가 대부인에게 왕야가 자신의 처소에 자주 들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 사월이는 다시 물었다."진왕야와 왕비마마의 사이는 좋나요?"그 말을 들은 아엽이가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사월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이런 말은 나도 함부로 못 해. 오래 있다 보면 너도 보아낼 수 있을 거야."사월이는 더 이상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언니, 세수간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엽이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사월이를 끌고 갔다."안 멀어. 여기서 제일 끝방이 세수간이야. 이따 다 씻고 내가 왕부를 구경시켜 줄게. 그래야 앞으로 왕비마마께서 심부름시키면 네가 가지. 왕부는 고부보다도 더 커. 화원도 많고. 내가 널 데리고 가보지 않으면 너 길 잃을 수도 있어.""감사합니다, 언니."사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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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사월이는 진왕이 인사를 받고 자신들을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낮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계집은 못 보던 계집이구나."사월이는 멈칫했다. 뒤늦게 진왕이 자신을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가 대답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아엽이가 말했다."왕야, 이 아이는 왕비마마께서 고부에서 데려온 계집입니다.""그래?"다소 경박한 소리와 함께 사월이는 누군가 부채로 자신의 턱을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빛도 따라서 위로 향했고 곧 젊은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진왕야의 음험한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보기에는 준수한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음침했다.사월이의 눈빛은 다시 진왕야 옆에 있던 여인에게 향했다. 여인은 예쁘장한 얼굴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새빨간 입술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사월이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자 그 여인이 진왕야에게 물었다."왕야, 저 계집이랑 저 중에 누가 더 예쁜 것 같습니까?"진왕야의 끈적한 눈빛은 사월이에게 닿았다. 사월이는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그 여인의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흠칫 놀랐다.다행히 진왕야는 사월이에게서 눈길을 돌렸고 여인을 안았다."당연히 너지.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아직도 모르겠느냐?"두 사람은 그렇게 웃으며 사월이와 아엽이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아엽이는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다. 그리고 진왕야가 조금 멀어지자 사월이를 끌고 돌아갔다.저녁이 되어 두 사람은 밥을 먹은 뒤, 고여의의 처소로 향했다. 그런데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바깥에 여러 명의 계집이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처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문 밖에는 음식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계집들은 그것을 치우기에 여념이 없었다.그 어지러운 상황에 아엽이도 놀랐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던 한 계집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사월이도 얼른 아엽이를 따라갔다.왕비마마가 돌아온 뒤, 진왕야가 그녀를 보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향원(荷香院)에 있던 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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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계집들이 마당에 얼마나 서 있었을까, 처소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홍엽이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문 앞에 있던 계집에게 말했다."어서 음식을 내오거라. 왕비마마께서 진지를 잡수기로 했다."홍엽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마당을 둘러봤다. 그리고 아엽이와 사월이를 보며 말했다."너희 둘은 따라 들어오거라."사월이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처소 안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의자와 탁자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고 융단이 펼쳐진 바닥에는 여러 개의 도자기가 깨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도 뻔했다.고여의는 침상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머리를 풀어 헤친 채였다. 고여의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취농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문질러주고 있었다.고부에서 온화하기만 하던 고씨 집안 아씨가 왕부에 시집와서 이렇게 살고 있다니. 사월이가 속으로 탄식했다.그때, 홍엽이가 고여의 옆에 서서 사월이와 아엽이를 보며 말했다."사월아, 아엽아, 처소 좀 치워줘."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청소하기 시작했다.머지않아, 음식이 도착했고 사월이도 얼추 정리를 마쳤다. 홍엽이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사월이가 문을 열자 계집들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고여의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한 눈 보더니 다시 힘없이 눈을 감았다."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마마, 조금 드십시오. 몸 상합니다."홍엽이가 고여의를 설득했다. 그러면서 사월이를 바라보자 사월이가 얼른 고여의에게 다가갔다."마마, 조금이라도 드십시오."고여의는 사월이의 목소리를 듣더니 그녀를 바라봤다."푹 쉬었느냐?""네."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여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밥상 앞에 앉았다. 홍엽이와 취농은 그녀를 위해 음식을 집어줬다.홍엽이와 취농도 전에 고부에서 따라온 계집이었기에 고여의가 제일 믿는 계집들이었다.고여의는 밥을 먹자마자 피곤하다는 듯 의자에 기대었고 그 누구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다른 계집에게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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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진왕은 고여의가 돌아온 날, 딱 한 번 와보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사월이는 고여의의 안색이 점점 보기 싫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계집들도 다들 조심스럽게 굴었다. 