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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숙부님."아이가 쭈뼛쭈뼛하며 고용형을 불렀다.그 목소리를 들은 고용형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조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웃으며 허리에 하고 있던 옥고리를 아이에게 선물로 줬다.고용형의 물건은 모두 값진 거였다. 조암송의 부인은 놀라서 얼른 아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게 했다.그러자 아이가 옥고리를 꼭 쥔 채 조심스럽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숙부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숙부님."고용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걸음을 옮겼다.사월이와 장림은 고용형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사월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지만 장림은 익숙한 듯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안으로 들어간 고용형은 가장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앉은 이들은 대부분 관아의 관리들과 서양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인물이었다.고용형은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인사치레 말도 수도 없이 들은 거였기에 담담하게 일일이 대응했다.그때, 조광풍이 박수를 치자 기생들이 들어왔다. 앞에 있는 이들은 춤을 췄고 양쪽에 있는 여인들은 가야금을 연주했다. 그들의 시선은 전부 고용형에게 쏠려있었다.한 곡이 끝나자 기생들이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가야금을 연주하던 여인들도 고용형의 옆으로 다가갔다. 여인들이 고운 손으로 술 주전자를 들고 고용형에게 술을 따라줬다.고용형의 뒤를 따라오던 사월이와 장림도 옆에 있던 작은 상에 앉게 됐다.장림은 고용형의 옆에 있는 것이 익숙했기에 몇 마디 말을 하더니 다시 고용형의 뒤에 가서 섰다.하지만 사월이는 다른 이를 거절한 경험이 없었다. 밥상 앞에 앉게 된 사월이의 옆으로 두 여인이 다가와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술잔이 입가로 다가왔지만 사월이는 술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여인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인은 술을 입에 머금더니 사월이에게 다가왔다.사월이는 그런 여인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얼른 피하곤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이럴 필요 없습니다."하지만 두 여인은 사월이가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드라운 피부에 예쁘장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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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술잔이 오고 가는 이 정경을 사월이는 처음 봤다. 그리고 조정 관리들의 뒷면에 감춰진 더러운 행실도 처음 봤다.평소 고부에 드나들 때, 점잖아 보이던 조광풍 부자도 지금은 양옆에 여인을 끼고 아부하는 말을 쏟아냈다. 사월이가 전에 알고 있던 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사월이는 덥고 답답해져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장림이 나가려던 그녀를 막았다."대감께서 대감의 곁에 서 있으라고 하셨습니다."미인들을 곁에 두고 자기에게 뒤에 서 있으라니. 사월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감히 거절할 수 없었기에 고용형의 뒤에 가서 설 수밖에 없었다.고용형의 눈길을 한 번 받으려 온갖 교태를 부리는 여인들을 보며 사월이는 자기도 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모두 고용형의 권세에 빌붙어 그가 은혜를 베풀길 바라고 있었다.사월이가 생각에 잠긴 사이, 고용형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에게 접시 하나를 건네줬다. 사월이가 그 접시를 보니 안에는 떡이 있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거였다.고용형은 사월이에게 접시를 건네주더니 딱 한마디 했다."먹어라."그리고 다시 몸을 돌렸지만 사람들의 눈길이 전부 사월이에게 집중됐다.하지만 다행히 사람들은 금방 눈길을 돌렸다. 사월이는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다. 그녀는 방금 먹은 것이 없어 배가 고프긴 했기에 떡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녀가 떡을 하나 먹었을 때, 누군가 밑에서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는 걸 느꼈다. 사월이가 고개를 숙이고 보니 네다섯 살이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여자아이는 무척 귀여웠다. 사월이를 바라보는 눈이 똘망똘망했고 동그란 얼굴은 보름달 같았다.사월이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웃으며 접시를 건네줬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사월이의 뜻을 알아차리고 두 손으로 떡을 두 개 집어 들었다. 