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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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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고여의가 처음으로 주동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거였기에 진왕에게 효과가 있었다."왕비, 그게 무슨 말인가. 본 왕도 왕비를 너무 냉대했지. 오늘은 여기 남아서 왕비와 함께 있겠네."그 말을 들은 고여의가 얼굴을 붉혔다."왕야, 소첩을 속이시면 안 됩니다. 소첩 지화(知畫)가 왕야의 아이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소첩도 왕야를 위해 아들을 낳아드리고 싶습니다."사월이는 고여의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고여의에게 있어서 아이를 가지는 게 그녀의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진왕은 처음으로 고여의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봤다. 전의 그녀는 늘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진왕은 흥미를 끌어올리지 못했다.오늘의 고여의는 진왕이 보기에 하향원의 계집보다는 못했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고여의의 말을 들은 진왕이 소리 내어 웃었다."왕비가 아이를 가지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본 왕의 말을 잘 따르면 내 당연히 왕비를 예뻐해 주지.""소첩 왕야의 말을 따르겠습니다."고여의가 웃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은 드물게 사이좋게 서로에게 듣기 좋은 말을 했다. 사월이는 옆에서 말없이 술잔을 채웠다. 진왕의 손과 닿을 때마다 사월이는 불안해져서 얼른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그때, 진왕이 사월이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그녀를 품에 안듯 꼭 끌어안고 고여의를 보며 말했다."이 계집이 참으로 곱구나. 이리 예쁜 여인은 처음이다. 왕비가 특별히 본 왕을 위해 준비한 게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가 고여의를 바라보자 고여의가 웃으며 말했다."제 시중을 드는 계집인데 어릴 때부터 고왔습니다. 고부에 있을 때부터 제 옆을 지켰습니다.""그래?"고여의의 말을 들은 진왕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왕비, 그 말은 본 왕이 이 계집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게야?"두 사람은 사월이 앞에서 거리낌 없이 이런 얘기를 나눴다. 마치 두 사람 눈에 그녀는 아무렇게나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사월이는 창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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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사월이는 뱃속에 있는 것을 모두 게워낼 것처럼 굴었다. 한참 토를 하고 나니 사월이는 더욱 억울해졌다. 세수간으로 향한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던 진왕의 눈빛이 생각났다. 사월이는 또다시 메스꺼워져서 토하고 싶어졌다.사월이는 고여의가 어떻게 그런 여색만 밝히는 박정한 사내를 보며 웃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앞에서 다른 여인을 안고 장난치는 사내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씻고 자리에 누운 사월이의 눈은 이미 빨갰다.오늘 고여의가 분홍색 옷으로 바꿔 입으라고 하고 진왕을 찾아가게 하고 그리고 밥을 먹을 때 했던 애매모호한 대답이 사월이는 서운했다.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사월이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사월이는 생각할수록 서러웠다. 얼마나 울었는지, 언제 잠이 든 건지도 그녀는 알 수 없었다.한편, 고용형은 경선거(璟瑄居) 서방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비스듬히 기댄 몸과 바닥으로 드리워진 검은색 겉옷이 나른하고도 쓸쓸해 보이게 했다.그의 손에는 상주에서 보내온 서신이 있었다. 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그의 눈빛이 조금 냉랭해졌다.진왕이 술과 여인을 좋아한다는 걸 고용형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여의의 혼사를 허락하지 않았다.그럼에도 고여의와 진왕의 혼인을 허락한 이유는 하나는 귀비가 황제에게 사혼해 달라고 빌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고여의가 진왕의 겉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진왕의 행동은 도를 넘었다. 한낱 천박한 계집을 그리 총애하다니.그리고 고여의가 사월이를 데려가서 자신이 총애를 받는 데 이용했다는 게 고용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사월이가 고여의를 따라서 진왕부로 가겠다고 한 걸 허락했을 때부터 그는 고여의의 의도를 알아봤다. 하지만 사월이가 고생을 하고 나면 바깥의 사내들은 자신보다 못하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 허락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고용형은 사월이가 불안한 얼굴로 울고 있을 얼굴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예전의 고용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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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 말을 들은 고여의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집사가 어제 목 의원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아마 모레쯤에 돌아올 것이다."고여의가 그렇게 말하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사월이를 바라봤다."몸이 많이 안 좋으냐? 그럼 내가 사람을 붙여줄 테니 왕부의 마차를 타고 다른 의원에게 가보거라."사월이는 이렇게 귀찮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자꾸 메스꺼운 게 생각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아엽이를 보며 말했다."제가 아엽 언니랑 가도 되겠습니까?"그러자 고여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차피 여기에는 계집이 많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 몸이 먼저지."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물러났다.두 사람이 나오자마자 아엽이가 사월이의 손을 잡고 웃었다."나는 방금 네가 거절할까 봐 무서웠다. 나도 오랫동안 안 나가봐서 나가보고 싶었거든."그때, 사월이는 갑자기 고부의 이방 부인이 아이를 가지고 난 뒤, 자주 토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 생각이 들자 사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아엽이는 그런 사월이를 보곤 얼른 다가갔다."