사월이는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 메스꺼운 건 조금 나았지만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아엽이는 왕부의 의원을 불러도 된다고 했지만 요즘 고여의의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사월이도 감히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결국 의원을 만나는 일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그날도 고여의는 계집들에게 잔뜩 화를 냈다. 계집들은 숨소리 하나 크게 내지 못하고 고여의를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아침에 하향원의 첩실이 사람을 보내 고여의에게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진왕이 배가 불러온 첩실을 가엽게 여겨서 앞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거였다.이는 도가 지나쳤다. 사월이는 고여의가 집에서 예쁨 받고 자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여의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젠 사월이도 그 첩실이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처소 안에서 또다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당 안의 계집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 누구도 들어가서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처소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밖에 있던 계집들은 얼른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고여의는 무표정하게 계집들을 바라보다 사월이를 보더니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사월아, 따라 들어오거라."사월이는 잠시 멈칫했지만 서둘러 고여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아엽이는 사월이의 뒷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취농에게 말했다."왕비마마께서 왜 사월이만 부른 걸까?""뭘 하시든 우리와는 상관없지."취농이 아엽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자 아엽이도 입을 다물었다.사월이가 처소로 들어가 보니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녀는 조금 흐트러진 고여의의 머리를 보곤 말했다."마마, 노비가 머리를 다시 빗어드리겠습니다."고여의는 거울 앞에 앉아 조금 초췌해진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머리가 많이 흐트러지긴 했구나. 머리를 빗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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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고여의는 불안한 표정을 한 사월이를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나는 그저 해본 소리인데 뭘 그리 긴장하는 게냐?"사월이는 그제서야 불안한 감정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요한 처소 안, 향로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창호지 너머 햇빛이 들어와서 공기 속에 떠다니는 먼지를 비췄다. 사월이는 꼭 고부의 고요한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머리를 다 빗은 뒤, 고여의가 거울 속의 사월이를 보며 웃었다."나는 네가 빗겨주는 머리가 참 마음에 든다."하지만 사월이가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어찌 내가 준 옷과 귀걸이를 하지 않은 게냐?""색이 너무 환한 것 같아서 입지 않았습니다. 다른 계집들도 이렇게 입고 있어서 마마께서 준 옷을 입지 않았습니다."사월이가 자신의 옷을 보더니 대답했다.그러자 고여의가 미간을 찌푸렸다."너와 다른 계집이 어찌 같겠느냐? 너는 내가 믿고 중히 여기는 계집이니 당연히 다른 계집들보다 더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고여의가 그렇게 말하며 장신구 상자에서 백옥 귀걸이를 꺼내 직접 사월이에게 해줬다.사월이는 고여의를 밀어낼 수 없었기에 그녀가 귀걸이를 해주는 대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리 보니 네가 나보다 더 예쁜 것 같구나."고여의가 사월이에게 귀걸이를 해주곤 웃었다.하지만 사월이는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노비가 어찌 마마와 비길 수 있겠습니까."고여의는 그런 사월이를 보며 웃더니 옷을 한 벌 꺼냈다."이걸 입어라. 앞으로 그런 옷은 다시는 입지 말거라."사월이는 고여의가 건네준 분홍색의 옷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마마, 노비는 이런 색의 옷을 입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그냥 입어라. 너는 입기만 하면 된다. 누가 감히 입방아를 찧었다가는 내 그이를 단단히 혼내줄 것이다. 사월이는 고여의가 하인을 혼내겠다고 말하는 걸 처음 들어봤다. 그녀는 고여의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 없어 옷을 든 채 고민에 잠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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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50화

오후가 되어 고여의는 일찍이 주방에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늦가을의 하늘은 빨리 어두워졌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고여의가 사월이에게 말했다."사월아, 왕야께서 돌아오셨으니 서평재로 가서 왕야께 저녁을 드시러 오라고 하거라. 내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하거라."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자신이 서평재로 향하는 길을 모른다는 게 생각나서 고여의에게 물었다."노비가 아엽 언니와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고여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취농에게 화장해 달라고 했다.아엽이는 침전에서 나오자마자 사월이의 분홍색 옷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옷이 참 예쁘구나. 마마께서 입으라고 한 거야?"사월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는 다시 물었다."제가 이런 옷을 입는 건 적합하지 않은 거죠?"사월이의 말을 들은 아엽이가 웃었다."양식은 계집들이 입는 양식인데 무늬가 조금 많고 색깔이 조금 밝을 뿐이야. 규율에 어긋나는 건 아니야. 그리고 마마께서 주신 거니 마음 놓고 입어."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서평재로 향했다.두 사람이 서평재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지키고 있던 계집이 아엽이를 알아보곤 물었다."아엽 언니, 왕비마마께서 보내신 겁니까?"아엽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계집이 얼른 비켜서며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사월이는 아엽이를 따라 안채의 복도를 걸었다. 앞에는 문발이 가리고 있어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아엽이가 사월이를 살짝 밀자 그녀가 고개를 숙이곤 안을 향해 공경하게 말했다."왕야, 마마께서 왕야와 함께 저녁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사월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서 내 시간이 없다고 전하거라."사월이는 잠시 망설이다 다시 입을 뗐다."왕비마마께서 특별히 왕야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내 안 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게냐?"뜨거운 차가 담긴 찻잔이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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