포동포동한 얼굴이 무척 귀여웠다.여자아이 곁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이곳의 아이가 어른 몰래 나온 것 같았다."어서 어머니께 가거라. 찾고 계실지도 모른다."사월이가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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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지만 어멈은 욕을 하며 아이들을 방으로 끌고 갔다.사월이는 문 앞에 서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저 아이들은 어쨌든 조암송의 아이였는데 어멈이 저리 대하는 걸 보고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방금 전, 맑은 여자아이의 눈이 생각난 사월이는 조금 괴로워졌다.연회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고용형도 이곳에 오래 남아있을 생각이 없었기에 떠나려고 했다.다른 이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른 그를 배웅했다.사월이가 고용형의 뒤를 따라가려던 찰나, 조광풍이 갑자기 그녀 앞을 막아섰다. 사월이가 멈칫하자 조광풍이 웃으며 소매에 있던 물건을 사월이에게 쥐여주며 말했다."앞으로 제 아들 대신 재상 앞에서 좋은 소리 많이 좀 해주십시오."조광풍은 사월이를 고용형의 호위로 생각한 것 같았다. 헌데 어찌 장림에게 주지 않고 자기에게 이러는 건지. 사월이는 얼른 거절했다. 그녀는 감히 조광풍의 물건을 받을 수 없었다.하지만 조광풍은 기거이 물건을 사월이의 손에 쥐여줬다. 다행히 그때, 장림이 다가와서 사월이에게 말했다."대감께서 부르십니다."사월이는 이때 나타난 장림이 반가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얼른 고용형의 옆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걷다 보니 이상함이 느껴졌다. 조광풍이 언제 그녀의 허리에 옥패 하나를 걸어뒀던 것이다. 옥패를 손에 쥔 사월이는 난감해졌다.지금 옥패를 조광풍에게 돌려주는 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망신을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월이는 어쩔 수 없이 옥패를 소매 안으로 숨겼다.그녀가 다시 고용형 옆으로 왔을 때, 고용형은 조암송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암송은 고용형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구도 두 사람이 숙부와 조카 사이임을 보아낼 수 없었다.고용형은 낮은 목소리로 조암송에게 말했다."오늘 이런 장소에서, 그것도 네 집에서 기생을 부른 건 아주 잘못됐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그들을 물리는 건 네 체면을 깎는 일이다. 너도 이젠 지주가 아니더냐. 서양을 잘 다스린다면 폐하께서도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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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경성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오후가 다 되어갔다. 고용형은 고부로 돌아가지 않고 사월이에게 말했다."일단 장림이랑 돌아가거라."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당황한 얼굴로 고용형을 잡고 불안하게 말했다."도련님, 노비를 어찌할 생각이십니까?"고용형은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말없이 장림을 불러왔다."마차는 준비됐느냐?""네."장림의 대답을 들은 고용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월이에게 말했다."일단 돌아가거라. 내 돌아가서 보자."사월이는 다시 대부인 곁으로 가려고 했지만 고용형의 태도를 보니 그가 말하기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결국 입을 뻥긋거리던 사월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월이가 마차에서 내리자 장림이 그녀를 다른 마차로 데려갔다.곧 고용형의 마차는 빠르게 떠났고 사월이는 밖에 서 있던 장림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묻지 않았다.그때, 장림이 먼저 사월이에게 말했다."사월 낭자, 물어볼 게 있거든 돌아가서 물어보십시오."머지않아 마차는 고부에 도착했다. 마차는 눈에 띄지 않게 후문에 도착했고 장림이 삿갓을 가져와서 말했다."낭자, 이걸 쓰십시오.""이미 고부에 도착하지 않았습니까?"사월이가 삿갓을 받아 들며 물었다.그러자 장림이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고부에 도착했으니 낭자가 이 삿갓을 써야 합니다."'내가 돌아온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가?'사월이가 멍하니 있자 장림이 옆에서 재촉했다."낭자, 어서 쓰십시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삿갓을 썼다. 그 모습을 본 장림은 마차를 보내더니 사월이를 데리고 후문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길로 들어가 이화헌 문 앞에 도착했다."대감께서 낭자는 앞으로 옆에 있는 별채에서 지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장림이 말하자 사월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먼저 대부인을 만나러 가야 하지 않습니까?"사월이의 말을 들은 장림이 웃었다. 