사월아, 왜 그래?"사월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무척 걱정됐다."아닙니다. 어서 가요."두 사람은 채비를 마친 뒤, 왕부를 나섰다.마차에 오른 사월이는 문발을 걷고 지나가는 행인을 바라봤다. 만약 지금 그녀가 나갈 수 있다면...그런 생각을 하던 사월이가 갑자기 옆에 있던 아엽이에게 물었다."아엽 언니, 회서를 압니까?""회서? 들어본 적 없어."아엽이가 의아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회서는 어떤 곳이야?"아엽이가 다시 물었다.아엽이가 모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월이는 여전히 조금 실망했다."저는 회서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이랑 갈라졌습니다."아엽이는 사월이의 어릴 적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하지만 듣고 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머지않아, 마차는 한 의관 앞에 도착했다. 사월이가 의관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나이 든 의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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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사월이는 터덜거리며 의관에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약이 들려 있었다. 바깥의 눈부신 햇빛을 보자 사월이는 갑자기 어지러웠다.밖에 있던 아엽이는 사월이를 보곤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의원님이 뭐래?"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조금 침묵하다가 말했다."원기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원기를 보충해 줄 약을 지어주셨습니다."아엽이는 그제서야 마음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돌아가자."아엽이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바깥의 낯선 거리를 바라봤다. 돌아가면 진왕의 경박하고 끈적한 그 눈빛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몸이 떨려왔다."언니, 제가 마마께 가고 싶다고 하면 마마께서 보내주실까요?"사월이가 아엽이에게 물었지만 그녀도 대답할 수 없었다. 아엽이는 초췌한 사월이를 바라봤다. 사월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조금 불쌍했지만 아엽이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사월아, 하향원의 그분을 생각해 봐. 왕야가 정말 너를 좋아하는 거라면 앞으로 너도 주인이 될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씁쓸하게 웃었다.아엽이의 생각은 너무 단순했다. 사월이가 처녀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왕야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왕야를 속일 수 있다고 해도 고여의가 사월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여의는 하향원의 그 계집도 용납하지 못하는 이였다. 그런데 사월이는 고여의의 곁을 지키는 계집이었다. 사월이는 지금 고여의의 뺨을 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한 거였다.고부는 사월이를 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지금 고여의는 자신이 예쁨을 받기 위해서 사월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하향원의 그 계집만 해결하면 사월이는 가치가 없었기에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다.계집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월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거였다.하지만 이런 말을 아엽이에게 할 수 없었기에 사월이는 마음을 추슬렀다."언니, 저는 주인이 될 생각한 적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자유입니다."아엽이는 사월이를 바라봤다. 자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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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사월 낭자, 왕비마마께서 방금 사람을 보내 낭자에게 맞은편의 주루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마부가 사월이에게 말했다."무슨 물건이요?"사월이가 맞은편의 주루를 보며 물었다.그러자 마부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그럼 제가 가져오겠습니다."하지만 사월이가 맞은편에 도착해서 뒤돌아봤을 때, 마차는 이미 멀어졌다. 사월이는 갑자기 불안해졌다.어쩔 수없이 주루로 들어선 사월이가 발을 들이자마자 머슴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사월 낭자가 맞습니까?"사월이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머슴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낭자, 따라오세요."사월이는 약봉지를 꼭 쥔 채 고개를 끄덕이곤 머슴의 뒤를 따라갔다.머슴은 사월이를 데리고 삼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어느 방 앞에서 멈추더니 사월이에게 말했다."여기입니다. 낭자, 들어가십시오."사월이는 예스러운 나무 문을 보며 조금 망설였지만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방 안은 무척 어두웠다. 안에서는 향냄새가 났고 두꺼운 천막이 제일 안쪽의 병풍 쪽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사월이가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자마자 등 뒤의 문이 닫혔다. 사월이는 등골이 서늘해서 입을 뗐다."계십니까? 물건을 가지러 왔습니다."사월이의 목소리는 조용한 방 안에서 유난히 잘 들렸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없이 더 깊은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병풍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뒤로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였다.'설마 진왕야인가?'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사월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녀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누구십니까?"그러자 병풍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사월이는 내가 누구일 것 같으냐?"조금 익숙한 목소리였다.'헌데 그 사람이 어찌 이곳에 있겠어.'사월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병풍 뒤에 있던 이가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싸늘하게 말했다."이리 오거라."그 목소리를 들은 사월이는 순간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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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사월이는 자신이 고용형의 예쁨을 받는다고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감정을 품을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사월이는 고용형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심지어 그녀는 이 기회를 빌어 도망가서 다시는 고용형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사월이가 문을 연 순간, 그녀의 모든 생각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문 앞에는 수도 없이 많은 호위가 서 있었다. 그때, 장림이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다."사월 낭자, 들어가십시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다시 고용형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왜 저를 여기로 오게 한 겁니까?!"사월이의 눈가는 빨갰지만 그녀는 더 이상 고용형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선 사월이는 더 이상 전처럼 두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용형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화가 잔뜩 난 토끼처럼 자기 앞에 서 있는 사월이를 보는 그의 눈에 비웃음이 담겨있었다.고용형은 자신이 웃겼다. 밤낮 가리지 않고 상주까지 왔는데 반겨주는 이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이리 오거라."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월이는 고용형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더 이상 고용형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말했다."도련님, 다른 일이 없으면 저를 보내주십시오."고용형은 사월이를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여전히 고고하게 그녀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천한 노비라고 할지라도 존엄이라는 게 있었다.사월이의 말을 들은 고용형이 미간을 찌푸리곤 사월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그의 몸은 사월이의 몸을 거의 다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렬한 압박감에 사월이는 못 버틸 것 같았다.곧 고용형이 사월이의 볼을 잡더니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사월이는 날 전혀 안 보고 싶어 한 것 같구나. 사월이 너 설마 진왕을 좋아하게 된 게야?"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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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고용형은 사월이를 안아 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침상 위로 데려갔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고용형은 사월이에게 입을 맞췄다.그는 그녀를 못 본 지가 꽤 됐다. 남녀 간의 정사에 관심 없었던 고용형이었지만 사월이를 마주할 때마다 그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사월이는 고용형의 입맞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던 중, 그가 자신의 허리띠를 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아직 대낮인데 어찌 이런 일을.'사월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몸 위에 있던 고용형을 밀어냈다. 하지만 힘이 없어 오히려 고용형에게 두 손이 잡히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버렸다.고용형이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냉랭한 눈에도 욕정이 서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사월아, 얌전히 있거라."그 말을 끝으로 고용형은 사월이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길고 가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췄다.사월이는 고용형이 언제 끝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매번 조금 숨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할 때쯤, 고용형이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사월이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지만 고용형은 강제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밖으로 드러난 피부가 조금 춥게 느껴져 사월이는 고용형의 품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품에 단단히 안았다.사월이의 얼굴은 아직 조금 빨갰다. 고용형은 그 얼굴을 만지며 입을 뗐다."내 이번에는 오래 못 있는다. 오늘 밤에 떠나야 한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멈칫했다. 고용형이 가면 그녀는 다시 진왕부로 가야 하는 걸까?사월이의 불안한 눈빛을 본 고용형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당(朝堂)의 일을 얘기해 줬다."담주(潭州)에 동란이 일어났다. 우포정사가 죽임을 당해서 일이 커져 폐하께서 나를 보내 담주를 둘러보면서 민심을 다스리라고 하셨다. 담주가 상주에서 멀지 않아 여기 들러서 고여의의 일도 처리하러 온 것이다."사월이는 고개를 숙인 채 고용형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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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옆에 있던 옷걸이에 깨끗한 속곳이 걸려있었다. 사월이는 잠깐 있다가 나왔다. 그리고 옷을 입을 때, 그 속곳이 비단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게감 있는 옷감에 단추에는 작은 무늬까지 새겨져 있었다.사월이는 멍하니 그 속곳을 만져봤다. 고용형이 자신을 위해 이걸 준비한 걸까?사월이가 속곳을 입고 나오자 고용형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속곳만 입은 사월이를 보곤 계집에게 옷을 입혀주라고 했다.전에는 사월이가 다른 이의 옷을 입혀줬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었다. 그리고 고용형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조금 불편했던 그녀는 다가오는 계집을 거절하곤 옷을 들고 병풍 뒤로 갔다.고용형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병풍 밖에 서서 안에 있던 사월이에게 물었다."요즘 몸이 좋지 않아서 오늘 의원을 찾아갔다고 들었다. 의원이 뭐라고 하더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멈칫했다. 그녀는 병풍 너머로 보이는 인영을 보며 말했다."