그녀가 아직 자신의 신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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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사월이는 멍해졌다. 그녀는 돌아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때, 밖에 있던 장림이 한마디 보충했다."낭자께서 진왕부에 남겨두신 물건입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얼른 문 앞으로 다가가 장림에게 문을 열어줬다. 장림이 손에 든 걸 본 사월이가 그에게 물었다."이걸 언제 챙긴 겁니까?"'내 물건이 어디 있는지 어찌 안 거지?'"진왕부에서 낭자와 도련님께서 함께 계실 때 다른 이가 챙겼습니다."장림은 사월이가 또 무엇을 물어볼지 안다는 듯 웃었다."진왕부에 도련님의 사람이 있습니다. 사월 낭자의 물건은 전부 여기 있습니다."'진왕부에 고용형의 사람이 있다고?'장림을 보던 사월이는 갑자기 그날 밤의 약이 생각났다."그럼 제게 약을 줬던 이도 도련님 사람입니까?"그 말을 들은 장림의 웃음이 깊어졌다."사월 낭자는 어찌 생각하십니까?"'설마 진왕부에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가 다 지켜봤다는 건가? 그럼 진왕이 내 처소에 왔었다는 것도 고용형이 알고 있는 건가?'사월이는 아직 물어볼 게 많은 것 같았다. 장림은 그녀를 위해 문을 닫더니 이렇게 말했다."낭자, 궁금한 게 있으시면 도련님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물어보십시오."사월이는 손에 있던 보따리를 보다 다시 장림이 닫은 방문을 바라봤다. 그리곤 탁자 옆으로 가서 앉았다.보따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얼른 열어보니 옷과 장신구가 다 있었다. 사월이가 모아뒀던 돈도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한시름 놓았다.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사월이가 보따리 안을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고회옥이 준 마노석을 찾지 못했다.사월이는 마노석을 장신구와 함께 작은 쌈지에 넣어뒀다. 그런데 왜 마노석만 사라진 건지.'왜 다른 건 다 있는데 마노석만 없어진 거지?'사월이가 문 앞으로 달려가서 아직 멀리 가지 않은 장림이에게 소리쳤다."장림 오라버니, 누가 제 짐을 싸준 겁니까?"그 말을 들은 장림이 멈칫하더니 다락방 위에 있던 사월이를 보며 물었다. "낭자, 왜 그러십니까?""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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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사월이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장림에게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이 왜 그를 난감하게 하는 것인지.그러자 장림이 한숨을 쉬더니 그 자리에 서있던 사월이를 보며 말했다."사월 낭자, 생각해 보십시오. 그 먼 길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어찌 다시 찾을 수 있겠습니까?""그게 무슨 말입니까?"사월이가 장림에게 물었다.그러자 장림이 또 한숨을 쉬었다."낭자, 정말 제 말을 모르겠습니까? 그 물건을 다시 찾기는 어렵습니다."장림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떠났다.사월이는 장림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것만 사라졌을까. 말없이 방으로 돌아온 사월이는 탁자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머지않아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낯선 계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월 아씨, 장림 오라버니가 노비에게 밥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눈물을 닦곤 문을 열러 갔다.밖에는 열세네 살 돼 보이는 계집이 서 있었다. 계집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사월이를 쳐다보지 못하고 식합(食盒)을 들고 들어왔다.사월이가 못 보던 계집이었다."어디서 시중을 들고 있는 거야?"계집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사월이를 바라봤다."노비는 개하(開夏)라고 합니다. 장림 오라버니께서 앞으로 여기서 시중들라고 했습니다."계집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나가 봐."하지만 개하는 그 자리에 서서 불안하게 사월이를 바라봤다."장림 오라버니께서 아씨의 식사를 도우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멈칫했다. 그녀도 한낱 노비였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사월이는 입맛이 없었지만 개하는 식합을 열고 탁자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대부분 담백한 음식이었지만 사월이가 전에는 먹어본 적 없던 거였다. 하지만 지금 사월이는 먹고 싶지 않았다.그때, 개하가 사월이의 접시 앞에 죽순을 하나 놓아줬다."아씨, 죽순이 맛있습니다. 하나 드세요."개하도 몰래 사월이를 살펴봤다. 청색의 옷을 입고 사내 차림새를 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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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사월이는 주름진 옷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개하는 나이가 어렸지만 일을 곧잘 했다. 머지않아 그녀가 사월이의 방문을 두드렸다."