제 원기가 부족하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약도 지어주셨습니다."사월이는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걸 고용형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고용형의 태도를 알 수 없기도 했고 이 아이를 남겨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때, 병풍 뒤에 있던 고용형이 갑자기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사월이가 들어올 때, 몰래 탁자에 올려뒀던 약이 들려있었다."이 약을 말하는 것이냐?"고용형이 물었다.사월이는 고용형을 보곤 얼른 단추를 채웠다. 그녀는 떨렸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말을 들은 고용형은 아무 표정 없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원기가 부족한데 겨우 이걸 먹고 나을 수 있다고? 사월이는 참 순진하구나."사월이는 고용형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녀가 물어보려던 찰나, 고용형이 그 약을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다."안 됩니다!"순간, 놀란 사월이가 얼른 소리쳤다.그녀는 고용형에게 다가가서 그의 팔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뭘 하려는 겁니까?"고용형은 사월이를 보더니 또 손에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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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내 사람을 보내 널 진왕부로 보내마."사월이는 고용형이 지금 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진왕부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그때, 장림이 다가오더니 발을 내리고 사월이에게 말했다."사월 낭자, 물러나십시오. 대감께서 이제 떠나셔야 합니다."사월이는 굳게 닫힌 발을 보니 점점 불안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해서 고용형이 이러는 건지 몰랐지만 지금 다른 선택이 없었다.사월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고용형밖에 없었다.사월이가 그렇게 생각하며 장림을 밀쳐냈다. 그녀는 놀란 그의 눈빛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차 위로 올라갔다. 마차 안의 고용형은 그런 사월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사월이는 입술을 꼭 깨물더니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고용형의 품에 안겼다.사월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미모로 이 사내를 유혹하려고 했다. 그녀는 고용형의 목을 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노비가 무슨 잘못이라도 해도 도련님을 화나게 한 겁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형은 여전히 냉랭했다."진왕부의 그 계집을 따라배워서 주인을 꼬시려는 게냐? 사월이가 진왕부로 오겠다고 고집부린 이유가 진왕부의 첩실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거였구나."자신을 모욕하는 고용형의 말은 날카롭게 사월이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떨리는 몸을 억지로 참아가며 고용형의 다리 위에 앉아 그의 목에 기대었다. 사월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도련님, 노비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노비는 도련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하지만 고용형은 사월이의 뒷덜미 옷깃을 잡았다. 그가 힘을 살짝 주자 사월이는 그의 발밑에 넘어지고 말았다. 고용형은 눈물을 매단 그 예쁜 얼굴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사월이는 거짓부렁을 참 좋아하는구나. 이젠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나까지 속이다니. 거짓말쟁이를 가엽게 여길 필요가 뭐 있겠느냐?"고용형의 힘은 무척 셌다. 사월이는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얼굴에 닿는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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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사월이는 진왕부로 돌아가자마자 세수부터 했다. 그녀가 고여의의 침전으로 가자 아엽이가 다가와서 물었다."무슨 물건을 가지러 갔길래 이리 오래 걸린 거야?""마마께서 저를 찾으셨어요?"사월이는 대답할 수 없었기에 말을 돌렸다."아니, 헌데 돌아왔으니 왕비마마께 말씀은 드려야지."아엽이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마마께서는 뭘 하고 계십니까?""오전에 누가 마마를 찾아왔다고 들었다. 왕비마마께서 계속 처소 안에만 계시다가 점심을 먹고 잠드셨으니 지금쯤 일어나셨을 거야.""그럼 이따 가보겠습니다."머지않아 취농이 처소 안에서 나오더니 밖에 있던 사월이에게 말했다."사월아, 마마께서 널 찾으신다."고여의는 금방 깨어난 듯 나른하게 침상 위에 기대어있었다. 사월이를 본 그녀가 웃으며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고여의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사월이를 바라봤다."아엽이가 크게 아픈 건 아니라고 하던데.""의원님께서 원기를 보충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약도 받아왔습니다.""다행이구나."고여의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월이는 고용형이 오늘 상주에 왔다는 걸 고여의가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용형이 고여의 일 때문에 왔다고 했으니 그녀가 아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고여의는 사월이가 뭘 가져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고여의가 묻지 않았으니 사월이도 굳이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었다.고여의를 마주하니 사월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그녀는 조금 참기 힘들었다.결국 사월이가 고여의를 보며 물었다."마마, 노비가 마마와 얘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옆에 있던 계집이 건네는 차를 마시던 고여의는 그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 그리곤 찻잔을 천천히 옆에 있던 찻상에 올려놓았다.고여의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사월이가 자신에게 무슨 얘기를 할지 그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처소 안에 있던 계집들을 물린 고여의가 입을 뗐다."말해보거라."등 뒤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사월이가 용기 내어 말했다."마마,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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