아씨, 물을 준비했습니다."욕실은 바로 옆에 있었다. 사월이가 밖으로 나오자 개하가 옷을 들고 서 있었다.개화의 손에는 여전히 비단옷이 들려있었다."그 옷은 어디서 난 거야?""장림 오라버니께서 가지고 오라고 하셨습니다."그 대답을 들은 사월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욕실로 들어가자 개하가 뒤에서 사월이가 옷을 벗는 걸 도우려고 했다. 깜짝 놀란 사월이는 얼른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병풍 뒤에 서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사월이는 전에 고여의 옆에 있을 때, 옷을 입고 벗을 때, 노비들이 도왔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다른 이가 자신이 옷을 벗는 걸 돕겠다고 나서니 사월이는 익숙지 않았다.사월이가 목욕통에 들어갔을 때, 병풍 뒤에서 조금 억울한 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씨, 제가 일을 못해서 시중을 못 들게 하는 겁니까?"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한숨을 쉬었다."개하야, 방금 내가 한 말을 잊은 거야?""무슨 말씀 말입니까?"역시 개화는 잊고 있었다."방금 밥 먹을 때, 내가 말했잖아. 나도 노비일 뿐이니 내 시중을 들 필요 없다고. 앞으로 우리 둘만 있을 때는 너무 조심스럽게 굴지 않아도 된다. 그래야 내가 더 편해."사월이가 그렇게 말하자 개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럼 장림 오라버니와 집사님은 왜 저를 여기로 보내 아씨 시중을 들게 한 겁니까?"그 말을 들은 사월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가 목욕통을 잡은 채 조금 불안하게 물었다."집사가 내 이름을 말했다고?""장림 오라버니께서 집사님께 말씀드리는 걸 들었습니다."개하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물 위로 잔잔한 물결이 일렁였다. 사월이는 불안해졌다. '집사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대부인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병풍 뒤에 있던 개하는 사월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왜 그러십니까?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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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머리를 대충 닦은 사월이는 객탑(客榻)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피곤했던 그녀는 젖은 머리를 옆으로 늘어뜨리곤 침상에 완전히 누워버렸다.전에 고부에 있을 때, 사월이는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한가해지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잠만 왔다.사월이가 얼마나 잤을까, 아래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사월이는 내려가 보려고 했다.하지만 잠에서 덜 깬 그녀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조심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다. 사월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발 뒤로 다가오는 인영을 바라봤다.개하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얇은 발 너머로 자고 있는 사월이를 확인하곤 망설이다 다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잠에 취한 사월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개하야."그 목소리를 들은 개하는 얼른 발걸음을 멈추더니 발을 젖히고 사월이에게 다가왔다.사월이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덜 마른 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입었던 옷만 입고 있었다. 개하는 사월이의 긴 눈초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지금의 사월이는 무척 약해 보였다. 개하는 얼른 담요를 가져와서 사월이에게 덮어줬다."언니, 안 춥습니까?"방금 사월이는 머리를 닦고 나니 힘이 떨어졌다. 젖은 머리가 침상을 젖게 할까 봐 객탑에 누웠는데 옷을 입는 것도 깜빡했다.하지만 사월이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무슨 일이냐?""방금 어멈 하나가 언니를 찾아왔는데 마침 장림 오라버니도 있었습니다. 장림 오라버니께서 오늘 누가 언니를 찾아와도 나오지 말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도련님이 온 뒤에 보자고 하셨습니다."사월이는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지금 어멈은 갔느냐?""네, 장림 오라버니께서 한참 설득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아누웠다."일단 나가봐, 나는 더 자야겠다."개하는 대답하곤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개하가 나가자마자 사월이는 다시 눈을 떴다.고부에서 누가 어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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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장림 오라버니께서 언니의 옷은 전부 아래에 있는 별채에 뒀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입던 옷은 입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사월이는 개하가 들고 있던 노란색 비단옷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복잡한 학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사월이는 멍하니 그 옷을 만져봤다.이런 옷은 전에 고여의의 옷장에서만 봤던 거였다. 지금 사월이처럼 불분명한 신분의 사람이 입는 건 적합하지 않았다."이 옷은 너무 귀중해. 나한테는 안 맞다."사월이가 옷을 밀어내더니 고개를 저었다.개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월이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이와 이 옷은 아주 잘 맞았다. 개하는 사월이가 입으면 분명 예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월이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게다가 옷은 아래에 있는 별채에서 가져온 거였기에 규율에 어긋나지도 않았다.사월이는 전에 입던 옷을 꺼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짙은 초록색 옷은 그녀가 대부인 처소에 있을 때 만든 옷이었다. 대부분 계집들이 그렇듯 다른 이의 이목을 끌지 않을 짙은 색이었다."이건 계집이 입는 옷이 아닙니까?"개하가 사월이가 꺼낸 옷을 보더니 놀라서 물었다.그러자 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월이는 개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발 밖으로 밀어내더니 발을 내리고 옷을 바꿔 입었다.대부인이 언제 찾아올지 몰랐기에 사월이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그리고 이 옷은 사월이가 평소 입던 옷이었다. 고용형은 그녀에게 그 어떤 신분도 주지 않았기에 개하가 가져온 그 옷을 사월이는 입을 수 없었다. 대부인이 본다면 사월이는 더 난처해질 것이다.사월이는 고부에서 이런 일을 너무 많이 봤다. 주인이 아랫것을 아무리 예뻐한다고 해도 하인이 선 넘는 걸 용납하지는 못했다.신분은 이미 정해졌다. 아무리 예쁨 받는다고 해도 일단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버려져야 했다. 영원히 주인이 사랑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고여의도 처음에는 사월이에게 무척 잘해줬지만 자기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가차 없이 사월이의 등을 떠밀었다.개하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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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고용형은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장림은 고용형을 보자마자 그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대부인께서 사월 낭자의 일을 알았습니다."고용형은 아무 표정 없이 담담하게 걸어갔다."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다. 일찍 알아서 나쁠 건 없지."그 말을 들은 장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등롱을 들고 다가오는 임 어엄을 발견했다.장림은 고용형의 등 뒤로 물러나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임 어멈은 고용형을 보자마자 공경하게 말했다."도련님, 대부인께서 부르셨습니다."고용형은 그 자리에 서서 임 어멈을 보며 가볍게 물었다."어머니께서 아직 안 주무신 게냐?""네, 도련님께서 돌아오시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임 어멈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고용형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임 어멈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고용형을 바라봤다."부인께서 도련님이 많이 바쁘신 거라면 내일 직접 이화헌으로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빨간 등롱의 불빛이 고용형의 눈에 비쳤다. 그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고 미간을 문지르다 임 어멈에게 말했다."일단 가보거라. 내 이따 가마."고용형의 말을 들은 임 어멈의 표정이 가벼워졌다. 그녀는 얼른 대답하곤 물러났다.돌아가는 길에 임 어멈은 방금 전, 대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대부인은 고용형이 사월이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면 그의 성격으로 이 늦은 밤에 한 여인을 위해 그곳까지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용형이 허락한다면 그가 사월이를 마음에 품었다는 거였다.임 어멈은 평소 얌전했던 사월이의 얼굴이 생각나서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그녀를 욕했다."요물 같은 것."한편, 고용형은 등 뒤에 있던 장림에게 물었다."사월이는 잠들었느냐?""제가 나올 때 봤을 땐 처소의 불이 꺼져있었습니다."지금은 자시였기에 사월이가 잘 시간이긴 했다.고용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또 무슨 일이 있느냐?"장림은 잠시 고민했다. 정말 말하자면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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